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BMW, 가트너 SCM Top 25 턱걸이의 비결

by 박승범

2019년 12월 27일

'불자동차' BMW, 공급망관리 실패에도 가트너 Top25 유지 비결은?

공급망 전체 연결하는 생산전략 Connected Supply Chain 파헤치기

협력사 저항은 없을까? '큰 그림' 안에서의 혁신 위한 BMW의 접근법

 

글. 박승범 SCM 칼럼니스트

 

 

필자는 과거 ‘가트너 SCM Top 25에 올라도 SCM을 잘 못 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대표적인 사례로 BMW를 든 적이 있다. 해당 기고를 통해 BMW의 차량 화재 사건은 분명 BMW 내에서 위험한 설계와 부적절한 부품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으나, 구성원들이 합의하지 못해 사고가 났으므로 명백한 SCM의 실패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도 BMW는 가트너 SCM Top 25에서 늘 25위 전후를 유지한다. 이쯤 되면 궁금하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렇게 높은 점수를 얻을까? 답은 가트너 홈페이지에 있다. BMW는 재고 회전율이나 매출 증가율 등 경영지표 항목보다, 순위를 정하는 응답자들의 주관적 의견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다(평가 비중이 무려 50%다). 지금도 차량 화재로 고통을 겪는 분들은 손사래를 치겠지만, 세상이 바라보는 BMW는 ‘불자동차’가 아니라 높은 브랜드 파워, 우수한 성능, 신뢰의 상징이다.

 

BMW의 국내 판매량이 반 토막이 났다고들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작년 말부터 다시금 증가 추세다. 생각해 보면 본사 간부들이 나름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발 빠르게 한국을 찾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 BMW가 가트너 SCM 순위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이유는 브랜드 이미지가 전부일까? BMW의 SCM을 대표할 수 있는 열쇳말은 정말 없을까? 4차 산업혁명의 나라 독일이어서 그런지 BMW의 SCM 관련 자료는 ICT를 적용한 프로세스 혁신, 특히 생산 프로세스 혁신에 대한 자료가 대부분이다.

 

BMW의 생산전략, Connected Supply Chain

 

7월 5일 독일발 로이터 뉴스는 현 하랄드 크루거(Harald Krueger) BMW CEO가 2020년 4월 임기 만료 후 이를 연장할 생각이 없으며, 2015년 이사회 멤버가 된 올해 55세의 올리베르 집세(Oliver Zipse)가 신임 CEO로 유력하다고 보도했으며, 7월 19일 BMW 이사회는 올리베르 집세를 차기 CEO로 공식 선임했다. 집세의 경쟁자로 올해 59세의 연구개발 담당 클라우스 프뢸리히(Klaus Froehlich)가 있지만, 이사회 멤버가 60세 이하라는 제한을 생각하면 고령이고, 올해 57세의 CFO 니콜라스 페터(Nicolas Peter)가 있을 뿐이었다. 구매 담당을 거쳐 엔진 개발 총괄을 맡았던 마르커스 뒤스만(Markus Duesmann)도 있었지만 2018년 폭스바겐으로 이직했다.

▲ BMW의 새로운 CEO 올리베르 집세

 

올리베르 집세는 1991년 BMW에 입사했고 기술기획 및 생산전략 담당 부사장을 거쳐 미국, 중국 등지에서 BMW의 생산능력을 비약적으로 개선한 생산통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생산총괄이다. 생각해 보면 현 CEO 하랄드 크루거를 비롯하여 이사회 의장을 맡은 노베르트 라이트호퍼(Norbert Reithofer) 역시 CEO에 오르기 전 생산총괄을 맡은 바 있다. 한마디로 BMW에서 생산총괄은 CEO에 오르는 디딤돌 역할을 해 왔다.

 

그래서인지 BMW가 그동안 생산물류와 협력업체 간의 파트너쉽 관리에 쏟은 노력을 살펴보면 제법 흥미롭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독일 자동차 업계의 공급망 관리 사례는 대부분 이른바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한 생산 혁신에 집중되어 있지만, 그중 BMW에서 추진 중인 Connected Supply Chain 관련 자료를 소개해 본다. 한마디로 부품 생산부터 생산 라인 투입, 완성차 배송에 이르는 공급망 전체를 연결한다는 발상이다.

 

어떻게 공급망 전체를 연결할까?

 

전 세계 30개 공장을 두고 있고, 4000여 지역에 1800곳의 공급업체가 부품을 공급하며, 하루에 3100만 개의 부품을 배송하는 BMW의 공급망. 이를 고려한다면 아주 작은 비효율만 제거해도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는 매우 크다. 다만 뭘 해도 무조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던 리엔지니어링의 시대는 오래전에 지나갔기 때문에 하나의 효율이 또 다른 비효율을 낳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공장에서 완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부품 입고 프로세스를 생각해 보자. 대부분 공장의 프로세스는 크게 아래와 같이 구성될 것이다.

 

1) 부품을 실은 공급업체 차량이 공장에 도착한다.

2) 공급업체 차량에서 부품을 꺼낸다.

3) 꺼낸 부품을 창고(또는 부품을 임시로 보관하는 Depot)에 보관한다.

4) 생산계획을 보고 생산 라인에 투입될 부품을 피킹한다.

5) 피킹한 부품을 생산 라인에 투입하기 알맞게 포장한다.

6) 포장한 부품을 생산 라인에 배달한다.

7) 배달한 부품을 생산 라인에 올려 준다.

8) 공급업체 상자 중 빈 상자는 모아 두었다가 공급업체에 다시 돌려준다.

 

어찌 보면 사소해 보이지만, 부품 입고‧분류‧피킹 및 생산 라인 배송은 공장의 생산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물류관리사 자격시험을 공부할 때 배운 공장물류 부분이다. 많은 공장에서는 아직 이를 인력에 의존하고 있고, 자동화를 추진하더라도 프로세스 전체에 적용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과정에서 부품을 실은 공급업체 차량이 언제 도착하는지 알기 위해 공급업체 차량에 GPS를 설치했다고 가정하자. 이렇게 제시간에 부품이 도착해봤자 생산 라인에 부품을 정확하게 투입하지 않으면 라인은 멈춰 버린다. BMW는 상기 프로세스 일체에 ICT 기술을 적용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미 일부 공장에는 적용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① Connected Supply Chain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현해 공급업체로부터는 생산 일정을 받고, 운송업체로부터는 도착 예정 정보를 받는다. 15분마다 공급 상황과 운송 상황을 업데이트한다. 이렇게 2018년 유럽과 멕시코의 공급업체 및 운송업체와의 연결을 완료했고, 2019년 말 전 세계 업체들을 연결한다고 한다.

 

② ①번 계획에 따라 부품이 공장에 도착하면 공급업체 차량에서 부품을 꺼낸다. 이때 부품은 공급업체의 상자에 담겨 있다.

 

③ 공급업체의 상자에 담긴 부품을 팔레트에 담아서 창고에 입고한다.

 

④ <로봇1>이 생산계획에 따라 생산 라인에 투입할 부품을 팔레트로부터 공급업체의 상자 단위로 꺼내 컨베이어 벨트에 올린다. 인공지능을 가지고 있어 약 450종류의 상자를 구분할 수 있다.

 

⑤ <로봇2>가 공급업체의 상자에서 부품을 피킹한 후 공장 내 운반 상자에 담아 생산 라인으로 가는 대차에 싣는다. <로봇2>도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있어 약 5만 종류의 부품을 구분할 수 있다.

 

⑥ AGV(Automated Guided Vehicle)가 분류한 부품을 생산 라인으로 옮긴다. 비단 공장 안의 생산 라인뿐만 아니라, 공장과 공장 사이를 이동하는 차량도 있다(무려 30톤을 운반할 수 있다고 한다).

 

⑦ <로봇3>은 생산 라인에 도착한 부품을 꺼내 라인에 올려놓는다. 생산 라인 작업자는 투입될 자재가 오고 있음을 스마트워치의 진동으로 미리 알 수 있으며, 진동이 울리면 AGV에 빈 운반 상자를 올려놓는다.

 

⑧ <로봇4>는 빈 공급업체 상자를 수거해 갈 수 있도록 모아 놓는다.

 

이렇게 해서 완성한 차량을 고객에게 배달할 때, 고객에게 언제 어디에 자신의 차가 있는지 안내해 준다.

 

별거 없다고? BMW 사례의 시사점

 

내용을 확인해본 뒤에는 다소 허탈할 수 있다. 정말 별거 없다. 많은 투자가 필요한 로봇을 제외하면 이미 우리나라 기업들이 시도한 자동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입고와 피킹 과정에서 바코드나 QR코드를 사용하는 기술은 일반화되어 있고, 많은 공장에서 이미 AGV를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BMW의 프로세스 혁신은 몇 가지 시사점을 준다.

▲ BMW가 공개한 자동화 제조공장

 

첫째, 지금 당장의 효율보다 인구 절벽으로 인력이 줄어 인건비가 지금보다 더 높아질 수 있는 시대, 사소한 실수가 지금보다 더 큰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대를 대비하자는 생각이다. 바코드 또는 QR코드 등의 기술 발달로 입고와 피킹이 편해지기는 했지만, 이는 여전히 고된 작업이며 실수를 자주 내는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금전 손실이라도 발생하면 관리부서는 물류부서에 무리한 요구를 한다. 예를 들어 하나의 상자만 대표로 스캔한 뒤 상자 수량을 입력해 입고를 확정하던 것을, 한 번 실수로 재고 차이를 경험하고 나면 상자 하나하나를 스캔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 분야에 로봇을 투입하는 실험은 의미 있으며, 자연스레 중장기적 프로젝트가 된다. 실제 필자가 소개한 프로세스는 2015년 구축을 시작해 지금도 확산 중이다.

 

둘째,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연결하자는 생각이다. 위에서 본 것처럼 모든 과정이 시스템의 정보로 시작해서, 로봇을 활용한 다음, 다시 시스템의 정보로 끝난다. 어느 한 군데 사람이 개입하는 포인트가 없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로봇이나 AGV의 속도가 프로세스 전체의 속도를 결정하게 되면, 당연히 ‘시스템 오작동이나 반응 속도 저하로 인한 업무 손실’이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BMW는 위처럼 발생할 수 있는 업무 손실을 사람의 힘으로 메꾸지 않고, 유연한 로봇을 투입해서 메꾸고 있다. 예를 들어 BMW는 매우 작은 부품을 운반할 때, 이에 특화된 로봇을 활용한다. 공장과 공장을 오가는 전동 트레일러도 부품의 크기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개발한 상태다. 이렇게 로봇이 다양해질 경우, 유지보수가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에 로봇의 배터리는 BMW i3에 사용하는 배터리를 그대로 쓴다고 한다.

▲ 같은 모델의 배터리를 공유하는 BMW i3(왼쪽)와 자동화 공장의 로봇 및 AVG(오른쪽)

 

세 번째로 표준화를 위한 노력이다. 모든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여러 업체가 개발한 다양한 로봇과 AGV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는 후에 서로 규격 차이가 발생하거나, 호환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협력 업체들이 BMW가 원하는 모든 규격을 지원해 주기도 어렵다.

 

따라서 BMW는 여러 제조업체의 제품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할 예정이다. 보통 물류 업계의 Digital Transformation을 논할 때 ‘플랫폼’은 화물 운송 입찰에 참여하고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켓플레이스를 떠올리게 하지만, 각기 다른 솔루션 간의 호환을 돕는 IT 관점의 플랫폼도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BMW는 독일 자동차산업협회(VDA)와 기계산업협회(VDMA)에 참여하여 커뮤니케이션 표준을 만들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클라우드 플랫폼 BMW Services 를 구현하여 원활한 데이터 교환을 지원한다.

 

네 번째로 전후방 프로세스와의 연계다. 예를 들어 위 ① ~ ⑧번 단계를 거쳐 자동차를 완성하면, 고객에게 차량을 인도할 때까지 Connected Supply Chain을 통한 추적이 계속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때 차량 내비게이션을 활용해 완성차의 위치와 상태가 바뀔 때마다 해당 정보를 물류센터에 전송하고, 딜러샵 마당에 차량이 도착해야만 추적을 종료한다고 한다. 차량의 내비게이션이 BMW의 공급망 관리 솔루션인 Connected Supply Chain에 연결되어 있다가, 딜러샵에 도착하는 순간 그 연결을 끊고서 Connected Drive*로 전환한다.

* 내비게이션부터 인포테인먼트를 지원하는 BMW의 온라인 서비스 이름

 

▲ BMW의 Connected Drive 서비스(출처: BMW)

 

운전자들이 활용하는 Connected Drive가 사실 Connected Supply Chain에 연결되어 있다가 풀려난 상태라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물론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Connected Drive 전환 후에는 더 이상 추적하지 않으며, 설령 정보가 필요하다면 운전자의 동의를 받는다.

 

BMW의 큰 그림, 협력사들의 저항은 없을까?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공급업체와 운송업체가 Connected Supply Chain에 참여해야 하는데, 과연 별다른 저항 없이 참여할까? 사실 공급업체는 완성차 업체가 이 같은 ‘공급망 가시성 강화를 위한 도구에 정보를 제공하라’고 요구하면 ‘쓸데없는 일거리’라고 생각하기 쉽다. 독일도 비슷하다고 한다. BMW는 이럴 때 공급업체 및 운송업체의 협력을 얻기 위해 평상시 공급업체와의 파트너쉽 관리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2년마다 딜로이트와 오토모티브 뉴스가 North America Supplier's Choice Study 결과를 발표하는데, 미국 BMW의 경우 2009년 이후 2017년까지 꾸준히 최상위를 유지하고 있다.

 

공급업체들은 원청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을수록 원청의 혁신 활동에 더 열심히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 원청이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려 하지 않으면 공급업체는 가장 좋은 부품을 공유하지 않으며, 가격을 맞추거나 자원을 많이 투입하지 않는다.

 

이러한 측면에서 BMW의 공급업체와의 파트너쉽은 비교적 양호해 보인다. 예를 들어 세계 조향 시스템 시장점유율의 25%를 차지하며 오토모티브 뉴스가 선정한 전 세계 상위 100대 공급업체 중 18위에 올라 있는 JTEKT의 경우, 도요타 계열임에도 불구하고 듀얼 피니언 기술*을 X3, X4 에 적용하자고 BMW 측에 제안해 3년간의 개발과정을 거쳐 해당 기술을 적용했다. 2016년 독일 공급업체 Webast는 BMW 측에 조명이 적용된 혁신적인 파노라마 선루프를 제안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7 시리즈에 적용된 스카이라운지 파노라마 선루프다.

* 차량 핸들의 조향축과 차축을 연결하는 피니언 기어 2개를 적용하는 기술. 조향성능이 높아진다.

 

▲ BMW의 파노라마 선루프(출처: BMW 블로그)

 

지난 2018년 5월 계기판 고정용 크로스빔을 생산하는 Meridian Magnesium Products사 공장(미시간 주 이턴 래피드 Eaton Rapids, Michigan 소재)에 불이 났다. 이때 BMW는 독일에서 주물을 생산하는 한 파운드리 업체 직원 20명을 불이 난 공장에 비행기로 수송하여 생산 장비를 뜯어내 테네시에 있는 또 다른 공급업체에 설치하게 했다. 해당 공급업체에는 또 다른 독일 공급업체 직원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비로소 다시 생산을 시작했다고 한다. 원청의 갑질이 아니냐는 생각도 들지만, 과연 갑질을 한다고 해서 이렇게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혁신을 위한 BMW의 접근법

 

정리하면 BMW의 공급망 관리는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공급업체와의 우호적 관계에 기초해, 장기간에 걸쳐, End to End 프로세스를 고민하고, 과감하게 투자해서 이뤄낸 결과물이다. 이는 생산을 중시해 온 최고 경영진의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물이 우리의 결과물보다 늘 좋을 거라고 사대적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제대로 된 혁신을 위한 접근법은 배워야 한다. 아직 4차 산업혁명을 아직도 핫하게 받아들이는(지난 5년간의 구글 트렌드를 검색해 보시라) 우리에게는 더욱더 그렇다.



박승범

군 복무 전 우연히 하게 된 창고 알바를 계기로 물류에 입문, 아직 초심을 안 버리고 물류하고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해서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dcscully)를 운영하고 있고, 다양한 실무 경험으로 물류업계 종사자들의 삶과 애환을 독특한 시각과 필체로 써내려가는 것이 삶의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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