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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까대기특집] 51만 박스를 하루에...! ‘택배는 과학’이다.

by 김지훈 기자

2017년 01월 25일

무려 영하 16도의 추위였다. 팀장의 지시를 받아 대전까지 내려왔다. 하필 올 들어 가장 추운 날, 설을 맞아 가장 붐비는 시기, ‘지옥의 알바’라 불리는 상하차 현장을 향했다. 매년 반복되는 소재, 새로운 아이템은 아니다. 그러나 물량이 몰리는 설 연휴 직전에 자동화 설비를 갖춘 한진택배 대전 허브터미널 현장을 직접 보고 배우라는 지시였다. 취재가고 싶냐는 선배의 질문에 “네, 취재가고 싶어요”라고 1초도 기다리지 않고 대답했다. 그런데 그 곳이 이 곳일 줄이야...

 

‘미끼를 제대로 물었구나’ 한탄하며 20여 명의 한진 신입사원들과 함께 김동욱 한진 대전터미널 허브센터장의 사전교육을 들었다. 김 센터장은 본격적인 체험 활동에 앞서 대전허브터미널에 대한 소개를 하며 “모든 화물은 대전으로 통하는 것”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덧붙여 “무엇보다도 안전! 여기는 다 기계라 사고나면 절단”이라 강조했다. 현장으로 가기 전 들었던 마지막 멘트다.

사진= 현장으로 나가기 전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있는 한진 신입사원들. 이들은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 '현장의 답'을 찾으러 왔다.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했다. 마치 영화 속 전장을 향하는 스파르타인들처럼 비장했다.

 

현장은 전국의 모든 택배상자가 모인 듯했다. 실제 대전허브터미널은 전국의 물량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지만, 두 눈으로 빼곡하게 컨베이어 벨트를 채운 상자들을 직접 보니 이것도 실로 장관이다. 허브터미널에서 분류작업 후에는 다시 지역별 서브터미널로 옮겨져 시, 구 혹은 동별로 배송된다는 한진 관계자의 설명이다. 오늘(23일)은 대전 허브터미널에만 무려 51만 박스(한진 전체 기준 하루 130만 박스)가 쏟아진다고 한다. 이는 평시대비 거의 2배 가까이 많은 물량이라고 한다.

 

“설 연휴를 앞둔 오늘 같은 ‘특수기’에는 비상운용체제에요!” 하얀 입김을 뿜으며 한승준 한진 홍보팀 차장이 소리쳤다. 가용차량, 인력수급, 간선의 정시성 등에 모든 초점이 맞춰지는 긴박한 시기다. 재미있는 사실은 연휴 직후에도 물량이 급증하기 때문에 비상운용체제로 돌입한다는 것이다.

 

한 차장은 “연휴가 끝남과 동시에 고객들이 구매욕을 해소하기 때문에 택배 물량도 굉장히 많이 증가한다”며, “연휴 다음 주에도 사실상 특수기일 것”이라 예상했다. 연휴가 끝나고도 바쁘다니. 그때는 다른 선배를 보내야겠다. 

 

첫 번째 관문, 상하차는 역시 ‘빡세다.’ 8시 즈음부터는 간선 차량들이 마구 들어오기 시작하여 금새 도크(Dock)를 꽉 채웠다. 사과 박스, 육류, 명절 종합세트 등등 구정 선물들로 가득 찬 8톤 트럭들이다. 이것들을 모두 옮기고 있다니, ‘지옥의 알바’라는 칭호답게 어마어마한 노동량이다.

 

이 추운 날씨에도 알바들은 자꾸만 이마를 닦는다. 땀이 고드름을 맺을 것처럼 계속해서 흐르기 때문이다. 현장 작업 중인 한 관계자는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도망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내가 본 것만 2시간가량 두 세대의 트럭에서 박스를 내린 것인데, 밤을 새서 이런 작업이 지속된다. 도망갈 만도 하다.

 

하지만 확실히 비상운용체제라고는 하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은 이미 오래 전 모습인 것 같다. 대체로 대전허브터미널 같은 ‘메가허브’는 자동화 설비가 있고, 비교적 다루는 물량이 적은 ‘서브터미널’은 수동으로 작업한다.

 

자동화 설비라 하면 주로 ‘자동 분류기’와 ‘스캐너’를 말하는 것인데, 소터와 컨베이어벨트 정도는 수동 터미널에도 구축되어있다. 이러한 설비들만 있어도 필요인력이 대폭 감소된다. 물류센터하면 떠오르는 모습은 역시 상하차 알바들일텐데 이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점차 기계로 대체되어가는 추세다.

한진 대전터미널사진= 물밀듯 들어오는 설날 명절선물들. 23일, 설날을 4일 앞둔 어느날의 풍경이다.

 

대전허브터미널은 A, B, C동 세 구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 중 B, C동은 아직 자동화 설비가 도입되지 않아 수동 분류작업이 필요하다. 쏟아지는 상자를 내리는 사람, 일렬로 맞추어주는 사람, 분류하는 사람, 코너를 보는 사람 등 각각의 위치에 많은 사람들이 서서 빠르게 움직이는 상자들을 눈으로 좇고 있었다. 슉슉 지나가는 상자들을 눈으로 좇기도 어려운데, 상자에 붙은 상품번호와 지역을 읽고 해당 지역으로 분류하는 ‘베테랑’들은 가히 달인 프로그램에 나와도 될 듯하다.

 

이에 비해 A동은 2006년 준공된 것으로 자동화 설비가 구축되어 있었다. 컨테이너 하나당 2명이 달라붙어 박스들을 컨베이어 벨트 위로 옮기면, 박스들은 3면 스캐너에 인식되어 자동 분류기에 의해 지역별로 자동 분류된다. 자동분류기와 3면 스캐너 덕분에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한두명 씩만 서있어도 충분하다. 스캐너를 통과하는 순간 상품의 정보가 입력되고,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해당 지역의 도크로 ‘툭’하고 밀어 상품을 분류한다.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데, 정확한 지점에서 상자를 밀어내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사진= 한진 대전 허브터미널에 설치된 '자동 분류기'. 해당 지역의 도크로 상자를 툭하고 밀어낸다.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

 

사실 자동화 설비를 도입한 것은 최근이 아니라 2000년대 초반으로 새로운 이슈가 아니라고 한다. 요즘은 IT(정보통신)기술과의 융합이 대세다.

 

한진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배송 정보제공 서비스가 좋은 예다. 이는 스캐너를 통해 입력된 상품 정보를 계속 트래킹(tracking)하여,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배송되는지에 대한 전 과정을 고객이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한 서비스다. 스캐너라는 자동화 설비와 정보 기술이 융합하여 탄생한 것이다.

 

김현우 한진택배 운영담당 상무는 “배송 예정 시간과 배송기사의 사진, 스마트폰 지도를 통한 해당 배송기사의 현재 위치는 물론, 자신의 상품 이전에 다른 고객의 배송 건이 몇 개나 남았는지 까지도 확인이 가능하다”며 “실시간 배송 정보제공 서비스는 고객의 요구(needs)에 맞춰 탄생한 서비스이고 실제 이용자들의 반응도 좋은데, 이 서비스의 존재를 모르고 단순배송 문의를 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고 아쉬워했다.

 

바야흐로 온디맨드(On-demand)의 시대를 체감하게 한다. 앞으로는 물류 시설의 자동화와 IT기술의 발전이 맞물려 실시간 배송 정보제공 서비스와 같이 고객의 요구에 맞춰가는 서비스가 중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은 해당 부지를 오는 2021년까지 일 최대 100만 박스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 필수적인 설비의 자동화 추세다. 그리고 이에 대한 취재는 선배에게 공을 넘기고자 한다. 



김지훈 기자

CLO 옆동네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인권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왠지모를 까리한 느낌을 받아 CLO에 불쑥 합류했는데, 합류 첫달 까대기 현장에 보내더군요.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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