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의 영원한 숙제 '공간', 공간효율화를 위한 자동화 사례 살펴보기
디지털 전환‧IT융합‧마이크로‧오프라인 등 키워드 통해 본 자동화
글. 콘텐츠팀 정린아 기자
(사진: CommonSense Robotics)
충분한 공간 확보는 물류업계에서 영원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하루에도 수백만 개의 상품이 입출고되기 위해서는 상품 적재부터 재고 관리, 포장, 출하,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처리하기 위한 공간이 필수적이다. 고객이 원하는 배송 소요 시간도 점점 단축돼 n-day 배송을 넘어 이제는 n-시간 내 배송을 위한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다. 주문 후 몇 시간 후 배송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창고에 충분한 재고가 미리 준비돼 있어야 한다. 더욱 복잡해진 공급망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서도 공간 확보는 필수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공간 확보가 금전적 비용으로 직결된다는 것. 특히 한국은 작은 땅덩어리, 과열된 부동산 시장으로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물류창고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부정적인 인식도 새로운 물류창고를 위한 부지 선정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기업들이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은 공간 효율화다. 이들은 주어진 공간을 잘 활용해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서비스 질은 높일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키워드는 ‘디지털 전환’
자동화 시스템에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로봇 등 기술이 접목된다. 물류 로봇, 드론 등으로 사람이 닿지 못하는 곳까지 적재 공간 활용성을 최대로 끌어올리는가 하면 클라우드 기반 창고 매핑을 활용한다. 적절한 공간 배치와 활용은 작업 흐름을 최적화해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대표 물류 기업인 CJ대한통운이 스마트 물류를 위한 솔루션을 선보이며 관련 사업을 선도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플랫폼인 TES가 대표적이다. 이는 기술(Technology), 엔지니어링(Engineering), 시스템 앤 솔루션(System & Solution)으로 구성돼 물류의 자동화, 지능화, 최적화를 제시한다.
(사진: CJ대한통운)
기술 부문에서는 로봇 융합형 물류기술 개발로 자동화와 인력 한계 극복을 돕는다. 무인 배송 드론, 실시간 배송 관리 등은 물론 데이터와 알고리즘 기반의 물류자원 센싱, 자동화 설비를 통한 실시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한다. 엔지니어링의 경우 데이터와 과정 표준로 생산성과 정보 투명성을 강화하고, 재고 수준 및 적재의 최적화로 작업 효율도 높인다. 시스템 앤 솔루션에서는 최신 ICT 기술이 대거 접목됐다. 각 산업별 맞춤형 IT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사의 만족도를 높이는가 하면 창고관리, 수배송 등 전 물류 영역 내 빅데이터, 딥러닝 등의 신기술을 융합해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CJ대한통운은 물류업계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TES뿐 아니라 다양한 스마트 물류 구축을 위한 시스템들을 준비 중에 있다. 종합물류연구원에서 관련 연구를 지속하며 물류센터 설계 및 프로세스 최적화 솔루션, 거점 네트워크 설계 및 수송 최적화 솔루션, 스마트 패키징 및 분류 솔루션 등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변화하는 물류… IT의 융합
물류의 자동화가 물류 기업만의 산물은 아니다. IT 기술이 대거 접목되면서 삼성SDS, LG전자 등 전자IT 기업들도 스마트 물류 사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삼성SDS는 지난 2017년 물류 사업의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SL(Smart Logistics) 사업부를 물류사업부문으로 격상하고, 물류사업부문 내 스마트물류사업부과 글로벌물류운영담당을 둬 전문성을 강화했다.
(사진: 삼성SDS)
지난 8일 열린 ‘REAL 2019’ 행사에서는 AI, IoT 등을 적용한 자동화 시스템을 공개했다. 생산, 마케팅, 경영시스템까지 전 사업 영역에서의 디지털 전환으로 운영 체계를 효율화하는 것. 이를 통해 물류 창고 내 수요 예측 정확도가 높아져 효율적인 재고관리로 공간 활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류 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웨어러블 ‘클로이 수트봇’을 공개한 LG전자는 새로운 로봇 제품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사업장에서 자동화를 통해 공간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TV를 생산하는 경상북도 구미시 산호대로에 위치한 LG전자 구미사업장의 생산라인은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는 부품 이동부터 조립까지 많은 과정이 자동화된 상태다.
(사진: LG전자)
LG전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생산 현장에서 공간에 대한 제약을 줄이기 위해 부품 등을 고공물류로 이동시킨다. 모듈이나 백커버 등이 고공으로 들어오면 라인 안쪽에서 사람이 조립을 시작한다”며 “조립의 경우에도 스크류를 드라이버로 박는 수동 작업을 로봇팔이 지정된 포인트에 정확하게 놓는 등 자동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2019년형 OLED TV부터 야스카와사(YASKAWA)의 로봇팔로 TV를 벽에 걸 수 있는 마운트를 장착하는 등 공장 자동화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 야스카와사에서 생산하는 로봇팔
소규모라도 도심에서 직접… 마이크로
관련 업계에서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공간 제약 탈피와 프로세스 자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은 마이크로 풀필먼트(Micro Fulfillment) 센터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는 도심 내 매장이나 소규모 창고를 이용해 온라인 주문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상품 보관뿐 아니라 재고 관리, 포장, 출하,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아우른다.
2015년 창립된 이스라엘 스타트업 커먼센스로보틱스(CommonSense Robotics)는 이스라엘 텔아비브(Tel Aviv) 시내에 면적 6000㎡이 달하는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마련하고, 도심 거주자들에게 1시간 내 식재료 배송을 완료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작은 단순했다. 좀 더 빠르고 싼값에 온라인 주문 배송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관련 서비스를 고안했다. 이들의 목표는 여러 로봇을 이용한 온라인 주문 처리 시스템을 활용해 고객의 만족감과 유통업자들로부터 제공되는 서비스의 효율성을 모두 높이는 것.
(사진: CommonSense Robotics)
대부분의 처리 과정을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운영하는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는 주문 검수를 위한 최소한의 인력만 배치된다.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로봇에게 주문받은 상품을 가져오게 하고, 이를 근로자에게 전달해 포장한 후 출고하는 방식이다. 5분 내 주문 실행, 1시간 내 배송 완료가 목표다. 무거운 상품의 경우 사람이 직접 처리하기도 한다.
커먼센스로보틱스는 이스라엘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신선제품 유통사와 함께 올해 동부에만 5개의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식재료뿐 아니라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드러그스토어(Drugstore)인 슈퍼 팜(Super-Pharm)과 손잡고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마련했다.
오프라인 공간을 활용한 픽업 서비스의 증가
국내에서도 롯데, 홈플러스 등 유통 기업들이 마이크로 풀필먼트 개념을 적용한 각종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도심 외곽에 대형 창고를 마련하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공간을 적극 활용해 공간 제약을 줄이는 것.
롯데는 지난 2016년 고객이 주문 후 선택한 지점에서 바로 픽업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 ‘스마트픽’을 선보였다. 첫해 당시 45만 건에 불과했던 이용 건수는 이듬해 72만 건까지 대폭 증가했다. 사업 초기 당시 62만 건을 목표로 했지만 이보다 15.6%나 상회했고, 1년 새 58%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매출 성장률은 더 높다. 2017년 535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전년의 317억보다 69%나 증가했다. 매출 역시 기존에 잡은 목표보다 13% 상회하는 수치를 보였다.
(사진: 스마트픽 광고 中)
내부에서는 엘롯데를 통해 이용 가능한 상품의 확대가 이 같은 매출 향상을 견인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사이트에 상품 등록 시 스마트픽이 자동 적용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한 것이다. 2016년 당시 198만 개에 불과하던 스마트픽 가능 상품이 2017년 497만 개로 대폭 증가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백화점 상품에 한정돼 있던 스마트픽 시행 첫해와 달리 이듬해 일반 상품까지 서비스 대상을 확대해 효과를 톡톡히 봤다.
픽업 배송 택배사도 기존 롯데, CJ대한통운에서 한진, 우체국 등 전 택배사로 늘렸다. 픽업 거점도 2016년 5407 점에서 2017년 6920점으로 확대했다.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스마트픽 SPP 운영사도 확대해 유니클로, 롯데슈퍼, 롭스 등 다양한 곳에서 스마트픽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 롯데백화점 내 위치한 스마트픽 서비스존
롯데는 백화점, 마트, 슈퍼, 하이마트를 스마트픽 중심 거점으로 지정하는 동시에 편의점 택배 서비스를 접목시켜 세븐일레븐을 가교 역할에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외부 온라인몰과의 연계성을 늘리고 픽업 편의성 확대를 위한 무인 픽업 라커 설치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외부 온라인몰에서 연 200만 건, 롯데 그룹 온라인몰에서 연 100만 건까지 총 연간 픽업 건수 300만 건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간 제약 해소를 위한 물류 업계의 고민이 한순간에 끝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관련 사업이 속도전으로 치달아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만큼 AI 등 신기술을 적용한 자동화 시스템은 물론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 등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가치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