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꿈꾸는 ‘모빌리티’
허물어진 영역에서 만들어내는 ‘가치’
글. 김철민 편집장
네이버와 카카오. 한국을 대표하는 두 IT기업에겐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기술과 플랫폼을 통해 우리 생활 전반의 편의를 만들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두 기업이 만든 전혀 새로운 생태계는 생활 전반에 걸쳐 형성돼 있습니다.
네이버의 ‘라인’과 카카오의 ‘카카오톡’. 사람 사이의 소통을 편하게 만듭니다. 네이버의 ‘쇼핑’과 카카오의 ‘커머스’. 의식주를 아우르는 거래 행위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음악’, ‘웹툰’, ‘영화’, ‘게임’까지. 콘텐츠를 통한 문화 영역까지 장르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이쯤되면 두 회사가 또 하나의 생활영역인 ‘이동(Mobility)’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찌 보면 필연일 겁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어디론가 이동하며, 동시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이제 레벨4 완전자율주행 기술까지 개발했다고 하는 네이버가 그 기술을 통해 만들고자 하는 것은 ‘지도’입니다. 혹자는 이미 위치기반 지도검색이 잘 되는데, 무엇을 더하려고 하느냐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네이버가 만들고자 하는 지도는 내비게이션 속 ‘실외’에 멈추지 않습니다. 건물 안의 세세한 부분까지 보여줄 수 있는 ‘실내지도’를 자율주행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구축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카카오는 기존 ‘교통’ 영역에 집중됐던 서비스를 생활 속 이동 전반으로 확장하고자 합니다. 카카오모빌리티 서비스의 통합브랜드인 ‘카카오T’에서 T가 의미하는 것이 Taxi가 아닌 Transportation인 것이 이를 방증합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기업 ‘럭시’를 인수하고, 자율주행 화물차업체 ‘마스오토’와 렌터카 기반 리무진 예약 서비스 ‘이지식스코리아’에 투자한 것도 교통 그 이상의 생태계를 만들고자 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의중을 보여줍니다.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가 형성한 거대한 전선에 있어 ‘모빌리티’는 일부일 뿐입니다. 오히려 두 기업은 이동보다 큰 영역에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 개발에 대해 더 관심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모빌리티를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하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라인과 카카오톡은 의사소통과 함께 ‘사람의 이동’을 만들어냅니다. 메신저에 괜히 지도가 붙어있는 것이 아닙니다. 네이버쇼핑과 카카오커머스는 ‘물건의 이동’을 만들어냅니다. 두 회사가 모두 ‘음식배달’에 진출한 것은 우연이 아니겠지요. 현재까지 ‘사람의 이동’과 ‘물건의 이동’을 만드는 역할은 각각 교통과 물류라는 산업이 맡고 있습니다.
이제 상상을 할 차례입니다. 교통과 물류의 역할이 뒤엎이고, ‘이동’이라는 하나의 가치로 합쳐지는 순간을요. 그리고 경계가 허물어진 영역에서 누가 가치를 만들어낼지 말입니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는 “바다 건너 땅까지 가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아니냐”는 몇몇 사람들의 비판에 이렇게 답을 했다고 합니다. “알고 나면 간단한 일이지만, 누구도 먼저 하진 못했다”고요. 그 유명한 콜럼버스의 달걀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