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에 부는 크로스보더의 바람, 역직구의 장벽을 넘어서
글. 김정현 기자
Idea in Brief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대가 오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는 이미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 궤도에 올랐다. 이러한 국제적 추세 속에서 동남아시아가 크로스보더의 다음 타겟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도 직구 시장뿐만 아니라 역직구 활성화를 시도하면서 동남아시아로 시장을 넓혀가고자 하는 업체들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동남아시아 역직구 사업을 운영하는 데는 많은 장애물이 존재한다. 무엇이 크로스보더 시장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으며 해외진출을 꿈꾸는 커머스 업체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
국제적으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의 거래 규모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CBEC(Cross-border eCommerce Community)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매출 규모는 3000억 달러이며 지난해는 약 1조 4000억 달러로 치솟았다. 국가 간 전자상거래 거래를 크로스보더 이커머스(Cross-border ecommerce)라고 부르며 이는 흔히 이야기하는 직구와 역직구가 포함된 개념이다.
우리나라의 해외직구 규모는 최근 몇 년간 급증했으며 이제는 많은 이들이 해외 사이트를 통해 쉽게 상품을 직구할 수 있다. 역직구 추이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작년기준 수출 금액 1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역직구의 성장세는 직구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의 ‘해외직구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직구와 역직구 간의 격차는 2012년 7705억 원에서 2014년 1조 3342억 원까지 벌어졌다.
이에 정부는 수출 활로를 뚫기 위한 방안으로 ‘역직구’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역직구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른 이유는 국내 경제불황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내수 시장 역시 이미 과포화 상태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종합몰은 이미 역직구 시장을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해외 역직구’ 시장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내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동남아가 뜬다. 그러나...
중국 다음으로 각광받는 크로스보더 시장인 동남아시아 시장을 살펴보자. 사실 이미 중국은 많은 국내 업체들이 진출해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업계는 역직구 시장을 키울 수 있는 다음 타겟으로 동남아시아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1년간 역직구 판매국가는 매출 기준으로 중국이 42%로 가장 많았으며 싱가포르가 21%로 2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더해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전 지역의 역직구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의 수치적인 규모도 무시할 수 없다. 인구 기준으로 인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시장 전체는 세계 최대의 인구대국 중국을 넘어선다. 세계 시장이 크로스보더 사업 진출 국가로 동남아를 지목하고 있는 이유다. 한 예로 알리바바에 이어 중국의 B2C이커머스 시장을 쥐고 있는 JD.com(징둥닷컴)은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를 대상으로 한 JD.id.를 론칭했다.
동남아시아에서 이커머스 시장은 이제 막 성장기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인구의 8%를 차지하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온라인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페이비전(payvision)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이커머스 시장의 25%만 크로스보더에 진출한 반면 싱가포르는 55%, 말레이시아는 40%가 크로스보더를 시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지난 14년, 15년 이커머스 규모가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인도네시아의 리포(Lippo)그룹은 작년 초기 자본 5억 달러를 투자해 이커머스 벤쳐 마타하리몰(MatahariMall)를 설립해 라자다 인도네시아의 경쟁사로 부상했다. 또한 온라인 소매 인프라 업체인 어커머스(aCommerce)도 DKSH로부터 투자를 받아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현지의 이런 성장추이와는 다르게 현재 동남아시아를 대상으로 역직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업체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동남아시아 사업에 진출한 한 이커머스업체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안정적인 정착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말했다.
결제의 장벽
한국업체들이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해외 역직구를 시도할 때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결제시스템과 관련된 문제다. 동남아시아는 결제시장의 과반수가 CoD(Cash on Delivery, 후불결제 시스템) 방식으로 진행된다. 게다가 전체 인구 중 카드 발급률은 18% 수준에 머물러있다.
CoD 결제방식은 고객이 실제로 상품을 받은 후 현금을 지불하는 방식을 말한다. 한국의 경우 대부분의 주문 프로세스가 결제가 완료된 건에 대해 상품 출하가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에게 동남아시아에서 통용되는 CoD 결제방식은 생소하다.
CoD결제 방식은 구매자가 직접 상품을 보고, 만져보고, 느껴보고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결제 후 배송하는 방법보다 고객 지향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 시 겪는 큰 어려움으로 ‘CoD’ 방식을 거론한다. 왜일까.
CoD결제는 고객이 물건을 받고 상품의 가격을 택배기사에게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후 택배사는 마켓플레이스에서 역정산을 하고 마지막으로 셀러들이 최종 정산을 한다. 때문에 정산 주기 자체가 길어진다. 최종 셀러들에게 판매가격이 지불되는 기간이 주문 시점부터 약 2~3달 소요되기 때문에 업체의 위험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일부 이용자가 카드를 발급받고 이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있다. PG사와 연계되지 않은 업체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의 특이한 유통구조
동남아시아의 결제방식뿐만 아니라 국내 특이한 유통구조 때문에 거래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한국의 2014년 크로스보더 시장에서 1/3이상을 차지하는 패션 시장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 패션유통업체들은 대부분 재고를 보유하지 않는 방식의 운영을 한다. 일단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매일 또는 주단위로 사입을 해오는 방식이다.
동남아시아 시장은 한국의 이러한 유통구조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의 사고로는 A라는 제품이 100개 생산했으면 물류센터에 100개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의류뿐만 아니라 가전제품 시장도 재고를 보유하지 않거나 최소수량을 보유하면서 주문이 들어오면 재고를 보충하는 방식의 운영을 선호한다. 국내 이러한 유통구조는 크로스보더에는 악영향을 끼친다. 마치 우리가 CoD결제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동남아시아도 우리의 유통구조에 대한 공감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규제의 장벽
맥킨지(McKinsey Global Institute)의 연구에 따르면 SME(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s; 중소기업)의 25%가 해외에 판매를 하는 반면 이베이 셀러들은 약 90%가 해외로 수출한다고 밝혔다. 이 점은 중소기업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하지만 동시에 셀러들이 수출하는 국가가 다양해질수록 국가별로 다른 규제와 제도 장벽에 대면할 것이다.
제도의 문제는 비단 동남아시아로 진출한 업체만이 아니라 역직구를 하는 모든 이들의 장애물이 된다. 수출 서류 준비부터, 매번 달라지는 관세는 역직구 시장의 발전을 저해한다. 특히 동남아시장의 경우 아직까지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제도적인 규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국가별로 면세한도 및 규제도 각기 다르고 매번 부과되는 관세에도 차이가 있다. 국내 패션회사의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기획하는 회사 관계자는 “신기하게도 같은 상품을 같은 조건으로 보냈는데 부과되는 세금이 다르다”며 “분명 저번 주에 세금을 부과했던 상품도 다음 주에 보내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황당한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다.
물론 이러한 제도적인 문제는 차차 보완될 전망이다. 어느 국가든 새로운 영역에 대한 제도가 먼저 정립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가령 현재 역직구 사업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중국의 경우 처음 진출 시기와 비교했을 때 제도적인 보완이 상당부분 이루어진 상태다.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성공하려면?
이미 해외에서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아마존, 이베이, 알리바바 같은 세계적인 이커머스 업체들이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한국도 이러한 흐름에 편승하여 역직구 시장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진출에 대해서는 전망이 밝으며 성장 가능성 또한 크다. 특히 내수경제의 한계에 봉착한 국내시장 같은 경우 더욱 큰 기회를 엿볼 수 있다. 이커머스 기업의 크로스보더는 어떻게 보면 생존을 위해 혹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방책이 된다.
그렇다면 국내업체가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산업에 진출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사실 많은 업체들이 시스템적인 개선은 하지 않은 채 운송비, 배송비 등 비용감축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역직구의 경우 제대로 된 솔루션이 개발되어 있지 않으면 크로스보더 사업을 하기에는 어려운 구조가 존재한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시스템, 솔루션에 투자를 선행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마치 10년 전 우리나라에서 이커머스가 큰 획을 그으면서 유통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듯이, 크로스보더 또한 미래 이커머스 시장에 전환점을 가지고 올 것이다. 전자상거래 통합서비스 기업의 글로벌 팀 한 관계자는 “온라인 커머스 업계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업체들은 크로스보더 비즈니스에 집중해야 한다”며 “크로스보더 비즈니스 이외의 성장 동력은 현시점에서 쉽게 찾기 어려울 것“이라 언급했다.
* 해당 기사는 CLO 통권 70호(2016년 4월호)에 수록된 기사 일부를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