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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자의 현장까대기]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온디맨드

by 엄지용 기자

2016년 02월 24일

엄기자의 현장까대기(열 번째 이야기)
소비자의 변신은 무죄(?)
(이 글은 기사를 빙자한 맛집기행기입니다. 인도네시아 음식 끝내줍니다.)
 
수요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온디맨드(On-demand)는 국내 스타트업 트렌드의 중심에서 수많은 서비스를 탄생시키고 있습니다. 배달, 택시는 기본이고 세탁, 청소, 미용 등 이제 온디맨드는 생활전반의 영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서비스가 됐습니다.
 
그 중 배달은 온디맨드 중 단연 대표적인 영역니다. 이제는 초기 배달이 되는 음식점을 배달해주는 업체를 넘어서 배달이 되지 않던 음식점의 배달을 해주는 업체 또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온디맨드 배달 서비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첫 번째 이유로 제가 모르는 누군가 추천해주는 맛집을 믿지 않는 성질 탓이며, 두 번째 이유로 배달비를 내고 그 음식을 주문해 먹을 만큼 편익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결정적으로 ´프렌차이즈´가 대다수인 맛집배달 서비스에 회의감을 느꼈습니다. 근거 없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프렌차이즈는 맛집이 아니다"라는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 거리를 방황하며 허름하고 느낌적인 느낌있는 간판을 가진 음식점을 찾아 다니는 것을 즐깁니다. 소위 말하는 ´아재느낌´나는 곳은 아주아주 선호하죠. 느낌대로 가지만 제가 방문하는 음식점의 맛은 대부분 괜찮습니다. 지인들 사이에서는 ´맛집레이더´로 통하기도 합니다.
(이런 곳이면 아주 끝내주죠. 일단 그냥 들어가 봅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온디맨드 배달´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은 그것이 아닌데... 니가 뭔데 내 수요를 결정하니?"
같은 삐딱한 시선이 있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이런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런 제가 지난주 인도네시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의 컨셉은 맛집탐방. “CNN이 꼽은 세계 최고의 음식인 ‘른당(Rendang)’을 먹고 말리라” 다짐하고 떠난 여행이었죠. 백종원 아재도 먹었던 화제의 ´빠당집(인도네시아식 뷔페, 여러 음식이 깔리고 접시 하나당 가격을 부가한다)´도 가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본능대로, 느낌가는 대로 한 빠당집에 들어갔습니다.
(화제의 빠당집, 현지인의 안내를 받아 간 곳이다.)
 
그 빠당집에는 가격이 적힌 메뉴판이 없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영어가 잘 통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을 물어보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죠. 때문에 그냥 끌리는 데로 접시를 골라 음식을 먹었습니다.
 
결과는요?
음식은 입맛에 맞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먹고 싶었던 른당도 먹었는데 별로더군요. 무엇보다 가격이 최악. 3접시 가격으로 한국돈으로 1만 2천원 정도가 나왔습니다.
 
사실 인도네시아는 평균적으로 음식값이 저렇게 비싸지 않아요. 길거리 분식점(Warung)에서 나시고랭을 한국돈 1000원이면 먹을 수 있는 수준이죠.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이고, 가격이 명기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분들이 혹시 사기를 친 것은 아닌가 하는 불신이 싹트는 순간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꽤나 잘 먹혔던 제 ´맛집레이더´는 인도네시아에서 통용되는 것은 아니더군요.
이제는 아무데나 막 가지 않으리라... 가격이 명기되고, 믿을만한 맛있는 음식이 제공되는 곳만 가리라.
 
이 때 필자에게 도움을 준 것은 한참 전 O2O 서비스를 조사하던 중 다운받았던 어플리케이션인 트립어드바이저(Trip adviser)였습니다. 트립어드바이저는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주변 숙박업소, 관광명소, 음식점을 조회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입니다. 단순 조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의 평점, 후기 또한 함께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한국의 맛집검색 어플리케이션 ´망고플레이트´의 글로벌판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거에요.
(트립어드바이저에 연동된 우버)
 
더욱이 좋은 점은 트립어드바이저는 해당 음식점까지 이동하는 교통 서비스까지 제공해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트립어드바이저는 어플리케이션 내부에 ‘우버’ 서비스를 연동시켰습니다. 만약 트립어드바이저를 통해 음식점을 검색했다면 해당 위치까지 이동하는 우버택시와 우버엑스(일반인 택시)를 바로 호출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영어가 통하지 않는 인도네시아. 현지인에 대한 택시요금 부풀리기 사기가 아주 많습니다. 많은 현지 기사들이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미터기를 찍지 않고 가격을 정해서 목적지로 이동합니다. 그들이 부르는 가격은 역시나 터무니 없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기사에게 목적지를 일일이 설명해주는 데도 굉장히 애를 먹습니다. 혹여 인터넷에서 떠도는 장기적출 괴담과 같은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버는 어플리케이션 상에서 ´요금´을 실시간으로 산출해 줍니다. 목적지를 입력하기 때문에 기사에게 일일이 목적지를 필요도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일반인이 운영하는 택시를 어떻게 타냐"는 의구심이 있었다면, 이곳에서는 오히려 ´인증된 우버기사´가 다른 택시기사에 비해 믿을 수 있는 신뢰의 아이콘이 되더군요.
(트립어드바이저를 통해 찾아간 발리 한 이탈리아 음식점. 이탈리아 쉐프가 직접 만드는 피자 한판이 단돈 5000원이다.)
 
그렇게 트립어드바이저를 통해 찾아간 음식점은 대만족이었습니다. 5000원 정도의 가격에 정말 맛있는 른당을 먹을 수 있었으며, 5000~7000원 정도 가격에 이탈리아 쉐프가 만든 전통피자를 먹을 수 있었지요. 무엇보다 단순히 싸고 맛있는 음식점을 소개받는다는 개념을 넘어서 제가 잘 모르는 해외현지에서 ´신뢰할 수 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연동되는 우버는 현지에서 자유롭게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갈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었구요!
 
한국에서는 온디맨드 서비스가 추천하는 음식점을 믿지 않던 저였습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에서는 온디맨드에 빠져들 수밖에 없더군요. 제가 온디맨드에 빠진 이유는 크게 세 가지.
 
1. 이 동네에서는 나의 ´맛집레이더´가 통하지 않는다. 웬만한 음식점은 다 허름하다.
2. 말이 통하지 않는 인도네시아. 혹여 있을 가격 바가지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킨다.
3. 무엇보다 장기털릴 걱정을 안해도 된다. 우버인증 기사, 다수가 추천한 음식점, 실시간 위치정보 조회 등 모든 것이 신뢰의 도구가 된다.
 
때때로 특수한 상황은 소비자를 변신시킵니다.
한국에서 온디맨드를 선호하지 않던 제가 인도네시아에서는 변신했던 것처럼요.
온디맨드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새로운 소비자를 탄생시키기도 합니다.
 
그렇게 재미진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한국에 도착해서 제가 처음 먹은 음식은요?
 
집근처 중국집의 짬뽕입니다.
이 집 삼선짬뽕이 아주 기가 막히거든요.
 
그 집은 배달의 민족에 광고하고 있지는 않더군요.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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