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체인 물류에 자동화 도입이 어려운 까닭은
아워홈 사례를 통해 본 식자재 물류 자동화의 가능성
▲ 아워홈 동서울물류센터 전경
글. 김정현 기자
콜드체인 물류, 무엇이 다른가
2년 전 기자는 한 신선 물류센터를 방문한 적 있다. 자동화 장비는 없었다. 담당자는 몇 달 전 새로 구매했다는 PDA 기계를 자랑스럽게 보여주었으나, 그 역시 새로운 장비는 아니었다. 택배센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터와 슈터도 없었다. 왜일까? 기자가 물었더니, 담당 물류센터 직원은 농산물의 경우 크기와 무게, 그리고 포장 단위가 다양하기 때문에 자동화기기를 도입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콜드체인 물류가 갈 길은 아직 멀어보였다.
야채, 과일 등 식자재 물류는 일반적인 공산품 물류와는 차이가 있다. 식자재 물류는 ‘속도’뿐 아니라 ‘정시성’도 중요하다. 특히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은 더욱 빠른 배송을 필요로 한다. 일반적인 소비재는 물류센터에서 출고가 하루 이틀 늦어지더라도 소비자가 받는 피해가 그리 크지 않다. B2B 물류에서도 마찬가지다. 물건을 빨리 받지 못하면 매출에 어느 정도 영향이 생길 수는 있다. 하지만 신선제품은 상황이 아예 다르다. 급식소를 운영하는 업체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업체에 식자재가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으면 음식을 제조할 수 없기 때문에 당일 영업을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정시성과 함께 식자재 물류에 주어진 또 다른 숙제는 ‘물류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다. 식품은 위생이 관건이다. 때문에 물류센터 환경을 안전하게 유지하고, 배송 과정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신석식품 제조사와 유통업자는 공급사슬을 체계화하고, 그 프로세스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식자재 품질 유지를 위해 필요한 콜드체인 시스템을 구축·운영해야 한다.
이때, 상품의 입·출고 및 보관이 이뤄지는 ‘물류센터’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요컨대 물류센터는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식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이다. 물류센터는 식자재 미출(미출고)이 발생하지 않도록 상품을 철저히 관리해야 하고, 만약 미출이 발생하더라도 신속하게 대응해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신석식품을 취급하는 물류센터 업체는 물류 프로세스 개선에 힘을 쏟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오토메틱(Automatic)창고 보관’과 ‘오더 피킹 시스템’ 등의 기술을 신선 물류에 적용하고 있다.
식자재 자동분류 시스템 도입한 아워홈
대표적 사례가 아워홈이다.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은 2016년 10월 경기도 광주에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동서울물류센터를 신축했다. 아워홈에 따르면 새로 구축한 물류센터는 업계 최초로 ‘식자재에 특화된 자동분류 시스템’을 도입했다. 동서울물류센터의 연면적은 2만 7,050㎡(약 8,183평)이다. 1층은 냉장·상온 분류장, 2층과 3층에는 냉동 분류장 및 냉동·냉장·상온 창고가 위치해 있고, 4층은 주사무실 및 지원시설이다.
동서울물류센터를 신축함으로써 아워홈은 총 14개의 물류센터(성남, 용인, 제천, 음성, 구미, 청원 등)를 보유하게 됐다.(2017년 3월 기준) 아워홈은 각지에 분포된 물류센터를 통해 전국의 거래처에 안정적으로 상품을 배송할 수 있다.
▲ 아워홈 물류센터 내부
특히 아워홈에 따르면 동서울물류센터는 아워홈 전체 공급사슬 안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 동서울 물류센터는 아워홈의 핵심 수요 지역인 서울, 경기 동부 및 서부 지역을 담당한다. 센터 신축 이전에는 용인 및 안산 물류센터에서 담당하던 지역이다. 하지만 기존 센터만으로는 해당 지역의 물량을 처리하기 버거웠고, 센터를 신축하게 됐다. 센터를 새로 지으면서 아워홈은 수도권 주변에서 운영하던 임대 물류센터를 점차 줄이고, 아워홈 전체 처리량(Capacity)을 늘릴 수 있었다
실제로 현재(2017년 3월 기준) 동서울물류센터는 일평균 약 6만 5,000건의 상품을 출하하며, 아워홈은 이 센터의 최대 처리량을 일평균 10만 건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는 최대 처리량 기준 70% 정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센터에는 하역 인력 200여 명과 수·배송기사 220여 명이 근무한다.
동서울물류센터는 수도권 지역의 물량을 처리할 뿐 아니라 전국의 ‘허브(Hub)’ 센터 역할도 한다. 각 물류센터에 재고를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공급업체에서 보낸 상품이 허브 센터에 도착하면 이 상품을 모아서 각 지방 물류센터로 내려보내는 식이다. 허브 센터에서 지방 물류센터로 물건을 배송하기 때문에 지방의 거래처들 역시 폭넓은 상품을 주문할 수 있게 되었다.
▲ 아워홈 물류운영 프로세스
‘깻잎’을 인식하는 소터
아워홈 신축센터에서는 소금, 마늘, 배추, 감자 등 당일 배송돼야 할 상품이 컨베이어벨트 위를 이동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심지어 500ml 사이다가 낱개로 움직이는 것도 보인다. 식재료 발주 단위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식재료 주문은 계약 단위를 기반으로 한다. 기업체별로 한 달 200만 원부터 억 단위까지 다양한 주문이 들어온다. 수백만 원 단위의 소규모 주문은 낱개 단위로 납품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 반해, 억 단위 규모의 주문은 박스 단위로 납품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식자재는 상품의 크기와 모양이 다양하다. 가령 배추와 무의 모양은 다르다. 때문에 식자재의 작업 단위 표준화는 까다롭고 자동화 장비 도입도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부분의 식자재 업체는 물류 과정에서 배송분류표에 따라 ‘라벨링’ 작업을 진행한다. 상품을 소분한 후 라벨을 붙여 다시 분류하는 것이다.
한편 아워홈은 동서울물류센터를 구축하면서 식자재에 특화된 자동분류설비를 통해 입고·검수·분류·피킹 작업의 자동화를 구현했다. 특히 아워홈은 자동화 기술 중 식자재 특화 자동분류 시스템(Food Resource Specialized Auto Sorter System)’ 장비를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고 강조한다.
▲ 상품 바코드를 인식하는 비전센서
최병우 아워홈 동서울물류센터장은 “택배 산업에서는 비교적 자동화 장비 도입이 쉽다. 보통 박스를 인식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자재 물류는 비정형 상품을 취급하는 탓에 기술 도입이 어려웠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워홈은 기술 개발을 담당한 LG CNS와 약 5개월간 TF팀을 꾸려 기술을 실제 도입하기 전에 모형을 만들고 지속적인 테스트를 거쳤다. 이 과정을 통해 기술을 수정·보완하여 최종적 설비 도입이 가능해졌다”며 “현재는 깻잎 두세 장이나 성냥갑 크기의 작은 상품도 인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소포장 되어 있는 당근과 김. 바코드 인식이 가능하다.
식자재는 외형이 일정하지 않고 취급 시 파손 위험도 높다. 아워홈은 이러한 식자재 특성을 감안해 상품 구격에 구애받지 않고, 낱개포장·박스포장·합포장 상품 등 비정형 상품을 동시에 분류·피킹할 수 있도록 고안된 자동분류설비를 도입했다. 이는 출하 대기장에 있는 상품을 트랙 위에 올려놓으면 자동 비전센서가 상품에 부착된 바코드를 읽어 상품을 자동으로 분류하는 시스템이다. 아워홈에 따르면 이 설비에는 총 5대의 카메라가 활용되며, 바코드 인식률은 99%에 달한다.
또한 아워홈은 비정형 상품이 소터 위에서 떨어지거나 움직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 상품을 선반(Tray) 위에 담아 이동시키며, 트랙 하단에는 그물을 설치했다. 트랙의 경사를 줄여 작업 안정성도 높였다. 상품이 이동하는 중에 트랙 위에서 떨어지는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모든 트랙의 경사도를 3도 이하로 낮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워홈은 기계가 작동 오류를 일으킬 경우를 대비해 수동으로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 설비 또한 마련했다.
▲ 비정형 상품들이 트랙 위에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물이 설치되어 있으며 상품을 담을 트레이가 구비되어 있다.
아워홈은 자동화 창고를 도입함으로써 작업 효율성과 비용 측면에서의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강조한다. 기존 식자재 물류센터에서는 작업자가 센터를 돌아다니며 상품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피킹·분류했다. 하지만 자동분류기를 도입한 뒤 일평균 작업시간은 3시간 이상 단축됐고, 생산성은 32%가량 상승했다는 것이 아워홈의 설명이다.
콜드체인 물류의 완성을 위해
아워홈은 물류 소프트웨어 역시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상품 입고부터 출하까지 콜드체인 시스템을 구축하여 상품을 적정온도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자체 관제시스템을 통해 적시 배송여부와 적정온도 관리 여부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동서울물류센터는 RPS(Realtime Picking System) 기술을 도입해 센터 전체 ‘가시성(Visibility)’을 확보했다. 스캐너 및 PDA를 이용해 피킹 대상 상품을 실시간 검수하고, 현황판에는 배송군, 공급사, 온도대별로 공급현황이 실시간 표시된다. 이를 통해 아워홈은 입고 상품에 대한 실시간 피킹 현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오피킹을 사전에 파악해 미입고 대응 능력을 높였으며, 검사 시간은 단축했다.
▲ 작업 현황이 표시되어 있는 현황판
모니터링 정보는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관리자 및 유관 부서 담당자에게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때문에 비상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작업자가 상품 출하 전 어플을 활용해 검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오피킹이 발생해도 어디서 오류가 생겼는지 비교적 알아내기 쉽다. 현재(2017년 3월 기준) 피킹 정확성은 99%이고, 미입고 건수는 재작년 대비 20% 이상 감소했으며, 상차 시 검수 시간도 27분 단축되었다. 뿐만 아니라 모니터링 정보가 공급사에게도 제공되어 공급사도 상품 납품 여부를 입고와 동시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아워홈은 VC(Vehicle Control: 차량관제 시스템)를 두어 화물차의 실시간 위치 및 온도를 관제한다. 배송기사가 점포 등 배송처에 도착했을 때 스마트폰 어플에 출·도착 정보가 자동으로 보고되며, 납품·반품 보고 또한 가능하다. 아워홈은 특히 위생이 중요한 식자재 물류 특성을 감안해, 검품 전담 인력을 운영하여 공급망을 이동하는 식자재의 위생과 안전을 확보하고자 한다. 가령 아워홈은 검품기준서에 따른 34개 검품항목을 기반으로 공급사 상품 샘플을 검품하고 있다.
▲ 차량관제
물류센터 위생 상태 유지를 위해 월 1회 전문 위생소독업체가 점검 및 소독을 실시한다. 배송차량 내·외부 위생점검은 월 2회 실시되며, 월 1회 배송 위생관리 교육이 이뤄진다.
이승만 아워홈 SP팀 부장은 “식자재 물류의 핵심은 안정적 공급과 위생 관리이다. 현재 아워홈은 동서울물류센터에 이어 제주 지역의 안정적인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제주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오픈할 예정”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식자재를 적시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시스템 및 운영프로세스 등을 고도화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