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S DOGS(출처: UPS DOGS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배달을 알리는 초인종 소리가 울리면 반려견이 낯선 신호를 감지하고 짖기 시작합니다. 집 주인은 문을 빠끔히 열어 물건을 받습니다. 문틈 사이로 개가 으르렁댑니다. 택배와 개는 상극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관계를 바꾸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글로벌 특송업체 UPS입니다. UPS가 소셜네트워크 페이스북에서 운영하는 UPS DOGS가 인기입니다. UPS DOGS는 배송기사가 배송을 하며 만난 강아지의 사진을 찍어 올리는 페이지로, 현재 해당 페이지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만 77만 명이 넘습니다.
UPS DOGS에 관한 반응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는 ‘국내에도 이런 서비스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법 했습니다. 국내에도 반려동물 문화가 많이 성숙해지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도 21.8%나 된다고 합니다.(통계청) 다섯 가구 중 한 가구는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UPS DOG와 같은 서비스가 국내에도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해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입니다. 국내 물류업계 종사자 A씨는 “사람도 집에 없는 경우가 많은데 개와 사진을 찍고 페이지에 올리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택배업계 종사자 B씨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우선 미국과 한국의 주거 문화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는 미국처럼 마당과 대문이 있는 집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둘째, 반려동물을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개를 그야말로 ‘반려(짝이 되는 동무)’로 여기는데 반해, 국내에는 아직까지도 개를 그저 집 지키는 동물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B씨는 “국내에서 개는 택배기사의 천적”이라며 “주변에서 배송 도중 개에 물린 기사들도 꽤 된다”고 전했습니다.
B씨는 특히 국내 택배기사의 사정이 UPS 기사들과 같지 않다는 것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배송 건당 수수료를 받는 국내 택배기사가 개와 사진을 찍고 페이지에 올릴 여유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입니다. 국내 택배기사들은 그야말로 시간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항상 잰걸음으로 다니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지도 않습니다.(<파주서 발견한 택배의 ‘정수’>) 대부분의 직원이 노조에 가입해 있고, 배송기사의 일을 외부에 위탁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Episode 536: The Future Of Work Looks Like A UPS Truck>, Planet Money) UPS와 사정이 다르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아쉽게도 국내에 UPS DOGS와 같은 서비스가 나올 일은 당분간 없을 듯합니다. 이와 같은 '사랑스러운(?)' 서비스의 이면에 여러 문제가 얽혀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