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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편의점... 원가절감의 열쇠는 무인화?!

by 임예리 기자

2018년 04월 12일

국내 편의점 4만 개 돌파, 무인화로 운영효율 높일까

주류·담배 판매, 상품 진열, 매장관리 등 완전무인화까지는 다소 시간 필요해

편의점 생활물류거점 세븐일레븐 이마트24 CU GS25 무인화 언택트

 

편의점이 공급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지난달 12일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신규 개점한 편의점 수는 6324개, 폐점한 편의점 수는 2001개로, 폐점보다 개점이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2016년 기준).

 

국내 편의점 수는 4만 개를 넘어섰다고 추정되고 있다. 인구 1,300명 당 한 개의 편의점이 있는 꼴이다. 편의점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2,200명 당 1개)보다도 많은 수치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편의점 프랜차이즈의 매장 수는 CU가 1만 2,459여 개, GS25가 1만 2,404여 개, 세븐일레븐이 9,217개, 미니스톱이 2,439개, 이마트24가 2,565개다.(작년 11월 기준)

 

이런 상황에서 이제 편의점 업계의 새 구도를 만드는 것은 새로운 점포를 늘리는 것보다, 기존에 있는 경쟁사의 편의점을 뺏어오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 가맹점주가 운영하는 편의점 사업 특성상, 가맹점주는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더 수익이 날 수 있는 편의점 브랜드를 선택하게 된다. 특히 편의점 숫자가 증가하는 속도에 반비례해 점포당 매출이 점점 감소하는 지금 상황에서는 수익확대와 더불어 ‘원가 절감’에 대한 가맹점주의 니즈가 강력해질 수밖에 없다.

편의점 무인화 생활물류거점 세븐일레븐 CU GS25 이마트24▲  2017년 편의점 점포 증감율 및 점포당 매출액 추이(전년동월대비)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상가정보연구소)

 

무인화, 원가절감의 열쇠되나

 

2018년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2017년보다 16.4% 오르면서 역대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원가절감이 더 큰 숙제로 대두된 상황, ‘무인화’가 편의점업계의 활로가 될지 관심이 모인다.

 

편의점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 이전부터 업무 효율화, 원가 절감 차원에서 ‘무인 시스템’을 고민하고 있었다. 숙제는 기술도입에 대한 단가였다. 가령 2000년대 초반, RFID* 기술을 활용한 자동 계산 방식이 세간에 큰 관심을 받은 적이 있다. RFID 기술로 인해 편의점의 유통 효율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일었다.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무선인식이라고도 하며, 반도체 칩이 내장된 태그, 라벨 등에 저장된 데이터를 무선주파수를 이용해 비접촉으로 읽어내는 인식시스템(출처: 두산백과)

 

하지만 당시 RFID 태그의 가격은 한 개에 1달러 정도로 비쌌다. 때문에 상품 단가가 비교적 낮은 편의점 업계에서 정식 도입되지는 않았다. 이후 RFID 칩의 생산기지가 중국으로 몰리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칩의 가격은 내려갔고, 현재는 개당 1센트까지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칩의 가격 인하는 중국의 빙고박스가 2016년에 들어서야 RFID 기술을 활용해 무인 편의점을 선보일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아마존고만 하더라도 세상에 공개되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즉,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무인 시스템은 한 순간에 ‘뚝딱’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신광수 경희대학교 유통학과 교수는 “무인화 기술 적용을 통해 유통 원가를 절감하는 것은 충분히 실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편의점 가맹점주까지 이에 확신을 가진다면, 향후 무인화 시스템 역량은 점주가 편의점 브랜드를 선택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왜 굳이 ‘편의점’인가

 

국내 편의점업계 또한 무인화를 향해 한 발짝 움직이는 모습이다.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5월 무인매장인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열었다. 이마트24 역시 이후 무인매장 4개를 오픈하여 테스트 운영하고 있다. CU와 GS25의 경우, 본격적인 무인매장 시스템은 아니지만, 키오스크와 자판기, 소비자 셀프 계산앱 등을 시범 도입하며, 프로세스 효율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무인화 편의점 생활물류거점

 

대형마트도 백화점도 아닌 ‘편의점’에서 유독 무인화 바람이 거센 이유가 있다. 편의점이 취급하는 상품 카테고리와 업무 특성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특성 전문상품이나 고가제품이 아닌 일상용품이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비해 작은 매장크기와, 적은 상품 구색으로 매장 관리가 비교적 쉽다.

 

따라서 편의점은 화장품이나 의류 매장에서처럼 매장 직원이 제품에 대해 별도로 고객에게 설명할 일이 많지 않다. 편의점의 직원은 기본적으로 고객을 돕는 헬퍼(Helper)보다는 ‘계산만 해주는’ 캐셔(Casher)의 역할을 맡는다. 즉, 계산 과정만이라도 무인화할 수 있다면 충분히 전체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여기에 무인화로 출점전략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가맹제도를 활용하는 한국 편의점 업계의 특성상 매장을 많이 확보할수록 수익이 많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

 

가령 편의점을 운영하기엔 이익이 크지 않아 직영점을 내기에도, 가맹점을 내기에도 애매한 장소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비록 이익이 크게 나지는 않지만, 출점할 수만 있다면 물류망과 유통망 구축에 도움이 되는 장소가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장소의 매장을 확보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무인점포가 활용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매장을 많이 확보하는 것만큼 매장을 촘촘하게 엮는 것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물류망과 유통망을 구축해 자사의 생태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라 전했다.

 

완전무인화는 아직까지...

 

무인매장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전면 무인화를 실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복수 편의점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직까지 편의점 업무에는 반드시 사람이 투입되어야만 하는 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상품 진열’, ‘18세 이하인 청소년이 주류나 담배를 구매하려고 할 때 대응’, ‘상품의 손·망실이 발생했을 때’가 있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매장은 모두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 다수의 무인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 불구하고 사람과 공존을 선택한 모습이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는 주류나 담배도 판매하고 있는데 현행법상 대면 판매가 원칙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상품 진열과 폐기상품의 처리, 매장 내부 청소, 고객 지원 등 사람이 직접 해야 할 업무도 존재한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무인화 편의점 생활물류거점 ▲ 기자가 세븐일레븐 1호점에 방문했을 당시, 상품 교체시간에 직원이 유통기한이 지난 간편식품을 따로 골라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마트24는 일부 무인화를 선택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완전무인화보다는 유인매장을 보완하는 형태에 가깝다. 가령 밤 11시부터 익일 오전 6시까지 완전무인화로 운영되는 매장의 경우, 해당 시간에 사람은 없지만 모든 것이 자동으로 처리되진 않는다. 이마트24는 상품을 교환하거나 환불하는 경우에 대응하기 위해 본사에서 24시간 무인매장 헬프 데스크를 운영한다. 고객은 매장에 비치된 전화로 문의를 할 수 있다.

 

무인매장을 ‘맘먹고’ 턴다면

 

완전무인 편의점이 확대되기 어려운 이유로 ‘보안’의 어려움이 꼽히기도 한다. 현재까지 무인매장에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물건을 훔치려는 행위를 사전에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의 무인계산대는 상품의 가격 스캔만 진행할 뿐, 결제는 소비자가 카드로 직접 진행한다. 만약 소비자가 상품을 놓을 때, 상품이 밀착되어 있으면 무인계산대는 바코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악의적으로 많은 상품을 스캔하여 그중 바코드가 찍히지 않은 상품을 그대로 가져갈 수도 있는 것이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무인화 편의점 생활물류거점 ▲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안에 있는 무인계산대

 

이마트 24도 마찬가지다. 무인매장에 출입할 때 카드를 찍고 들어가지만, 그 과정에서 별도로 많은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없다. 게다가 결제할 때는 출입할 때 찍은 카드가 아닌 다른 카드를 이용해도 상관이 없다. 이마트24 역시 셀프 계산대에서 직접 계산을 해야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 역시 악의적으로 계산을 누락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세븐일레븐, 이마트24 양사는 모두 보통 매장에 쓰이는 수보다 많은 CCTV를 내부에 설치하고, 보안회사와 연결해 실시간으로 매장 모니터링을 하는 방식으로 도난 문제를 방지하고자 한다. 이로 인해 도난 사건이 일어나더라도 빠른 후속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어딘가 ‘사람’이 필요하다.

편의점 무인화 이마트24 생활물류거점

▲ ①야간에만 무인으로 운영되는 이마트24 성수백영점에 들어가려면 카드를 찍어야 한다. ②매장 한 편에 아직 진열되지 않은 상품이 비치되어 있다. 도난이나 파손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 ③고객이 직접 바코드를 찍어 계산을 해야 한다.

도난문제에 대응하는 아마존고와 빙고박스

 

아마존고의 경우 앱을 통해 개찰구에 들어가는데, 이때 개인 결제수단에 대한 정보와 소비자 정보를 얻는다. 중국 빙고박스도 마찬가지다. 편의점에 들어가기 이전에 회사는 앱을 통해 고객의 실명, 전화번호, 결제수단 등을 알고 있다. 아마존고 매장에는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는 100여 개의 센서가 달려있고, 빙고박스에서 파는 상품에는 RFID 태그가 달려 있어 계산되지 않은 상품이 문을 지나치면 경고음과 안내음성이 나간다.
 

한편, 완전 무인화가 어려운 이유로 서비스 측면에서 비대면 서비스를 낯설어하는 소비자의 존재가 꼽히기도 있다. 물론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언택트(Untact, 비대면) 서비스가 인기를 몰고 있으며 편의점 구매 특성 상 높은 서비스 수준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소비 성향이 까다로운 한국의 소비자에게는 ‘대면 서비스’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는 오프라인 매장 경험에 대한 니즈가 존재한다”며 “백화점이나 마트 등은 소비자가 첫 방문 이후 재방문을 유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편의점의 경우도 비슷하다”라고 전했다.

 

‘입지’와 ‘구색’... 별 차이 없어

 

현재까지 무인매장과 기존 편의점의 ‘입지’와 ‘구색’의 차이점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편의점업계에 무인매장이 들어선 것도 초기단계인지라 더 많은 실험과 그에 따른 결과 도출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이마트24는 현재 4개의 무인매장(완전무인화 2개, 유인+무인 2개)을 운영하고 있는데, 해당 매장들은 인오피스, 도로변, 사무실이 밀집한 상가, 대학교 안 등 다양한 상권에 입지해 있다. 다양한 상권에서 기존 편의점 대비 무인매장이 적절하게 활용될 수 있는 영역을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이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의 경우, 1, 2호점 모두 인오피스 형태로 입점해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무인매장의 경우 매장 안의 기기 사용법 등을 낯설어 하는 고객들이 있고, 관리 차원에서 인오피스 형태를 선택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당분간은 인오피스 형태로 (무인매장을) 출점할 것”이라 전했다.

 

상품 구성의 경우, 양사 모두 아직까지 기존 편의점의 상품 구성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기존의 편의점에 있는 원두커피 머신이나 라면 조리 기계, 전자레인지 등은 거의 모든 무인매장에도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일반 편의점과 달리 세븐일레븐, 이마트24의 무인매장에 성인용품(콘돔)이 비치되어 있지 않고, 택배서비스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사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무인 매장에 최적화된 상품 구성을 고민, 연구하고 있는 과정에서 제외된 품목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인오피스로 들어선 매장 특성상 성인용품이나 택배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마트24 관계자는 “현재로선 어떤 상품구성이 가장 최적화된 구성이 될지 단언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편의점업계 특성상 계절 등 외부요인에 따라 매출 변화폭이 크기 때문에 최소 1년 이상은 무인매장을 운영하면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편의점 무인화 이마트24 세븐일레븐 생활물류거점

 

어찌됐든 실험은 계속된다

 

세븐일레븐은 점진적으로 시그니처 매장을 넓혀갈 계획이다. 이마트24는 공격적인 점포 출점과 동시에 미래형 매장의 포맷 중 하나로 무인매장에 대한 실험을 계속하겠다고 전했다. 이전까지 무인매장에 대해 비교적 소극적이었던 CU와 GS25 역시 각각 SK C&C, KT와 미래형 편의점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을 발표하며 무인매장을 향해 한 걸음 내딛었다.

 

이에 하드웨어 영역을 포함해 다양한 무인 프로젝트가 단계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이 과정에선 사람 직원만을 고용했을 때보다 오히려 비용부담이 증가할 가능성도 높다. 판매 외에 인건비를 보존할 수 있는 추가적인 서비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신 교수는 “택배, 우편대행 서비스뿐만 아니라 지역밀착형 서비스 등으로 편의점의 신규 수익원을 창출한다면 무인매장 정착 과정에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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