자율주행차 대세론, '자본'은 절대 거짓말하지 않는다
자율주행차로 인한 일상의 변화, 일자리는 과연 '창출'인가 '감소'인가
'빅브라더'의 등장과 부품 산업의 위기,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글. 박춘식 한국타이어
▲ 구글(Google)의 모기업 알파벳(Alphabet)의 자율자동차 부문인 웨이모(WAYMO)
Idea in Brief
자율주행차량의 본격 비즈니스 모델로 로봇택시가 등장했습니다. 향후 자율주행 관련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자동차 산업의 거대한 변화가 예상됩니다. ‘한국 자동차산업 위기설’을 겪고 있는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을 토대로 자율주행차에 기반을 둔 산업 변화가 한국의 자동차 및 운송관련 산업에 어떤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지 알아봅니다. 더불어 이러한 변화 가운데 우리의 대응은 어떠해야 할지 고민해봅니다.
자율주행차, 근황토크
2018년 6월 구글 웨이모는 피아트 크라이슬러 자동차에 미니밴 6만 2천 대를 주문하며 자율주행차 사업에 역대급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구매대금만 자그마치 20억 달러(약 2조 1500억 원) 규모입니다. 미니밴의 구매와 함께 웨이모의 최고경영자인 존 크라프칙은 “웨이모의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운전자를 만들면서, 도로를 더욱 안전하게 해 줄 자율주행 기술을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웨이모는 이미 2018년 12월 본격 시작한 로봇택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수천대의 차량을 추가로 주문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앞선 구글의 투자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서 현실화 되었습니다. 제한적이지만 로봇택시 서비스가 합법적으로 시장에 등장한 겁니다. 아직 관련한 규제가 완비되지 않았고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서 운전석에는 아직 사람 기사분이 계시지만 실제 운전은 구글의 소프트웨어가 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는 더 이상 미래의 키워드가 아닌 현실에 구현된 서비스 입니다. 구글은 피닉스시에서의 충분한 검증 후 자율주행의 성지인 실리콘밸리에 ‘로봇택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라 합니다. 구글의 뒤를 이어서 GM도 2019년에 자체 개발한 볼트차량에 자율주행과 공유서비스 기능을 연결한 로봇택시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구글은 이미 실리콘밸리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민간 자율주행 서비스를 테스트 하고 있었으니, 여러 첨단기술로 무장한 로봇택시를 기다리는 고객들은 “와우!” 하며 열광하지 않을까요? 매체의 보도로 확인한 결과 생각보다 안전하고 탈만 하다는 평가입니다. 2015년 9월 구글이 웨이모를 자회사로 출범시킨 지 3년 반이 안돼서 이뤄낸 성과이니 정말 대단합니다. 도로주행 테스트만 2018년 10월 기준으로 이미 10만 마일을 넘어섰으니 향후 안전과 주행제어 기술측면에서도 완성도 높은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리라 기대합니다.
2018년 8월 모건스탠리는 구글의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가 아직 공식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자율주행 로봇 택시 서비스를 리딩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약 800억 달러 가치가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 트럭, 운송 및 자율주행 기술 라이센싱으로 웨이모는 960억 달러 이상의 가치창출이 가능하다고 예상했습니다. 구글의 자율주행차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빛을 발하는 순간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구글 외에도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와 함께 우버, 리프트, 디디추싱, 엔비디아, 인텔, 삼성, 만도 등의 기업이 자율주행차 관련 핵심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 및 M&A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삼성이 하만을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 입니다. 자율주행차 테스트에 가장 적극적인 캘리포니아주에만 폭스바겐, 메르세데스 벤츠, 웨이모, 포드 테슬라, 인텔등 총 52 개 업체가 테스트허가를 받았습니다. 그중 기술력으로 가장 앞서있다고 평가받는 구글은 로봇택시의 아리조나 실험을 성공시킨 후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해 관련기업 투자 및 M&A를 차근차근 진행 중입니다. 자율주행 차량 기술, 제도, 표준의 선점을 위해 격전에 나설 것입니다.
자율주행차는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까
2019년에 이런 일들이 눈앞에서 일어난다니 한국의 택시 기사분들이 카풀서비스를 반대하며 투쟁하시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시대의 흐름에 대항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지 않아도 불친절, 승차거부, 난폭운전 등으로 택시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많은 상황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런 사용자의 감정만으로 자율주행차를 바라보기에 이 문제는 생각만큼 작지도, 단순하지도 않습니다.
연일 대형언론에서 친절히 보도해주고 있는 바를 인용하자면, 2018년 한국에서 자동차 산업은 제조업 생산의 13%를 차지하고, 부가가치의 12%를 만들어 내며, 전체 고용의 약 12%를 담당하는 국가경제의 매우 중요한 영역입니다. 여기에 철강, 금속, 고무, 유리, 운송, 정비, 광고, 금융, 중고차 유통, 운전학원까지 아울러서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대한민국 전후방 산업에 연관효과가 가장 큰 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관련 산업에 ‘자율주행차’라는 거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과연 이 바람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요? 정말 이 친구가 세상을 나아지게 할 수 있을까요?
분명 효과를 톡톡히 볼 부분이 확실히 있습니다. 가장 큰 부분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운전이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에서 매년 약 127만 명이 교통사고로 인해 사망합니다. 현대 인류 사망원인의 8위가 교통사고이고, 그중 한국은 연간 약 6천 명 수준입니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율주행차는 그 등장의 당위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습니다. 연간 사망사고를 포함한 교통사고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약 300조 원에 이릅니다. 또한 교통사고의 원인의 94%가 운전자의 실수와 운전습관 때문이니, 정교한 주행 의사결정 알고리즘과 실시간 3차원 도로정보를 활용하여 인명피해와 사회적 비용을 줄여주는 자율주행 기술은 세상을 나아지게 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운전으로부터의 해방’ 입니다. 움직이는 차안에서 일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자녀 또는 연인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상상을 하며 우리는 자율주행차의 세상을 기대합니다. 더불어 교통체증의 감소, 주차문제 해결, 범죄 예방, 교통약자의 편의 확대, 노약자들의 편리한 이동수단 확보 등의 자동차와 관련된 다양한 문화 및 생활양식에 찾아올 긍정적인 변화들은 우리 삶을 보다 편안하고 여유롭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없어지는 만큼 생기는 일자리? 과연?
자율주행차 홍보는 여기까지하고 이런 긍정적인 효과들 외에 이번에는 고민이 필요한 영역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일자리’ 문제입니다. 최근의 택시 파업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입니다. ‘2017년 기준 운수업 조사 잠정결과’에 따르면 철도운송업을 제외한 한국의 운송업 종사자는 113만 명이고, 그중 육상운송업 종사자는 무려 87만7,000여 명입니다. 88만 명과 함께 삶을 같이하는 가족들까지 생각하면 두 배, 세 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율주행차량의 기술, 제도, 보안을 걱정하기 전에 우리가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문제는 일자리입니다.
수년전 발생한 조선업 불황으로 거제와 남해일대의 경제는 아직도 위기 이전만큼 복구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2019년이 되어서는 중국으로 향하던 수주물량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아직 조선관련 업종 곳곳에는 상처의 흔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GM 공장 폐쇄로 수만 명의 실직자가 발생한 군산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대량실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율주행차는 아직 우리에겐 시기상조’라는 주장은 반대편에서 ‘자율주행차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받아들이라는 발언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요. 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느긋한 고민, 더딘 합의로는 갈수록 힘겨워질 뿐입니다.
2016년 10월 확정된 ‘국가물류기본계획(’16~’25)‘에 따르면 정부는 민간주도의 생활물류, 신물류산업 지원에 중점을 둬 물류산업 경쟁력을 높일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10년간 7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기로 기본계획을 수립했습니다. 화물운송시장의 제도를 개선하고, 전기화물차를 도입해 수송수단의 효율을 높이며, 해외시장 진출협력 등으로 물류산업을 혁신하겠다는 정책은 여러 영역에서 현실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2006년 구글이 선정한 최고의 미래학자인 ‘토마스 프레이’는 자율주행차가 가져올 기술변화로 인해 새롭게 등장할 직업들을 소개하였습니다. 운송수단과 함께 하는 사람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직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란 주장입니다. 구글이 인정한 전문가의 예언(?)을 제가 함부로 평가할 순 없겠으나, 이런 직업을 가진 분들이 몇 분이나 우리 주변에 등장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런 업무를 현재 택시나 화물차를 운행하시는 분들이 단기간에 전문성을 갖춰 수행하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 토마스 프레이의 ‘자율주행차 시대의 미래직업’
2018년 진행된 운수업 조사 잠정결과에 따르면 운송업 사업자 등록 수는 37.5만 개 입니다.(’18년 11월 통계청 발표 기준) 한국의 운송시장은 연매출 20억 원 이하, 4인 이하 사업장이 80%가 넘는 파편화된 시장입니다. 이를 음식점에 비유해봤을 때, 매장 주방장에 해당하는 운전기사들의 일자리가 자율주행기술로 대체될 상황에서, 새롭게 등장할 직업으로 음식점 신규 메뉴 플래너, 음식점 체험 디자이너, 음식점 운영 시스템 엔지니어를 제시한다면 ‘글쎄, 그런 직종 종사자가 과연 얼마나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②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