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부가가치를 만드는 열쇠, 물류 데이터
이커머스 셀러라면, 풀필먼트 데이터에 주목하라
글. 박찬재 두손컴퍼니 대표
물류스타트업을 운영하는 한 사람으로써 물류가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인건비는 매년 인상되는 추세고, 물류업계의 저단가 경쟁은 이미 고착화된 지 오래다. 이렇게 ‘팍팍한’ 운영구조 안에서 일부 지역 택배 영업소들이 파업을 하는 등 문제가 가시화되기도 한다. 여기서 발생한 비용은 다시금 물류업체에게 전가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여기서 ‘부가가치’란 단순히 ‘프로세스 효율화’나 ‘인원 감축’과 같이 물류 수익성을 1%, 3%씩 개선시키는 물리적인 방법(사실 이 또한 매우 힘든 일이다.), 혹은 거대한 직접 자본에 의한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물류의 수익성을 10배, 20배 이상 급성장시키는 방법을 의미한다. 필자는 그 해답을 ‘데이터’에서 찾고자 한다.
분산된 데이터 경쟁력
물류업계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돼왔다. 특히나 그 고민을 가속화시킨 것은 ‘이커머스’의 성장이다. 이커머스 물량은 압도적으로 늘어났고, 그에 따라 축적할 수 있는 물류 데이터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과거 물류가 ‘생산’과 ‘배송’ 데이터 축적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은 ‘구매’와 ‘금융’ 등 다양한 데이터가 혼재되면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물류가 모든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류는 혼자서 만들 수 없고, 그렇기에 데이터 또한 여러 파트너들에게 분산되기 때문이다.
가령 인형을 판매하고 있는 셀러가 있다고 한다면, 인형을 입점시키는 ‘마켓플레이스’, 인형의 재고와 입출고를 관리하는 ‘물류센터’, 인형의 배송을 담당하는 ‘택배업체’가 모을 수 있는 데이터는 각각 다르다.
▲ 풀필먼트업체(물류센터)가 축적하는 데이터와 마켓플레이스의 데이터 누적시점 비교. 풀필먼트 데이터는 온라인 데이터에 비해 수집할 수 있는 폭이 넓다. (자료: 두손컴퍼니)
마켓플레이스의 데이터는 특정 시점 판매 데이터에 한정돼 있다. 때문에 다시 활용하기 어렵다. 인형이 최근 한 달 동안 유행했다고 해서 내년 동기에도 잘 팔리라는 법은 없다. 또 마켓플레이스는 자사 플랫폼에서 판매된 데이터 외에는 데이터를 축적할 방법이 없다. 11번가가 지마켓에게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상상이다.
택배업체의 경우 송장에 적혀있는 배송 출발지와 도착지 정도가 축적할 수 있는 데이터의 전부다. 데이터에 제품 정보가 빠져 있다. 때문에 해당 데이터는 온라인 셀러에게 있어서 반쪽짜리 데이터에 불과하다.
풀필먼트 데이터의 가능성
반면 물류센터(풀필먼트)에 축적될 수 있는 데이터는 다르다. 제품이 탄생하고 쇠퇴할 때까지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판매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 다양한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한 셀러들의 상품이 풀필먼트 센터에 들어오고 나가기 때문에, 마켓플레이스 판매 데이터도 종횡 누적된다. 11번가에 입점하는 셀러나, 지마켓에 입점하는 셀러나 ‘물류센터’를 가리지는 않는다.
이러한 물류 데이터는 중소형 이커머스 업체들에게 굉장히 큰 가치를 만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초기 이커머스 업체들이 제품을 소싱하고 또 판매 계획을 세우는데, 이에 활용할 수 있는 핵심 데이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없어 ‘감’으로만 운영하는 셀러들 대부분이 ‘정량적’인 판단 지표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규모를 갖춘 풀필먼트 센터가 축적한 데이터가 잘 가공돼 셀러들에게 제공될 수 있다면, 한국에 있는 수만 개의 이커머스 셀러들은 재고 리스크를 줄이고 동시에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데이터에 눈 뜬 물류
혹자는 반문할 수 있겠다. 빅데이터가 유행한 것은 오래전 이야기다. 그런데 정말 데이터가 부가가치가 있냐고 말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데이터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변화를 꾀하는 업체들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우정사업본부는 1,000여 대에 가까운 전기차량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발표만큼이나 주목받았던 것이 있었으니, 우정사업본부가 보유한 빅데이터를 외부에 개방하겠다고 한 내용이다.
우정사업본부가 직접 빅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연간 38억 건의 우편물류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향후 공공데이터화(化) 함으로써 외부에 개방할 것이라는 게 해당 발표의 주요 골자다. 신뢰도는 높지만, ‘공공기관’이라는 왠지 보수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던 우정사업본부가 변화의 선두에 섰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업계에 회자된다.
해외에서도 데이터의 중요성에 주목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미국 이커머스 스타트업인 ‘스티치픽스’가 대표적이다. 이 업체는 데이터를 분석해 알고리즘을 만들고, 고객의 수요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얻었다. 최초 3개월 사이 재구매율은 무려 45~50%에 달하고, 지난해 매출액은 1조 원을 넘어섰다.
물류가 ‘배송’과 ‘보관’이라는 기존 관점을 버리자 ‘부가가치’가 보이기 시작한다. 좀 더 크게 보자면 이커머스 시장을 물류 데이터가 주도적으로 혁신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오랫동안 업계의 숙제였던 저단가 아닌 ‘부가가치 물류’의 숙제, 물류 데이터가 그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성균관대학교에서 무역 및 외국어를 전공하였으며, 2012년부터 두손컴퍼니의 대표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2015년 풀필먼트 서비스 '품고(poomgo)'를 런칭하여, 지금까지 100곳 이상의 이커머스 셀러들, 15,000종 이상의 제품들에 대한 물류를 수행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