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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국 역직구, 사드에서 얻은 교훈들

by 임예리 기자

2017년 11월 21일

사드라는 시험대, 철저한 대비만이 합격의 왕도  

계란 나눠담기, 리스크 대비해 여러 모델 활용해야

역직구, 이커머스, 전자상거래, 크로스보더, CBT, 사드, 중국

 

한반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이 처음 언급된 것은 2014년이었다. 이후 2015년 사드 배치 가능성을 두고 한국, 중국, 북한, 미국이 공식석상에서 각자의 입장을 밝혔다. 온도차는 뚜렷했다. 한국은 사드 구매절차가 진행된 적 없다고 강조했고, 중국은 지속적인 우려를 표했으며, 북한은 한국을 비난했고, 미국은 논의 중이라는 미지근한 반응만 내비쳤다.

 

그러다 2016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드 필요성을 언급하며 사드 도입을 결정지었고, 사드 배치 부지로 경상북도 성주가 결정됐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은 사드 배치를 더욱 가속화시켰고, 지난달 6일 새 정부의 국방부 역시 사드 잔여 발사대 4기를 임시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사드 배치가 본격화되자, 일찌감치 불만을 표해오던 중국 정부가 한한령(限韩令)이라는 보복성 조치를 시행했다. 먼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공연이 취소되는 등의 피해 사례가 터져 나왔다. 올해 3월에는 민간 경제 영역에서 비교적 강도 높은 제재인, 자국 여행사에 방한상품 판매 금지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으며, ‘단체 여행객’에 대한 제재도 시행됐다. 한국관광공사의 발표에 따르면, 방한 중국 관광객의 수는 지난 8월 약 34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1.2% 감소했다.

 

이처럼 오프라인 소비자(중국 관광객)가 줄어드니 관련 유통시장에도 먹구름이 꼈다. 면세업계가 대표적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분기 298억 원, 신세계면세점은 43억 원의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신라면세점도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한 같은 기간보다 각각 8%, 27% 하락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 중 자유 관광객과 단체 관광객의 비율이 약 55 대 45인 상황에서 방한 상품 판매 금지 조치의 효과는 바로 나타난다”며 “심지어 중국 정부가 자국 여행사에게 자유 여행객의 한국행 비자 발급 대행마저 못 하도록 제한하고 있어 사드 여파가 장기화될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사드 갈등이 한창이었을 당시 대중 역직구 업계는?

 

한중 관계가 지난달 31일 ‘개선 관련 양국간 협의 결과’ 발표를 분기점으로 서서히 해빙기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업계 분위기는 전에 없이 추웠다. 빙하기가 한창이었던 올해 2분기 대중국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역직구)액은 4,405억 원으로, 전 분기(6,200억 원)에 비해 28.9% 감소했다. 2015년 이후 가장 큰 하락세다. 미국(-8.9%), 아세안(-9.8%), 일본(-5.2%) 등과 비교해도 중국 역직구 판매액의 감소율은 특히 컸다.

역직구 중국 이커머스 전자상거래 CBT

▲ 주요 국가의 분기별 온라인 해외 직접판매액

 

당시 업계의 우려는 크게 두 가지였다. 중국 정부의 보복성 통관 강화와 군중심리로 인한 중국 소비자의 소비 위축이었다. 보복성 통관 강화란, 따이고우(代购: 보따리상)와 같은 완전 불법 통관을 제재함과 동시에 관행적으로 통과되던 영역에서도 엄격한 통관 절차를 도입하는 것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따이고우는 명백한 불법임으로 불만을 제기할 여지가 없으나, 그동안 관행적으로 통과됐던 것들을 엄격하게 검사하면서 통관이 지연되거나 불허되는 일이 늘었다는 의견이 있었다. 화장품과 식품에 대한 위생검역 허가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A라는 라벨과 B라는 문구가 적힌 채로 위생허가를 받은 화장품 용기의 글씨가 일부라도 바뀌면 전부 통관 불허 판정이 내려졌다.

 

통관 검사가 강화된 시점이나, 북한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과 중거리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며 한반도와 사드를 둘러 싼 갈등이 고조된 올해 3~4월에 일시적으로 통관 지연이 발생했다는 것에서, 이러한 조치가 사드 배치를 의식한 결과가 아닌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준복 옐로익스프레스 대표는 이러한 통관 강화가 중국의 관세법과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한국과 달리 중국의 관세법은 큰 뼈대로만 존재한다. 실제 구체적인 법 적용은 중국 해관총서(海关总署)*가 각 지역 세관에 지침을 내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침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각 지역의 통관허가 권한을 가진 물류업체가 낸 의견이 반영되기도 한다. 이는 중국 내 지역적인 특색을 고려해 법 적용을 하기 위함이다.

* 중국의 수출입 통관 업무를 총괄하는 국무원(国务院)의 직속 기구

 

그런데 작년 말부터 중앙 해관총서에서 지방 세관에 일일이 관섭하는 모습이 포착되며 관행으로 여겨지던 부분이 조금씩 지워지고 있다고 이 대표는 설명한다. 이 대표는 “결국 이전보다 더 면밀하게 통관 규정과 중국의 관세법을 주시하고 이에 대비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전자상거래 이커머스 역직구 중국 통관

▲ 대중국 전자상거래 B2C 통관 방식

 

한편, 중국 정부의 보복성 통관 강화와 함께 한국 상품에 대한 중국 소비자의 소비 심리 저하도 위험 요소였다. 중국 국민들은 민족주의적 성향이 비교적 강하다. 때문에 정치적 문제로 중국인들 사이에 혐한 감정이 불거지면, 이는 광범위하고 극단적인 한국 상품 불매 운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2년 중국과 일본 간에 ‘댜오위다오(센가쿠열도)’ 분쟁이 일어났을 때 중국 전역에서 일본 상품에 대한 불매 운동과 과격 시위가 벌어진 바 있다.

 

실제 올해 초 중국 소비자의 상품 수요가 급격하게 줄었다는 목소리가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사는 합법적인 방식으로 통관을 진행함에도 화주의 물량 자체가 줄었고 기존의 10분의 1 정도로 물량이 준 곳도 있다”며 “한 상품이 고전을 겪으면 소비자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대체제가 빈자리를 꿰차는데, 최근 일본 제품이 중국에서 다시 강세를 보이는 게 이와 관련 있다”고 밝혔다.

 

물론 한국의 화장품과 패션 관련 상품은 중국 소비자 사이에서 ‘가성비 좋은 상품’이라는 인식이 형성돼 있고 일정 소비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상품에 대한 전면적인 불매 운동가 일어나진 않았다. 반대로 말하면, 최종 고객사나 전자상거래 업체 관리를 잘해온 유통업체나 시장 경쟁력을 갖춘 화주를 고객으로 삼는 업체라면 현재와 같은 위기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와 물류업체에 물량 쏠림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사드가 국내 역직구 시장에 소위 ‘물갈이’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계란을 나눠 담는 전략

 

사드 배치로 인한 혐한령이 실재했는지, 그것이 국내 역직구 업체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분분하다. 하지만 사드는 배치됐고,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로 국제 정세가 ‘시계 제로’의 상황에 빠짐에 따라 불확실성은 커졌었다. 불확실성은 불안을 낳는다. 언제 또다시 제2, 제3의 사드 사태가 터질지 모르는 일이다.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중국 온라인 최대 쇼핑 축제인 쌍십일(双十一)과 연말 성수기를 바라보는 한국 역직구 업계의 반응이 밝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이에 많은 역직구 업체들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전략으로 중국 리스크를 줄여나가는 전략을 펼쳤다. 합법적인 통관 방식을 활용해 중국 시장을 꾸준히 공략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거나 중국 내 한국 상품의 유통 비율을 낮추는 것이다.

 

옐로익스프레스 이준복 대표는 동남아와 같은 새로운 시장을 살피는 한편 한국 이외의 제3국의 상품을 중국에 유통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동남아의 경우 중국처럼 한류가 퍼진 뒤 소비자들이 한국 의류나 화장품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단순히 상품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로 상품을 현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이 대표는 동남아에서 아직까지 오프라인 소비 비율이 높은 만큼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오앤코코리아(이하 아이오앤코) 역시 한국 상품을 유통할 수 있는 새 시장을 발굴하고, 제 3국의 상품을 중국에 유통하면서 매출 경로가 다양해지고 있다. 아이오앤코 전재훈 대표는 “사드를 의식한 것은 아니었는데, 시장과 상품을 다양화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중국 리스크를 피할 수 있었다”며 “올해 7월에는 자체 최고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고 전했다. 아이오앤코는 지난해 말 설립한 홍콩 풀필먼트 센터에서 한국 이외 국가의 상품을 집하해 중국으로 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한 지난 6월에는 글로벌 물류 솔루션인 AFS(AIONCO Fulfillment Service)를 론칭하며 중국 외 8개 국가에 K뷰티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전 대표는 “CBT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6년 설립된 옴니채널 소비 플랫폼 즈위고우(自娱购) 역시 기존 역량을 극대화하여 사드 리스크를 줄이고자 했다. 즈위고우의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방한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쇼핑앱인 O2O 앱과 한국 역직구몰이다. 즈위고우는 앱과 역직구몰의 포인트를 연동하여 중국인 관광객이 앱을 통해 모은 포인트를 중국에 돌아간 뒤 역직구 몰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을 방문한 여행객이 지속적으로 한국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중국 정부의 방한 여행객에 대한 제재가 심화됨에 따라 O2O 앱에서의 매출이 악화됐다. 결국 즈위고우는 올해 5월 O2O 앱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고 자사의 역량을 역직구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즈위고우는 중국 기업의 임직원을 위한 기업 전용 폐쇄몰을 운영하며 새로운 소비자층을 확보했다. 현재 즈위고우는 약 400여 개 브랜드의 3만여 개(SKU 기준)의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즈위고우 김대갑 대표는 “최근 한국 상품의 비중을 줄이고 미국이나 독일의 상품 비중을 늘리고 있고, 특히 구매력 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프리미엄 친환경 제품을 소싱하고 있다”며 “그 결과 3~4월 주춤했던 매출이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김 대표는 “즈위고우는 정식 B2C 통관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통관 지연 등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배송에 대한 신속성을 고려해 현재 7:3 정도인 직배송과 보세구배송에서 보세구 배송의 비율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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