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등장한 '택배대행' 서비스, 연이은 실패 사례 나타나
520만 1인 가구 시대, 택배대행에서 가능성 본 도전은 계속
▲ 한 업체의 택배대행 서비스 종료 공지
고객을 대신해 택배 수령, 발송, 반품 등 ‘택배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던 한 업체가 지난달 30일 해당 서비스의 종료 소식을 알렸다. 서비스 종료는 비단 이 업체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던 업체들이 우후죽순 나타나고 사라졌다. 왜 ‘택배대행’은 신규 서비스의 무덤이 되고 있을까.
이번에 종료된 서비스는, 생활편의시설(세탁소, 빵집, 미용실 등)을 택배수령 거점으로 활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고객은 이용료를 내고 거점에서 택배 수령, 발송, 반품 등의 업무를 볼 수 있었다. 고객이 낸 비용은 서비스제공업체와 거점 역할을 맡은 업체가 나눠 갖는다.
이와 비슷한 서비스로 2015년 4월 론칭한 ‘F서비스’, 2016년 4월 론칭한 ‘K서비스’ 등이 있다. 두 서비스는 부재중이거나 당장 택배 업무를 볼 수 없는 상황에 닥친 고객을 위해 택배 업무를 대신 제공해줬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세 서비스는 모두 현시점 사실상 서비스를 중단했다.
첫 번째 숙제 : 무료 대체재의 존재
택배 업무를 대신하는 서비스가 지속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무료’ 대체재의 존재가 꼽힌다. 단순히 고객을 대신해 택배 수령, 발송한다면, 이전까지 동네에 있는 세탁소, 빵집, 미용실이 자신의 단골 고객을 위해 공짜로 제공됐던 소위 ‘단골 서비스’와 차별성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 다수 관계자의 반응이다.
실제로 한 택배대행 서비스의 택배수령 거점으로 등록돼있던 세탁소 대표는 “가맹점으로 가입한 지 약 5개월 동안 두 번의 대리수령 고객이 있었다”며 “이와 별개로 이전부터 단골 고객들을 위해 무료로 택배 맡아주는 일을 계속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택배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업체 대표는 “몇몇 업체의 경우 모바일 앱으로 택배 도착 소식 등을 알려주는 등 기존의 단골 서비스와 다른 형태의 서비스를 덧입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택배 트래킹을 해주는 앱만 깔면 알 수 있는 정보”라며 “고객이 정말 돈을 내고 이 서비스를 이용할만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두 번째 숙제 : 거점과 고객 동시 확보의 어려움
거점 확보와 고객 확보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점 역시 사업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으로 꼽힌다. 주문이 많이 일어나도, 이를 받아줄 장소가 없다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고, 결국, 고객은 점점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게 될 수밖에 없다. 가령 F서비스 역시 거점으로 활용될 업체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서비스를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택배업무 대리수행 서비스는 주문 한 건당 수익이 비교적 낮다. 여기에 거점업체과 수익을 나눠야 한다면 업체가 가져가는 이익은 더 줄어든다. 따라서 현금흐름을 만들기 위해선 최대한 많은 물량을 유치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만 한다.
그런데 거점 확보와 고객 증가는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와 같다. 거점이 늘어야 이를 바탕으로 거점 근처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고객이 늘어야 더 많은 거점을 확보하기 쉽다.
그러나 무엇이 먼저인지 원인을 파악하기 힘들다. 반대의 경우가 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거점을 확보하지 못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고객이 줄고, 고객이 줄면 거점 모집이 힘들어진다.
그럼에도 도전은 계속된다
택배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또 다른 업체인 도어맨택배의 이승원 대표는 “도어맨택배 역시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수익화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전했다. 물론 도어맨택배는 앞선 업체들처럼 거점을 모집해 이를 택배 수령지로 활용하진 않는다. 도어맨택배는 자체 구축한 ‘물류거점(도어맨센터)’을 고객의 택배 수령지로 택배를 대리 수령한 이후,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다시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하지만 택배 수령과 같은 업무를 제시간에 할 수 없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라는 점에서는 앞의 업체들과 비슷하다. 도어맨택배는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맞추기 위해 고객에게 택배 검수와 사진 전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택배 수령시간 역시 유동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도어맨택배는 지난달부터 국제특송 서비스를 추가해 고객 대신 국제특송 택배를 대리 발송하고 있다. 택배사에서 고객까지 가는 라스트마일 중간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덧붙여 이윤을 창출하겠다는 의도다.
이 대표는 “도어맨택배는 배송 재전달이라는 부분에서 차별화 포인트를 두고자 했다”며 “또한, 향후에도 부가적인 서비스를 계속해서 선보이며 신규 서비스를 알릴 예정이다”고 전했다.
택배 물량은 매해 최대치를 경신하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택배 물량 사상 최대.. 단가는 최저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7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가 2015년 520만 가구에서, 2035년엔 760만 가구까지 늘어나며, 전체 가구 중 3분의 1이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인 가구의 특성상, 택배기사와 대면해 택배를 주고받는 일이 적을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택배 수령, 발송, 반품 등 택배 업무에서 중간자 역할을 하며 사업 기회를 찾는 시도가 계속해서 등장할 수 있는 이유다. 과연 앞선 시행착오를 넘어 택배업계 새 지평을 여는 이들이 나타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