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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편의구라까이] 아마존이 물류기업이냐고? 질문이 잘못됐잖아!

by 김철민 편집장

2016년 02월 15일

김편의 구라까이(열번째 이야기)
 
아마존, 구글이 물류기업이냐고? 질문이 잘못됐잖아!
 
“누구냐 넌”
영화 <올드보이>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 기억하시나요. 주인공 오대수(최민식 분)가 15년 동안 왜 자신을 사설감옥에 가뒀는지 이유를 묻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때 이우진(유지태 분)이 그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질문이 잘못됐잖아. 당신의 진짜 실수는 대답을 못 찾은 게 아니야. 자꾸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아저씨는 참…. 왜 내가 15년 동안 가뒀는지 궁금해 하시면 안 되고, 왜 내가 15년 만에 풀어줬는지를 궁금해 하셔야지….”
 
 
‘왜 내가 널 가뒀을까’가 아니라
‘왜 널 15년 만에 풀어줬을까’를 생각해보라니….
 
필자가 학교나 기업체 특강에서 학생들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애플은 제조업체일까요? 나이키와 유니클로, 그리고 델(Dell)은 과연 어떤 기업인가요.” 그 질문 뒤에는 이들 기업이 왜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사슬관리)을 잘하는지 설명하고, 맥도널드, 스타벅스, 자라(인디텍스) 등 혁신기업으로 불리는 기업들의 공통점으로 공급사슬관리 역량을 강조합니다. (참고기사: 2014 가트너 SCM TOP 25가 보내온 시그널)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동안 제 질문은 잘못된 질문이었습니다. ‘이들이 어떤 기업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들 기업이 어디로 가고 있느냐’라고 물어봤어야 했던 것입니다. 로버트 사이먼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쓴 <전략을 보는 생각, Seven Strategy Questions, 2015> 중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실수는 잘못된 대답이 아니라, 잘못된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비롯된다.”
 
필자가 기자 초년병일 때, 선배에게 이런 질문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좋은 기사를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러자 선배 왈 ‘좋은 질문을 해야지’라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답답한 노릇입니다. 책을 읽고, 조언을 받아도 이런 질문을 하다니….
최근 2년간 ‘아마존’과 ‘구글’에 관련 기사가 포털에 넘치고 있습니다. 전 세계 IT산업을 대표하는 양사가 헤드라인 뉴스에 올라오는 것은 전혀 이상할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들 기업의 뉴스 10개 중 절반 이상이 ‘물류’와 관련된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아마존과 구글이 왜 로봇과 드론,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무인자동차(자율주행) 등 신기술에 개발과 투자를 하는지, 이들이 왜 M&A;(인수합병)를 추진하는지, 그 배경이 무엇인지를 분석할 때, 바로 물류가 단골소재로 등장 하고 있습니다.
 
사실 ‘아마존과 구글이 물류기업인 까닭’ 에 대해서는 민정웅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가 쓴 <미친 SCM이 성공한다, 2014> 를 읽다보면 복잡한 퍼즐 속에서 명쾌하게 그 단서 를 찾을 수 있습니다. 3년 전, 민 교수와 인터뷰했을 당시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 참고기사: 검색왕 구글, 내일은 물류왕, 2012년 12월)
 
“미래 물류시장의 키워드는 ‘산업간의 통섭 및 융합을 통한 업종경계의 붕괴’입니다. 2000년대 초반 법규제의 완화로 인해 금융업의 업종간 장벽이 철폐된 것과 유사한 형태로 물류산업이 진화할 것입니다. 은행에서 증권계좌를 개설하고, 은행에서 보험을 계약하며, 증권계좌로 급여를 이체하는 것처럼, 이제 제조업이 유통과 물류를, 유통산업이 제조와 물류를, 그리고 물류산업이 제조와 유통을 제공하는 날이 머지않을 것입니다.”
 
“아마존이나 구글의 비즈니스 전략 방향을 살펴보면 미래의 수익모델을 물류로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마존으로부터 촉발된 당일배송 전쟁이 월마트는 물론 구글까지도 당일배송 경쟁에 뛰어들게 했습니다. 사실 구글이 한발 더 나아가 로봇을 이용한 배송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아마존도 드론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응수한 것입니다. 이러한 경쟁 양상은 결국 앞으로는 기존에 우리가 인지하고 있던 산업의 영역이 붕괴되고 궁극적으로는 물류로 모든 것을 승부하는 그런 시대가 오고 있는 것입니다.”
 
 
 
 
 
 
변화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학자나 기업가라도 미래를 100% 내다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 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현상들을 분석하고 다시 종합해 본다면 향후 어떠한 흐름이 지배적이게 될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질문을 이제 바꿔보겠습니다.
‘아마존과 구글이 꿈꾸는 생태계는 무엇일까요?’


김철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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