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새벽배송 : 친환경 박스, 네가 거기서 왜 나와?

by 이강대

2020년 08월 21일

 

친환경박스의 한계, “박스는 본질적으로 친환경적이지 않다”

고객 중심 데이터 박스, ‘돈’ 되려면 기존 B2B 임대료 모델 버려야

정답은 고객 만족에 있다, ‘언택트’가 완성시키는 뉴 비즈모델

 

글. 이강대 연세대학교 과학기술대학 교수

 

 

어떤 박스가 ‘친환경적’일 수 있을까?

 

박스의 친환경성 확보를 위한 활동은 공공섹터와 민간섹터가 조금 다르다. 환경관련 법과 제도, 인증과 교육 등을 맡은 정부와 공공기관의 역할이 있고, 박스 제조업체·사용업체·임대업체 등의 기업의 역할이 있다. 각 섹터의 역할은 다르나, 모두가 친환경이란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박스를 다룬다. 공공섹터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나아가 지구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민간섹터의 친환경활동은 기업경영의 일환이다. 이 글은 공적섹터에서 다루는 친환경박스 이야기(법, 제도, 인증, 공공 R&D, 기타)가 아니라, 박스를 만들어 팔고, 사용하는 기업들의 친환경박스 이야기(비용, 수익 기타)이다.

 

기업이 박스를 통해 친환경활동을 하는 방법에는 박스의 소재(종이, 플라스틱 외)와 소재의 특성(생분해성 외)을 활용하는 법과 3R(Reuse, Recycle, Recovery)과 같은 일반적인 방법이 있다. 기업이 친환경활동을 박스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해당 박스에 투입된 비용보다 기업이 얻는 효용이 더 커야한다. 이는 공적섹터가 제시하는 기준과 권고를 따르는 것과는 친환경활동의 동기부여가 다르다. 즉 기업이 외적인 규제나 권고 때문이 아니라, 이윤을 확대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대부분의 이커머스 기업은 외부 포장업체에게 박스를 주문생산하고, 이 과정에서 친환경 콘셉트의 박스를 공급받아 친환경활동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그러나 이 방식은 시장에서 금세 따라잡히거나, 시행착오를 겪거나, 기회비용을 잃게 되어, 지속적인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박스의 본질적인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연재 글에서 박스를 통한 비즈모델의 방향과 데이터의 필요성을 언급하였다. 아울러, 해당 비즈모델의 캐시카우는 제품인 박스가 아니라 박스가 생산한 데이터가 만들어 내는 고객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이 비즈모델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캐시카우가 될 법한 서비스를 찾기 위해 다음 질문을 이어가 보자.

 

고객의 격을 높이는 박스 : 데이터의 원천

 

고객은 어떤 서비스를 원할까? 어떤 서비스가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까? 예로, 이 회사에서 주문하면 항상 신선한 제품을 받는다. 내가 박스를 분리배출 할 필요가 없어져서 좋다. 택배박스를 문앞에 내어두면 알아서 회수해 간다. 언제 어디서 주문을 해도 바로 가져다준다. 나의 결제정보와 소비정보를 내가 통제할 수 있다. 내가 내 정보를 제공하면 나의 소비패턴/성향에 맞는 신제품을 알려준다. 이 회사를 이용할수록 나의 크레딧이 쌓인다. 크레딧이 쌓이면 맘에 드는 리워드를 준다. 리워드 콘텐츠가 너무 맘에 들어서 다른 회사로 옮기고 싶지 않다. 택배가 올 때마다 항상 깔끔한 박스에 담겨 온다. 이 회사에서 주문해서 배송 받으면 왠지 대우 받는 느낌이 든다.

 

위와 같은 종류의 느낌을 주는 서비스는 고객의 자존감을 높여준다. 어떤 박스와 어떤 데이터가 고객에게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 박스를 X박스라고 하자. X박스는 신선도가 유지되고, 분리배출 안 해도 되고, 회수 후 반복재사용(Reuse)도 되고, 고객정보가 관리되며,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박스로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X박스가 생산하는 기본 데이터는 신선도 유지관리를 위한 데이터(박스 내부 환경 센싱 기술 외), 분리배출 시 박스위치 데이터(NFC 안테나/회로 외), 배송과 회수 시 고객정보 생성과 삭제을 위한 데이터(EDP 외) 정도가 필요해 보인다.

 

또 다른 용도의 데이터는 고객의 모바일을 통해 얻는 고객위치 데이터(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바로 배송서비스 외, GPS기술 외), 고객주문결제 데이터(고객 맞춤형 신제품 서비스 외, 블록체인기술 외), 재구매 데이터(크레딧 생성관리, 차별화된 리워드 콘텐츠 서비스 : 커피, 음악, 영화, 연인, 솔로 외, 빅데이터 기술/AI기술 외) 정도이다.

▲ 고객의 격(格)을 높이며, 각종 데이터 수집까지 가능한 'X박스' 시대의 도래는 언제일까

 

이들 X박스와 모바일로 얻은 데이터 중, X박스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가공하거나 확장하여, 고객서비스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X박스(온도센서, NFC, EDP 외) 이외에 IT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IT 인프라로는 오퍼레이터, 관제, 딜리버리(배송과 회수), 고객에 대해 각각 별도로 구축되어야 한다. 아울러 X박스 세척/유지관리 센터, 회수시스템 등의 오프라인 인프라도 있어야 한다. 이들 IT와 오프라인 인프라를 토대로, X박스가 생산한 데이터는 디지털화되고, 가공과 확장을 거친 뒤에, 고객의 격(格)을 높여주는 서비스로 탄생한다.

 

데이터 좋지! 그래서 수익은? : 기존 비즈모델의 한계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인프라구축 비용은 크게 X박스 개발비용, IT 인프라 구축 비용, 오프라인 인프라 구축 비용으로 대별시켜 볼 수 있다. 이들 비용을 나열해 놓고 보면, 코로나19 이전의 어떤 이커머스 새벽배송기업이 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든다. 이것은 박스 개발의 문제가 아니다.

 

예로, 박스를 개발하여 시장에 투입하는 서비스였다면, B2B를 대상으로 했던 기존 박스 임대 비즈이다. 기존 임대 비즈의 프레임으로 X박스 기반 서비스모델을 바라보면, 위의 인프라 구축비용은 캐시카우인 임대료가 해결해야 된다. 그러나 임대료 수익이 X박스 개발비용과 다른 인프라 비용을 넘어 손익분기점을 만들기 어렵다. 만약 이커머스 기업이 이 같은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면, 첫 번째 연재 글에서 말한 합종연횡이란 전략이 필요하게 된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모든 인프라를 내부화하기는 벅차다. 물론 필요예산이 충분하면서, 캐시카우가 구체적으로 정의되고, 경제적 타당성이 확인되었다면, 이야기는 사뭇 달라진다.

 

X박스와 같은 반복재사용 박스를 새벽배송 생태계에 도입하는 것은 공공섹터와 민간섹터의 친환경이란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이커머스와 오프라인 이해관계자가 X박스와 데이터가 만드는 비즈모델을 시행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종류의 서비스 비즈모델은 코로나19 이후 필연적으로 탄생될 비즈이고, 기존 시장의 룰을 바꾼다는 것이다. 시장의 룰을 바꾸는 것은 공급자가 아니라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기존 B2B 채널의 임대료는 메인 캐시카우가 되지 못한다. 주문생산을 통해 공급받는 친환경 콘셉트 박스사용, 끊임없는 단가경쟁 속에서의 박스개발, B2B 박스 임대 비즈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생태계에서는 X박스와 모바일 데이터가 만드는 비즈모델은 결국 매우 이상적이고 혹은 이론적으로만 존재하게 된다. X박스 임대료만으로는 이 같은 서비스를 공급하고자 하는 어느 누구에게도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비즈모델의 진짜 캐시카우는 무엇일까? 이는 X박스와 모바일이 만든 데이터기반 B2C 서비스정책에 달려있다.

 

‘언택트’가 완성시키는 새로운 비즈모델

 

이커머스 새벽배송기업의 B2C 정책의 캐시카우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나열해보았던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들 이외에 또 다른 하나의 서비스가 필요한데, 그것이 ‘언택트 서비스’이다.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기존 배송은 대면과 비대면 서비스가 혼재되어 있다. 배송기사가 고객을 만날 수 있다면 바로 전달(그것이 늦은 밤이든 낮이든, 공급자 정책에 따라 무조건 빨리 전달 외)하고, 고객을 만날 수 없다면 경비실‧집앞‧옆집에 두고 간다(분실, 도난 외). 고객은 이러한 보편화된 배송서비스에서 어떤 차별화된 개인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느낄까?

 

모든 이커머스 배송기업이 똑같은 서비스를 하고 있다면 고객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고객는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서비스가 공급자정책에 따라 제공된다고 하여도, 고객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고객의 선택 권리를 빼앗는 것은 고객의 격을 높이거나 자존감을 높이는 서비스가 아니다. 비록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서비스라서 어쩔 수 없다는 핑계가 따라 붙거나, 프리미엄 회원제를 운영하며 고객을 관리한다는 정책을 시행한다하여도,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고객에게 물어야 한다.

▲ '언택트'라는 새로운 소비자 니즈와 소비가치를 통해 이윤원을 확보해야 한다.

 

이커머스 새벽배송기업이 고객에게 (신)제품 선택의 폭을 지속적으로 넓혀주고 있듯이, 고객에게 배송 받고 싶은 시간과 공간을 선택할 권리를 줘야 한다. 그리고 언택트 비즈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고객의 선택권을 서비스 중심에 두는데서 시작된다. 여기에서 X박스(B2B 서비스)와 모바일 데이터(B2C 서비스)로 만들어진 비즈모델의 새로운 이윤원이 생성된다. 단순한 공간적 이격 거리만으로는 언택트 비즈의 직접적인 캐시카우를 만들기 어렵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생활하고 있다. 이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는 “제발, 나를 지켜주세요”라는 외침이다. 이 니즈는 사람을 집단화시켜 대하지 말 것과, 서비스를 한 사람, 한 사람 개별적으로 대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고객에 대한 집단적 서비스의 종말을 의미한다. 코로나19와 함께, 4차 산업혁명과 인구구조의 변화는 개인의 소비 니즈를 “배려 해주세요, 자존감을 지켜주세요, 품격을 지키게 해주세요.”와 같은 개별 행태적 니즈를 만들었다. 이것이 새로운 소비가치이다.

 

무엇을 팔 것인가, 정답은 고객에게 있다

 

우리는 스타벅스가 커피만을 파는 카페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안다. 다방커피가 없어진 이유가 무엇일까?, 다른 커피 체인점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을 때, 왜 스타벅스는 생존과 번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일까?, 스타벅스가 고객에게 커피만을 팔지 않듯이, 코로나19 이후의 이커머스 새벽배송기업도 고객에게 단순히 신선/저온유통 식품만을 판매해서는 경쟁력이 없다. 고객이 과거 배송서비스의 무례함에서 혹시라도 잃어버렸을지 모를 개인의 자존감을 박스에 담아 배송할 방법이 없을까? 사소한 택배 하나에도 대우받고 있다는 행복감을 고객이 느끼게 할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다음 연재에서는 [새벽배송 : 박스와 언택트 비즈, 고객의 자존심을 세우다]라는 주제로 X박스가 만드는 언택트 비즈와 캐시카우가 되는 서비스에 대해 추가적으로 이야기해보자.



이강대

저자는 한양대 공대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는 2010년 3월부터 연세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물류관련 논문63편과 지적재산권 13개 중 6건의 기술이전 경험이 있는 교수다. 교통물류계획(2005)외5종의 저역서가 있으며, 알버트 넬슨 평생공로상(2018)을 수상한 바 있다. JAT(Journal of Advanced Transportation) Lead Guest Editor를 맡은 바 있으며, 물류/공급망의 정보공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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