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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풀필먼트] 풀필먼트에 대한 불편한 진실

by 엄지용 기자

2017년 10월 07일

요새 뜨는 풀필먼트? 그거 사실 옛날부터 있었어!

(진정한) 풀필먼트는 '데이터의 연동'과 '실물일치'가 만든다는데

지난달 28일 아마존글로벌셀링컨퍼런스에서 소개된 FBA(Fulfillment By Amazon) 개념도. 풀필먼트라는 용어가 뜨는데 아마존이라는 기업이 단단히 한 몫 한 것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필자주) 

Idea in Brief

요새 뜬다는 풀필먼트가 사실 예전부터 있었던 서비스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상 3PL업체들 또한 고객의 니즈에 따라 주문을 받아 상품 포장하고 배송까지 대행하는 ‘주문처리’를 하고 있으니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온라인이 뜬다고? e풀필먼트의 수단이 되는 e풀필먼트 센터도 사실 옛날부터 있었다. 이미 교과서에도 나오는 ‘크로스도킹 센터’라는 것이 있지 않나. 그럼 풀필먼트는 그저 마케팅을 위한 허상에 불과한 구호일 뿐인가. 그럼에도 그건 아닌 것 같다. 또 다시 교과서에서 이야기를 꺼내보자면 풀필먼트의 핵심은 ‘부가가치물류(Value Added Logistics)’가 만든다.

 

“풀필먼트? 요새 다들 마케팅 슬로건처럼 외치는데, 사실 그거 예전에도 있었던 거야” 최근 한 물류인프라 업계 관계자와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이야기다. 한국에서 3PL(TPL)이라 불리는 한참 전부터 있던 사업도 사전 정의만 놓고 봐서는 ‘풀필먼트’라는 것이다. 풀필먼트(Fulfillment)의 사전적 의미는 고객의 요청에 따른 ‘주문처리’이며, 실상 3PL업체들도 화주의 니즈에 따라 주문을 받아 상품을 포장하고 배송까지 대행하고 있으니 어찌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럼 왜 뜬금없이 요즘 ‘풀필먼트’가 뜨고 있는가. 요즘 뜨고 있는 풀필먼트는 엄밀히 이야기하면 e풀필먼트에 가깝다. 예전엔 많은 화물을 창고에 대량 보관해두고,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간헐적으로 입출고하는 ‘보관형 창고’가 대세였다면, 이커머스의 성장으로 인해 다품종 소량의 화물을 산발적으로 입출고하는 온라인 물류센터가 빠르게 늘어난 것이 그 배경이다.

 

허면 e풀필먼트는 새로운 트렌드일까. 사실 이것도 조금은 애매하다. 창고를 말 그대로 그냥 통과하는 개념으로 사용했던 창고는 예전에도 있었고, 물류학 교과서에선 그것을 ‘크로스도킹 센터’라 부른다. 지금 뜬다고 하는 ‘e풀필먼트 센터’ 역시 기능적으로는 예전에도 있었다.

 

풀필먼트의 핵심에 대한 고민

 

그럼 당최 풀필먼트가 왜 뜨고 있는가. 업계 일각에서 이런 의문과 함께 풀필먼트도 한 때 한국을 달궜던 ‘빅데이터’와 같은 마케팅 슬로건처럼 이용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어찌 보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풀필먼트는 존재한다. 그러나 사전적 의미인 ‘주문처리’ 서비스만으로는 부족하다. 풀필먼트가 빛나기 위해서는 결국 단순 주문처리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제공해야 된다. 다시 한 번 물류학 교과서에 나오는 식상한 용어를 꺼내보자면 ‘부가가치물류(VAL, Value Added Logistics)’가 곧 풀필먼트의 경쟁력이 된다.

 

풀필먼트 서비스를 만드는 부가가치의 대표주자는 ‘시스템’이다.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와 같은 시스템은 풀필먼트의 핵심 경쟁력으로 풀필먼트 서비스 업체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그러나 시스템만으론 또 부족하다. 한국에 WMS를 구축해주는 업체는 3PL 업체만큼 많다.

 

‘데이터 연동’과 ‘실물일치’

 

완연한 e풀필먼트를 만들기 위해선 단순히 ‘온라인 센터’를 보유하고, ‘시스템’만 가져서는 안된다. 고객 주문부터 시작해서 창고 입고, 보관, 출고, 배송까지 공급망을 흐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정보(Data)’가 끊임없이(Seamless) 이어져야 한다. 동시에 ‘데이터’로 존재하는 정보와 실제 화물 정보가 일치해야 한다.

 

데이터 연동, 즉 심리스(Seamless)한 연동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 심리스한 연동이 완성된 풀필먼트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쇼핑몰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고객주문이 이 쇼핑몰에 들어오면 해당 정보는 엑셀작업과 같은 ‘별도의 작업’을 할 필요 없이 최소한의 검수 이후 OK 버튼 클릭 하나로 풀필먼트 사업자에게 넘어간다. 이후 포장, 출고, 택배업체 인계까지 창고 안에서의 작업 과정들도 풀필먼트 업체가 들이는 ‘별도의 공수’ 없이 자연히 흘러간다. 배송을 담당하는 택배업체 또한 이 정보를 받아서 고객에게 전달한다. 요즘 같은 세상에 택배 트래킹 정도는 고객에게 당연히 해줘야 하는 것 아니겠나.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의 변화는 ‘데이터’로 남아 쇼핑몰 업체가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데이터로만 남으면 의미가 없다. 실제 실물 정보와 데이터가 일치해야 한다. 가령 쇼핑몰이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해 ‘재고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해보자. 그런데 실제 재고를 확인해보니 재고 수량이 맞지 않고 ‘누가 한지도 모르는’ 파손 상품이 다량 발생했다. 쇼핑몰이 풀필먼트 사업자에게 원인을 파악하고자 전화를 거니 풀필먼트 사업자도 어디서 파손된지 모른다고 한다. 매우 화가 나는 상황이지만 실제 종종 있는 일이다. 결국 실물 데이터의 변화 또한 실시간(까진 못하더라도, 최대한 가깝게)으로 반영할 수 있어야 엄연한 의미의 완성된 풀필먼트 서비스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숙제

 

그럼 국내에는 ‘데이터의 연동’과 ‘실물 일치’를 완성한 풀필먼트 서비스가 있을까. 아쉽게도 한계가 있다. 국내 환경은 데이터 연동의 핵심으로 언급되는 ‘오픈 API’라는 것을 제공하는 것에 인색하기 때문이다. 복수 국내 풀필먼트 사업자 사이에서 거론되는 ‘인색함’의 대표주자는 쇼핑몰 호스팅업체들이고, 이 때문에 고객 주문 단계부터 데이터를 끌어오는데 큰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실물 일치’가 잘되고 있는가. 이것도 쉽지 않다. 실물 일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물을 다루는 작업자들이 데이터를 만들기 위한 규정을 엄수해야 되는데, 그것이 잘 안 된다. 입출고시 창고 작업자의 바코드 스캔 한 번만 잘못돼도 실물 재고 정보가 틀어지는 판이다. 만약 동대문 사입 상품과 같이 바코드조차 없는 상품이 들어온다면? 상상도 하기 싫어진다. 풀필먼트 사업자들이 창고 작업자 관리에 절치부심하는 이유다.

 

어찌됐든 옛날부터 있다고 하는 풀필먼트를 ‘완성’하는 것은 이렇게 어렵다. 이는 동시에 풀필먼트 서비스를 잘만 만들어 놓으면 확실한 진입장벽이 되고,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오늘도 3PL업체, WMS업체,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을 막론하고 풀필먼트의 완성을 위해 분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부턴 본론이다. 오늘부터 3일간 연재를 통해 풀필먼트를 만들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는 실제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본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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