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

[글로벌 물류스타트업백서] 플렉스포트가 말하는 국제화물운송의 함정

by 김정현 기자

2017년 04월 22일

글로벌 물류시장의 숙제, ‘가시성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플랫폼' 통해 분산된 정보를 한 곳에 모으다

가시성

글. 김정현 기자

 

국제물류시장에 흩뿌려진 정보들

 

포브스가 2016년 2월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국제물류 시장의 규모는 약 9조 달러이다. 그러나 거대한 시장규모 뒤에는 열악한 국제물류 프로세스가 숨어 있다.

 

장난감을 실은 컨테이너가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하는 과정 하나에도 수많은 플레이어가 관여한다. 아무리 거대한 기업이라도 자체 인프라와 기술만 활용하여 화물을 세계 각국의 배송지까지 운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국제물류 프로세스를 뜯어보면, 한 회사는 포장을 또 다른 회사는 화물 하역만을 담당한다. 여기에 트럭, 해운, 항공 운송업체들이 또 끼어든다. 다시 말하자면, 단 하나의 컨테이너가 국경을 넘는 데에도 항공기, 선박, 철도, 현지 화물차주 등과의 ‘연결’이 필요하다.

 

한편 화주 입장에서 물류 프로세스와 관련된 모든 관계자에게 연락하는 것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대형 화물을 정기적으로 수출하는 대형화주는 매년 비딩(Bidding)을 거쳐 글로벌 특송업체나 포워더와 연간계약을 체결한다.

 

하지만 산발적으로 물량이 발생하거나, 수출 규모가 작은 소화주는 상황이 다르다. 그들은 화물을 보낼 때마다 건건이 견적(Quoting)을 받아야 한다. 견적 하나를 받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뿐만 아니라 계약 후 화물을 보내기 위해 송장(Invoice)과 패킹리스트(Packing List) 등 필요 서류를 작성하고 이를 팩스, 이메일을 통해 전송하는 것도 일이다. 업무와 관련된 전화도 수십, 수백 통씩 걸어야 한다.

 

또한 자신의 화물이 현재 시점에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포워딩 업체에 일일이 문의해야 한다. 물론 ETA(Estimated time of arrival: 도착예정시각)나 ETD(Estimated time of departure: 출발예정시각) 등의 정보는 대개 포워딩 업체를 통해 제공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는 출발 및 도착일 안내에 그치는 수준이다. 포워딩 업체 역시 화물의 세부적인 위치를 알기 위해서는 파트너사에 연락해 또 다시 운송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실시간으로 화물 위치를 알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급사슬 ‘연결’을 위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기업이 바로 플렉스포트(Flexport)다. 플렉스포트에 따르면 미국에만 3,500개 이상의 포워더가 존재한다. 해상운송업체만 20개 이상이고, 육상운송업체의 수는 셀 수 없이 많다. 이 수많은 업체는 각자 다른 시스템을 보유·운영하기 때문에 이들의 정보를 한 데 모으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플렉스포트는 이 여려움을 극복하고자 시장에 진입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2013년 만들어진 플렉스포트는 기술을 통해 자유무역을 온라인으로 옮겨 디지털화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플렉스포트는 해상, 항공, 철도, 육상 운송 등의 플레이어를 연결하는 포워더(Freight Forwarder: 운송주선업체) 겸 통관중개업(Customs Brokerage) 모델로 시장에 진입했다.

 

플렉스포트가 생각하는 국제물류의 가장 큰 숙제는 ‘개별 업체들이 복잡하게 연결된 것을 조정하는 일’이다. 이 숙제를 풀기 위해 플렉스포트는 웹을 기반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플렉스포트는 전통 포워더와 달리 고도화된 포워딩 시스템을 구축해 화물운송을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라이언 피터슨(Ryan Petersen) 플렉스포트 대표는 “한 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국제물류에서는 서류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 왔다. 근래 그나마 발전한 툴이 엑셀 정도다”라며 “플렉스포트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산업 중 하나인 포워딩의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플렉스포트

플렉스포트 탄생 비화

 

피터슨 대표의 사업 경험은 유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릴 적 피터슨 대표는 어머니를 도와 ‘코크스(Cokes)’를 팔았으며, 직접 컴퓨터로 송장을 작성하기도 했다. 이후 고등학생이 된 피터슨은 그의 형, 친구들과 이베이에 각종 도구와 장난감을 파는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미국 도매업자와 거래하는 것보다 중국에서 직접 물품을 수입해다 파는 게 더 이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그들은 알리바바와 거래해 5백만 달러 규모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한다. 그 후 피터슨은 자전거부터 싱크대까지, 각종 상품을 판매하는 ‘이커머스 사이트’를 오픈했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국제물류 시장의 관습과 화물운송 규정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또한 운송중은 물건의 위치는 어떻게 파악하는지, 포장지는 어느 정도 두께로 해야 안전하게 배송할 수 있는지와 같은 노하우도 쌓아갔다.

 

이후 피터슨은 사업 확장을 위해 중국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그는 중국에서 중국어를 배웠고, 새로운 제품과 공장을 찾아 계약을 맺었다. 그는 중국에 있는 동안 플렉스포트를 창업하는 데 힌트가 된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화물에 대한 적하목록(Shipping Manifests) 등의 각종 서류가 모두 공개적으로 기록되고 있던 것이었다.

 

피터슨은 그의 친구들과 함께 일하며 3억 8,000만 개의 서류를 모으고, 목차화해 검색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이런 시스템을 바탕으로 수출입업자에게 물류 데이터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임포트지니어스(ImportGenius.com)’를 2008년에 정식 론칭했다.

 

피터슨은 2013년까지 임포트지니어스에서 일하면서, 세계 각지에 고객을 둔 대형업체들이 포워더로부터 제공받는 데이터나 그들의 고객경험이 소량의 화물을 주먹구구식으로 보내는 업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 깨달음을 바탕으로 그는 화물 포워더인 플렉스포터를 창업했다. 피터슨은 플렉스포트가 모든 규모 사업자의 글로벌 거래를 단순화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피터슨은 “플렉스포트는 종이상자에서 모든 거래가 시작되고 캐비닛에 파일을 저장하던 세상에서는 상상도 못 하던 일을 가능케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공급사슬에 ‘눈’을 만들다

 

플렉스포트는 화주들이 플렉스포트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구현하는 데 수백만 달러를 지불하지 않고도 하나의 플랫폼에서 화물운송을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플렉스포트는 현재 소프트웨어를 무료 제공하고 있으며, 실제 화물의 이동이 발생했을 때만 이윤을 남기고 있다.

 

피터슨 대표에 따르면 플렉스포트와 전통 포워더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사용자 경험’이다. 플렉스포트는 고객들이 더욱 효율적인 사업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일반적으로 화주는 자신의 화물이 현재 어디 있으며, 전체 운송비용은 얼마인지, 경로 변경은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배송방법을 최적화하기 위하 방법은 무엇인지, 항공인지 해운인지 등의 고민을 한다. 플렉스포트는 이러한 화주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플렉스포트▲ 플렉스포트 대시보드 화면. 고객센터, 물류센터, 공장 등을 하나의 글로벌 지도에 담아 표시한다. 고객은 화물이 어떤 공급사슬을 거쳐 이동하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플렉스포트가 이러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플렉스포트가 공급사슬 전반에서 확보한 ‘가시성(Visibility)’ 때문이다. 기존 국제물류에서는 수많은 기업이 운송 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단일 플랫폼으로는 화물이 어디 있는지 추적하기 어려웠다. 때문에 화주는 화물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매번 포워더에게 전화 문의를 해야 했다. 또한 기존 포워딩 업체는 화주의 이러한 니즈를 처리하기 위해 추가 인력을 확보하고 추가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실제로 플렉스포트에 따르면 포워딩 업무와 관련된 전화 중 약 40%가 화물의 현재 위치에 관한 것이며, 이 40%의 통화만 줄이더라도 훨씬 더 저렴한 비용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플렉스포트는 자체 플랫폼을 통해 화물 이동경로 안내 서비스를 제공한다. 화주는 플랫폼에서 모든 화물의 선적 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관리할 수 있다. 플렉스포트에 따르면 화물 추적은 고객의 SKU(Stock Keeping Unit) 단위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화주는 클릭 몇 번만으로 화물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국제물류 전반에 비효율성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미국수출입자료

▲ 플렉스포트에서 제공한 연간 미국 수출입 통계. 플렉스포트는 자체적으로 국제 물류에 대한 데이터를 취합, 제공하고 있다.

 

시리즈B를 넘어 세계로

 

플렉스포트에 따르면 현재(2017년 3월 기준) 공급사슬의 주요 부분을 관리하기 위해 플렉스포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고객사는 6,000개 이상이다. 플렉스포트는 설립 이래 30개월 동안 매월 25%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연간 6만 개 이상의 해상 컨테이너와 2,500kg 이상의 항공화물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플렉스포트 플랫폼을 통해 2016년 한 해 동안(2016년 1월~10월 기준) 이동한 화물의 가치는 소매가 기준 25억 달러 이상이다.

 

한편 플렉스포트의 투자자로는 피터 틸의 파운더스펀드(Peter Thiel’s Founders Fund), 퍼스트라운드캐피탈(First Round Capital), 구글밴처스(Google Venture) 등이 있다. 현재(2017년 3월 기준)까지 플렉스포트는 6,500만 달러(한화 약 737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플렉스포트는 이 자금을 인재 채용과 국제 사회 진출에 활용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2016년 플렉스포트는 암스테르담, 뉴욕, 홍콩에 사무소를 설립했으며, 이미 30명이 넘는 직원이 그곳에 근무하고 있다. 플렉스포트는 중장기적으로 세계 최고의 포워딩 회사로 발돋움하고, 고객의 공급사슬을 더욱 잘 파악하여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갈 비전을 세우고 있다.

 

피터슨 대표는 “공급사슬은 커다란 문제를 안겨준다. 저명한 물류 전문가들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밤낮으로 고민한다”며 “플렉스포트는 공급사슬에 문제를 안고 있는 고객에게 가치를 더해주는 전략적 파트너로서 성장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플렉스포트2

▲ 플렉스포트나우(Now)화면. 플렉스포트를 통해 이동하는 전 세계 물동량이 표시된다. 수집된 데이터를 데이터화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노랑=해상, 빨강=항공, 파랑=트럭, 흰색=철도)



김정현 기자

Work hard, have fun, make a difference




다음 읽을거리
추천 기사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