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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vs카카오, ‘모빌리티’에서 한 판 붙자!

by 김동준 기자

2018년 05월 01일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가 기업 아이덴티티를 재구축하기 위해 혈안이 된 모습이다. 단순히 검색엔진만 제공하던 과거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좀 더 고도화 된 기술을 다루는 기업으로 보이고 싶은 눈치다.

 

네이버는 올해부터 ‘네이버 테크 포럼’이라는 이름의 미디어 스터디를 매달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랩스가 개발한 기술 분야에서의 다양한 성과를 소개하고 대외적으로 알리겠다는 목적을 가지고서 말이다.

 

카카오 역시 지난 3월 양일(10~11일)에 걸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카카오스쿨’을 개최했다. 행사의 성공 여부에 따라 향후 다양한 주제로 카카오스쿨을 지속할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들 행사가 가지는 공통의 아젠다는 4차 산업혁명의 총아라고 일컬어지는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신(新)기술이다. 네이버는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기술을, 카카오는 인공지능 기술을 행사의 첫 주제로 내세웠다.

 

네이버의 미래먹거리는?

 

최근 네이버랩스는 글로벌 지도・위치 서비스업체인 히어(HERE)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당시 네이버랩스와 히어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실내지도 구축 과정을 자동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드는 궁금증은 왜 네이버라는 타이틀을 가진 회사가 지도·위치 서비스 업체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냐는 것이다. 이는 네이버가 가지고 있는 장기적인 구상을 잘 살펴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지난 3월 네이버랩스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D2스마트팩토리에서 ‘네이버 테크 포럼’을 진행했다. 이날 강연자로 등장한 사람은 네이버랩스 연구개발(R&D) 실무진인 석상옥 리더(로보틱스 분야)와 백종윤 리더(자율주행차 분야).

 

강연에 앞서 연사로 나선 송창현 네이버랩스 대표는 “히어라는 회사는 (실외 뿐 아니라) 실내지도도 가지고 있는 회사”라며 “실내지도의 가장 큰 이슈는 주변을 실시간으로 디텍트(detect)해서 이를 지도에 즉시 올릴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 이를 (실시간으로) 해낼 수 있는 회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말 그대로 네이버는 정밀하면서도 ‘리얼타임’화(化) 된 실내지도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로보틱스 기술. 이미 ‘M1’이라고 명명된 실내 측위 로봇을 개발한 네이버랩스는 대형 쇼핑몰 등 우리 주변의 생활 현장에서 해당 로봇의 필드 테스트를 마친 상황이다. 또한 M1과의 시너지를 낼 ‘어라운드’라는 실내 자율주행 로봇도 선보였다.

 

▲네이버랩스가 개발한 실내 측위 로봇 ‘M1’과 실내 자율주행 로봇 ‘어라운드’

 

네이버랩스가 ‘실내측위’, ‘자율주행’ 등 두 개의 로봇을 선보인 이유는 ‘비용’에 있다. 일반적으로 실내 측위 로봇에 들어가는 센서와 카메라는 고가의 제품이다. 즉, 로봇을 양산하기에는 아직까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이에 네이버랩스는 머리를 썼다. M1이라는 실내 측위 로봇으로 지도 데이터를 만들고, 어라운드는 해당 데이터를 이용하는 방식을 적용한 것이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로보틱스 연구개발 파트의 석 리더는 “고가의 센서로 좋은 지도를 만들어 비교적 저렴한 로봇이 해당 지도를 이용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작전”이라며 “M1이 지도를 만들어 클라우드에 올리면 어라운드가 이를 활용하는 방식을 통해 (로봇 도입에 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네이버랩스가 자랑으로 내세운 것은 자사가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 기술이다. 송 대표는 “현재 네이버가 가지고 있는 자율주행차 기술은 미국자동차기술자협회(SAE) 기준 레벨4가 제시한 임무(Task)를 큰 무리 없이 수행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한 조만간 해당 자율주행차 기술을 증명할만한 영상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네이버가 해당 기술을 통해 얻으려는 것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 네이버랩스 측은 생활에 가치를 부여할 기술이 필요한 곳으로 실내(집)와 이동(교통)에 방점을 찍는다. 매핑(Mapping) 기술을 기반으로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최상의 지도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자율주행 기술과도 접목해 실생활에서의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송창현 네이버랩스 대표는 ‘네이버 테크 포럼’에서 생활에 필요한 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생활에 가치를 부여할 기술이 필요한 곳은 집과 이동, 교통”이라며 네이버랩스의 방향성을 소개했다.

 

실제 네이버가 선보인 로봇 어라운드는 예스24 부산 F1963점에 도입된 상태다. 상황에 맞춰 기능을 다변화할 수 있는 어라운드가 예스24 매장 내에 맡은 임무는 도서를 수거하고 정리하는 사서 역할이다. 자율주행과 매핑, 로보틱스 기술이 결합해 실생활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증명을 해낸 사례다. 해당 서비스를 통해 축척된 로봇(어라운드)의 대(對) 인간 상호작용 데이터는 좀 더 나은 로봇 개발을 위해 활용될 방침이다.

 

송 대표는 “(산업이나 군사 등 분야에서의 기술 활용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술 개발의 방향이 생활과 사람 옆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생각은?

 

반면 카카오는 인공지능 기술을 다양한 플랫폼에 적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즉, 네이버처럼 자율주행 기술을 직접 개발하기 보다는 마스오토(화물차 특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같은 기업에 투자해 기술기반을 확보하고, 자신들은 인공지능 개발에만 집중하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카카오는 자사의 인공지능 기술을 일반인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지난 3월 카카오 판교오피스에서 ‘카카오스쿨’을 개최했다.

 

카카오가 가진 인공지능에 대한 개념을 좀 더 실질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카카오 판교오피스에서 열린 카카오스쿨을 직접 참관했다. 여기서 느낀 것은 카카오가 인공지능을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카카오 측은 키보드와 마우스 기반의 전통적인 유저 인터페이스(UI)는 물론, 스마트폰 기반의 터치 인터페이스를 뛰어넘는 음성인식 인터페이스에 주목하고 있었다. 이는 인공지능을 통해 구현하는 기술의 영역에 해당한다.

 

조디악 카카오미니 개발 총괄은 강연에서 “기존에 사용해왔던 서비스를 단 하나의 문장(음성)으로 쉽게 쓸 수 있도록 한 것은 일상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인터페이스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미니라는 스피커는 하나의 디바이스 형태일 뿐이며, 그 뒤에 있는 것은 ‘카카오i’라고 하는 플랫폼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음성 인터페이스를 시작으로 인공지능 기반의 다양한 네추럴 유저 인터페이스(NUI)를 장래에 선보인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조디악 총괄은 “음성인식이 (인터페이스 진화의) 마지막은 아니다”라며 “음성과 시각, 사물인식 뿐만 아니라 사람이 생각만 하면 구현되는 형태의 인터페이스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우선 현시점에 가능한 기술은 음성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카카오는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개념의 인터페이스를 통해 실생활 속에 기술을 녹이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예컨대 음성인식 기술을 단순히 스피커라는 디바이스가 아닌, 집 안에 내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생활과 연결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클로드 카카오AI 부문장은 “(카카오의 인공지능 기술은) 퍼스널 컨시어지. 즉, 집사에 해당하는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며 “‘모든 것을 연결한다(Connect Everything)’는 모토로 사람과 정보, 오프라인, 사물을 연결하는 것이 우리들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실제 카카오의 방향성은 완성차 업계와의 협업을 통해 시장성을 일부 증명했다. 바로 현대자동차 일부 차종에 적용된 인공지능 기술이다. 카카오는 지난 2월 인공지능 플랫폼인 카카오i 기반 음성인식 기술을 현대차 신형 벨로스터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향후 현대차 내 주력 차종으로 기술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게 카카오 측 설명이다.

 

논란의 중심, 카카오모빌리티

 

더불어 카카오는 자사의 인공지능 플랫폼 카카오i를 모빌리티 서비스 영역에까지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개최한 미디어데이에서 자사의 교통 서비스 플랫폼인 ‘카카오T’에 인공지능을 적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다년간의 서비스 운영으로 축적된 승객들의 빅데이터에 인공지능 기반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좀 더 나은 서비스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지금까지 쌓은 이동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용자들에게 미래 운행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8 미디어데이’를 통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유료 택시 호출 서비스인 ‘우선호출’과 ‘즉시배차’에 대한 개념을 공개했다.

 

또한 소비자들의 편리성을 증진시킨다는 구상 외에도 수익성이라는 목표를 잡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택시 호출 서비스는 출시 초기부터 지금까지 줄곧 무료로 운영돼왔다. 때문에 업계 내・외부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서비스 운영방식에 의문부호를 제기하는 여론도 일부 형성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내놓은 것이 ‘우선호출’ 과 ‘즉시배차’ 서비스다.

 

해당 서비스는 카카오i의 인공지능 및 딥러닝 기술로 구축된다. 때문에 배차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카카오모빌리티 측 설명이다.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각각의 택시기사가 어떤 호출요청에 잘 응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어떤 맥락에서는 반드시 목적지가 아닌 공차시간이나 교통상황, 시간대에 따라 (호출) 수락확률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딥러닝을 통해 플랫폼을 학습시키고, 수락확률이 높은 기사를 대상으로 호출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의 장밋빛 구상에 벌써부터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우선호출과 즉시배차 서비스 시행을 앞두고 잡음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택시운송사업법에 따르면 콜택시의 경우 콜비 이외의 운임료를 택시기사가 고객에게 징수하는 것은 위법이다. 카카오는 내부적인 법률 검토를 끝냈고, 국토교통부나 서울시와의 논의도 긴밀히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정 대표는 “기존 콜비의 경우 콜택시를 운영하는 회사에 입금해야 할 수수료를 기사들이 수취해 입금했던 것이고, 이는 수취대행에 해당한다”며 “우리의 방식은 플랫폼에 대한 수수료이기 때문에 운임과는 무관하고, 불법 이슈는 없다는 내부 검토 의견도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실상 논의를 진행했다는 정부나 지자체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사를 통해 카카오T 유료 서비스 시행 여부를 알았다”고 말했다. 택시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관계자 역시 “카카오모빌리티가 (유료화) 비즈니스 모델을 완결해서 만든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지금 도입하겠다는 방식에 대해서는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답했다.



김동준 기자

청와대 대변인실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정치부/산업부 기자로도 일했다. 지금은 CLO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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