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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물류스타트업백서] 화물차 하나 없는 운송업체, 플랫폼으로 혁신하라

by 김정현 기자

2016년 10월 31일

글로벌 물류스타트업백서(15) 레츠트렌스포트(Lets Transport)

대기업도 맞추지 못하는 '운송 정시성', 플랫폼이라면 가능할까

플립카트, 아마존, 스냅딜 등의 물량을 유치한 젊은 물류스타트업의 도전

 

레츠트랜스포트letstransport

 

글. 김정현 기자

 

 

Idea in Brief

 

인도 GDP의 약 15%는 물류 및 운송시장에 투입되고 있다. 다른 개발도상국의 물류비 규모가 8% 가량인 것을 감안했을 때 인도의 GDP 대비 물류비 규모는 상당히 큰 것을 의미하며, 개선될 부분이 아직 많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 화물운송시장은 최근 20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인도 현지 운송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인도 화물운송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불투명한 시장구조다. 인도의 화물운송 스타트업 렛츠트렌스포트(Lets Transport)는 오랫동안 변하지 않은 인도 화물운송시장을 기술을 통해 변화시키고자 한다. 렛츠트렌스포트는 혁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기존 운송시장과 맞서 업계를 재편하고 인도화물계의 ‘우버’로 거듭나기 위한 혁신을 꿈꾸고 있다. 

 

 

최근 기자는 인도 유통시장 진출을 꾀하는 한 일본기업 관계자로부터 인도 물류업체에 대한 문의를 받았다. 기자에게 문의를 한 관계자는 일본의 화물을 인도까지 해상 운송하여 인도 방갈로(Bangalore)에 퍼져있는 도매업체까지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해당 관계자는 “인도 진출을 위해 시장 조사차 몇 차례 인도를 직접 방문했지만, 현지 운송을 대신해 줄 마땅한 업체를 찾을 수 없어 큰 고민”이라 토로했다. 그는 기자에게 인도 화물운송업체 중 추천해줄만한 기업이 있는지 물었다. 마침 취재중이기도 했던 한 인도 화물운송업체가 떠올랐다. 인도 방갈로를 중심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레츠트렌스포트(이하 레츠)다.

 

푸쉬카르싱(Pushkar Singh) 레츠 대표는 25세 젊은 나이로 인도 물류 생태계를 바꾸겠다는 포부로 화물운송시장에 뛰어들었다. 레츠는 창업 6개월만에 한 일본 VC로부터 13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아 업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레츠에 투자한 레드브라이트 파트너스(Rebright Partners)는 투자 이유로 ‘인도 화물 운송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점을 꼽았다. 

 

레츠는 인도 화물운송시장의 우버(Uber)를 목표로 한다. 자사 화물차를 전혀 보유하지 않고 트럭 운송사들의 집합체를 구성해서 기업 혹은 개인 고객에게 온디맨드(On-demand)로 화물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물리적 인프라를 보유하지 않은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인도 화물운송시장을 변화시킬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고 있을까. 푸쉬카르싱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전혀 새로운 이들이 몰려온다

 

푸쉬카르싱 대표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회사를 설명하기 이전 인도 화물운송시장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 화물운송시장은 최근 20년간 거의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그는 “인도 GDP(Gross Domestic Product)의 약 15%가 물류와 운송 시장에 투입되고 있다”며 “여타 개발도상국의 GDP 대비 물류비가 8%인 것을 감안했을 때 인도에서 투자하고 있는 물류비 규모가 얼마나 거대한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인도의 GDP 중 물류비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이유는 ‘물류시장의 불투명성’ 때문이다. 화물운송시장의 경우 화주와 차주(트럭운송자), 두 주체 모두 불만을 품으며 수십 년 간 현 상태를 답보하는 모습이다. 불투명성의 대표적인 사례로 인도 화물시장에는 명기된 가격 테이블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화주는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는 차주 혹은 물류업체를 찾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고 화물시장에서 트럭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정해진 가격대가 없기 때문에 화주는 매번 차주와 단가 조정을 위해 흥정해야 한다. 이로 인해 때로는 15분이 걸릴 픽업시간이 2시간 이상까지 밀리기도 한다. 리드타임을 지키더라도 차주에게 떨어지는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다.

 

차주 역시 불편함을 토로한다. 물량이 많은 대화주를 상대하는 경우, 그들이 요구하는 터무니없는 저단가에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공차율도 상당하다. 인도의 도로를 달리는 차주는 텅 빈 트럭을 운행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제대로 된 화물배차 및 경로탐색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업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도의 화물운송 업태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푸쉬카르싱 대표는 레츠도 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레츠는 화주와 차주, 두 주체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구상했다.

 

비스킷에서 시작된 화물운송의 꿈

 

레츠는 케이터링(Catering)부터 건축자재(Construction)까지 다양한 종류의 화물운송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화주는 레츠를 통해 온디맨드(On-demand) 혹은 정기화물 두 가지 서비스를 선택하여 이용할 수 있다.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는 화물을 그들이 원하는 시간에 예약하거나, 정기운송 거래를 하여 도시내 원하는 장소로 운송하는 방식이다. 레츠는 특히 기업 공급사슬이 효과적으로 흘러가게끔 라스트마일(Last-mile) 물류를 지원한다. 

 

푸쉬카르싱은 레츠의 사업모델은 인도 복합기업 ITC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푸쉬카르싱은 ITC에서 FMCG(Fast Moving Consumer Goods)와 호텔, 기술 등 다양한 사업 분야를 경험했다. 그의 경력 중 ‘선피스트(SunFeast)’라는 비스킷 브랜드의 제조(Manufacturing) 운영 매니저로 역임한 경험은 레츠 사업 구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푸쉬카르싱 대표에 따르면 선피스트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물류부분에서는 재앙이 시작됐다. 하나의 비스킷을 만들기 위해서는 80가지 원재료가 들어간다. 이것은 즉 80여개 공급업체(Vendor)와 협업을 하며, 이들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피스트 비스킷은 매일 일정 수량이 제조되어야 했다. 이를 위해서는 비스킷 원재료가 제 시간 안에 공장에 도착할 필요가 있었다. 너무 일찍, 혹은 늦게도 아닌 정해진 시간에 맞춰 재료가 들어올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 달에 원자재가 제 시간에 들어오는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매번 화물이 늦었고, 혹은 도중에 분실되는 일이 잦았다. 비스킷 제조에 필요한 재료 배송이 늦어지니 자연스레 공정은 지연됐다. 제조운영 담당자는 원자재를 실은 트럭이 대체 어디까지 왔는지 하루에도 수십 통씩 전화를 해야 했다. 이 정도면 원자재 공급업체들이 대체 어떤 물류업체를 사용하길래 납기일을 이리 못 맞추는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푸쉬카르싱은 이에 대해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인도내에서 소위 ‘물류 대기업’이라 일컬어지는 이들과 거래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업체를 바꾸고자 하는 노력도 몇 번 했지만 결과는 매번 실패였다. 그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인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비효율성을 해결할 수 있을까. 푸쉬카르싱의 고민은 계속됐다. 그는 그가 가진 고민을 대학 친구인 수달샨라비(Sudarshan Ravi)와 안킷파샤(Ankit Parasher)에게 공유했다. 그를 포함한 세 친구들은 기술의 변화가 공급사슬관리의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비스킷 생산관리에서 시작한 물류에 대한 불만은 결국 화물운송 스타트업 ‘레츠’를 만들어냈다. 

레츠트랜스포트공동창업자

(사진= 레츠 공동창업자. 왼쪽 순서대로 수달샨라비((Sudarshan Ravi)와 안킷파샤(Ankit Parasher), 푸쉬카르싱(Pushkar Singh)

 

기술이 시장을 바꾼다

 

푸쉬카르싱은 레츠의 서비스를 ‘사용하기 쉬운 기술 플랫폼(Easy-to-use Tech Platform)’이라 정의한다. 레츠는 플랫폼을 통해 창업자가 직접 겪었던 ‘생산관리자가 하루에 80통 이상 트럭 운전자에게 전화를 해야 하는 현실’을 개선하고자 한다. 인도 방갈로에서 손꼽히는 운송업체들을 기술을 통해 연결하며 공급사슬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바꾸는 방식이다.

 

레츠는 온라인 웹, 혹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모든 화물운송 프로세스를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화물운송 주문 의뢰부터 GPS로 추적이 가능한 트래킹시스템, 정기적인 화물운송 상태 업데이트, 투명한 운송요금, 운송 정시성, 배송완료 확인 등 모든 프로세스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시켰다.

 

푸쉬카르싱 대표가 강조하는 레츠의 핵심기술 중 하나는 ‘실시간 트래킹’이다. 인도 화물운송시장은 지금껏 화물 트래킹이 불가능한 것이 당연한 세상이었다. 레츠는 지오펜싱(Geo-fencing)을 이용해 차주와 화주를 연결한다. 이 기술로 인해 화주는 온라인, 모바일로 화물 트래킹을 할 수 있게 됐다. 만약 갑작스런 사고 및 교통체증으로 인해 운송이 지연된다면 레츠는 화주에게 30분 이내로 알람을 보낸다. 이 외에도 레츠에서 개발한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화물 배차가 이뤄지기 때문에 차주들은 목적지까지 최적의 경로로 운행하고, 공차율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푸쉬카르싱 대표는 “레츠의 운송혁신의 중심에는 기술이 있다”며 “이제 많은 사람들이 택시를 이용할 때 당연한 듯 우버택시를 부르듯이 화주들 또한 화물운송 서비스를 이용할 때 당연한 듯 레츠를 부르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확장의 과도기를 맞이하며

 

현재 레츠는 월평균 27%씩 성장하고 있다. 레츠는 인도 방갈로에서만 일평균 600건의 주문을 처리하고 있으며, 성장 추세를 이어 사업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레츠의 대표 화주로는 플립카트(Flipkart), 아마존(Amazon), 스냅딜(Snapdeal) 등이다. 유통화주들에게는 B2B물류뿐만 아니라 B2C물류 역시 제공해줌은 물론이다.

 

지난해 레츠는 인도 물류스타트업 쉬프터(Shifter)를 인수했다. 쉬프터는 레츠와 유사한 화물운송 플랫폼 업체이다. 레츠와는 달리 개인 이삿짐이나 SME(Small Size Enterprise) 업체와 같은 상대적으로 작은 화물운송에 특화된 업체였다. 레츠는 쉬프터 인수 이후에도 두 회사를 별도 도메인으로 구분하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푸쉬카르싱 대표는 이에 대해 “같은 화물운송이라도 쉬프터와 레츠의 타겟고객이 다르기 때문에 서비스를 분리해둔 것”이라 설명했다.

쉬프터

(사진= 지난해 레츠가 인수한 물류스타트업 쉬프터의 웹플랫폼)

 

레츠는 나아가 서비스 지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방갈로에서 성공적인 출발을 기점으로 현재는 인도의 수도인 델리 엔씨알(Delhi NCR), 첸나이(Chennai), 트리치(Trichy)로 지역을 확장했다. 특히 푸쉬카르싱 대표는 트리치 지역 진출을 눈여겨보고 있다. 트리치는 인도 제조산업의 허브라 불리는 도시이기 때문에 좋은 물류업체에 대한 니즈가 충분히 많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레츠는 또한 올해 안으로 4개 도시에 추가적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레츠는 서비스 확장에 따라 현재 도심내(Intra-city) 물류 서비스를 넘어 도시간(Inter-city) 물류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전망이다.

 

푸쉬카르싱 대표는 “레츠의 경쟁사가 어디냐”는 기자의 질문에 “인도에는 레츠와 비슷한 화물운송 스타트업이 다수 존재하지만, 우리의 경쟁자는 그들이 아니다”라며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하는 기존시장이야말로 우리의 경쟁자”라 힘주어 말했다. 변화를 거부하는 전통을 변화시키기 위해 인도 화물운송시장 개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것이 레츠의 설명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샘은 프로도를 업고 가면서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직접 너를 나를 수는 없지만, 너를 위해 대신 날라주겠다(I can’t carry you Mr. Frodo. But, I can carry it for you!)” 

 

레츠는 혼란스러운 인도 화물운송시장의 변화의 물결 속에서 샘과 같은 존재가 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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