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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궁알쓸] 롯데가 만든 '거꾸로수박바', 왜 CU에서만 파나요?

by 김태영 기자

2018년 04월 08일

CU에서만 만날 수 있는 롯데제과의 '거꾸로 수박바', 왜 롯데계열 편의점은 냅두고 CU인가

NPB(National Private Brand) 트렌드 확산... 제조와 유통의 공동개발 및 단독출시

‘안궁알쓸’은 ‘안 궁금하지만 알면 쓸모있는 이야기’의 약자입니다. 바쁜 일상 속 별 관심 없이 지나쳤던 사소한 현상을 본지 김태영 기자가 관찰합니다.

 

출시되자마자 큰 관심을 받았던 롯데제과의 ‘거꾸로 수박바’. 이 아이스크림이 CU에서만 판매된다는 사실을 혹시 알고 있는가. 롯데그룹은 편의점 계열사인 세븐일레븐을 갖고 있다. 왜 굳이 세븐일레븐이 아닌 CU, 그것도 단독 공급일까.

 

지난해 여름, 기자는 아무 생각 없이 CU 편의점을 방문했다 깜짝 놀랐다. 아이스크림 냉장고 안 ‘거꾸로 수박바’를 처음 본 것이다. 누가 이런 혁신적인 발상을 했을까. 과일 수박의 껍질은 먹을 수 없을뿐더러, 껍질 근처 하얀 부분을 먹으면 비린 맛만 나서 대부분 버리지만 아이스크림 ‘수박바’는 다르다. 수박바를 먹다보면 오히려 아래 초록색(과일로 치면 껍질) 부분이 너무 적어 아쉬운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처음 만난 거꾸로 수박바는 마치 기자의 이런 마음을 뚫어 본 것 같았다.

▲롯데제과의 거꾸로 수박바. 기존 수박바의 붉은색 부분(수박살)과 초록 부분(수박껍질)이 뒤바뀌어 있다.

 

기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는지 거꾸로 수박바는 2017년 6월 출시 열흘만에 100만 개가 판매됐다. 초당 1개 이상 팔린 수치다. 이 뿐 아니다. 지난해 여름 시즌 동안 약 700만 개를 팔았다. 유튜브에 거꾸로 수박바 리뷰 영상이 1만 개 이상 등장했고, 가장 인기 있는 영상은 조회수가 약 50만 건에 달한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했던가. 거꾸로 수박바를 먹고 난 소비자가 SNS를 통해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였다. 거꾸로 수박바를 먹으니 빨간 부분(수박살)이 부족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심지어 초록 부분보다 빨간 부분이 더 맛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수박바의 초록부분이 더 맛있어서 아쉽다는 기존 문제가 그대로 뒤집혀서 발생했다. 

 

결국 롯데제과는 줄무늬 수박바를 출시해 ‘그래 그럼 이제 반반을 만들어주겠다’로 소비자들의 니즈에 대응했다.

 

롯데끼리는 '협업'이 안되나요?

 

기자는 거꾸로 수박바를 접한 이후 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런데 친구왈. "거꾸로 수박바를 파는 편의점을 찾을 수가 없다"더라. 처음 거꾸로 수박바를 구입한 곳이 CU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기자는 당황했다. 이후 인터넷 검색을 통해 거꾸로 수박바는 CU에서만 판매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궁금증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롯데제과에서 만든 수박바가 롯데 계열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이 아닌 CU에서 독점판매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자 주변의 몇몇 소비자들은 "롯데의 폐쇄적 조직문화 때문에 내부 계열사들 사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롯데 계열사인 세븐일레븐이 아닌 CU와 협업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말인지 궁금해서 롯데 유통계열사에 근무하다 퇴직한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롯데가 타기업보다 폐쇄적인 조직문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소통이 잘되고 개방적인 편”이라 답했다.

 

롯데제과 측 생각도 비슷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롯데제과는 CU랑만 협업하지 않았다. 다양한 고객사들과 지속적인 협업을 하고 있다”며 “GS25와는 ‘유어스 스크류바 젤리’, 세븐일레븐과는 ‘요구르트 젤리’를 출시했다. CU의 ‘거꾸로 수박바’가 그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아서 그런 의문이 생긴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롯데제과 관계자에 따르면 ‘거꾸로 수박바’가 많이 팔리긴 했지만, 세븐일레븐에서 판매된 ‘요구르트 젤리’ 또한 꽤 팔렸다. 출시 50일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했다는 설명이다.

 

PB를 넘어 NPB로

 

편의점 업체들은 2016년부터 PB(Private Brand) 상품 판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PB 상품이란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게 공급 받은 상품에 자체 브랜드를 붙여 출시한 상품이다. BGF리테일은 ‘HEYROO’로, GS리테일은 ‘YOU US’, 세븐일레븐도 커피, 라면, 젤리 등 다양한 PB를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PB 상품의 시장규모는 지속 성장할 전망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에 따르면 PB뿐만 아니라 NPB(National Privat Brand) 상품도 주목받고 있다. NPB는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공동 개발해 특정 유통업체에서만 독점 판매하는 상품을 뜻한다. ‘거꾸로 수박바’는 CU에서만 판매하고 있지만 롯데제과와 공동 개발 후 CU 독점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에 NPB 상품이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NPB 상품이 많아지고 있다”며 “유통업계의 새로운 흐름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롯데제과 측은 롯데제과가 만든 상품이 롯데 계열사에만 공급되는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데 우려하는 모양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롯데 계열사인) 세븐일레븐 하나의 편의점과 단독 상품개발을 지속할 경우,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생길 것”이라며 “모든 유통채널을 동등한 고객이라고 생각하고 상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제과가 만든 '거꾸로 수박바'가 CU에서만 판매되는 이유는, 제조와 유통의 협업을 통해 공동개발, 독점판매하는 NPB 상품이기 때문이다. NPB가 뜬다니 해당 유통채널에서만 판매하는 상품은 무엇이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오늘 저녁은 GS25에서 판매하는 '틈새라면'을 먹어야겠다.



김태영 기자

물류를 통해 사람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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