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는 O2O 비즈니스... 물류의 위기?
블록체인과 오프라인, O2O에 활력 넣을까
글. 김철민 편집장
얼마전 투자업계 심사역 한 분이 사무실을 찾아왔습니다. “물류에서 괜찮은 아이템, 뭐 없을까요?” 대답까지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사실 최근 물류시장에 진출한 꽤 많은 스타트업들이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산업의 성장을 기반으로 라스트마일 배송, 풀필먼트, O2O(Online to Offline) 스타트업이 꾸준히 진출했습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만 약 100여개 이상의 물류스타트업이 있다고 하니까요.
하지만 이들 중 대다수가 의미있는 수익성과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추가 투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인력을 구조조정하거나, 문을 닫는 업체들도 종종 보입니다. 국내만의 상황은 아닙니다. ‘페덱스와 UPS를 해체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라는 제목으로 유명한 CB인사이츠의 인포그래픽은 수시로 그 내용을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최근 서비스를 종료한 쉽(Shyp)과 도어맨(Doorman) 역시 이 자료에 소개되며 기대를 모았던 업체였습니다.
덩치가 큰 공룡기업들도 혁신의 어려움은 비켜갈 수 없습니다. O2O로 성장을 주도하겠다던 카카오의 임지훈 대표는 올초 사임을 표명했습니다. 사실 카카오가 O2O를 이야기하지 않은 것은 1년도 넘었기에,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습니다.
‘플랫폼’으로 물류를 혁신하겠다던 대기업들의 상황은 또 어떨까요. 삼성SDS의 첼로스퀘어, CJ대한통운의 헬로, 한솔로지스틱스의 다이렉트넷 등 업계에서는 과연 이 중에서 성공한 모델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을까요. 그 답은 독자분 개개인이 판단하실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재빠르게 서비스를 종료한 SK플래닛의 트럭킹이 현명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그렇다고 물류의 혁신과 변화에 짙은 안개만 낀 것은 아닙니다. 블록체인이 O2O에 진입장벽을 만들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금껏 O2O 산업에는 플랫폼이라는 중앙 관리자가 있었습니다. 서비스의 소비자, 공급자가 아닌 거대하게 성장한 플랫폼만 이득을 보는 구조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지요. 이런 구조가 블록체인으로 인해 공급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거래의 이득을 함께 누리는 방식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O4O(Online for Offline)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습니다. 기존 O2O가 ‘온라인’에 무게감을 실었다면, O4O는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커머스를 위해 ‘오프라인’ 물류 인프라에 투자를 감행하고 있는 신세계와 롯데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지금껏 파괴의 대상이자 전통적이라고 규정한 영역들. 역설적으로 그 안에서 새로운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가요? 많은 이들이 물류 비즈니스의 핵심가치는 연결이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연결의 대상이 오프라인이 됐든, 온라인이 됐든, 물류업은 이미 O2O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단, 잊지 말아야 할 것은 O2O는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냥 방향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