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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자상거래 물류 ´EMS를 넘어서´

by 콘텐츠본부

2016년 05월 31일

 

글. 전수룡 기자 

 

Idea in Brief

 

온라인 유통산업이 성장하면서 시장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기존 국내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국경을 넘어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흔히 말하는 ‘직구’, ‘역직구’와 같은 용어들이 이런 현상을 반증한다. 그리고 전자상거래 업체가 국경을 넘기 위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과정이 ‘물류’다. 그러나 현재까지 한국 B2C 크로스보더 물류의 대안은 우체국 EMS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전자상거래 물류의 정답은 진정 EMS밖에 없는 것일까.

 

10년째 EMS를 벗어나지 못한 한국 전자상거래 물류의 현주소
 
본지는 지난달 14일 CLO라운지 창고에서 해외진출을 원하는 소호(SOHO)몰을 대상으로 ‘크로스보더 B2C물류 방법론’ 강연을 개최했다. B2C국제물류 스타트업 헬로쉽 박상신 대표가 연사로 참여해 온라인 쇼핑몰, 쇼핑몰 솔루션 개발업체, 물류업체 등 다양한 업계 관계자들에게 관련 인사이트를 전했다.
 
 
 
위 그림에 나타나있는 국가들은 모두 자동차 브랜드를 직접 보유하고 있는 국가다. 사실 세계에서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 사실만으로 기술 선진국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자랑스럽게 여길만한 점은 여기에 우리나라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앞의 그림에서 몇 개 국가를 제외시킨 이 그림에 나타나있는 국가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쇼핑몰 솔루션’을 전 세계적으로 유통하고 있는 국가다. 쇼핑몰 솔루션이란 쇼핑몰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소프트웨어, 서비스, 기술 등을 통합 제공하는 플랫폼을 말한다. 쉽게 말해 쇼핑몰 창업, 운영을 도와주는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헌데 자동차를 제조할 만큼의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은 쇼핑몰 솔루션을 세계적으로 유통하는 국가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10년 째 EMS를 벗어나지 못한 한국 전자상거래 물류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영국 커머스 업체 아소스닷컴(ASOS)의 해외발송 추이를 살펴보자. 아소스닷컴은 고가의 브랜드를 판매하는 쇼핑몰은 아니다. 하지만 지역별로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해당 지역에서 직접 물류 아웃소싱을 하는 등 물류를 중시하는 공급망 전략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지난해 아소스닷컴의 전체 매출 중 해외 매출비중이 41.1%(발송 건수 기준 1200만 건)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아쉽게도 국내에는 이런 업체가 없다.
 
사실 한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중에서도 아소스닷컴처럼 세계적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가 탄생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기회는 아이러니하게도 세계금융위기로 인해 환율이 폭등한 지난 2008년이었다. 당시 국내원화 평가절하로 인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국내 제품에 대한 해외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례로 당시 일본 판매업체들은 국내 판매되고 있던 아이팟(iPod)을 대량으로 매입하여 되팔았다. 대만 판매업체 또한 국내 화장품을 하루 수천만 원 단위로 주문했다. 우즈베키스탄 업체의 경우 컴퓨터 관련 제품을 대량 수입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발생한 해외매출의 국제물류는 어떻게 처리했을까. 전부 우체국 EMS로 보냈다. 그러나 EMS는 한중일 삼국을 제외하고는 높은 비용이 수반된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해외의 재판매사업자들은 국내 화주에게 직접 연락을 해 EMS가 아닌 밀수를 통해 자국으로 화물을 수입한 사례 또한 존재한다.
 
이 후 몇 번의 기회는 더 있었다. 다양한 쇼핑몰 솔루션 업체가 탄생했고,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의 ‘천송이 코트’ 발언을 통해 역직구가 유행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알리바바의 뉴욕증시 상장으로 많은 국내 대기업들이 중국진출을 모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회는 모두 ‘기회’에 그쳤다. 여전히 한국의 B2C국제물류는 EMS를 벗어나지 못했다.
 
갈라파고스 신드롬
 
갈라파고스 신드롬이라는 말이 있다. ‘고인 물이 썩는다’라는 말처럼 외부와 고립된 환경은 결국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상황을 빗대는 말이다. 박 대표는 “국내의 유통, 결제, 검색엔진 업체들이 각 영역에서 독과점을 통해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했다”며 “이것이 한국 전자상거래 국제물류가 EMS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라 설명했다.
▲ 그들만의 리그에서 돌고 도는 국내업체들
 
박 대표에 따르면 국내 결제 서비스 업체는 오랜 독과점의 영향으로 서비스의 질과 편의성이 글로벌 결제 회사들에 비해 상당히 뒤쳐진다. 특히 해외 사용자들의 경우 큰 거부감을 느껴 거래단계에서 이탈하는 고객비중 또한 높다. 쇼핑몰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그래밍 언어 또한 국제적인 환경과 호환되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국내 쇼핑몰은 지금까지 네이버 키워드 광고만으로 충분한 고객유치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애초에 시작부터 해외고객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전자상거래 카르텔이 만들어진 것이다.
 
 
 
커머스의 해외진출, ‘현지화 독립몰’은 어떤가요?
 
박 대표는 “해외진출을 위해 현지화독립몰 같이 한 국가에서만 활용되는 쇼핑몰 솔루션을 사용하는 것은 장기적인 비전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현지화독립몰’을 운영하는 국내 기업은 주로 일본에 진출해 있다. 이러한 기업들이전자상거래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방법은 다소 복잡하다. 가령 해당국가에 진출하여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의 기반을 만든 이후에 현지 사업자로써 통관, 배송 등 인프라 구축을 하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물론 현지화독립몰은 현지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그것을 가능케 하는 필요충분조건으로 ‘가까운 거리’가 있어야 한다. 현지화독립몰 운영업체가 대부분 일본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이유다. 때문에 현지화독립몰 같은 경우 미주시장 같이 먼 거리에 있는 국가 공략이 어렵다.

 
 
중국을 배운다면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전자상거래 물류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중국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이 국제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물량 측면에서 어마어마하다. 알리바바의 쇼핑몰 ‘타오바오’ 같은 경우 하루에 7~10만 건에 달하는 중국발 러시아향 화물이 나간다.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의 성장에 힘입어 중국 물류업체 또한 세계적인 물류기업으로 동반 성장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으로 전 세계의 우편사업자들이 몰리고 있다. 중국의 심천, 홍콩에는 스위스 우체국부터 리투아니아 우체국까지 세계 각국의 우체국들이 진출해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자국으로 물건을 보내고 다시 현지에서 재판매하기 위함이다. 중국 심천과 홍콩으로 세계 우체국과 물량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중국이 외화에 대한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기업들은 외화를 활용하기 위해 홍콩에 자회사를 설립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 기업들은 외화를 활용하기 위해 홍콩에 자회사를 설립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중국은 전자상거래 수출에 있어서도 ‘수출 라이센스’가 필요하다. 때문에 중국발 화물은 주로 육로를 통해 홍콩으로 이동한 후 해외로 수출된다. 대부분의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홍콩과 가까운 심천 롱하(??) 지역에 모여 있는 이유다. 박 대표에 따르면 롱하 지역에만 매출액 10억 이상의 기업들이 수천 개 모여 있다.
 
이처럼 중국은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으로 수출이 가능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물론 한국의 경우도 몇 년 전부터 일어온 직구열풍으로 국내로 수입되는 화물에 대한 통관 절차나 배송시스템은 비교적 간편하다. 문제는 반대의 경우다. 한국 셀러들이 해외로 상품을 수출하는 ‘역직구’ 사업을 할 때 국내 중소형 셀러부터 대형 유통 플랫폼까지 사용하는 국제물류 수단은 우체국EMS가 유일하다.
 
EMS를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 만약 한국의 셀러들이 세계 각지로 상품을 판매할 때 그 나라에 맞는 항공운송, 현지통관, 라스트마일 물류회사들과 협약을 맺을 수 있다면 우체국 보다 훨씬 저렴하고 원활하게 물건을 팔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중국이나 영국같은 전자상거래 강국의 경우 이미 실행되고 있는 일이다.
 
이쯤 되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 파는 사람은 한 명이고 수출할 나라는 여러 개다. 각 국가마다 길을 뚫어야 하는 상황에서 앞서 언급했듯 현지 통관업체와 배송회사들과 협약을 맺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많은 한국발 물량이 없다. 반대로 물량을 확보하기 이전에 역직구 플랫폼을 먼저 구축한다고 해서 한국발 해외물량이 늘어날지에 대해서도 확언할 수 없다. 그러나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의 전망이 어느 때보다 밝은 지금, 한국도 EMS가 아닌 새로운 시스템을 고려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해외진출을 꿈꾸는 소호몰을 위한 조언 

 

이커머스 시장은 국경을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2014년 전체 유통업체 대비 이커머스 업체 비중은 아시아 8.2%, 서유럽 6.7%, 북미지역에서는 6.3%를 차지한다. 이 수치는 2018년까지 각각 18%, 10%, 9%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추세에 따라 국내 온라인 쇼핑몰의 해외진출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호몰은 해외진출을 위해서 무엇을 고민할 수 있을까. 해외 쇼핑몰 구축부터 아이템 선정까지, 한국 전자상거래 업체가 국경을 넘기 위한 박상신 대표의 비결을 공유한다.
 
① 예쁘기보다 잘 팔리는 사이트를 만들어라
 
쇼핑몰을 론칭하기 전에 사이트 자체를 예쁘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 상품에 대한 예쁜 이미지와 모델로 웹을 구상하는데 처음부터 많은 비용을 쏟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예쁜 쇼핑몰’을 만든다고 잘 팔릴까? 오히려 예쁜 쇼핑몰 구축에 노력을 기울이다 망하는 업체가 많다. 결국 쇼핑몰이 예쁘지 않아도 상품은 팔린다. 처음 시작부터 거창하게 갈 이유가 전혀 없다. 심지어 쇼핑몰을 구축하지 않고 해외 현지 블로그를 이용하여 상품을 잘 파는 셀러들도 많다. 중요한 것은 현지에서 팔릴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이다.
 
② 무엇을 팔 수 있을까
 
결국 중요한 것은 팔릴 아이템을 잘 선정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현지 통관, 쇼핑몰 결제 시스템을 보유한 회사와 적절한 제휴를 맺는 것도 중요하다. 같은 상품을 파는 경쟁업체들이 많을 경우 결국 물류비 절감이 경쟁업체에 비해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이런 관점에서 진출을 목표로 하는 국가에 배송하기 적합한 아이템을 먼저 찾는 것이 실패확률을 줄이는 방법이 된다. 국가마다 상품에 따른 통관과 배송절차가 상이하기 때문에, 혹여 아이템을 먼저 고를 경우 그것을 판매하고 싶어도 못 파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③ 어떻게 팔 수 있을까
 
홍보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이 어디서 팔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몇몇 쇼핑몰 솔루션들은 처음 시작하는 업자에게 몇 일간 무료로 솔루션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본격적으로 상품을 판매하기 전에 이런 것을 활용하면 좋다. 가령 솔루션과 각국에서 운영하는 검색엔진을 연동해 광고를 설정해본다면 구매까지는 연결되지 않더라도 ‘고객문의’나 ‘조회수’를 보고 시장상황을 점검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호주에 아쿠아슈즈를 팔고 싶은 한국 업체가 있다고 하자. 본격적으로 상품을 판매하기 전에 호주현지 다양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2주 정도 먼저 광고를 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때 적절한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되면 그 이후 해당국가의 결제 시스템 기업과 계약을 하고 유통회사와도 제휴를 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 해당 기사는 CLO 통권 70호(2016년 4월호)에 수록된 기사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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