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보더 물류업체와 마켓플레이스 사업자도 풀필먼트를 한다!
디맨드쉽과 브랜디, 풀필먼트로 '글로벌'과 '동대문'을 넘보다
두 업체의 핵심 경쟁력은 '국경을 넘은 데이터 연동'과 '사입삼촌 물류 특화 OMS'
일반적인 풀필먼트와는 조금 다른 ‘풀필먼트’를 하는 업체들이 있다. 혹자는 “그게 무슨 풀필먼트냐”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는 업체들이다. 풀필먼트로 ‘글로벌’을 공략하기 시작한 크로스보더 물류업체 ‘디맨드쉽’, 갑작스레 셀러들을 위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하는 블로그마켓 마켓플레이스 ‘브랜디’. 이들 모두 풀필먼트에 대한 나름의 사연은 있다.
여기 조금 색다른 풀필먼트 업체들이 있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에게 이 업체들도 ‘풀필먼트’라고 하니 “무슨 걔네가 풀필먼트 기업이냐”라고 강한 반문이 나오기도 한 업체들이다. 어찌됐든 이 업체들은 스스로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고 있고, 그것이 그들의 경쟁력이라고 이야기한다. 대체 이 업체들의 ‘풀필먼트’는 무엇이길래.
과감한 결단, 무모한 결단?
첫 번째 업체의 이름은 ‘디맨드쉽’이다. 2015년 9월 론칭했던 한국발 B2C 크로스보더 국제물류 서비스 업체 ‘헬로쉽’이 2016년 9월 신규법인을 론칭하면서 만든 그 업체 맞다. 크로스보더물류 업체가 갑자기 ‘풀필먼트’를 한다고 하니 앞서 나온 업계의 반문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업체가 지난 4월 갑자기 ‘풀필먼트’를 하겠다고 나섰다. 그것도 ‘글로벌’로 말이다. 더욱이 디맨드쉽은 풀필먼트 서비스를 사업의 핵심으로 잡은 뒤로 그 이전 ‘헬로쉽’ 시절부터 유치해온 약 1200개의 고객 DB를 이전하지 않았다. 디맨드쉽이 한 것은 그저 “우리가 새로운 풀필먼트 크로스보더 서비스를 오픈하고, 이러이러한 개념이니 넘어올 업체만 넘어와라”라는 내용의 메일을 발송한 것뿐이다. 무슨 자신감인가.
그렇게 해서 디맨드쉽으로 넘어온 업체는 1200개 중 단 3개였다. 그 이후 6~7개 회사가 유입되면서 현재는 약 10개 회사가 디맨드쉽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그야말로 무모한 결단이다. 결과적으로 디맨드쉽은 앞서 힘겹게 유치한 수많은 고객들을 잃었다. 후문에 따르면 디맨드쉽의 고객 DB만 해도 탐내는 업체가 있었는데, 그것 또한 전면 봉인했다.
변신의 이유, 핵심은 ‘데이터’
디맨드쉽이 무모하다고 볼 수 있는 결단을 한 이유는 ‘풀필먼트 서비스’로의 새 출발을 위해선 당연히 그렇게 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연재<풀필먼트에 대한 불편한 진실>에서 언급한 것처럼 풀필먼트 서비스에선 ‘심리스(Seamless)한 연동’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선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해줄 수 있는 고객이 필요했다는 디맨드쉽 측의 설명이다. 디맨드쉽에 따르면 누군가가 엑셀 파일을 정리해서 시스템에 올리고, 혹은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이렇게 해달라고 요청해서 풀필먼트 서비스를 받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e풀필먼트’라고 불릴 수 없다.
그럼 B2C 국제물류 서비스를 운영하던 디맨드쉽이 갑자기 ‘심리스한 연동’을 이야기 하며 풀필먼트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디맨드쉽은 일전 헬로쉽 운영 시절 EMS 대비 50% 이상 저렴한 가격에 B2C 물류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화주 입장에선 디맨드쉽 물류센터까지 입고시키는 물류비 부담으로 인해 가격 우위를 크게 못 느꼈던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디맨드쉽이 네트워크를 활용해 아무리 좋은 물류 서비스를 만들어도 화주의 접근성 측면에선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디맨드쉽이 ‘풀필먼트’ 서비스에 발을 디딘 이유다.
박상신 디맨드쉽 대표는 “몇 년 동안 크로스보더 물류 서비스 구축에 돈을 쏟아 부으며 운영하면서 느낀 것은 ‘화주’의 요구에 맞춘 물류 서비스로는 절대로 ‘표준화’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 것”이라며 “그러나 물류회사에 맞춰주고자 하는 화주를 찾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고, 그나마 사용하던 업체들도 디맨드쉽 물류센터 입고까지의 택배비 부담이 크다며, 우체국EMS를 사용한다고 이탈하던 판”이라 증언했다.
남아있는 숙제, 아마존이 출동하면 어떨까
디맨드쉽이 어찌어찌 풀필먼트로 방향을 튼 이유는 이해가 되지만, 여전히 숙제는 남아있다. 가장 큰 숙제는 국내에 디맨드쉽이 요구하는 조건을 받아들일 ‘디지털화된 화주’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국내 화주 입장에선 굳이 디지털화를 할 이유가 없기도 하다. 국내배송시 상품의 무게, 사이즈와 같은 데이터가 필요하지 않으며, 해외배송을 한다고 하더라도 기존 우체국 EMS를 쓴다고 가정했을 때 디지털화는 필요 없다. 화주 입장에서 완전한 풀필먼트를 만들자는 취지를 위해서 부가적인 비용과 공수를 들일 이유가 딱히 없다는 것이다. 실제 디맨드쉽이 풀필먼트 서비스로 방향을 전환한 이후 1200개 화주 중 단 3개만이 남았던 것을 생각해 보자.
디맨드쉽은 그 숙제를 해결할 묘수로 ‘아마존재팬’을 염두에 두고 있다. 아마존재팬이 2017년 9월 1일부로 글로벌 셀러 정책을 바꿨고, 그 내용인 즉슨 일본에 판매하는 한국셀러는 일본 소비자까지 단 5일 이내에 배송을 완료해야 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아마존재팬의 이런 행보를 ‘셀러의 아마존 FBA(Fulfillment By Amazon) 이용 강제화’를 노린 것이라 평가하는 이도 있다. 기존 셀러들이 사용하는 물류 시스템으론 일본까지 5일 배송 조건을 맞추기가 어려우니, 셀러들에게는 일본 아마존 물류센터에 상품을 미리 보내놓는 FBA 서비스를 이용하는 선택지가 강제된다는 것이다. 아마존재팬은 눈감고 영업하는 꼴이다.
실제 아마존재팬의 일전 글로벌셀러 배송 조건이 8일 이내였던 것을 생각하면 셀러 입장에선 어마어마한 허들이다. 디맨드쉽에 따르면 EMS보다 저렴하다고 알려진 항공소형소화물 배송의 경우 빠르면 5일안에 배송하지만, 느릴 경우 2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도 해 셀러 입장에서 규정을 준수하지 못할 불확실성이 커진다. 이 때 EMS보다 60~70% 이상 저렴하고 일본 평균 2.5일 배송이 가능한 디맨드쉽의 풀필먼트 서비스가 출동한다면 어떨까. 더욱이 한국 셀러가 FBA를 이용한다면 부가해야 하는 세금(관세, 소비세 등)도 디맨드쉽을 이용할 경우 B2C 소액통관면세 가격의 상품이라면 내지 않는다.
디맨드쉽 일본 국제배송 가격표. 3kg 화물을 최저 약 13000원에 배송 가능하다.(자료= 박상신 대표 블로그)
디맨드쉽에 따르면 이런 디맨드쉽의 ‘빠른 배송’을 보고 아마존코리아가 먼저 디맨드쉽에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디맨드쉽 풀필먼트 이용 고객사 중에는 아마존재팬에서 판매하는 한국셀러도 있었는데, 이들이 여타 셀러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빠른 배송을 하다 보니, 그것을 보고 물어물어 아마존코리아가 접근했다는 것이라는 디맨드쉽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현재 디맨드쉽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셀러들은 매달 두 배 이상 매출을 신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마존재팬의 글로벌셀러 정책이 본격 가동되고 나면 유입되는 고객사의 수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 말했다.
그는 또한 “향후 디맨드쉽은 고객에게 더 낮은 가격에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데이터와 무인 자동화 기반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만들 것”이라 밝혔다.
니들은 마켓플레이스잖아?
“니들이 무슨 풀필먼트냐”의 두 번째 주인공은 블로그마켓 마켓플레이스인 ‘브랜디’다. 이 업체 또한 그런 이야기가 나온 맥락을 보면 이해가 된다. 브랜디는 지난 7월 ‘브랜디 풀필먼트(FBB, Fulfillment By Brandy)’라는 서비스를 론칭한다는 소식을 알리는 보도자료까지 뿌렸지만, 어찌 된게 이 업체는 얼마 전까지 풀필먼트 서비스를 대행해줄 수 있는 업체를 찾고 있었다. 풀필먼트를 한다고 하는 업체가 ‘풀필먼트 업체’를 찾고 있으니 “브랜디가 무슨 풀필먼트냐”라는 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블로그마켓(인플루언서 커머스)이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블로그 등에서 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패션 인플루언서들이 데일리룩을 올린 것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생겨난 시장이다. 사람들은 패션 인플루언서가 올린 옷을 보고 해당 옷을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을 문의하기 시작했으며, 이것을 본 인플루언서들 역시 동대문에서 해당 의류를 사입하여 판매하기 시작했다. 판매채널이 SNS이기 때문에 당연히 쇼핑몰에 달려있는 주문내역 수정, 결제, 주문조회와 같은 기능은 없다. 소비자 주문이 일정 수준 이상 모이면 인플루언서는 해당 수량만큼 동대문에서 개인자격으로 사입하고, 댓글과 계좌이체 등을 통해 결제를 받았다. 배송? 공동구매를 한다면 기본 10일 이상으로 당연히 느리다.
구체적인 배경을 알아보기 전에 브랜디가 어떤 업체인지부터 알아보자. 브랜디는 2016년 7월 ‘블로그마켓 모음’이라는 컨셉으로 ‘결제’라는 수단을 통해 여러 블로그마켓 셀러를 영입하여 만들어진 업체다. 브랜디는 서비스 론칭 이후 1년 만에 100배가 넘는 거래액 신장을 보이며 성장(지난달 기준 월거래액 성장률 130%)했으며, 회원수 78만(앱다운로드수 110만), 입점셀러 2100명을 거느린 업체가 됐다. 더욱이 재밌는 부분은 현시점 브랜디 입점 셀러 중에는 블로그마켓뿐만 아니라 자사몰을 가진 셀러들까지 1000여개 합류해 있다는 점이다. 이미 결제 기능을 가지고 있는 자사몰이 브랜디에 대거 합류하기 시작한 것은, 브랜디의 플랫폼 영향력이 ‘인플루언서’의 브랜드를 앞지른 것을 반증한다.
브랜디 입점 셀러들. 블로그마켓 인플루언서뿐만 아니라 ‘임블리’와 같은 이미 충분히 큰 쇼핑몰도 보인다.(출처= 브랜디)
어찌됐든 브랜디는 블로그마켓과 커머스를 입점시킨 ‘마켓플레이스’ 사업자다. 그리고 사실 마켓플레이스와 풀필먼트는 거리가 멀다. 마켓플레이스 사업자는 애초에 풀필먼트의 영역인 ‘물류’를 건드리지 않기 때문이다. 플랫폼 사업자인 마켓플레이스는 셀러들의 상품을 노출시키는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자이며, 이후 소비자들을 응대하는 ‘물류’는 셀러들이 우체국에서 보내든, 택배를 보내든, 퀵을 보내든 알아서 하면 된다.
그럼에도 풀필먼트인 이유
그럼에도 브랜디가 풀필먼트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는 분명하다. 그들의 또 다른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입점 셀러 입장에서 ‘풀필먼트’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브랜디에 따르면 셀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스스로 경쟁력이라고 여기는 부분은 IT나 물류가 아니었다. 좋은 상품을 소싱하고 콘텐츠를 만들고,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이 셀러에게 있어선 ‘핵심’이다. 여기까진 크게 새롭지 않다. “쇼핑몰 사장님들은 물류 말고, 핵심에 집중하라”라는 슬로건은 여타 소형 셀러들을 위한 풀필먼트 서비스 제공 사업자들이 흔히 내거는 익숙한 문구다.
그리고 그 슬로건을 내건 풀필먼트 사업자들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소호몰’들을 고객으로 유치했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의문이다. 사실 국내 쇼핑몰 입장에서 물류 아웃소싱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원체 택배가 잘돼있어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택배 발송 이전에 검수, 포장, 발송 등이 귀찮기는 하지만 그것은 그거대로 소호몰 사업자 혼자 할만하다.(혼자서 못하면 동네 친구, 가족을 동원하면 된다.) ‘풀필먼트’라는 이름의 거창한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건당 1000원에 돈을 내기에는 아직 금전적 부담에 대한 고민이 생기는 것이 소호 사업자의 입장이다.
브랜디는 이런 셀러들의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여기서 브랜디 풀필먼트만의 경쟁력이 나온다. 브랜디 마켓플레이스에 이미 넘치고 있는 ‘동대문 셀러’들을 위한 풀필먼트 서비스가 브랜디가 내거는 경쟁력이다.
왜 동대문은 브랜디인가
브랜디는 ‘전문성’과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동대문 셀러에게 특화된 풀필먼트 서비스를 만들었다. 동대문에서 셀러들을 대신해 사입을 대신해주는 업자를 ‘사입삼촌’이라고 하는데, 이 사입삼촌이 활동하는 물류 영역(사입물류, 브랜디는 이를 내부적으로 ‘B2B물류’라 부른다.)이 브랜디가 가진 특화 지점이다. 즉, 셀러 입장에서 브랜디 풀필먼트를 이용할 경우 기존 사입삼촌에게 주문 엑셀을 던지고 다음 아침 옷이 담긴 봉지를 직접 까재끼면서 입고하던 물류 프로세스가 모두 전산화된다. 한 마디로, 셀러는 샘플을 떼오고 사진 촬영하여 상품만 열심히 팔기만 하면 된다.
여기 대봉(큰 봉다리)을 들고다니시는 이 분이 사입삼촌이다. 사입삼촌의 물류 프로세스가 궁금하다면 이 기사(체험 동대문 사입삼촌의 현장, 김정현 기자)를 참조하시라.(사진= CLO 김정현 기자)
브랜디의 전문성이란 일반 공산품의 물류 흐름과 다른 동대문 물류에 특화된 인력으로 구성한 ‘사입팀’이다. 간단히 동대문 물류 흐름을 소개하자면 셀러는 도매상으로부터 샘플을 사다가 모델에게 입혀 촬영한 후 판매를 시작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그날 밤 시장에 주문량만큼 사입을 해다가 택배로 포장해서 판매하는 프로세스다. 즉, 동대문 셀러는 매일매일 상품을 사입할 뿐 ‘재고’를 보유하지 않는다. 브랜디 사입팀원들은 이러한 프로세스를 직접 겪어본 동대문 ‘소매상’, ‘도매상’ 사입삼촌‘ 출신들로 구성돼 있다. 당연히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브랜디 풀필먼트가 갖는 또 다른 강점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구매력이다. 브랜디 풀필먼트를 이용하는 고객사는 물량이 적은 ‘소형업체’라 하더라도 브랜디가 가진 ‘가격 경쟁력’과 ‘협상력’을 공유할 수 있다.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갖느냐고? 일반적으로 선입선출 방식이 아닌 구매력을 가진 소매상에게 구매 우선권을 주는 동대문 물류 프로세스의 특성상 소호(Small Office, Home Office) 규모의 셀러의 입고는 왕왕 늦어지기 마련이다. 입고율 감소는 자연히 출고율 감소로 이어지고, 이후 소비자의 구매취소와 같은 기회비용 증가를 낳는다. 브랜디의 풀필먼트에는 단순히 대량 상품을 구매함으로 발생하는 가격 협상력뿐만 아니라, 기회비용 감소 효과까지 포함돼 있는 것이다.
서정민 브랜디 대표는 “실제 배송시장에서 B2C 물류를 다루는 회사는 많지만, 동대문의 사입물류를 제대로 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며 “브랜디 풀필먼트의 핵심은 직접 경험하고 익힌 사입물류와 관련된 노하우며, 이 역량을 자체 OMS(Order Management System) 시스템으로 구축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물론 업계 한 편에서는 동대문에서 판매되는 의류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받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타난다. 도매상이 판매하는 같은 상품을 여러 소매상이 이름과 모델만 바꿔서 판매하고 있으며, 바코드가 붙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력관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력관리가 안 된다는 것은 곧 풀필먼트의 핵심인 데이터의 흐름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브랜디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셀러가 최초 샘플을 사입할 때 그 샘플을 ‘바코드화’ 시키도록 한다. 그 샘플에 붙은 고유 바코드를 기반으로, 이후 사입하는 상품들은 ‘해당 셀러’가 판매하는 상품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가령 두 셀러가 A라는 옷을 사입했다고 했을 때 이 두 셀러가 판매하는 상품은 엄밀히 말하면 같은 상품이지만, 바코드는 다른 상품으로 인식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브랜디 풀필먼트가 가능한 이유다.
매출을 만드는 풀필먼트
브랜디에 따르면 2017년 8월 기준 브랜디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50개사다. 더욱이 브랜디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이 줄을 서 있다고 한다. 늘어난 물량을 현재 브랜디 창고의 수용력으로 감당할 수 없어서 못 받는 상황이지, 수요는 넘쳐흐른다는 이야기다. 브랜디가 브랜디 풀필먼트 이용 수수료로 내거는 금액은 평균 70-80%선으로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셀러들이 브랜디 풀필먼트를 이용하고자 하는 이유는 브랜드를 이용하면 ‘매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 브랜디에 따르면 브랜디 풀필먼트를 이용한 고객들이 서비스 이용 한 달 만에 평균 30% 이상의 매출증진을 일으켰다. 이는 애초에 브랜디가 초기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을 ‘잘 팔릴’ 셀러로 선정한 것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브랜디의 풀필먼트가 단순 물류대행뿐만 ‘마케팅’ 기능까지 함께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디 앱 메인화면에 걸린 셀러 상품들. 한 번 걸리면 기본 몇 백개 씩 팔린다는 게 브랜디의 설명이다. 리뷰등록률 역시 33%에 달한다. 브랜디 풀필먼트는 물류보다는 셀러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판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브랜디 풀필먼트는 크게 고객에게 세 가지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첫 째는 브랜디 MD의 큐레이션에 따른 마켓플레이스 메인화면 노출이다. 물론 풀필먼트 이용 고객의 모든 상품이 메인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선제조건은 당연히 ‘상품’이 좋아야한다. 그러나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일반 입점 셀러에게는 클릭수 등 ‘데이터’ 기반의 자동 노출만 지원하는 것을 감안했을 때 브랜디 MD의 독자적인 관리가 들어가는 풀필먼트 서비스는 그것만으로도 시작점이 다르다.
또한 브랜디는 풀필먼트 서비스 이용 셀러들에 한정해 ‘11번가’ 동시 상품 노출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이는 브랜디가 블로그마켓 커머스로 11번가에 B2B 입점제휴가 돼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즉, 셀러 입장에서는 브랜디 하나에 입점하고, 11번가까지 두 개의 마켓플레이스에 노출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혹, 구매자가 브랜디가 아닌 11번가에서 셀러의 상품을 구매했다고 하더라도 API가 연동돼 자연히 해당주문 정보는 브랜디 풀필먼트로 이관된다.
마지막으로 브랜디는 혹여 팔리지 않은 재고가 남았을 경우 브랜디가 오프라인에서 정기적으로 여는 플리마켓 ‘브랜디마켓’을 통해 재고를 소진시켜주기도 한다. 브랜디가 일반적으로 판매량만큼만 사입을 하는 동대문 셀러들과 달리, 안전재고까지 함께 보유하여 사입하는 이유는 단순히 ‘자본’이 많아서인 이유도 있지만, 그만큼 재고 소진에 대한 자신감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웃소싱이라도 괜찮아
그래서 브랜디에게 있어 ‘동대문 사입물류’ 이후의 풀필먼트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브랜디가 잘하는 부분은 이 ‘사입물류’ 즉 OMS까지의 영역이라는 것을 브랜디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WMS로 대표되는 창고관리는 그것을 여러 번 해왔던 회사들이 훨씬 더 잘할 수 있고, 배송 역시 택배의 영역이라는 게 브랜디의 설명이다.
물론 현 단계 브랜디는 여타 풀필먼트 서비스 업체가 제공하고 있는 창고 안에서 일어나는 입출고와 포장 프로세스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브랜디는 장차 이러한 부분을 잘하는 업체에 넘기고 브랜디가 전문화된 영역인 ‘사입물류’와 마켓플레이스를 통한 매출증진 지원에 집중할 계획이다.
서 대표는 “브랜디는 더 많은 물류 파트너와 협업을 원한다”며 “그것이 창고업체든, 라스트마일 물류업체든, 만약 해당 업체가 소호몰과 동대문 시장에 관심이 있다면 얼마든지 상생하며 성장할 길이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