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물류스타트업백서(16) 임퍼펙트프로듀스(Imperfect Produce)
美 연간 폐기되는 272만 톤의 농작물, 버려지는 이유는 ´못생겨서´
미의 기준에 대한 재정의, 못생긴 음식을 파는 신선식품 커머스
대형마트 대비 30~50% 저렴한 가격, 농부들과 소통하는 공급팀(Supply Team)이 가장 소중한 자산
글. 김정현 기자
Idea in Brief
전 세계적으로 연간 생산되는 음식의 33%는 버려진다. 미국에서만 연간 폐기되는 과일과 야채는 272만 1554톤에 달한다. 농작물들이 버려지는 대표적인 이유는 ‘완벽하지 않아서(Imperfect)’이다. 맛과 영양소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닌 색이 다르거나, 못생기거나, 평균 사이즈와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곧 환경 문제로도 이어진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폐기 농작물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는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원인 중 8%를 차지한다. 이렇게 버려지는 농작물들을 모아서 시중 가격의 30~50%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2015년 8월에 설립한 임퍼펙트 프로듀스(Imperfect Produce)는 버려지는 ‘못생긴(Ugly)’ 작물도 충분히 식탁에 오를 수 있다고 말한다. 과일과 야채의 미의 기준을 재정의한 스타트업 임퍼펙트프로듀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전 세계적으로 낭비되는 음식의 양은 상당하다. FAO(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년간 생산되는 음식의 33%가 폐기되고 있다. 폐기되는 작물의 처리를 위해서는 멕시코보다 더 큰 땅이 필요하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한 해 동안 폐기되는 농작물은 총 16억 톤, 그것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약 1조 달러(한화 약 1138조원)에 달한다. 미국에서만 연간 약 272만 1554톤의 과일과 야채가 버려진다.
농작물이 버려지는 이유는 ‘완벽하지 않아서(Imperfect)’다. 영양소나 맛에 문제가 없어도 단지 농작물이 생긴 것이 못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것이다. 물론 그중 일부는 가축의 사료로 재사용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못생긴 작물들은 쓰레기 매립지행을 피하지 못한다. 이렇게 폐기되는 작물은 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폐기 농작물이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지구 온난화의 원인중 8%를 차지한다.
임퍼펙트프로듀스(Imperfect Produce, 이하 임퍼펙트)의 벤 사이먼(Ben Simon) 대표는 농작물이 버려지는 원인을 사람들의 ‘인식’에서 찾았다. 사이먼 대표는 ‘못생긴’ 작물들도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상품들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그리고 그것을 통해 농작물 폐기율을 낮추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다.
임퍼펙트는 지난해 8월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1년간 임퍼펙트가 달성한 매출은 100만 달러(한화 약 11억원)다. 최근 다양한 음식배달 스타트업이 탄생하는 가운데, 그 중 임퍼펙트와 같이 일반 시중에서 판매되지 않는 ‘부적격 상품’을 모아 유통하는 회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좋은 상품을 판매하려고 경쟁하는 와중, 남들이 관심조차 없는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오히려 임퍼펙트의 경쟁력이 된다는 것이 사이먼 대표의 설명이다.
사진= (왼쪽부터)벤 사이먼(Ben Simon) CEO, 벤 채슬러(Ben Chesler) COO, 론 클라크(Ron Clark) CSO
낭비되는 작물과의 이별을 위해
임퍼펙트의 창립 멤버인 벤 사이먼(Ben Simon), 벤 채슬러(Ben Chesler), 론 클라크(Ron Clark)는 각각 20년씩 기아와 싸우는(Hunger-fighting) 단체에서 일했다. 특히 벤 사이먼(Ben Simon), 벤 채슬러(Ben Chesler)는 2011년 대학 식당에서 남는 잔반들을 활용하는 음식재생 네트워크(Food Recovery Network)를 만들기도 했다. 그들은 그 과정에서 150개 대학, 약 317.5톤의 버려지던 음식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사회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 임퍼펙트다.
농작물 중 20% 이상은 식탁에 오르지 못하고 쓰레기 매립지라는 종착점을 맞이한다. 그중 대부분이 사람들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작물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임퍼펙트는 “낭비되는 작물과의 싸움을 끝내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버려지는 과일과 야채를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임퍼펙트는 가정과 회사에 통상의 30~50% 저렴한 가격에 책정된 야채와 과일을 판매한다. 임퍼펙트가 판매하는 모든 작물은 생김새로 인해 판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못생긴(Ugly)’ 상품들이다. 이 작물들은 외관상으로 약간 불안정(Wonky)해 보일 수 있지만, 일반 시중에 유통되는 작물들과 같은 맛과 영양을 가지고 있다. 이 ‘못생긴’ 작물들은 대부분 폐기되는데, 임퍼펙트는 폐기될 작물들을 매입해 재판매하는 것이다.
사진= 임퍼펙트가 자체 제작한 배달용 박스
못생긴 사과를 누가, 얼마에 살까?
임퍼펙트가 제공하는 상품들은 일반 식료품점이나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상품 가격보다 약 30~50% 저렴하다. 어떻게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임퍼펙트가 취급하는 야채와 과일들은 일반 유통사들이 구매, 유통하지 않는 상품들이다. 때문에 못생긴 작물들은 유통채널에 올라가지 못하고 농가에서 곧바로 폐기된다. 대형 슈퍼마켓이나 유통사들은 경미한 외관상(모양, 사이즈, 색) 문제가 있을 경우에도 해당 상품을 매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임퍼펙트는 기존에 안 팔리던 ‘못생긴’ 작물들을 농가에서 직접 받아 판매하여 수익을 낸다. 고객들은 기존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같은 영양소를 지닌 식자재를 구매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농가는 원래 폐기되는 비용을 감축하고 오히려 일정 부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사진= 임퍼펙트에서 판매하는 작물들. 조금은 못생겼다.
임퍼펙트를 이용하는 고객은 개별 고객부터 가족 단위 고객들까지 다양하며 주로 건강하고 맛있는 상품을 찾고, 그 상품이 집까지 배달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임퍼펙트의 고객은 다양한 생활패턴, 소득 분위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기에 어느 특정 소비자가 핵심 고객이라 특정하기에는 어렵다. 임퍼펙트는 B2C 개별고객 판매뿐만 아니라 B2B 작물 유통도 한다.임퍼펙트의 B2B 공급은 대형 홀푸드 슈퍼마켓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아직 파일럿 프로그램(Pilot Program)이지만 점차 다른 업체로 영역을 넓혀가고자 한다.
임퍼펙트의 공급망, 식자재가 고객에게 오기까지
임퍼펙트의 CSO(Chief Supply Officer) 론 클라크는 “임퍼펙트가 보유한 공급사슬과 물류센터 관리자들이 임퍼펙트의 가장 큰 자산”이라며 “우리의 공급팀(Supply team)은 수십 년간 농부들과 일을 해온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들이 물류를 포함한 입고, 분류, 보관, 포장 등 전반적인 공급사슬을 관리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들의 경험 또한 다양하며, 개개인이 보유한 네트워크도 풍부하다는 설명이다.
임퍼펙트는 사람들이 주로 구매하는 대표 작물들을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농가와만 거래한다. 못생겼지만, 좋은 품질의 식자재를 공급할 수 있는 이유다. 임퍼펙트의 공급팀은 약 70여 개 농가와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주기적으로 농가들과 연락을 하여 공급 가능한 ‘못생긴’ 상품들의 양에 대해 상의한다.
임퍼펙트는 그들과 연계된 농가들과 협의하여 계절에 따라 판매 가능한 못생긴 상품의 한 주 공급량을 결정한다. 농가들이 생산한 식자재 중 못생겼다고 판단되는 상품은 모두 에머리빌(Emeryville)에 위치한 임퍼펙트 자체 물류센터로 이동한다. 임퍼펙트의 물류창고에는 대형 냉동고가 설치되어 있어 신선하게 보관되어야 할 농작물들은 입고후 즉시 그 냉동고로 이동한다. 센터 전체의 온도, 습도를 일괄적으로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센터에 도착한 작물들은 종류별로 분류되며 상품 질에 대한 검수 과정을 거쳐 배송 박스에 담긴다. 임퍼펙트의 운영팀은 유통되는 모든 상품의 정보를 기록하고 당일 입고된 상품은 당일 저장하는 프로세스를 고수한다. 이렇게 당일 입고된 상품들은 대부분 하루에서 이틀 사이에 박스에 포장되어 고객에게 배송된다. 포장된 박스는 3PL물류 업체와 제휴를 통해 배송된다. 임퍼펙트는 배송 경로를 지리적으로 분석해 배송에 투입되는 비용을 줄이고, 경로를 최적화해 각 박스당 운송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측정, 개선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객은 여러 못생긴 작물이 담긴 박스를 필요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각각의 박스는 다양한 제철 과일과 야채들로 구성돼있다. 고객은 매주 다양한 작물이 담긴 박스를 집 앞으로 받아볼 수 있으며, 고객이 직접 임퍼펙트의 픽업 거점(Pick-up Site)에서 수령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진= 임퍼펙트는 고객이 니즈에 따라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군으로 큐레이션 박스를 구성했다.
판매될 박스에 담길 수 없는 상품들이나, 고객들에게 판매되지 않는 잉여 상품들은 푸드뱅크(Food Bank)로 기부되거나 농가의 퇴비로 되돌아간다. 임퍼펙트는 이렇게 매주 약 454kg에 달하는 작물들을 지역 푸드뱅크에 기부하고 있다.
못생겼지만 아름답다
임퍼펙트는 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사업 성장 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말한다. 창업 1년만에 매주 6000개의 박스를 출고하고, 10000명 이상의 고객을 보유했다는 것이 임퍼펙트의 설명이다. 또한 지역단체(Local community)와 환경단체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있으며 월스트리트저널, NPR, 뉴욕타임즈의 메인 인터뷰로 게재될 정도로 언론의 많은 주목도 받았다고 한다.
현재 임퍼펙트는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Bay Area) 전역에서 서비스하고 있으며 2017년 초까지의 캘리포니아 전역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점차 미국 전역으로 진출하고자 한다. 임퍼펙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그 이상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연간 폐기되는 식품들이 얼마나 많으며, 어떻게 그것들이 다시 가치를 얻을 수 있는지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벤 사이먼 대표는 “평균적으로 20%의 식자재가 단지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폐기된다. 너무나 많은 식품이 충분히 우리가 먹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폐기장으로 이동한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으며, 많은 사람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우리는 이런 문제를 알리는 마켓리더가 되고자한다”며 “과일과 야채의 미에 대한 기준의 재정의(Re-define)가 필요하다, 못생겨도 괜찮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사진= 임퍼펙트프로듀스 직원 단체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