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자동화, 어떤 영역이 어떤 수준으로 진행되었나
나날이 높아지는 제어 IT의 중요성과 핵심 요소 4가지
글. 이준호 LG CNS 물류사업담당 상무
“Digital transformation is in full swing.”
Industry 4.0의 핵심,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물류의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다. 동시에 물류 혁신의 트렌드 변화 또한 나날이 빨라지는 추세다. 본 시리즈에서는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물류 자동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물류 자동화는 물류 설비의 자동화로부터 출발하였다. 초기 물류 설비 자동화는 보관, 분류 단계까지의 업무 효율화 관점에서만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온라인 물류(B2C, Business to Consumer)의 폭발적인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보관, 분류 단계를 넘어 피킹, 상차, 하역, 검수, 포장 업무까지 물류 설비 자동화의 영역 안에 들어오고 있다.
▲ 물류센터의 자동화 영역
더불어 물류센터 관련 개별 업무 단위의 자동화가 아닌 복합 업무의 효율화를 위한 자동화 설비가 등장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이런 흐름에 발맞춰 물류 자동화 설비의 개발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아래 표와 같이 일부 영역의 자동화는 아직 미흡하지만, 보관, 보충, 분류 영역의 설비 자동화는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하는 중이다.
▲ 물류업무 영역별 설비 자동화 수준
자동화 물류설비의 발전에 따라 물류센터 운영회사들은 운영비용 절감을 위해 앞서 서술한 설비를 너도 나도 도입해왔다. 롱패딩의 大유행으로 마치 롱패딩 을 안 입으면 교복을 안 입은 학생처럼 느껴지던 우리나라의 겨울처럼 말이다.
하지만 계획도 없이 자동화 설비를 도입한 물류센터가 늘어나면서, 정작 최신 설비를 도입하더라도 해당 설비가 가지고 있는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다수 발생하였다. 또한 여러 단위 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다양한 자동화 설비를 함께 도입하는 사례가 많이 늘어났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성능으로 투자에 실패하는 경우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물류 설비의 자동화가 물류센터 자동화의 전부는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물류 자동화 설비를 잘 활용할 수 있을까? 그런 측면에서 제어 IT 고도화의 중요성이 보다 커졌다. 이번 글에서는 물류 자동화 설비의 제어 IT 요소 중 4가지 주요 요소인 최적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Digital Twin, 로봇 기술을 살펴볼 것이다.
첫 번째로 물류센터의 운영 효율화를 위한 최적화다. 물류센터 프로세스의 병목을 제거하여 작업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고, 업무가 잘 분배되어 필요 시간과 인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물류센터 최적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일 주문량이 결정되었을 때 작업의 단위를 어떻게 나눌지 결정하는 Batch 문제를 생각해보자. 일반적으로 작업의 단위를 Batch 라고 한다. 보통의 경우는 일일 작업을 오전 한 번, 오후 한 번의 두 Batch로 나누고 작업량을 반씩 나누어 준다. 하지만 모든 물류센터에서 오전, 오후 동일 작업량의 Batch를 나누는 것이 최적은 아닐 것이다. 각 물류센터의 운영 특성을 반영한 결정이 필요한 것이다.
어떤 물류센터에서는 1만 건의 주문을 2000개, 3000개, 5000개로 나누어 주는 것이 효율적일 수도 있고, Batch를 나누지 않는 것이 최적일 수도 있기에, 다양한 경우의 수를 분석한 후 Batch 분배를 진행해야 한다. 이럴 때 전체 작업에 필요한 인력, 설비 자원, 프로세스 등을 고려한 최적화가 필요하다.
물류센터에서 매우 중요한 최적화 요소 중의 하나는 주문 처리 순서를 정하는 것이다. 특히 B2C 물류는 매우 많은 상품(이하 SKU, Stock Keeping Unit)을 한정된 공간에서 처리해야하기 때문에, 주문을 처리하는 순서와 SK 가 작업 공간에 보충되는 순서 및 시간을 잘 조율해야 한다. 이 두 요소가 어긋난다면 피킹을 기다리는 SKU가 차지하는 공간이 늘어나고, 주문과 연계되어 피킹되는 SKU의 수가 줄어들게 되어 물류센터 전체 생산성을 감소시키는 방해요인이 된다.
주문 처리 순서를 정할 때 추가로 고려해야 할 요소 중 하나는 특정 작업자 혹은 설비에 작업량이 몰리지 않게 조정하는 Load Balancing이다. 아무리 좋은 성능의 자동화 설비를 배치하더라도 다른 업무에서 생산성이 떨어지게 되면, 전체 물류센터의 생산성은 비싼 자동화 설비가 아니라 구식의 다른 설비에만 영향을 받게 될 수도 있다.
또한 평균적인 작업 물량에서는 병목이 없던 작업자 혹은 설비에도 갑자기 많은 물량이 일시적으로 몰리게 되면, 해당 작업이 전체 생산성을 좌우하는 병목 작업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특정한 곳에 작업이 갑자기 몰리지 않도록 사전에 최적화 로직을 구현하여 작업을 골고루 분배하는 것이 물류센터에서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밖에도 물류센터에는 최적화가 필요한 영역이 많다. 박스 또는 토트 Tote 당 몇 개의 SKU를 담는 것이 박스를 최소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관련된 문제, 일일 주문량을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SKU 보충 공간을 계산하고 운영하는 문제 등 최적화는 물류센터 운영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또한 최적의 운영 방안을 적용하여 물류센터를 설계한 후, 해당 부분이 계획대로 운영될지 재차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시뮬레이션이 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나오는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야만, 실제 운영 시 그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제어 IT 요소는 IoT다. 최근 스마트 팩토리 분야에서 IoT를 활용하여 공장의 설비가 갑자기 멈추지 않고 계속 작동할 수 있게 하는 예지보전, 예방보전 등이 가능해졌다. 이것을 물류에도 적용할 수 있다. 먼저 컨베이어, 분류기, 라벨러 Labeler, 바코드 리더기, 자동창고 등에 전류, 속도, 소음, 진동, 온도 등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설치해 데이터를 취합하고 분석한다.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평균 또는 임계값을 설정하여 이상 유무를 1차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과거에 고장이 발생했던 경우를 빅데이터 기술로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장 여부를 2차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IoT, 빅데이터, AI(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을 활용하여, 두 단계에 거쳐 자동화 설비가 고장 없이 작동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물류센터 운영회사들은 정기점검, 고장발생, 소모품 교체 등의 경고를 통해 고장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게 됐다.
▲ 예지보전 서비스 프로세스
세 번째 제어 IT 요소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세계를 그대로 디지털로 카피한 복제품’을 의미하며, 아주 복잡하면서도 대규모인 물류센터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S/W 다. 작업자는 3D 화면을 통해 물류센터 구석구석을 직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고, 어디서나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기 때문에 각종 문제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또한 물류센터를 이용하는 고객의 사업 확장으로 물동량이 급증하는 경우, 설비 시뮬레이션을 통해 신규 자동화 도입에 대한 사전 검증이 가능하다.
▲ 디지털 트윈 소프트웨어 화면
마지막 제어 IT 요소는 로봇 기술이다. 물류센터에서 인력이 가장 필요한 분야를 꼽으라면 피킹 업무가 뽑힐 것이다. 물류센터에서는 너무나 다양한 형태의 상품들이 같은 박스에 담겨 옮겨지기 때문에, 이를 자동화하는 것은 아직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최근까지 가장 발전된 형태의 피킹 스테이션은 GTP(Goods To Person) 다. 과거에는 피킹 작업자가 직접 SKU 위치로 이동하여 피킹을 했다면, GTP는 SKU가 자동화 설비에 실려 피킹 작업자에게 도달한다. GTP는 피킹 작업자의 동선을 최소화하지만, 더 중요한 업무인 피킹을 해주진 못한다. 피킹을 로봇 기술로 자동화 할 수 있다면 물류센터의 자동화는 한 단계 더 나아갈 것이 분명하다.
이를 위해서는 로봇이 피킹하는 상황 자체가 매우 중요한데, SKU가 하나인 상황과 복수의 SKU 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피킹하는 상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SKU가 단독으로 있을 때의 로봇 피킹 기술은 많이 발전한 상태이지만, 복수의 SKU 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적어도 시간당 600 회 이상의 피킹을 할 수 있어야 사람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갈 길이 멀어 보이긴 하지만 최근 급속도로 발전한 Visioning 기술과, 사물인식을 강화할 수 있는 딥러닝 기반의 AI 기술을 잘 활용하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의 물류센터는 H/W 중심의 Hard Warehouse 중심에서 제어 IT가 접목된 Soft Warehouse로 발전할 것이다. 물류센터에서 S/W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어날 것을 의미한다. 이런 흐름은 다른 산업에서도 쉽게 그 예시를 확인할 수 있다. 항공기 산업이 대표적이다. 한 항공우주연구소 전문가의 말을 빌리자면 “항공기의 가격을 100 원으로 놓고 보면 뼈대인 기체가 30~40 원, 엔진이 30 원, 소프트웨어 등 전자장비가 30원 정도로 나뉜다. 그 가운데 항공기의 기능이 점차 고도화 되면서 전자장비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거대한 H/W 로 이루어진 시스템일수록 S/W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고, 대표적인 H/W 산업이었던 물류산업에서도 S/W의 고도화를 통해 물류센터의 최적화 및 경쟁자와의 차별화가 이루어 질 것으로 예상한다. 위에서 언급한 제어 IT 도 많이 발전했지만, IoT, 빅데이터, 최적화 알고리즘, Digital Twin, AI, Visioning 등의 첨단 기술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물류센터의 운영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기존의 Material Handling 업체들도 이런 제어 IT 를 발전 시켜 나아가야만 해당 업계에서 생존할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