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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넥스트 유니콘 닌자밴, 라스트마일에서 크로스보더로 변신

by 임예리 기자

2018년 07월 21일

동남아 넥스트 물류유니콘 닌자밴의 성장 방정식

수익화는 아직 숙제... 물류특성 감안하면 지속 가능한 현금흐름이 더 중요

인간 경험과 알고리즘의 결합 역량으로, 네트워크 기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사업 진출까지

 

* 해당 기사는 디캠프의 주선을 통한 라이 창 웬 닌자밴 대표와의 대면 인터뷰를 기반으로 정리, 작성됐습니다. 

 

글. 임예리 기자

 

Idea in Brief

올해 초 8,7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며 동남아시아의 ‘넥스트 유니콘’으로 주목받는 라스트마일 물류업체 닌자밴이 한국에 방문했다. 지난 2년 동안 닌자밴의 처리 물량은 20배, 보유한 물류거점은 2배, 파트너사는 6배 이상 늘어나며 급격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범 동남아시아를 연결하는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닌자밴의 다음 목표는 ‘국경을 넘는 전자상거래 물류 네트워크’ 구축이다.

 

지난 몇 년간 동남아시아에선 라스트마일 배송(Last-mile Delivery) 서비스를 제공하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탄생했다. 그중 몇몇 업체는 ‘유니콘(1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 받은 스타트업)’으로 평가 받는 규모로 성장했다. 고고밴(GogoVan)과 라라무브(Lalamove), 고젝(Go-Jek)과 같은 업체들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그 다음 유니콘을 노리며 빠르게 성장하는 업체가 있으니. 올해 1월 8,7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면서 누적 투자액 1억 2,000만 달러를 기록한 업체 ‘닌자밴(Ninja Van)’이다.

 

닌자밴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으로 2014년 설립됐다. 닌자밴은 B2C 전자상거래 업체를 위한 물류를 주력 서비스로 내세운다. 닌자밴의 API와 온라인 셀러의 판매 플랫폼을 통합하여 셀러에게 차량 루트 정보, 화물 및 차량 트래킹 정보를 제공하고, 최종 상품 소비자의 배달 요구 사항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그 골자다.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는 최종 소비자 역시 닌자밴 플랫폼에서 배송예정 상품을 트래킹할 수 있으며, 자동 배송 주문이나, 시간지정 배송(Time-slot Courier), COD(Cash on Delivery, 현장 현금결제)와 같은 배송 및 결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빠른 성장, 막간의 숙제

 

닌자밴은 빠르게 성장했다. 닌자밴이 한국에 막 알려지기 시작한 2016년 초 닌자밴의 하루 평균 주문 처리 물량은 1만 건 정도였다. 현재는 그보다 20배 정도 늘어난 20만 건의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닌자밴의 파트너사는 2016년 당시 2,000여 개에서 현재 1만 6,000여 개로 늘어났다.

라이 창 웬(Lai Chang wen) 닌자밴 공동설립자. 지난 5월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가 주최한 디톡스(D.talks) 행사에서 라이 창 웬 대표는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시장 현황과 닌자밴 성장 경험담을 공유했다.

 

서비스 지역 또한 확장했다. 2016년 당시 닌자밴의 서비스 지역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정도였지만, 현재는 태국, 베트남, 필리핀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닌자밴이 보유한 인프라와 인력은 자연스레 늘어났다. 닌자밴은 현재 동남아 지역 약 600개 도시에 250여 개의 물류허브, 400여 개의 분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배송 차량의 경우 지난 1년 동안 기존대비 약 3배 늘어났다. 2016년 100여 명이었던 상근 직원은 현재 2,000명 정도로 늘어났고, 1만 명 이상이 닌자밴의 상근 배송기사로 활동하고 있다.

닌자밴의 동남아시아 물류거점 분포도와 증가추이(자료: 닌자밴)

 

다만, 닌자밴의 비즈니스가 흑자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에 벤처기업으로 등록된 닌자로지스틱스(Ninja Logistics) 법인의 2016년 매출은 916만 달러였고, 87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2015년 대비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했지만, 손실 역시 3배 이상 증가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시장 반응은 비교적 긍정적이다.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는 물류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일정 규모를 만들 때까지 투자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로렌스 척(Lawrence Cheok) IDC 수석 리서치 매니저는 “닌자밴의 비즈니스 모델은 전형적으로 많은 자산을 필요로 하며, 물류 네트워크와 역량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초기 비용 투자가 일어난다”며 “매출이 두 배 늘어난 것에 비하면, 2016년의 초기 손실은 놀라운 것이 아니다”라 전했다. 그는 이어 “중요한 것은 성장 규모 대비 지속가능한 현금 투자 비율”이라 덧붙였다.

 

소호(SOHO)를 위한 물류 시스템

 

라이 창 웬 대표는 닌자밴의 급격한 성장의 배경 중 하나로 중국 자본의 이커머스 시장 진출을 들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차이나머니(범중국 자본)는 동남아 이커머스 시장의 문을 격렬하게 두드렸다. 알리바바는 2016년 이후 총 40억 달러를 투자하며 ‘동남아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라자다(LAZADA)의 지분 83%를 인수했고, 텐센트는 동남아의 모바일 소셜커머스 업체 쇼피(Shopee)의 대주주(39.7%)가 됐다. 범텐센트 파에 속하는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동(JD.com)은 5억 달러를 투자해 태국 소매유통업체 센트럴그룹(Central Group)과 합작법인(Joint Venture)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단기간 내에 많은 투자금이 풀리면서 자연스레 동남아 이커머스 시장 역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소형 온라인 셀러의 대거 등장이다. 라이 창 웬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의 셀러 시장은 아직까지 거대한 회사보다는 개인이나 작은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자연스레 이들의 물류 운영 모델 역시 비교적 작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물류기업의 서비스 역시 소형(개인) 셀러의 편의를 높여줄 수 있는 서비스가 더 환영받고 있다. 가령 온라인 셀러가 직장인이나 학생 신분일 경우, 하교 혹은 퇴근 뒤에 그날 판매된 자신의 물건을 쉽고 빠르게 보낼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가 각광받는 것이다.

 2018년 동남아시아 6개국(안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의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수익)는 212억 7,300만 달러에서 2022년 372억 8,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량의 다품종 상품을 다루는 이커머스 물류 특성상, 처리해야 하는 물량 규모가 늘어나면 물류의 복잡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와 같은 어려움을 해소하고 모든 서비스 지역에 ‘동일한 배송 서비스’ 품질을 제공하기 위해 라이 창 웬 대표는 ‘생각의 자동화’ 측면에서 시스템 개편을 추진했다.

 

생각의 자동화란 오프라인 운영 경험과 자동화 알고리즘의 결합을 뜻한다. 가령, 닌자밴은 기존의 우편배달부가 직접 우편을 분류하는 방식 대신 상품의 픽업 시점부터 배송까지 전 단계에서 닌자밴 직원이 휴대전화를 통해 상품을 스캔하고 상품 이동 경로를 파악한다. 이후 알고리즘 기술을 활용해 배송기사에게 가장 적합한 운송수단이나 적합한 경로를 자동으로 추천한다.

 

닌자밴의 배송기사가 현장에서 수집한 데이터는 또 다시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사용하는 재료가 된다. 그 결과 배송기사는 자신이 맡은 지역 주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동남아시아의 경우, 대체적으로 아직까지 주소 체계가 명확하지 않은 편이다. 한국처럼 지번이 확실하게 정해진 것이 아니라 ‘내 집 근처에 있는 특정 건물에서 어떻게 가라’라는 식으로 주소를 표기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닌자밴이 쌓은 몇 년간의 주소 데이터는 배송기사로 하여금 배송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게 하여 업무 효율을 높여준다.

 

라이 창 웬 대표는 “미래에는 작은 골목길에서 길을 잃지 않고, 계단을 오르고, 문 앞에 지번이 표시되어 있지 않는 배송지를 잘 찾을 수 있는 로봇이 개발될 것”이라며 “다만 현재는 사람이 하는 일을 중심으로, 그 과정을 자동화하여 현장의 직원이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도와 복잡한 가운데서도 일관성 있는 결과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크로스보더 라스트마일의 영역으로

 

향후 닌자밴은 자사가 보유한 물류 역량을 기반으로 ‘닌자링크(Ninja Links)’라는 이름의 소셜커머스 형태의 크로스보더 비즈니스를 론칭할 예정이다. 닌자링크의 판매방식은 아래와 같다.

실제 닌자링크가 구현되는 모습. 구매자가 게시물에 있는 링크를 클릭하면 바로 구매 페이지로 전환되고, 배송옵션까지 설정할 수 있다.

 

가령 한국의 한 글로벌셀러가 화장품 하나를 인도네시아의 고객에게 판매한다고 가정해보자. 해당 셀러는 닌자링크에서 자신이 팔 상품이 포함된 고유링크(URL)를 생성한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 계정이나 카카오톡, 라인 등의 메신저에 해당 URL을 올린다. 이를 본 현지 고객이 해당 링크를 클릭하면 리다이렉팅(Re-directing) 없이 바로 구매페이지로 넘어간다. 만약 해당 고객이 이전에도 닌자링크를 사용한 이력이 있다면, 이름, 전화번호, 배송지 주소가 자동으로 들어가 있어 고객은 클릭 한 번이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라이 창 웬 대표는 “닌자링크의 결제옵션에는 COD도 포함되기 때문에 동남아 현지 소비자 구매를 유도하는데 유리하다”며 “셀러는 닌자링크를 통해 얻은 판매 데이터와 고객 데이터도 얻을 수 있어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려는 이들에게 새로운 디지털 마케팅 옵션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유니레버사(Unilever)사가 현지에서 닌자링크를 통해 인플루언서 기반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라이 창 웬 대표는 “닌자밴에게 물류는 동남아의 고객을 세계와 이어주는 다리”라며 “세계의 제품이 동남아의 거점도시뿐 아니라 지역 구석구석까지 배송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라이 창 웬 대표는 동남아시아 라스트마일 영역에서 경쟁력의 핵심을 ‘네트워크’로 꼽았다. 특히 동남아 지역의 복잡한 육로와 도서산간 지역까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배송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라이 창 웬 대표는 “농촌 지역까지 포함한 촘촘한 물류 네트워크망을 구축해야만, 이를 연결해 동남아권 전체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크로스보더 네트워크 물류망을 운영할 수 있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기술의 적용과 사람의 교육 모두 균형 있게 관리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유치한 투자금 역시 기술 영역 개발과 함께 새로운 물류거점을 확보하고 트럭과 같은 운송수단을 구비하는 인프라 확충에 집중 사용할 것”이라 밝혔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라이 창 웬 대표와 함께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가 함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두 업체는 이전부터 CBT 영역에서 협업 기회를 모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디톡스 행사에 참여한 라이 창 웬 닌자밴 대표(좌)와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우)

 

라이 창 웬 대표는 “최근에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라인과 같은 SNS들은 소셜커머스 산업의 중요한 채널이 됐다”며 “더 많은 소셜 인플루언서(Social Influencer)가 닌자링크를 활용해 많은 한국의 상품이 동남아로 전해질 수 있기를 바라는 와중에 한국 지역의 상품 픽업 영역에서 메쉬코리아와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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