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플랫폼 꿈꾸는 IT공룡들의 특허는?
-‘현재 적용’ 기술로 모빌리티 시정 선점 노리는 카카오
-에어카트 특허 무상 공개, ‘미래 모빌리티’ 대비하는 네이버
카카오와 네이버. 한국의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인 양사가 맞붙은 전장의 한 축에는 ‘모빌리티’가 있습니다. 카카오는 임지훈 (전)대표 체제에서부터 부단히 강조했던 O2O 전선을 ‘스마트모빌리티’로 통합했으며, 스마트모빌리티를 전문적으로 하는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를 지난해 분사했습니다. 네이버 같은 경우 기술개발 자회사 ‘네이버랩스’를 통해 공간과 이동의 편의를 만드는 모빌리티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허는 출원 후 1년 6개월이 지나야 공개됩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특허를 통해 두 회사의 모빌리티 전략의 방향을 예측할 수는 없을까요. 각각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두 회사의 모빌리티를 살펴봤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 ‘현재’를 강화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택시(콜택시), 카카오드라이버(대리운전), 카카오내비(내비게이션)와 같은 교통과 관련된 모빌리티 서비스를 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카카오모빌리티 특허의 대부분은 ‘카카오택시’, ‘카카오드라이버’에서 차량을 호출하고, 호출된 차량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모두 현재 카카오모빌리티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특허가 적용되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카카오T(사진: 카카오T 모바일)
카카오의 모빌리티① 호출 회피를 막기 위한 큰 그림
▲ KR20160081638A : 승하차지점 제공방법
본 특허는 카카오택시 서비스 서버가 승객으로부터 출발지와 목적지를 포함하는 호출 요청을 수신하고, 택시기사에게 호출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카카오택시에 탑승하고자 하는 승객은 스마트폰을 통해 카카오택시 서비스 서버로 택시를 호출합니다. 카카오택시 서비스 서버는 택시기사의 스마트폰으로 호출 정보를 생성하여 전달합니다. 호출 정보에는 목적지 정보, 예상 수익 정보, 목적지에 도착시 또 다른 승객을 태울 수 있는 확률에 대한 정보, 이동 거리, 이동 시간에 대한 정보가 포함됩니다.
하지만 택시기사에게 모든 호출 정보가 제공되는 것은 아닙니다. 복수의 호출 정보 중, 택시 기사의 호출 수락률을 상대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정보가 선택적으로 제공됩니다.
본 특허에 제시된 방법은 택시기사의 호출 회피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보통 택시 운전자들은 호출 정보에 포함된 승객의 목적지를 보고 단거리 운행인지, 돌아올 때 빈 차로 나올 수 있는 지역인지 기사의 ‘경험’으로 판단합니다.
만약 승객의 출발지나 목적지가 운행 기피 지역인 경우, 택시기사는 해당 승객의 호출을 수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호출을 기피하는 기사들이 많아지면, 지역별 호출 수락률의 차이가 커지게 됩니다.
이에 본 특허에서는 단순히 목적지에 대한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택시기사가 목적지(승객 도착 지점)까지 승객을 태울 경우에 발생하는 예상 수익이나, 목적지에 도착해서 다른 승객을 태울 수 있는 확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앞선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택시기사가 승객 호출에 대한 응답을 보다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카카오의 모빌리티② 대신 호출을 위한 밑거름
▲ KR20160078389A: 타인을 승객으로 지정한 콜택시 호출에 대한 택시배차 방법, 장치 및 컴퓨터 판독가능 기록매체
본 특허는 호출자와 승객이 다른 경우, 택시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법에 관련된 것입니다. 즉, 카카오택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호출자가 다른 사람을 승객으로 지정하고, 지정된 승객이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받게 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본 방법을 통해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님 대신 자녀가 카카오택시를 부른다거나, 호텔, 식당 등의 서비스업자가 고객 대신 카카오택시를 부를 수 있습니다.
또한, 호출자가 승객을 대신하여 택시 요금을 계산할 수도 있습니다. 본 특허는 카카오톡에 등록된 친구를 선택하여 대신 택시를 호출하고, 승객 아닌 호출자가 직접 택시비를 결제하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카카오의 모빌리티③ 쓸데없는 ‘이동’을 줄여라
▲ KR20160081638A: 승하차 지점 제공 방법
본 특허는 승객과 기사의 단말기로 적절한 승차지점 및 하차지점을 추천해주는 기술입니다.
택시를 호출하면, 승차 지점이 택시가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이거나 혹은 도로 상에 있는 택시의 위치와 반대 방향에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택시와 승객이 만나기 어려워지면, 자연스레 승객이 지불하는 택시비나 운행 시간이 늘어나게 됩니다.
따라서 기존 택시 승하차 이력을 고려하여 택시 운행 요금 및 운행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승차 지점 및 하차 지점을 추천하여 택시기사와 승객이 보다 효율적으로 운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카카오모빌리티의 특허들은 주로 카카오택시 서비스와 관련된 것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사업 방향은 현재 기술과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여 눈앞에 직면한 모빌리티 시장에서 독자적인 지위를 가지는 데 있습니다.
이에 따라 카카오모빌리티는 향후 미래 모빌리티 기술에 대한 주도적인 연구보다는 바로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들에 대해 연구하고 특허를 출원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카카오택시 서비스는 사업 특성상 수요와 공급의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령 심야 도심 지역과 같이 택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경우, 서비스 매칭이 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에 따라 향후 카카오모빌리티가 출원할(혹은 이미 출원됐을지 모르는) 특허는 모빌리티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서 수요와 공급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들이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네이버랩스, ‘미래’를 바라보다
네이버랩스는 네이버의 기술개발 자회사로, 모빌리티의 지능화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랩스에 따르면 “실제 사람들의 삶이 펼쳐지는 공간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그 공간과 공간 사이를 연결해주는 모빌리티의 지능화에 집중하며 삶에 스며드는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 네이버랩스가 추구하는 ‘모빌리티’의 정의(사진: 네이버랩스 홈페이지)
네이버랩스는 현재까지 54건의 특허를 출원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재 열람할 수 있는 특허는 네이버랩스의 에어카트(AIRCART)와 관련된 2건의 특허뿐입니다. 본고에서도 에어카트와 관련된 특허를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에어카트는 근력증강 웨어러블 로봇에 사용되는 pHRI(physical human-robot interaction) 기술을 활용하여 무거운 물체를 가볍게 운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카트입니다. 또한, 카트 손잡이의 힘 센서로 운전자의 조작 의도를 파악해 카트의 움직임을 제어하기 때문에, 따로 조작 방법을 배울 필요 없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 네이버랩스에 따르면 에어카트는 전에 없던 첨단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로봇 기술을 적절하게 응용한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조종자는 직관적 인터페이스를 통한 힘 증강을 통해 손잡이의 센서에서 미는 힘과 방향을 측정하여 실시간으로 카트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랩스에 따르면 에어카트는 안전을 위한 자동 브레이크 장치를 통해 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내리막길에서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제 구체적으로 에어카트와 관련된 특허를 살펴보겠습니다.
네이버의 모빌리티① 무거운 것을 ‘가볍게’
▲ KR20170102894A: 전동식 이동 대차의 힘 감지 센서 캘리브레이션 방법 및 그 장치
본 특허는 에어카트의 동작을 위한 캘리브레이션(Calibration, 눈금 매기기) 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위의 그림에서와 같이 에어카트에는 좌측 힘 감지 센서, 우측 힘 감지 센서가 별도로 존재합니다.
해당 감지 센서를 기반으로 에어카트는 사람이 카트에 가하는 좌측 힘과 우측 힘을 센싱하고, 센싱 결과에 따라 힘을 증폭하여 사람이 카트를 이동시키는 데 도움을 줍니다.
본 특허는 힘의 센싱에 따른 에어카트의 이동에 관한 것이 아니라, 힘의 증폭을 위한 캘리브레이션 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원칙적으로 에어카트와 같은 전동식 이동 대차를 사용하기 전엔 매번 힘 감지 센서부의 영점(Zero Point)을 새로 설정하는 캘리브레이션 작업을 해주어야 합니다.
기존의 대부분 전동식 이동 대차의 경우, 전원을 켤 때 구동 직전에 캘리브레이션을 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은 사용자가 전동식 이동 대차의 근처에 있으면서 손잡이를 잡거나 본체에 기대는 등 사용자 스스로가 캘리브레이션의 외부 간섭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용하기 직전 전동식 이동 대차는 주로 사람의 활동 공간 내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무작위 간섭 요인에 쉽게 노출되기도 합니다.
전동식 이동 대차에서 힘 감지 센서부는 전동 모터를 제어하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따라서 영점의 작은 오류도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가령 영점 오류가 있는 상태에서 전동식 이동 대차를 조작하는 경우, 다시 말해 외부의 간섭이 없는 상태에서 영점을 설정하지 않으면, 급발진 등 사용자가 의도치 않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부의 간섭으로 인해 에어카트가 오른쪽 방향으로 10이라는 힘이 가해지는 상태를 ‘0’점으로 설정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렇게 영점이 잘못 설정되면, 이후 사용자가 왼쪽 방향으로 10만큼의 힘을 가한다고 할지라도, 에어카트는 전체적으로 20의 힘이 왼쪽 방향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사용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속도로 에어카트가 움직이게 됩니다.
본 특허에서는 이러한 영점 오류를 해결하기 위하여, 에어카트에 포함된 배터리(Battery)를 충전하는 동안 에어카트에 인가되는 힘을 감지하는 힘 감지 센서부의 센싱값을 수집합니다. 그리고 수집된 센싱값을 이용하여 힘 감지 센서부의 영점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수집된 센싱값 중 최대값과 최소값을 제외한 나머지 센싱의 평균값으로 상기 힘 감지 센서부의 영점이 설정됩니다. 또한, 수집된 센싱값이 설정 개수 이상이면 상기 수집된 센싱값을 이용하여 힘 감지 센서부의 영점을 설정하고, 수집된 센싱값이 설정 개수 미만이면 사전에 정해진 초기 설정 값 또는 이전에 영점으로 설정된 센싱값으로 힘 감지 센서부의 영점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영점이 설정되어 결과적으로 사용자가 에어카트를 보다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네이버의 모빌리티②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
▲ KR20170102896A : 전동식 이동 대차의 안전 제어 방법 및 그 장치
본 특허는 에어카트의 동작을 사람이 조작하지 않는 경우, 에어카트의 속도를 정지시키기 위한 브레이크의 전력 소모량을 효과적으로 제어하여 에어카트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에어카트의 제어부는 전동 모터에 소프트락(Softlock) 또는 하드락(Hardlock)을 걸 수 있습니다. 소프트락은 전력 소모를 필요로 하지 않는 상태에서 약한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1단계 제동이고, 하드락은 전력 소모를 통해 더욱 강한 힘으로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2단계 제동입니다.
제어부는 사람이 에어카트를 조작하는지 여부와 에어카트가 평지 혹은 경사로에 위치하였는지의 여부를 판단하여 에어카트에 소프트락을 설정할지 하드락을 설정할지를 결정합니다.
사람이 에어카트를 조작하지 않고 평지에서 멈춰있는 상태인 경우, 제어부는 1차적으로 소프트락을 설정합니다. 또한, 평지에서 사람의 조작 없이 갑자기 에어카트가 움직이는 경우, 하드락을 설정하여 에어카트의 움직임을 막을 수 있습니다.
만약 에어카트가 경사로에 있다면, 사람의 조작이 없어도 에어카트가 움직일 수 있으므로, 소프트락 대신에 하드락을 설정하여 에어카트가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합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에어카트는 저전력을 사용하면서도 경사로에 위치하거나 사용자가 아닌 외부의 힘에 의해 움직여질 경우 안정적이고 빠르게 제어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기술과 특허로 미루어 보았을 때 네이버랩스는 현재 바로 적용될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보다는 향후 미래 모빌리티 기술 연구에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로보틱스, 자율주행, 차량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 플랫폼을 통한 모빌리티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 영역에 대한 연구 및 투자가 진행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아직 공개되지 않은 특허 중엔 다양한 모빌리티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도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현재와 미래를 보는 차이, 접점은?
카카오모빌리티와 네이버랩스의 모빌리티 사업은 전술한 것과 같이 차이가 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가 바로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모빌리티 기술, 미래 모빌리티 기술에 대한 연구 개발보다는 눈에 보이는 모빌리티 시장에 대한 플랫폼 선점을 노리는 것처럼 보인다면, 네이버랩스는 당장 현장에 적용할 수는 없으나 미래 모빌리티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투자와 미래 시장에 대한 대비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네이버랩스의 에어카트는 물류센터, 병원, 마트, 서점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 가능합니다. 실제로 에어카트는 부산의 한 서점에서 서적 운반용으로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네이버 측은 올해 상반기 중 에어카트의 기술과 특허를 무상으로 공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으나 네이버랩스의 기술과 특허의 무상 공개는 테슬라가 전기차 관련 특허들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모빌리티 관련 기술 및 산업의 파이를 키우고, 다양한 모빌리티 관련 제품과 회사들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 생각됩니다.
이 외에도 네이버랩스는 3D 전문 기술기업 ‘애피폴라’를 인수하고, 실시간 위치측정 스타트업 ‘폴라리언트’와 협력하면서, VR/AR, 지도, 위치 측위 분야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스타트업 ‘럭시’, 리무진 비즈니스 스타트업 ‘이지식스 코리아’, 자율주행 스타트업 ‘마스오토’ 등을 인수, 투자하면서 카풀 서비스, 자율주행 분야까지 나서는 모습입니다.
현재로선 카카오모빌리티와 네이버랩스의 모빌리티 사업의 방향성 차이가 어떠한 결과를 가지고 올지, 무엇이 보다 나은 방식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두 회사 간의 접점이 크지 않은 듯 보이나, 구글과 우버의 관계처럼 언젠가 모빌리티 관련 분야에서 경쟁적인 관계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향후 두 업체가 어떤 다른 모습으로 한국 모빌리티 산업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