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

핀둬둬의 등장,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신(新)삼국지 시대 개막

by 임예리 기자

2020년 01월 31일

글. 임예리 기자

 

 

한동안 주춤했던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 다시금 활력이 불고 있다. 알리바바와 징동, 두 업체가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중국 내수 소비가 둔화되는 듯 하는 와중에 공동구매 기반 모바일 쇼핑 플랫폼 ‘핀둬둬(拼多多)’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2015년 설립된 핀둬둬는 4년 만에 4억 명의 유저를 확보하며 최근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업체로 평가된다. 핀둬둬는 중소도시와 농촌 지역의 소비자들을 주 타깃으로,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한편, 박리다매 전략으로 최근엔 전체 택배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며 핀둬둬의 물류 고민도 시작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중순을 전후로 발표된 중국의 주요 전자상거래 기업들의 2분기 실적*에 따르면 전통강자로 꼽히는 알리바바(타오바오 운영사), 징둥(징둥닷컴 운영사) 모두 작년 동기 대비 완만한 성장을 보인 모습이다. 중국의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실적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최근 ‘샛별’로 떠오르는 핀둬둬(핀둬둬 운영사) 역시 매출과 거래액 부문에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하며 시장 예측을 넘어섰다. 핀둬둬는 지방 중소도시와 농촌 소비자를 자사 플랫폼으로 끌어들여 설립 4년 만에 4억 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한 업체다. 이에 한동안 성장 정체기를 맞았던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 세 업체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활력의 바람이 불어올 수 있을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 회계연도 기준으로, 2019년 4월 1일부터 2019년 6월 20일

 

알리바바는 매출 1149억2000만 위안(한화 약 19조5000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2% 성장했으며, 징둥은 매출 1503억 위안(한화 약 25조5000억 원)을 기록하며 작년 동기대비 22.9% 매출 상승률을 보였다. 핀둬둬의 경우, 작년 동기 매출 대비 169% 늘어난 72억900만 위안(한화 약 1조2000억 원)을 기록했다.

(출처: 알리바바 그룹)

 

또한, 세 업체 모두 매출 성장과 함께 순이익 개선도 이뤄낸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바바와 징동의 순이익은 각각 212억5000만 위안(한화 약 3조6000억 원), 36억 위안(한화 약 61000억 원)으로 각각 1년 전보다 145%, 644% 정도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핀둬둬의 경우, 올해 2분기 영업 손실은 10억300만 위안(한화 약 1702억9000만 원)으로, 작년(64억9400만 위안)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출처: 징둥)

 

중소도시와 농촌, 새 전쟁터 되나

 

사실 2018년까지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둔화세에 접어든 모습이었다. 알리바바의 영업이익률은 매년 성장세가 완만해지는 추세로 2017년 22%였던 매출액 성장률이 2018년에는 3%에 그쳤다. 2016년 처음으로 순이익 흑자 달성한 징동은 10분기 연속 이익을 달성하고 있지만, 작년 매출액 증가율이 30%나 감소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중국 내 전체 소비시장의 성장세 둔화와 관련 짓는 분위기다. 특히 알리바바의 경우 매출의 대부분이 중국 내수시장에서 비롯되어 회사의 실적이 중국 내 소비 분위기로 평가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2015년 모바일 기반의 쇼핑 플랫폼 핀둬둬가 공동구매 모델을 도입했다. 공동구매를 통해 초저가로 상품을 판매하는데, 상품을 발굴하고 유통하는 과정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가 선호도가 높은 상품을 추천한다. 중국의 IT공룡 텐센트의 지원 아래 위챗, QQ와 핀둬둬가 연동되며 사용자 수는 빠르게 증가했다. 2016년 2000만 명 정도였던 사용자 수가 현재 4억 명을 돌파한 상태다. 이용자 수만 본다면, 3억 명 수준인 징둥보다 앞선 수치다.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3선(线) 이하의 중소도시나 농촌 지역 거주민의 큰 호응을 받으며 차세대 유니콘으로 지목됐고, 작년 7월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출처: 핀둬둬)

 

그리고 핀둬둬의 빠른 성장을 지켜보던 알리바바와 징둥 역시 3선 이하의 중소도시와 농촌을 새로운 먹거리 시장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중국 농촌 거주자의 모바일 쇼핑 이용률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중국 전체 스마트폰 이용자 중 25%가 농촌에 거주하고 있지만, 모바일 쇼핑 이용자수는 전체 10%가 채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알리바바는 올해 3월 할인 프로모션 관련 사업부 정비에 나서며 초저가 공동구매 상품 품목에 3000여 개 브랜드를 포함시켰다. 징둥 역시 공동구매 서비스를 선보였고, 온·오프라인 통합 가속화와 상품 공급망 시스템을 개선하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을 밝혔다. 징동의 리테일그룹 쉬레이(徐雷) CEO는 컨퍼런스콜에서 “징둥은 향후 텐센트와의 전략적 합작으로 위챗 기반의 소비자를 확보할 예정으로, 올해 10월 이후엔 여성과 3선 이하의 중소도시 소비자에 대한 ‘상품 가격 공제’ 전략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핀둬둬의 경우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여전히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2분기 핀둬둬의 마케팅 및 광고비 집행 규모는 61억400만 위안으로, 작년 동기(29억7100만 위안) 대비 105% 증가했으며, 지난 1분기(48억8900만 위안) 대비 125% 늘어났다.

 

중소도시와 농촌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한 세 업체의 공격적인 행보가 이번 호실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현지 업계의 분석이다. 액티브유저(실사용자)와 거래액(GMV) 부문에서 모두 기대 이상의 결과라는 평가다. 회사 측의 발표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연간 액티브유저 수는 6억7400만 명, 징둥은 3억2100만 명, 핀둬둬는 4억8300만 명 정도로, 각각 2000만 명, 1100만 명, 1억 4000만 명이 증가한 수치다.*

* 알리바바와 징둥은 전 분기 대비, 핀둬둬는 작년 동기 대비

 

그리고 새로 유입된 액티브유저 중 3선 이하 도시와 농촌에 거주하는 소비자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정확한 수치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알리바바의 경우, 이번 분기 신규 유저 중 70%가 3~5선 도시와 농촌 등 지역 거주자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징동 역시 마찬가지로, 쉬레이 CEO는 현재 징동에 새로 유입되는 유저 중 70% 이상이 3선 도시 이하 거주자이며, 이들이 전체 유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액티브유저 증가에 힘입어 플랫폼 거래액(GMV) 역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바바, 징동, 핀둬둬의 연간 거래액 규모는 각각 5조7000억 위안, 1조7000억 위안, 7091억 위안으로 각각 작년 동기 대비 19%, 30%, 171% 성장했다.

* 현재 세 업체 모두 분기별 GMV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본 기사에서는 업체마다 다른 GMV 기준으로 표기하는데, 알리바바는 2019년 회계연도 기준, 징동은 2018년 전체, 핀둬둬의 경우 2019년 6월 30일 전까지의 12개월 기간을 기준으로 한다.

 

신(新)삼국지판서 생존하려면, 핀둬둬의 물류 전략은

 

한편, 매출 규모는 작지만 핀둬둬의 이용자 수가 중국 전자상거래 2위 징둥을 넘어서면서 핀둬둬의 물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소위 ‘박리다매’ 구조를 취한 핀둬둬의 공동구매 모델은 필연적으로 많은 물량의 이동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까지 중국 내에서 발생한 택배 업무량은 277억6000만 건인데*, 핀둬둬 측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핀둬둬 플랫폼 내에서 발생한 택배 주문이 약 69억 건으로, 중국 전체 택배 물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물류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 중국국가우정국 통계

 

그리고 핀둬둬 측은 본격적으로 자사 물류 수행을 위한 물류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데이터 기반의 물류 네트워크 구축을 시작으로, 자사가 확보한 인공지능 기술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판매자에게 배송 노선 계획과 자동화 창고 및 상품 분류 업무 등을 제공함으로써 배송 효율을 높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핀둬둬의 데이비드 리우(David Liu) 전략부총재는 “이전까지 핀둬둬 플랫폼의 판매자들이 우리의 경쟁사들의 물류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었기에 핀둬둬 입장에서 판매자가 상품을 발송하고 난 뒤부터 소비자가 해당 상품을 받아보기까지의 과정을 제대로 파악할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작년 초부터 핀둬둬는 상품 발송지와 목적지 등이 포함된 자사 전용의 전자운송장을 개발, 현장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  여러 물류 사업자들과의 협력을 진행하는 핀둬둬 플랫폼

 

향후 핀둬둬의 물류 시스템은 알리바바의 차이냐오(菜鸟)처럼 데이터 기반의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식이 될 확률이 높다. 차이냐오는 기본적으로 직접 배송 인프라를 갖추지 않고, 물류 데이터 플랫폼을 중심으로 국내외 물류 서비스 업체(배송, 창고 등 포함)와 연계하여 배송 업무를 진행 중에 있다. 고객 확보를 위해 여전히 거액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는 와중에 물류 인프라를 직접 세우기보다 물류 플랫폼을 통해 여러 물류 사업자들과 협력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해 데이비드 리우 부총재는 “자사는 징둥처럼 직접 배송인력을 꾸리거나 물류 창고를 설립하기보다 고정 자산 투자를 작게 운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서 그는 “가령 현재 핀둬둬의 사용자 중 중소도시 거주자가 많은 만큼 농산물 거래도 많이 일어난다”며 “향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작물 재배부터 수확시기, 포장 및 배송까지 전체 공급망에 대한 판매자의 이해도와 참여도를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다음 읽을거리
추천 기사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