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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의 시대, 길목의 권력자

by 김철민 편집장

2016년 08월 05일

 

글. 김철민 편집국장

 

벌과 파리의 지능에 관한 재미있는 실험이 있습니다. 유리병 속에서 벌과 파리 중 누가 먼저 빠져나오는지 겨루는 게임인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압도적으로 지능이 좋은 벌이 파리를 이깁니다. 그런데 유리병 바닥에 빛을 비추면 벌과 파리가 뒤섞이다 파리가 완승합니다. 왜일까요? 파리는 이곳저곳 날아다니다 몇 분 만에 유리병을 빠져나왔지만 벌은 빛이 나오는 곳이 출구라는 경험이 쌓은 지식에 가로 막혀 빛을 향해서만 돌진했기 때문입니다.


요즘 우리가 사는 시대가 바로 그런 것 같습니다.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기술이 산업을 파괴하고, 재조합하는 융복합의 시대입니다. 벌처럼 기존 지식에만 의존한 채 과거 관행을 믿고 살다가는 망하기 딱 좋은 때지요. 그래서 이제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국내 양대 유통공룡인 롯데와 신세계의 태도 변화가 눈에 들어옵니다. 롯데 신동빈 회장이 그룹 임원진에게 쿠팡에게 상처난 ‘옴니채널’(omni channel) 전략을 강조하고,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오카도(Ocado, 英온라인식료품유통업체)’처럼 주문과 배송이 편리한 ‘쓱(SSG)’을 외치는 시대입니다. 기존 비즈니스 관행이 해체되고 새로운 가치사슬이 재편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생태계가 만든 초연결의 시대가 수많은 산업의 지형을 바꿔놓고 있으며 IoT나 O2O(online to offline), 빅데이터(big data), 로봇(robotics) 등 새로운 기술들이 거의 모든 기업에 파괴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단언컨대 이런 흐름에 대비하지 않는 기업은 향후 10년 안에 몰락할 것입니다. 게임의 규칙이 바뀌면 기존 강자, 그리고 덩치 큰 거대기업들은 더 불리합니다. 기업들이 전략을 계획이 아닌 배우는 과정으로 바라보고, 린스타트업(lean startup)처럼 ‘만들기-측정-학습’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꾸준히 혁신해 나가는 자세가 강조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린스타트업(lean startup): 짧은 시간 동안 제품을 만들고 성과를 측정하여 다음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것을 반복해 성공확률을 높이는 전략

 

디지털이 파괴하는 물류


아마존(amazon)이 로봇과 물류 자동화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구글(google)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물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마당에 업종에 국한된 사고는 매우 위험합니다. 현재 한국의 물류업체들은 조직 융해의 교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있습니다. 과거 물류업은 본질적으로 장치임대업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요지에 운송 및 보관 인프라를 확보하고, 화물차나 화물기, 배를 빌려주면 장사가 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바일 기술의 확산으로 이런 모델에 치명적인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공유경제란 거대한 트렌드 속에 화물차 운송중개, 창고보관, 3PL, 포워딩, 화물운임비교 등 기존 물류산업을 해체하는 스타트업들의 파괴적 모델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내 물류업체들도 나름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화물운송정보망의 플랫폼화, 스타트업과의 협업 모델 개발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러나 이는 조직 융해와 같은 근본적인 변화에는 한참 미치지 못합니다. 더 큰 애벌레가 되기 위한 노력에 머물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애벌레가 몸집이 커지면 포식자의 좋은 먹잇감이 될 뿐입니다. 스스로의 핵심역량을 해체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연결의 시대, 산업간 붕괴


올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으로, 그중에서도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인터넷과 모바일,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디지털이 산업 지형을 바꾸고 있는 현시점에서 초연결시대 물류의 역할에 대한 평가는 물류인들에게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물류는 이동성(mobility)과 연결성(connectivity)을 완성시킵니다. 사람과 제품, 그리고 정보 등 모든 유무형의 서비스가 언제 어디서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초연결사회의 길목에서 온오프라인 매개자로서 물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것입니다.


현대인들은 연결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장 환경을 기반으로 가정의 각종 제품과 서비스가 융합된 스마트홈, 유통분야의 옴니채널, 고객 스스로가 기술을 활용해 자신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셀프서비스기술(SST: Self Service Technology)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서비스 산업은 혁신과 모바일의 열풍 속에서 새로운 변혁기를 맞이한 것이죠.


소비자들의 구매행동과 유통 서비스의 혁신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옴니채널의 등장입니다. 옴니채널이란 백화점, 마트, 편의점과 같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환경과 온라인, 모바일 및 다양한 정보기술이 결합돼 모든 유통경로가 연결·통합된 환경에서 소비가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다른 온오프라인 연계채널로 O2O와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도 급부상 중입니다. 대표적인 업체로는 우버(uber)와 카카오(kakao)가 있습니다. 이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온디맨드 교통, 유통, 물류, 주선 서비스 행위는 결국 소비자와 서비스 제공자를 온라인과 모바일로 즉시 연결시켜 주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사람과 사물, 정보와 서비스 등 모든 것들이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매개하라, 길목의 권력자


앞서 언급했듯이 제조, 유통, IT 등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온-오프라인 경계 구분이 무의미한 현 시점에 디지털 기술이 파괴하는 물류산업에도 일찌감치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항공, 해운분야로 물류서비스를 확대 중인 글로벌 유통기업 아마존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물류기술특허를 보유한 IT기업 구글은 제조-유통-IT산업간 영역이 파괴되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올해 국내 물류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물류스타트업의 등장입니다. 왜일까요? 옴니채널에서 시작하여 O2O, 온디맨드 비즈니스 모델로 유통산업이 대변혁의 시대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물류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들이 실물의 흐름을 포함한 융합형 비즈니스 모델로 변화해가는 과정에서 물류가 서비스의 핵심 성공요소로 등장했습니다.


실제로 오프라인 중심의 물류서비스 거래 시장에 삼성SDS는 화주와 물류기업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온라인 물류 거래 플랫폼 ‘첼로스퀘어’를 출시했습니다. 모바일 및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 운임조회, 최적 운임선택 후 서비스 요청, 신용장 등록, 실시간 추적, 리스크 정보 모니터링 등의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였고, 추후 물류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 서비스로 확장을 준비 중이기도 합니다.


CJ대한통운 역시 화물정보망을 오픈마켓형 물류플랫폼 ‘헬로’ 서비스를 출시하여 플랫폼 경쟁에 뛰어 들었습니다. 첼로스퀘어와 분야는 다르지만, 전통적으로 화주기업을 중심으로 폐쇄적으로 움직이던 물류 아웃소싱 서비스에 개방형 플랫폼들이 참여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이후 화주와 포워더, 선사 간의 온라인 개방형 거래를 지원하는 헬로쉽과 트레드링스 같은 서비스도 등장하면서 개방형 물류 플랫폼 시장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공유경제, 온디맨드, 플랫폼, 라스트마일 등 전 세계는 물론 전국 방방곡곡의 골목에서 탄생한 스타트업과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는 물류기업을 중심으로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물류 서비스들이 탄생하고 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인간과 로봇이 융합되고 서로 연결되는 시대입니다.


연결의 시대, 길목의 권력자로 ‘물류’가 새롭게 조명받는 이유입니다.



김철민 편집장

Beyond me(dia), Beyond logistics
김철민의 SCL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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