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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를 완성하는 ‘육해공 운송백서’

by 임예리 기자

2017년 01월 02일

육상운송의 역사, 지입제 탄생부터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까지

한국 해운업의 어제와 오늘, 건강한 해운 생태계를 위해

항공운송의 중심 인천공항, 이제는 균형 발전 꾀해야할 때   

물류의 완성 육해공 운송백서 육상운송 해상운송 항공운송

글. 임예리 기자

 

Idea in Brief

화물을 운송하는 방식은 크게 ‘육상운송’, ‘해상운송’, ‘항공운송’ 세 가지가 있다. 각각이 별개의 영역처럼 보이는 이 세 가지 운송방식의 결합은 사실 물류의 완성에 있어 일반적인 일이다. 때문에 운송수단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물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도 차이점이 있는 세 가지 운송수단을 안에서 보면 더욱 천차만별이다. 각각의 전환점을 맞이한 ‘육상운송’, ‘해상운송’, ‘항공운송’에는 현재 어떤 이슈가 있을까. 각 운송 수단의 특성과 함께 최근 정책과 환경 변화에 따른 업계의 대응을 세 명의 전문가와 함께 훑어봤다.

 

물류의 기본은 화물의 흐름이고, 화물의 흐름을 만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운송수단(MODE)이 필요하다. 여기서 운송수단은 크게 화물차, 선박, 항공기, 세 가지로 나뉘며, 각각의 운송수단은 육상운송, 해 상운송, 항공운송을 대표한다.

 

사실 물류에 있어 이러한 육해공 운송수단의 결합은 매우 일반적이다. 물론 국토 면적이 작은 한국의 경우 육상운송 하나만으로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의 물류를 처리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륙국가, 혹은 글로벌 물류에 있어서 세 가지 운송수단을 어떻게 결합시키는가는 중요한 이슈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해공 운송수단을 모두 소유, 운영하고 있는 기업은 드물다. 실상 물류는 각각의 영역에서 충실하게 활동하는 여러 기업들의 네트워크가 결합되면서 완성된다. 가령 한국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기업이 있다고 하자.

 

이 업체의 물류는 한국에서 창고운영 및 운송주선을 담당하는 3PL업체, 실질적인 운송을 담당하는 육상운송업체, 국제물류를 담당하는 포워더, 포워더와 연결되는 선사 혹은 항공사, 그리고 현지 운송을 담당하는 육상운송업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네트워크가 결합되어 만들어진다. 이것만 봐도 국내 H모 기업이 괜히 육해공 연계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3PL 자체의 뜻은 ‘3자 물류’지만 국내에서는 대개 보관, 운송 및 내륙운송 전반의 프로세스를 담당하는 업자를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포워더의 뜻은 ‘화물운송주선업자’지만 국내에서는 주로 국제물류를 담당하는 주선업자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때문에 운송수단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물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도 차이점이 있는 세 가지 운송수단은 안으로 들어가 보면 더욱 천차만별이다. 게다가 서로 맞물리는 정책까 지 고려하자면 그 차이는 더욱 더 복잡해진다. 각각 의 전환점을 맞이한 ‘육상운송’, ‘해상운송’, ‘항공 운송’에는 현재 어떤 이슈가 있을까. 각 운송수단의 특성과 함께 최근 정책과 환경 변화에 따른 업계의 대응을 세 명의 전문가와 함께 훑어봤다.

 

다음 내용은 이태형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육상운송), 한종길 성결대학교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해상운송), 최동현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항공운송)의 의견을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제도를 통해 바라보는 육상운송의 내일


①운송-주선-택배-퀵, 육상운송의 주체들

 

육상운송은 크게 공로(도로)를 이용한 화물차 운송과, 철도를 이용한 철송으로 구분된다. 국내 같은 경우 작은 국토면적으로 인해 일부 특수화물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내물류가 ‘공로’, 즉 화물차를 통해 수행되고 있다.

 

여기서 국내 화물자동차운수사업은 크게 화물자동차운송사업, 운송화물자동차운송주 선사업, 화물자동차운송가맹사업으로 구분된다. 이중 운송가맹사업은 운송주선사업의 확대 개념이기 때문에 국내 화물운송시장은 ‘운송사업’과 ‘운송주선사업’이 주축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운송사업은 다시 업종별로 일반화물자동차운송사업, 개별화물자동차운송사업, 용달화물자동차 세 가지로 구분된다. 일반은 톤급의 구분 없이 일정대수 이상의 화물차를 이용해 화물운송을 하는 사업이며, 개별은 1톤 초과, 5톤 미만의 화물차 1대를 사용하는 개인사업자를 가리킨다. 용달은 1톤 이하인 소형 화물차를 이용해 화물운송을 하는 사업을 말한다.

 

운송주선사업의 경우 순수한 운송주선사라면 화주와 화물차주 사이의 중개자 역할만 하면 되므로, 직접 차량을 보유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들은 운송과 주선을 겸업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자차를 통해 운송하기도 하고,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정보망’이라 불리는 네트워크에 올려 여타 운송업체나 주선업체가 주문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여기서 잠깐.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택배는 일반 화물차로는 ‘간선수송’을 하고, 개별이나 용달차로는 집배송이나 라스트마일 배송을 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택배는 사실상 운송사업에 포 함되지만 위에 나열된 세 업종에도 모두 포함되는 애매한 위치에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택배업계는 오래전부터 택배만을 포괄할 수 있는 ‘택배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일명 퀵서비스라고 불리는 이륜차 배송이 갖는 위치는 더욱 애매하다. 운임을 받고 운송서비스를 한다는 한다면 이는 ‘영업용 화물차’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륜차 배송을 하는데는 화물차처럼 영업용 번호판이 필요하지 않다.

 

이는 곧 이륜차 배송이 법적 테두리 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반증한다. 물론 이륜차 물류에 대한 제도화를 외치는 업계 종사자들의 목소리는 끊임없이 흘러 나오고 있지만, 화물 보험이나 자격심사 등의 문제 때문에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 는 상황이다.

 

②2003년 물류대란과 지입제의 탄생

 

국내 화물운송시장 업계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영세하다’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이는 화물운송 시장의 시장진입 제도와 관련이 있다. 잠시 옛날 이야기를 꺼내보자. 사실 1999년 이전까지만 해도 화 물운송시장 진입은 ‘허가제’로 운영되어 일정 자격을 갖춘 운송사업자만 화물운송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국가가 통제했었다.

 

그러나 1995년 우루과이 라운드를 기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규제완화의 바람이 몰아닥쳤다. 이는 국내 화물운송판에도 몰아닥쳤고 1999년을 기점으로 허가제는 ‘등록제’로 바뀌었다. 즉 누구나 등록요건만 갖추면 영업용 번호판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더욱이 당시 IMF 금융위기로 인해 실업과 고용불안에 시달린 사람들이 트럭 1대만 있으면 진입할 수 있었던 화물운송 시장에 너도나도 뛰어들기도 했다. 이는 자연히 화물차 공급증가로 이어졌다.

 

그러나 늘어난 화물차 공급과는 달리 수요, 즉 물량의 증가는 크지 않았다. 이는 자연스레 과열경쟁에 이은 운임하락 현상을 불러일으켰다. 그 결과 발생한 사건이 2003년 화물연대 파업으로 촉발된 물 류대란이다.

 

당시 수출입 물류를 담당하던 국내 컨테이너 트럭기사들이 일을 멈췄고 정부 추산 11억 달러의 산업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4년 1월부터 화물자동차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 환함과 동시에 화물차 수급조절제를 시행했다. 화물자동차의 공급과 화물운송 수요의 비율을 고려한다는 것이 그 골자다.

 

이태형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영업용 화물차로는 도저히 현재 물동량을 처리할 수 없어 운송차질이 빚어진다고 판단될 때 증차를 하는 것이 수급조절제의 핵심이었다”며 “현재는 택배차량을 제외한 화물차 수급이 동결된 상황”이라 설명했다.

 

③지입제의 폐단과 새로운 제도의 출현

 

한국 화물운송 시장을 이야기하다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지입제다. 지입제란 ‘업체에 개인 소유의 차량을 등록하여 운송업체를 통해 일감을 받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차주는 운송·운송 주선업체에 화물차를 등록하여 지입료를 지불하고 물량을 확보한다. 결국 차량의 실소유주는 개인차 주지만, 운송업체가 가진 번호판을 부여받아 화물운송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화물차의 명의는 운송· 운송주선업체에 귀속된다.

 

지입차주는 지입 계약을 맺은 업체에 고용된 것이 아니므로 자신의 차량을 가지고 지입 계약을 맺는 업체뿐 아니라 개인적 인 영업활동을 통해 다른 업체로부터 물량을 받을 수 있다. 운송·운송주선업체는 차량을 직접 보유, 관리하지 않아도 운송업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지입제는 기본적으로 공생을 위한 제도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지입제를 악용하는 악덕업 체들도 생겨났다. 차량을 담보로 돈을 빌리거나, 기존 사업자가 차주의 동의 없이 업체를 양도하는 과정에서 차주의 번호판을 수거하거나, 높은 지입료를 받는 등의 사례들이 나타났다.

 

이러한 폐해로 인해 정부에서 도입한 것이 화물운송시장 선진화제도다. 선진화제도는 실적신고제, 직접운송의무제, 최소운송의무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직접운송의무제와 최소운송의무제가 원활하게 시행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실적신고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복잡한 신고내 용으로 인해 신고자의 부담이 커졌고, 수정되는 과정에서 신고 항목이 줄어들며 기존 신고자가 신고할 필요가 없어지는 상황이 발생하여 신고주체들의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이 연구원은 “정부가 제도 개편 과도기의 혼란만을 이유로 선진화 제도를 폐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어떤 형태로든 신고주체들의 피로를 줄이는 방향으로 실적신고제를 활용한다면 향후 제대로 된 화물운송시장의 모니터링이 가능해질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이후에도 지입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집단인 ‘화물연대’는 2003년 이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하는 업체들로 인한 지입차주의 피해를 이유로 ‘지입제 폐지’와 ‘화물차 등록실명제’ 시행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지난 10월 진행됐던 파업을 통해 요구했던 내용에도 위와 동일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④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업계 폐단 극복하나

 

이런 상황에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30일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운송사업의 업종은 기존 일반·개별·용달의 구분에서 개인·일반으로 바뀌게 된다. 또한 이번 방안에는 지입차주의 동의 없이는 번호판을 양도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지입차주 보호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참고원가제다. 일반적으로 운임은 인건비와 같은 고정비용과 유류비와 같은 변동비용에 통행료를 더해 결정된다. 하지만 영세한 차주나 주선업체는 운임 원가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화물의 종류가 다양한 화물운송시장에서 모든 차종과 품목에 대한 원가를 제공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화물운전자들이 많이 보유한 톤급과 차종부터 참고원가제를 도입한다면, 적어도 그것을 통해 자신의 운임을 유추해볼 수 있다는 것이 한국교통연구원의 설명이다.

 

물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해주체간의 합의다. 실제로 이번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발표 이전 정부와 업계와의 소통 과정에서 화물연대와의 협상은 난항을 보였다. 업체에 소속되어 있지만 자영업자와 같이 활동하는 지입차주의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아 노동자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 큰 문제로 제기되고 있기도 한 상황이다.

 

이 연구원은 “한국 화물운송시장의 문제는 하나의 이해주체의 입장에서만 정책을 바꾸기보다는 전체 시장의 효율성, 즉 시스템 최적화(System Optimization)의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국토부뿐만 아니라 산자부, 노동부 등 유관부처 간 협의를 통해 개선안을 만들어야 하며, 화주, 차주, 주선업체 등 이해관계자 간의 대타협도 필요한 상황”이라 말했다.

 

그는 덧붙여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사전 조사를 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정식 도입은 내후년 정도로 예측한다”고 밝혔다.

 

해상운송, 암운을 걷기 위해 필요한 것

 

①한국해운업이 글로벌 TOP5에 다다른 이유

 

전 세계적으로 해운업을 하고 있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각국의 국기를 걸고 바다에 떠 있는 배가 수도 없이 많은데, 해운업을 하는 나라가 없다니 이상하다. 이는 해운업계에서 편의치적제도(FOC: Flag Of Convenience)가 일반화됐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편의치적 제도란 선주가 소유하게 된 선박을 자국의 높은 세금과 인건비 등을 절약하기 위해서 자국에 등록하지 않고 제3국에 등록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편의치적 국가로는 파나마(Panama), 라이베리아(Liberia), 마셜제도(Marshall Is.) 등이 있고, 이들은 자국의 깃발을 선사에게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자국의 배를 소유하여 자국의 물건을 실어 나르거나 외화수 입을 목적으로 제3국 항로에서 해운업을 하는 나라는 일본, 중국, 한국, 독일, 덴마크, 프랑스, 미국 정도로 파악된다.

 

사실 한국은 처음부터 해운업이 발전한 나라가 아니었다. 오히려 현재의 미얀마나 필리핀처럼 값싼 임금으로 타국의 편의치적선에 승선했던 것이 해운업계의 출발이었다. 그러나 이런 경험이 쌓이면 서 해기사들이 축적한 지식과 자본은 한국 해운업이 세계 5위권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발판이 됐다.

 

여기에 경제무역, 특히 수출무역을 강조했던 국가 상황 역시 해운업이 발달할 수 있었던 하나의 배경 으로 여겨진다. 외국과의 무역을 위해서는 당연히 해운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무역업이 발달한 일 본과 최근에는 주춤하지만 여전히 빠르게 성장 중 인 중국과 가까이 있었던 지리적 특성도 한국 해운 업이 발달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다.

해기사(海技士): 일정 수준의 기술 또는 기능이 있어 선박의 운용과 관련하여 특정한 업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면허받은 자격

 

②한국해운의 약점, 태생적인 한계

 

당연한 말이지만 해상운송은 선박을 이용한다. 따라서 해운을 이야기할 때 조선업과 연계를 따로 떼서 설명할 순 없다. 하지만 한국은 해운과 조선업이 여러 이유로 인해 서로 협력 관계를 만들지 못했다. 이런 상황은 곧 한국 해운업의 약점으로 작용한다.

 

해운과 조선업이 따로따로 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그 원인을 ‘정부정책’과 ‘단편적인 사고’에서 찾았다. 과거 수출이 중요했던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외국에 배를 파는 것이 곧 수출이었고,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과 같은 한국 선사에 배를 파는 것은 수출로 여겨지지 않았다. 내수를 제한한 수출 중심의 생태계는 한국 조선업체와 선사의 거래 자체를 제한해버렸다.

 

한 교수는 “일본에서는 일본 조선소가 만드는 선박의 75%를 일본선사가 사용한다”며 “일본의 경우 해상운송에서 국적선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60% 이상이고, 이는 다시 일본 조선사에 대한 발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국적선사에 대한 정부 지원이 부족했던 점도 한국 해운의 약점으로 거론된다.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출입은행이 국적선사에 지원한 금액은 19억 달러(한화 약 2조 2200억 원)이다. 이는 외국 선사 지원금인 108억 2000만 달러(한화 약 12조 4400억 원)의 20%도 안되는 수준이다.

 

이 시기 덴마크 선사 머스크라인은 현시장의 공급과잉을 초래한 원인으로 여겨지는 1만 8000개의 컨테 이너를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20대를 포함한 총 40척의 선박을 발주했다. 이때 한국 수출입 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42억 달러의 금액을 융자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한국의 해운업 지원방안은 다 소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것이 한 교수의 설명이다. 한국 정부는 대형 선사를 대상으로 조성한 ‘선박펀드’ 이용자격을 과거 IMF 외환위기 당시 설정한 부채비율 200%에서 400% 이하로 조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 말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687%, 현대상선은 979%였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이를 맞추기 위해 선박 발주가 아닌 용선에 집중했고, 결국 두 회사는 고용선료라는 문제에 부딪히게 됐다.

 

③무너지는 해운, 퇴로 없나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물동량 감소와 그것을 반영하지 못한 선박의 공급량 증가로 인해 해운산업은 전 세계적인 암흑기를 맞이했다. 물론 해상운송의 특성상 호황기와 불황기가 번갈아 가면서 오긴 한다. 선박 한 척은 20년 정도의 수명을 갖는데, 그 기간 동안 선박이 돈을 벌 수 있는 때는 두 세번 정도 찾아온다고 한다. 즉 7~8년 정도마다그 시기가 온다는 뜻인데 현재는 그 주기가 빨라져 ‘긴 불황’, ‘짧은 호황’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나 한국의 경우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사태로 더 큰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국내 해운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한 교수는 “한진해운이 가진 비정기선은 폐선하거나, 다른 항로로 전대(轉貸)하는 것을 단기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며 “일정 규모 이상을 갖추지 못한 선사는 사라지는 글로벌 트렌드를 봤을 때, 정권 교체 등의 변화가 있더라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해운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덧 붙였다.

 

한 교수는 해운시장의 경쟁력은 결국 ‘건강한 해운 생태계’라고 강조했다. 연관 산업인 조선·해운·선 박금융 세 분야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아쉬운 점은 현재까지 해운·조선·무역 세 분야의 국내 정책이 서로 다른 정부부처에서 논의돼 왔다는 점이다.

 

더욱이 국내 기업의 신뢰관계가 부족해, 각 기업들이 서로 협력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 삼성 이 만든 제품을 그룹 경쟁사인 현대상선에 실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해운업계에 드리운 암운이 쉽게 걷힐 것 같지는 않은 현상황, 위기를 극복할 묘수가 절실하다.

 

항공운송, 허브 시대의 막을 바라보며


①항공운송과 공항

 

항공운송의 강점은 무엇보다 ‘빠르다’는 점에 있다. 항공운송은 운송 리드타임뿐만 아니라 비행 스케줄 설정 등 부가적인 업무 절차 역시 해상운송에 비해 신속하다. 때문에 항공운송으로 운송되는 품목들은 대부분 리드타임이 길어질 때 발생하는 재고비용이 해운을 사용했을 때 얻는 운임 절감분보다 크다는 특징이 있다.

한국 화물운송 실적추이

부산항이 한국 해상운송의 중심이라면 항공운송의 중심은 단연 ‘인천공항’이다. 인천공항은 지리적 위 치가 갖는 장점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비교해도 빠른 화물 환적 속도를 자랑한다. 현재 인천공항은 국내 항공화물 처리량의 약 95%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인천공항은 한국 정부가 추진했던 대한민국 동아시아 허브화 정책과 맞물려 빠르게 성장했다.

 

인천공항을 허브화하여 글로벌 물량을 유치하는 것은 항공운송에 대한 수요가 비교적 적었고, 국토 면적이 작은 한국의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인 발전 방식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이를 통해 인천 공항은 2015년 기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화물처리량이 많은 공항이 되기도 했다.
2016년 1월~9월 공항별 국제선 화물실적

▲2016년 1~9월 공항별 국제선 화물실적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항공운송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했다. 특히 남부지역에 위치한 산업단지들의 항공운송 수요가 늘어나며 조금씩 투자의 흐름이 변하는 추세다. 그러나 한국에서 지방공항 활용률은 아직까지 저조하다. 현재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 비교적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은 제주공항 정도다.

 

지방 공항 활용률이 저조한 이유로 인프라 자체가 열악하다는 점이 꼽힌다. 가령 대형 화물기를 띄우려면 일반 여객기보다 활주로의 길이가 더 길어야 한다. 보잉747 점보 화물기의 경우 약 3200m의 활주로가 필요하다. 그러나 청주공항의 활주로는 현재 2744m이다. 보잉 747과 같은 대형기가 청주공항에서 이륙하기 위해서는 기체에 실을 수 있는 물량보다 더 적은 물량을 실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② 지방 수요증가, 항공의 숙제

 

지방의 항공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지금, 인천공항의 허브화는 한국 항공운송시장의 강점이자 넘어야할 하나의 벽이 됐다. 실제 국내 울산에 있는 업체가 유럽에서 수입한 물건을 팔고자 한다면, 울산과 가까운 지방공항이 아닌 인천공항에서 환적해 울산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럴 경우 육상운송에 대한 추가적인 물류비가 발생하게 된다.

 

지방의 항공운송, 특히 최근 교역 규모가 큰 중국과의 포인트투포인트(Point to Point) 운송이 가능 해진 것이 지금이다. 이런 상황속에 인천공항에 매몰되는 것이 아닌 지방공항에도 고른 투자가 필요 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공항 역시 효율성이 정체기에 이르러 화물 환적량 역시 정체기에 머문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은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을 확보하기 위해 복합공항도시, LCC(Low Cost Carrier: 저가항공) 처리를 위한 규모 확장 등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최동현 한국항공대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는 “일본은 도쿄 하네다, 나리타공항의 화물 환적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편이지만, 오사카공항, 중부공항, 나고야공항 등 지방공항 역시 비교적 균형  게 발전했다”며 “독일 역시 지방공항 중 하나인 프랑크푸르트 공항이 TNT나 페덱스를 유치해 해당 업체와 함께 지방 화물들을 처리하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은 인천공항에 편중된 발전을 한 것이 사실”이라 밝혔다. 

 

그는 덧붙여 “이제껏 한국 항공정책의 중심에는 인천공항이 있었는데, 그 발전이 한계에 이르렀다면 지방공항에 분산투자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가령 무안공항처럼 지방공항이 기존 가지고 있던 화물터미널의 활용률을 높일 수 있는 상황이라면, 지방 역시 효율적으로 화물을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부록] 드론도 항공운송의 영역으로?

최근 업계 안팎에서 새로운 배송수단으로의 활용성이 점쳐지고 있는 ‘드론’은 항공운송에 속하는 것일까? 아직까지 국내에서 드론을 활용한 배송이 상용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원칙적으로는 드론 역시 항공운송의 영역에 포함된다. 하지만 드론 배송이 실생활에 적용되려면 공역과 중복되지 않아야 하는 등의 법적인 문제 해결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공역(空域)이란 항공기, 초경량 비행장치 등의 안전한 비행을 보장하기 위해 지표면 또는 해수면으로부터 일정높이의 특정 범위로 정해진 공간이다. 현재 국내 공역 중에서는 ‘비행금지구역’, ‘관제권’, ‘비행제한구역’, ‘위험구역’, ‘군작전공역’, ‘훈련공역’, ‘초경량비행장치 비행공역’ 등이 드론 비행 금지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는 모두 국방이나 항공기의 비행과 관련 되어 있다. 즉 드론은 위에 나열된 지역에서는 비행할 수 없다.

드론 항공운송
배송 드론이 상용화된다고 하더라도 아파트 밀집지역이 많은 지역의 라스트마일(Last-mile) 배송 측면에서 운영 수익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 또한 존재한다. 아파트 한 채에 사는 여러 가구가 택배를 시켰다고 가정한다면, 여러 가구의 택배를 ‘한 번’에 옮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화물을 착륙시킬 터미널의 유무 역시 해결해야할 숙제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 직까지는 한국에 드론이 상용화된다면 산간지역이나 도시 외곽지역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최 교수는 “공역과 관련된 법적 문제 해결과 함께 드론 자체의 운송중량이 늘어나고 드론운송 전용 터미널이 구비된다는 것 을 전제한다면, 드론 배송은 충분히 실효성이 있다”고 밝혔다.

 



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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