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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물류스타트업백서] 골치아픈 CBT물류, 이지쉽으로 통(通)하라

by 김정현 기자

2017년 03월 02일

성장하는 CBT, 정체된 국제 물류

물류계의 페이팔을 꿈꾸는 이지쉽의 ‘물류테크’는 무엇일까

 

글. 김정현 기자

Idea in Brief

 

국경을 가로지르는 전자상거래 시장의 규모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과는 달리 국제 ‘배송’ 만큼은 발전하지 못하고 멈춰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남아 전자상거래 업체 라자다(Lazada) 출신의 세 명이 모여 이지쉽을 설립했다. 스스로 ‘물류테크(Logistics Tech)’ 기업이라 칭하는 이지쉽. 동남아를 중심으로 전자상거래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거라 예측되는 지금, 동남아를 품에 넣고자 하는 이지쉽만의 물류 경쟁력은 과연 무엇일까?


수년간 이커머스 플랫폼은 아마존과 이베이를 선두로 성장해왔다. 전자상거래 결제 쪽은 페이팔과 스트라이프 등의 기업이 이끌었다. 한국에서 아마존의 상품을 주문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쇼핑 방식이 아니다. 국경을 넘어선 범세계적인 전자상거래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플랫폼과 결제 분야의 이런 성장과는 달리 국제 ‘배송’만은 수년 전 그대로 멈춰있는 듯하다. 얼마 전 기자는 직접 글로벌 배송을 한다는 홍콩의 한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노트북 케이스를 주문했다. 빨리 받은 필요가 없었기에 7일 이내에 도착하는 특급 배송 대신 15일 이내 배송되는 ‘일반 배송(Normal delivery)’을 선택했다. 그러나 상품은 두 달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기자가 항의 메일을 보내고 나서야 쇼핑몰이 트래킹 넘버를 제공해줬고, 그마저도 ‘출발했다’는 표시 외에 다른 사항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누구나 이런 문제를 경험해본 적 있을 것이다. 이지쉽(Easyship)은 CBT(Cross-border Trade)를 가로막는 이와 같은 ‘물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15년 설립된 물류스타트업이다. 이지쉽은 국경을 가로지르는 전자상거래 시대의 글로벌 셀러(Seller: 판매자)를 위한 풀필먼트(Fulfillment),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글로벌 셀러를 대신해 상품 픽업(Pick up)부터 포장, 세계 각국에 있는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까지의 물류 프로세스 전반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지쉽 CEO▲(왼쪽부터) 토마스 탐브루노티, 르우벤 필립 아브라함, 어거스틴 세락 이지쉽 공동대표

 

이지쉽은 프리시리즈A(Pre-series A) 펀딩으로 2016년을 마무리했다. 총 누적 투자금액은 약 250만 달러. 투자에는 라미보이캐피탈(Lamivoie Capital Partners), 500스타트업(500 Startups), IMJ인베스트먼트파트너즈와 같은 유명 투자사들이 참여했다.

 

그렇다면 홍콩에 거점을 둔 크로스보더 물류스타트업 이지쉽이 바라본 ‘국제물류의 문제’는 무엇일까? 그리고 동남아시아를 품에 넣고자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경쟁이 가속화되는 지금, 이지쉽만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라자다 출신들, 홍콩에 모이다

 

이지쉽은 토마스 탐브루노티(Tommaso Tamburnotti), 르우벤 필립 아브라함(Reuben Philip Abraham), 어거스틴 세락(Augustin Ceyrac), 세 명이 공동으로 설립한 회사다. 이들은 모두 동남아 전자상거래 업체 라자다(Lazada) 출신이다. 이들은 라사다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지쉽을 설립했다.

 

어거스틴과 토마스는 라자다에 근무하며 각각 홍콩과 중국으로 발령받았다. 이들의 주 업무는 홍콩고 중국 전자상거래 셀러를 라자다 플랫폼으로 끌어오는 것이었다. 그들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반면, 전자상거래를 연결하는 ‘물류’는 정체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홍콩에서 만난 글로벌 셀러는 그들의 업무시간의 40% 이상을 택배회사 및 포워딩 업체 선정, 상품 포장 및 배송에 투자하고 있었고, 이 때문에 셀러의 핵심 역량인 상품 구색 강화, 마케팅 등에 힘을 쏟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셀러가 물류를 위탁한 업체의 시스템이 체계적인 것도 아니었다. 업체별로 국제 배송비 견적은 매번 다르게 산출됐기 때문에 셀러들은 국제물류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항상 비교 견적을 받아야 했다. 고객에게 상품이 전달되는 과정을 단계별로 모니터링할 수도 없었다. 특히 소규모 업체의 경우 운송 물량이 적어 협상력이 떨어지는 탓에 배송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왜 홍콩인가?

 

어거스틴과 토마스, 르우벤은 자신들이 발견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지쉽을 설립했다. 그들은 이지쉽의 창업 거점으로 ‘홍콩’을 택했다. 싱가포르나 미국 실리콘밸리도 후보였지만, 결국 홍콩을 선택하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홍콩은 물류와 금융의 허브다. 723만 명의 인구와 다양한 분야에서 숙련된 인력들이 밀집돼 있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홍콩에는 세계 각국으로 상품을 수출하는 활발한 이커머스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다. 해운, 항공 등의 운송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다른 국가로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어거스틴 이지쉽 대표는 “이지쉽이 서비스 거점으로 홍콩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과거 홍콩에 근무하면서 만들어온 고객, 제조사, 투자자 등의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서”라며 “실제 라자나 근무 시절 만났던 홍콩 고객들이 현재 이지쉽의 가장 중요한 고객이 됐다.”고 설명했다.

 

소형화주가 모여 만드는 ‘규모의 경제’

 

현재 이지쉽은 홍콩을 기점으로 전 세계 110개국에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지쉽의 핵심타겟은 중소규모(SME; Small and Medium size merchants)의 글로벌 셀러다. 이지쉽은 글로벌 셀러와 전자상거래 기업의 상품을 전 세계로 배송하는 전 과정을 대행한다. 중소규모 셀러뿐만 아니라 대기업(주로 패션 브랜드)도 이지쉽의 엔드투엔드(End-to-end) 배송 솔루션을 이용하고 있다.

이지쉽 사례

▲이지쉽을 이용하고 있는 요가복 쇼핑몰 루미(Rumi). 루미는 이지쉽을 통해 아시아, 오세니아, 북미, 유럽 등지에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지쉽을 이용하는 글로벌 셀러는 국제 배송에 필요한 정보들을 이지쉽 플랫폼에서 실시간(Real-time) 확인 가능하다. 배송에 걸리는 예상 리드타임(Lead time), 배송비, 관세, 회사 신뢰도 점수, 트래킹 같은 것들이다.

 

이지쉽의 플랫폼은 DHL, 페덱스(FedEx), UPS 등 주요 물류회사를 포함해 전 세계 80개 이상의 업체와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고객에게 배송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이지쉽은 특송사뿐 아니라 모든 타입의 물류회사(Courier)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B2C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3PL 물류업체와도 제휴하고 있다. 이지쉽은 자사의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글로벌 셀러가 자체적으로 상품을 보내는 것보다 물류비용이 70%가량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이지쉽 요율

▲이지쉽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배송견적을 받아볼 수 있다. 사진은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보내는 실시간 화물 견적 요율.

 

이지쉽이 시중가보다 70% 낮은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지쉽에 따르면 이는 여러 소규모 셀러들의 물량을 합쳐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지쉽은 이로 인해 배송회사와의 요율 협상력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이지쉽 고객도 추가적인 수수료를 내지 않고 국제 배송비만 지불하는 것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대시 이지쉽은 배송회사 요유르이 일부에서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12월 말까지 이지쉽이 수행한 물류의 누적 배송 무게는 55.76톤이며 배송 상품의 가치는 2676만 홍콩 달러(한화 42억 6천만 원)이다.

 

‘물류테크’를 꿈꾸다

 

이지쉽은 스스로를 물류테크(Logistics Tech) 회사라고 강조한다. 이지쉽은 API 통합(API integration) 방식을 이용해 글로벌 셀러의 쇼핑몰과 이지쉽 프로그램을 연동하여, 셀러가 세계 각지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 글로벌 셀러는 자신의 쇼핑몰을 이지쉽 시스템에 플러그인(Plug-in) 하기만 하면 된다. API 연동을 하면 글로벌 셀러의 주문 정보 역시 이지쉽에 실시간 전달된다. 이를 통해 이지쉽은 연계된 모든 배송사의 현황을 비교해 가장 저렴하고 빠르게 배송할 수 있는 옵션을 셀러에게 제시한다.

이지쉽 플랫폼

▲기업에게 제공되는 이지쉽 플랫폼. 배송회사별로 예상 리드타임(Lead-time), 배송비, 관세, 회사랭킹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옵션은 셀러뿐 아니라 해당 쇼핑몰을 이용하는 고객도 확인할 수 있다. 이지수비이 개발한 인카트(In-cart) 솔루션 덕분이다. 인카트 솔루션은 말 그대로 ‘카트(장바구니)’ 안에서 고객이 접할 수 있는 솔루샨이다. 이지쉽과 계약한 셀러의 고객은 결제와 함께 배송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이 솔루션은 쇼피파이(Shopify), 우커머스(Woocommerce), 마젠토(Magento)에 등록된 사용자뿐 아니라 이지쉽의 오픈 API를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용할 수 있다.

이지쉽 연동사

▲이지쉽이 제휴하고 있는 쇼핑몰.

 

홍콩을 넘어 동남아로

 

이지쉽은 투자금을 바탕으로 홍콩 기반에서 동남아시아로 사업영역을 넓힐 전망이다. 실제 이지쉽은 홍콩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싱가포르에 진출했다. 이지쉽이 동남아 진출의 첫 장소로 싱가포를 택한 이유는 싱가포르가 동남아의 물류허브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지쉽은 이후 전 세계 메이저 수출 허브국가에 순차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이지쉽의 확장 로드맵에는 ‘한국’ 역시 포함돼 있다. 이지쉽은 한국에 진출할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한국 역직구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가까운 시일 내 한국에 진출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쿱 자크쥬스키(Jakub Zakrzewski) 이지쉽 사업부문(Growth & Business Operations) 총괄은 “이지쉽은 세계 각국의 글로벌 셀러들이 국경을 넘어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여,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물류가 더 이상 장벽이 아닌 세상을 만들고 싶다.”며 “궁극적으로 이지쉽은 국제 배송부문의 페이팔과 같은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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