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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픽’한 인도 패션 O2O, 온·오프라인 통합 방법론

by 신준혁 기자

2018년 07월 12일

인도 패션시장 연평균 7% 성장... 유통 강자들의 각축장

패션 O2O 스타트업 파인드(Fynd)를 통해 바라본 온오프라인 간극 줄이기

 

Idea in Brief

 

패션 이커머스의 레이더가 인도를 향하고 있다. 수프리아 렐레, 아쉬시 굽타, 나임 칸 등 인도 신예 디자이너 브랜드가 떠오르며 패션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했다. 시장 규모도 연평균 7% 대의 성장세를 보이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아마존, 플립카트(Flipkart), 스냅딜(Snapdeal) 등 이커머스 유통 강자들은 이미 인도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구글이 투자한 두 번째 인도 스타트업으로 알려진 파인드(Fynd)의 사례를 통해 인도 온라인 패션 시장을 들여다본다.

 

인도 이커머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도브랜드자산재단(IBEF)에 따르면, 인도의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약 385억 달러(약 41조 6,000억 원)였으며, 올해엔 500억 달러(약 54조 1,000억 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인도 이커머스 시장은 매해 약 30% 대의 성장률을 보이며. 2026년엔 2,000억 달러(약 216조 4,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이커머스의 성장 배경에는 비교적 빨랐던 인터넷 기술 발전과 보급 속도가 있다. 인도 정부가 STEM(과학, 기술, 공학 및 수학) 분야 육성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인터넷과 모바일 보급엔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시장 리서치업체 스테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00년 0.53%였던 인도의 인터넷 보급률은 2014년 19.19%로 성장했다. 또한, 2017년 인도의 인터넷 사용자 수는 약 3억 3,000만 명으로, 한국의 15배를 넘는 수치를 기록했다.

인도의 인터넷 사용자 수 추이(단위:백만 명). 2022년에는 인도 인구 중 인터넷 사용자의 비율이 5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Stastica)

 

인도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 중 하나가 온라인 침투율이다. 현재 인도의 온라인 소매시장은 인도 전체 소매시장의 약 2.4%를 차지한다. 한국이나 중국 등 이미 이커머스 시장이 성숙한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라인 침투율이 낮다. 이는 역으로 그만큼 인도의 이커머스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이에 글로벌 유통공룡을 포함한 투자 큰손들이 인도로 몰려들었다. 아마존은 2013년 인도에 진출한 이후 50억 달러 이상을 인도에 쏟아 부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이베이, 텐센트는 작년 4월 아마존의 경쟁사인 플립카트(Flipkart)에 14억 달러를 투자했다. 플립카트는 인도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1위(32%) 업체로, 시장 가치는 200억 달러(약 21조 6,4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9일, 월마트는 160억 달러(약 17조 2,600억 원)에 플립카트 지분 77%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거래 품목 기준으로 살펴보면, 패션 카테고리는 전체 인도 이커머스 시장에서 두 번째로 거래가 많이 일어나는 영역이다. 그만큼 이커머스 업체들이 특별히 집중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가령 플립카트는 2012년 이후 자체 패션 사업부인 ‘플립카트 패션’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7~2018 회계연도 매출 10억 달러(약 1조 800억 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플립카트는 이외에도 2014년엔 만트라(Myntra), 2016년엔 자봉(Jabong) 등 패션 플랫폼을 인수하며 2017년 온라인 패션 시장 점유율을 39.5%까지 끌어올렸다. 컨설팅업체 BCG(Boston Consulting Group)에 따르면 2020년까지 인도의 온라인 패션 시장규모는 120~140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패션특화 이커머스, O2O의 영역으로

 

패션 스타트업 파인드(Fynd) 역시 인도의 온라인 패션 시장의 성장성에 이끌려 2012년 시장에 진입했다. 파인드가 이루고자 했던 목표는 단순한 온라인 판매를 넘어 오프라인 소비 경험의 제약을 온라인상에서 해소해 무엇보다 안정적인 ‘패션 O2O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파인드는 2014년을 시작으로 매해 투자를 유치하며 2017년까지 누적 투자액 460만 달러(약 49억 8,000억 원)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진행된 36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C 투자에는 구글도 참여했다. 구글의 구체적인 투자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구글이 인도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한 두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업계 대내외의 관심을 받았다.

 

파인드의 투자 파트너 중 하나인 케이캐피탈 관계자는 “파인드는 지속적으로 시장을 이해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며 O2O 분야에서 더 큰 기회를 잡기 위해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O2O(Online to Offline; Offline to Online)’는 오프라인 유통망을 온라인으로 끌어와 판매를 촉진키는 모델이다. ICT(정보통신기술)를 접목해 분산되어 있던 매장 간 연계성을 높이고, 모바일 환경에 맞춘 판매 방식을 추구한다.

 

하시 샤(Harsh Shah) 파인드 공동대표는 “최근 인도 시장에서 유통되는 브랜드의 90% 이상이 매장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며 “우리는 서로 다른 채널을 하나의 터치 포인트(Touch Point)로 연결한 비즈니스에서 가능성을 확인했고 이것을 O2O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스리라만 엠지(Sreeraman MG), 하시 샤(Harsh Shag), 파로크 아담(Farooq Adam) 파인드 공동대표. 3명 모두 엔지니어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온·오프라인 경험 간극을 좁혀라

 

파인드가 주목한 오프라인 매장의 가장 큰 문제는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 난이도의 상승이다. 패션 영역의 온라인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상품의 온·오프라인 간 가격, 할인율, 판매품목의 차이는 쇼루밍(Showrooming)족과 역(逆)쇼루밍족을 탄생시켰다. 또한, 판매자들은 상품을 온라인에 올릴 때 고객 유입을 위해 실제 매장에 있는 상품보다 더 많은 상품을 온라인에 등록하고 있다는 게 현지 업계의 전언이다.

 

위의 두 상황이 맞물리며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본 상품이 매장에는 없는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반대로 매장 상품이 온라인에 없는 일도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어떤 형태든 고객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서로 다른 소비 경험을 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매장을 가진 유통업체는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뿐만 아니라 판매 전략을 세우는 데도 어려움이 발생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인드는 자사 플랫폼에 입점한 오프라인 의류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온라인상에 그대로 노출시켰다. 단순해 보이는 방법이지만, 온·오프라인 간 판매 상품을 통일해 고객이 어떤 채널에서든 같은 업체에서 구매하는 느낌을 준다는 설명이다. 현재 파인드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모두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과 동일하다.

파인드가 운영 중인 패션 O2O 사이트 ‘고파인드(GoFynd)’. 파인드는 입점 브랜드가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상품들을 노출시킨다.

 

현재 파인드 플랫폼 가입자 수는 약 900만 명이며, 파인드는 인도 전역의 42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파인드에 따르면 파트너 브랜드의 매장 판매율 중 파인드 플랫폼을 통한 매출은 전체의 7~9%이며, 재구매율은 30%에 달한다.

 

매장 경험을 온라인에 만드는 방법

 

일반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에선, 매장 직원이 고객을 맞이하면서 상품 추천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수만 가지 종류의 옷이 있는 온라인 마켓에선 고객이 직접 상품명이나 특정 키워드를 검색해야 한다.

 

파인드는 소비자에게 동일한 온라인과 오프라인 구매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상품의 등록뿐만 아니라 상품 추천, 입어보기 등 오프라인 매장의 경험을 온라인에서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기능을 도입했다.

 

파인드는 상품 검색으로 인한 쇼핑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파인드는 ‘포유(For You)’와 ‘콜렉션(Collection) 서비스’로 고객 성향에 맞는 상품을 노출시키거나 추천하는 전략을 세웠다. 포유는 고객의 검색기록을 바탕으로 관심도를 파악해 가장 알맞은 상품을 추천한다. 콜렉션 서비스는 고객이 선호하는 스타일에 따라, 청바지, 셔츠, 운동복뿐만 아니라 ‘5만 원 이하 상품’, ‘다가오는 축제를 위한 룩(Look)’ 등을 구체적으로 분류한다.

 

파인드의 온·오프라인 경험 간극을 줄이기 위한 또 다른 전략으로 ‘믹스앤매치(Mix&Match)’ 서비스가 있다. 믹스앤매치는 고객이 고른 상품을 합친 이미지를 미리 보여준다. 한 상품을 선택하면, 그와 어울리는 관련 상품을 추천하고 조합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마음에 드는 바지를 정하면 그와 어울리는 셔츠, 재킷, 시계를 추천받고 함께 코디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고객이 매장에서 옷을 착용해 보는 수고와 온라인 몰에 머무는 시간 모두 줄어든다.

파인드가 제공하는 믹스앤매치 서비스

 

다샤나 가자레(Darshana Gajare) 파인드 믹스앤매치 운영담당은 “믹스앤매치는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고객이 스스로의 스타일을 찾도록 돕는다”며 “독특한 서비스로 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물고 상호 보완성을 강화해 하나의 습관을 만드는 과정”이라 밝혔다. 그는 이어 “실제로 믹스앤매치 론칭 이후 반품 사유 중 ‘어울리지 않음’이나 ‘원하지 않음’을 표기하는 비율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파인드는 고객 접점에서 인공지능(AI) 기반의 패션봇 ‘피피(Fify)’를 활용하고 있다. 피피는 메신저를 통해 스타일 제안, 상품 안내 등 고객과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상업적 챗봇(Chatbot)이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구매, 환불고 같은 고객 서비스를 처리하고 스타일 제안이나 리뷰 작성을 돕는다.

 

파인드 피피 개발팀에 따르면, 투입 초기 피피는 배송추적과 같은 업무를 처리했지만 현재는 고객과 패션 트렌드를 토론하거나 신상품 출시나 유명인 관련 가십거리 등 익살스러운 대화도 가능해졌다.

 

파라크 아담(Farooq Adam) 파인드 공동대표는 “우리의 개발 목표는 로봇을 넘어선 사람 같은 감정을 보유한 챗봇”이라며 “향후 챗봇이 개인의 취향을 기억하고 트렌드가 어떻게 형성되는 지 맥락을 깨닫는 수준까지 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인드의 챗봇 피피(Fifty). 기자가 직접 피피를 사용해 본 결과, 피피는 환불 정보 및 오배송 등을 불만사항을 처리하거나 신상품과 원하는 상품에 대한 질문도 실시간으로 처리했다. 스티커나 이모티콘을 통해 긍정과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메신저를 통해 주문이나 복잡한 명령을 처리하기에는 부족했고 답변이 다소 지연되는 경우도 있었다.

 

파인드 측은 피피 서비스 출시 이후 고객이 장시간 콜센터 연결을 기다리거나 상담직원과 심한 마찰이 일어나는 경우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피피는 미래형 강(强) 인공지능(AI)으로 거듭나기 위해 뉴스나 패션 블로그를 읽거나 관련 RSS 피드를 인식하도록 개발 중이다.

 

‘물류센터 없는 물류’로 6시간 배송까지

 

O2O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온라인과 동시에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분야가 바로 ‘물류’다. 흥미로운 점은 파인드가 인도 전역에서 서비스를 개시했지만 그들에겐 물류센터가 없다는 것이다.

 

파인드는 대규모 물류센터를 직접 짓거나 대여하는 사업 대신 제휴 파트너 브랜드의 오프라인 의류매장이 마치 소규모 창고 역할을 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그들은 온라인상에 노출한 상품을 고객과 가장 가까운 매장이나 아울렛에서 배송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파인드 플랫폼에 있는 상품 중 대부분을 당일 출고할 수 있다는 것이 파인드 측의 설명이다.

 

파인드 측에 따르면, 8,500개 이상의 파트너 브랜드 매장의 상품을 확보하고 있으며, 실시간으로 관리되는 상품 수는 80만 개가 넘는다. 하시 샤 대표는 “파인드는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써 유통, 물류, 웹을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대부분 상품은 2일 내 배송되지만, 특정 상품이나 매장 인접 지역이라면 6시간 내 배송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하시 샤 대표는 매장에서 고객에게 상품을 배송하는 시스템은 상품 관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대형 물류센터에서 반품이나 재고품을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상품의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장 직원이 직접 고객에게 배송하기 때문에 매장에서 판매하는 품질과 동일한 제품을 받는 것이다. 고정비인 물류센터 관리 비용을 줄이는 장점도 있다.

 

한편, 온라인에서 출발한 파인드는 직접 오프라인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파인드가 직접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 ‘파인드 스토어(Fynd Store)’에서 고객은 브랜드별로 ‘구매가능 상품’과 해당 상품의 ‘재고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파인드 스토어 시스템은 상품의 SKU(Stock Keeping Unit) 데이터와 연결되어 키오스크 기기를 통해 고객에게 상품 정보와 재고, 신상품 출시일, 다른 매장의 재고 현황 정보까지 제공한다.

파인드의 오프라인 매장 ‘파인드 스토어’

 

하시 샤 대표는 “오프라인 매장은 자사의 홍보 수단이면서도 판매 채널, 고객 및 판매 데이터를 수집하는 역할을 한다”며 “향후 파인드는 온·오프라인 상에서 일어난 상품 판매 데이터,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층 진화된 O2O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신준혁 기자

시류(時流)와 물류(物流). 흐름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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