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 기자의 물류학개론⑤
명절의 뒷모습 "물류센터는 지금"
곧 우리나라의 대국민 연휴 ‘설’입니다. 이렇게 설, 추석 등 연휴 시즌에 가장 분주해지는 산업이 있습니다. 바로 물류이지요. 물론 고객들에게 얼마나 판매를 하느냐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정작 고객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사항은 ‘배송’입니다. 신속하고 정확한 배송은 고객에게 필수적입니다. 당장 설날에 내려가서 선물을 드려야하는데 배송 오류나 지연으로 인해 물건을 설이 지난 후에 받게 된다면 큰일 날 일이죠.
곶감, 김, 고추장, 과일 등 각종 명절 선물들은 적시에 배송되는 것이 관건입니다. 주로 설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을 앞두고 일주일 혹은 이르면 2주 전부터 주문이 급격히 늘어나고 배송 물량이 쏟아집니다. 이번 설도 연휴를 앞두고 1월 말부터 설 선물 물량이 급격히 늘어났죠. 어떤 상품을 판매하는지도 중요한 이슈이지만 최근 유통업계들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기업들은 경쟁사들과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배송’을 키워드로 들고 나왔습니다. 상품이나 가격으로 경쟁력을 갖추는데 한계를 느낀 기업들이 물류 프로세스에서 차별성을 갖추고자 하는 것이죠.
설 연휴,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경쟁 중
점차 당일배송을 키워드로 내세우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백화점의 경우 소셜커머스나 오픈마켓처럼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주력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백화점 역시 신속한 배송을 강조하며 당일배송 전쟁 단열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별로 제공하는 배송 서비스도 다양합니다.
백화점의 경우 서울 권역 배송시 4시간 안에 배송해주는 ‘오토바이 퀵배송’, ‘4아워(4hour) 익스프레스’, 여성 고객들을 위한 ‘여성안심 배송’, 연휴기간 늘어날 물량에 대비하는 ‘야간배송’, 임직원이 직접 배송해주는 ‘임직원 배송’ 등과 같은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오픈마켓, 대형마트 등 다른 유통업체들은 어떠할까요. G마켓의 ‘스마트 배송관’, 옥션의 ‘홈플러스 당일 배송관’, 롯데마트의 옴니채널 서비스 ‘스마트픽’ 등 업체별로 당일배송을 강조하거나 여러 유통 채널을 연결하려는 노력이 보입니다.
재고와 막판전쟁
설 연휴 기간별로 판매되는 상품의 카테고리도 다양합니다. 농협관계자는 “올해 설 연휴의 경우에 2월 3일 전까지는 설 선물 세트 주문이 불티나게 들어왔습니다. 설 당일을 앞둔 5일, 6일 경에는 대개 배, 대추 등 차례상 상품 주문이 많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농협유통)
설 물량의 대부분은 2월 1일부터 3일까지 피크를 달성하고 점점 소강하는 추세를 보입니다. 하지만 피크 시즌이 지난 후에도 재고 소진을 위해 배송기간 연장을 하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막판 배송전쟁이지요. 사실 많은 유통업계들의 매출은 이러한 피크 시즌에 급격히 증가합니다. 심한 곳은 연중 전체 매출 중 1/3이 설, 추석에 발생한다고 하니 정말 놀랍죠.
일반적인 설 연휴 택배 종료일은 2월 3일입니다. 하지만 많은 업체들이 당일배송 연장 전쟁에 돌입했습니다. 티몬은 원래 계획되있던 4일 마감에서 하루 늦춘 5일까지로 배송을 연장했습니다. 옥션과 G마켓은 8일까지 당일배송기간을 연장했죠.
배송전쟁에 물류센터 비상
배송전쟁의 여파로 물류센터는 비상이 걸립니다. 갑자기 폭주하는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끝없는 분류작업, 상하차작업, 마감시간 연장 등을 하느라 바쁘게 돌아가죠. 이마트 물류센터의 경우 설 기간동안 물동량이 30%로 증가했습니다.
늘어날 물량에 대비하여 물류센터는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단기 작업자를 고용하거나 작업시간을 연장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겠죠. 티몬은 설 연휴를 앞두고 물류센터를 24시간 운영하고 단기 근로자를 기존 대비 40% 늘려 투입했습니다.
대부분 각 회사의 물류팀은 휴일시즌이 시작하기 1분기 전부터 준비에 들어갑니다. 준비과정에서 매출 예측, 마케팅팀과의 협력, 부족한 장비 구비, 단기인력 채용 및 트레이닝, 재고관리, 기타 설비 관리 등 각종 업무가 이루어집니다.
재고관리, 발주는 얼마나?
휴일시즌의 물류프로세스는 평상시보다 급격히 늘어난 물량에 대비한 재고 관리가 필요합니다. 먼저 물류센터로 들어올 인바운드 물량관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 식품 업체 관계자는 “보통 연휴 시즌 20일 전부터 발주관리에 들어가죠. 적어도 15일 전에 소매장 및 물류센터로 재고가 입고됩니다. 그 전에 몰릴 물량에 대한 센터 공간확보가 우선시되어야 합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당연히 몰릴 물량에 대비하여 각종 차량, 설비 등이 뒷받침 되어야 하죠.
고객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정확한 상품을 적정량 준비해두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나 갑작스러운 눈사태, 추운 날씨, 사고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길 경우에는 더 어려워지죠. 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더욱 전문적인 수요예측, 인력예측이 필요합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한 경우, 재고를 어느 유통거점에 각각 얼마나 분산시킬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휴, 휴일과 같은 피크시즌에는 이것이 더 어려워지죠. 기업들은 매출을 올리기 위하여 여러 가지 종류의 재고들을 보유하게 됩니다. 그런데 물량예측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에는 시즌이 끝나면 전부 과재고로 남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수요예측, 재고관리가 중요한 것입니다. 이마트 관계자는 “유통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종 이벤트가 끝났을 때 센터가 재고로 넘쳐나지 않으면서 가장 많이 팔 수 있는 매출을 만드는 것”라고 언급했습니다.
인력관리
인력관리도 관건입니다. 적정 시점에 단기 인력을 채용하여 트레이닝을 시키면서 늘어날 물량에 대비하는 것이죠. 비용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에서 말입니다. 농협관계자는 “이번 설 연휴동안만 단기 인력을 300~350명 충원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단기간, 특히 휴일시즌에 인력을 충원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더 어려운 것은 이들을 트레이닝 하는 것입니다.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서비스가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배송’ 자체가 서비스로 고객에게 다가가고 있기 때문이죠. 늘어나는 고객 주문 한 건 한 건을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인력을 충분히 보유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배송 = 대 고객 서비스
많은 기업들이 이번 설 연휴를 맞이하여 배송 자체를 하나의 ‘대 고객 서비스’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시각의 전환은 배송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하나의 신호입니다. 고객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당일 배송, 주문 후 몇 시간 안에 배송하는 서비스, 야간 배송 등 다양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하지만 이러한 배송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물류 자체 업무 그 밑단부터 탄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설 선물들 잘 받으셨나요? 여러분들이 받은 설 선물, 차례상 음식에는 이러한 물류 밑단에서의 노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풍요로운 설 연휴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