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철민 편집장
투명성은 공급망관리의 영원한 숙제라고 합니다. 화물의 위치 추적과 데이터 연동 등 가시성 확보 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깝게는 요금견적 비교부터 자신의 화물을 잘 관리해줄 수 있는 물류업체를 선정하는 과정까지 잘 보이지도 않고, 선택도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서로가 자사의 물류 서비스가 더 경쟁 우위에 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정작 무엇이 더 좋고, 더 나쁜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혹자는 ‘플랫폼’이 서비스 제공자들의 차별화와 변별력을 구체적으로 검증해 낼 유일한 수단이 될 것이라 말합니다. 이제껏 시장에 등장했던 물류 플랫폼들은 하나 같이 포워더, 화물운송 주선업체 등 중간 브로커를 거치면서 발생하는 정보왜곡을 해결해준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습니다.
얼마 전 본지와 인터뷰를 한 안드레아스 블빈켈 빌헬름스하펜 컨테이너터미널 대표 역시 “디지털화와 함께 중소 포워더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걸보면, 다짜고짜 허황된 이야기 같지는 않아보입니다.
최근에는 플랫폼의 투명성을 만드는 기술로 ‘사물인터넷’과 ‘블록체인’이 주목받고있습니다. 블록체인은 신뢰를 구현하는 기술로 공급망의 여러 관계자를 거치는 과정에서 혹 누군가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정보 왜곡을 차단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른 한편에선 플랫폼 무용론이 함께 대두되고 있습니다. 플랫폼 무용론이 언급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플랫폼 참여자들이 투명하지 않은 환경에 익숙해져 있어서라고 합니다. 플랫폼 생태계를 만드는 한 축인 화주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입찰 및 물류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있다는 것도 무용론 사유를 한몫 거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니즈는 앞서 사라질 것처럼 예상했던 브로커들의 역할만 빛나게 할 뿐입니다.
블록체인은 과연 어떨까요.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임계점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영달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블록체인이 비즈니스 관점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으로 감축시킬 수 있는 총량 신뢰비용이 기존 운영비용에 비해 커야 된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규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의 신뢰 네트워크 규모를 만들어야 하는 데 아직 그 단계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물류시장에서 플랫폼 활성화를 위한 해답으로 투명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어려운 모습입니다. 플랫폼들은 여전히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블록체인보다 사물인터넷이나 잘 하자는 푸념도 섞여 보입니다. 미래의 변화는 시간 문제일 뿐이고, 방향을 틀수는 없어 보입니다. 더 많은 플랫폼의 하소연이 들려오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