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김희양의 헬스케어 콜드체인] 헬스케어 콜드체인 시장의 새 먹거리 CAR-T, '귀한 몸' 지키는 물류가 뜬다

by 김희양

2019년 08월 13일

성장 유망한 세포 치료제 시장, 프리미엄 콜드체인 물류 경쟁은 이미 시작  

CAR-T 공급사슬 프로세스 들여다보니, 액화질소·특수 포장재 활용

실시간 온도·위치 모니터링부터 리드타임 관리까지, 섬세함이 곧 경쟁력   

 

글. 김희양 콜드체인플랫폼(CCP) 대표

 

유럽제약협회(EFPIA*)가 꼽은 ‘향후 5년 이내 환자의 삶을 바꿀 9가지 신약 개발 대상 질환’에 대한 기사를 보면 당뇨, 알츠하이머, 편두통, 비알콜성 지방간, 박테리아 감염, 자가면역질환, 낭포성 섬유증, 폐암, 혈액암이 선정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중 요즘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것은 혈액암 치료제입니다.

European Federation of Pharmaceutical Industry and Association

 

환자의 면역 세포인 T세포를 체외에서 조작한 뒤 다시 환자의 몸에 넣으면, 암 세포만을 공격해 정상 세포 손상은 최소화하고 암세포 살상은 극대화할 수 있다는 ‘CAR-T Cell Therapies(CAR-T 세포 치료제)’가 바로 그것인데요.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를 다루는 본 시리즈에서 CAR-T 세포 치료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무엇일까요?

 

CAR-T 세포 치료제와 콜드체인 물류

 

CAR-T 세포 치료제는 지금까지 그 어떤 치료제보다 완치율이 높아 각광받고 있는 혈액암 치료제입니다. CAR-T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Chimeric Antigen Receptor) T세포의 줄임말로, 체내 면역세포인 T세포에 키메릭 항원 수용체를 발현시켰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최근 CAR-T는 프리미엄(Premium) 혹은 스페셜티(Specialty) 쿠리어(Courier)라 불리는, 헬스케어 물류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홈페이지, 블로그, 보도 자료에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 시장 조사 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CAR-T 세포 치료제 시장은 2019년 2억7300만 달러(약 3000억 원), 2024년에 이르면 25억1600만 달러(약 2조8000억 원) 규모로 성장이 예측되는 유망한 분야입니다.

▲ CAR-T 세포 치료제 제조 원리 요약도

 

심지어 CAR-T 공급사슬 전략, CAR-T 공급사슬 모델 등의 별도 용어도 생겼습니다. 최근 영국에 있는 제약 업계 지인으로부터 받은 링크드인 안부 메시지에도 역시나 CAR-T가 언급되더군요. CAR-T 세포 치료제 콜드체인 공급사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CAR-T 세포 치료제는 액화 질소(Liquid Nitrogen: LN2)를 냉매제로 사용하여 항공 운송에 적합한 드라이쉬퍼(Dry Shipper)라는 포장재를 이용하는 초저온(-150℃ 이하) 콜드체인 운송을 필요로 합니다.

 

콜드체인 헬스케어 물류 없이는 ‘절반’의 성공

 

현재 시판되고 있는 CAR-T 세포 치료제에는 2017년 미국 FDA에서 승인된 노바티스의 킴리아(Kymriah)와 2018년 승인된 길리아드 사이언스의 예스카타(Yescarta) 두 가지가 있습니다. 1회 투약 가격이 킴리아는 무려 47만5000달러(약 5억7000만 원), 예스카타는 무려 37만3000달러(약 4억5000만 원)라는 천문학적 금액의 고가 치료제. CAR-T 세포 치료제의 공급 사슬 프로세스를 간략히 설명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1단계: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추출하여 제약사의 연구소로 보낸다.

■2단계: 제약사 연구소에서 3주간 환자의 T세포를 조작한 후, 이를 치료제로 만들어 다시 환자가 있는 병원으로 보낸다.

■ 3단계: 병원에서 환자 맞춤형 CAR-T 세포 치료제를 환자의 몸에 이식해 치료한다.

 

참 간단해 보이는 이 과정 속에는 참으로 복잡한 콜드체인 물류 서비스가 요구됩니다.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추출하기에 앞서 키트가 병원에 공급되어야 하며, 환자 혈액에서 T세포를 추출하는 일정과 환자 수술 일정이 모두 도미노처럼 연결돼야 합니다. 환자와 병원 의료진은 수술 일정에 맞춰 만반의 준비를 해뒀는데, 갑작스러운 항공 스케줄 지연이나 취소, 통관 지연 등의 문제가 생긴다면 그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흔히 콜드체인 의약품이나 검체 운송이 시간과 온도에 민감하다고 하지만, 특히 정해진 시간 내에 환자의 몸속에 이식이 되어야 하는 세포 치료제의 운송은 시간과 온도에 극도로 민감하며, 어떤 사소한 실수도 용납되기 어렵습니다. 다음 달에 미국에서 이틀간 열리는 ‘CAR-TCR 서밋’에서 물류에 대해 제약의 다른 영역과 동일한 시간을 배분하여 비중 있게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의술이 있어도 높은 품질 수준의 콜드체인 물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림도 없기 때문입니다.

 

초저온 ‘드라이쉬퍼’의 시대를 맞이하다

 

지금까지 콜드체인에서 주로 언급되는 온도 조건은 냉장(+2℃ to +8℃), 냉동(-20℃ to -80℃), 항온(+15℃ to +25℃) 이었습니다. -196℃까지 내려가는 초저온 운송의 빈도는 가장 적은 편으로 드라이쉬퍼는 어쩌다 가끔 사용되는 콜드체인 포장재였습니다. 그런데 CAR-T 세포 치료제로 인하여 초저온 콜드체인 포장재 분야가 덩달아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중 1999년 설립되어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드라이쉬퍼 렌탈 및 운송 서비스 제공업체 크라이요포트(Cryoport)의 약진이 최근 매우 두드러집니다. 크라이요포트가  발표한 상반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크라이요포트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은 83%나 됩니다. 크라이요포트는 드라이쉬퍼를 제조해 판매하는 여타 포장재 회사들과 달리 드라이쉬퍼 렌탈에 초점을 맞춰 운송 및 모니터링, 24/7 고객 서비스 제공하며 초저온 운송시장에서 20여 년간 자신의 영역을 확고하게 구축해온 결과입니다. 


▲ 크라이요포트(Cryoport)의 드라이쉬퍼

 

드라이쉬퍼 매니지먼트

 

항공 운송 시에는 IATA 인증을 받은 드라이쉬퍼를 사용해야 합니다. 드라이쉬퍼 운송을 위해서는 생각보다 신경써야 할 것들이 많지만, 이를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픽업 일정에 맞춰 드라이쉬퍼를 사용할 수 있도록 드라이쉬퍼를 조달하고, 냉매제인 LN2를 구비해야 합니다. SOP에 따라 드라이쉬퍼에 LN2를 채우고 흡수되는 충전 시간을 픽업 리드타임에 감안해야 합니다. 사이즈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5분 간격으로 4~5회에 걸쳐 LN2를 천천히 드라이쉬퍼에 채웁니다. LN2가 드라이쉬퍼에 충분히 흡수되기 위해서는 최소 24시간의 충전시간이 필요합니다. 

 

LN2는 위험물이므로 이를 핸들링하기 위해서는 보호 장비 착용은 물론 위험물 핸들링에 대한 지식도 필수입니다. 또한, 드라이쉬퍼는 일회용 포장재가 아니라 고가의 재사용 포장재이기 때문에, 세포 치료제의 픽업 스케줄은 단지 병원이나 환자의 스케줄, 항송 스케줄뿐 아니라 드라이쉬퍼의 이용 가능 스케줄과도 맞아 떨어져야 합니다. 운송 후 드라이쉬퍼는 다시 회수되어야 하며, 재사용을 위해 드라이쉬퍼 내에 남아있는 LN2 배출, 라벨 제거를 비롯한 드라이쉬퍼 클리닝 및 품질 점검 작업도 세심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세포 치료제 운송 이면에 드라이쉬퍼의 공급사슬 관리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질소 충전을 완료한 뒤 렌탈 서비스를 진행하는 크라이요포트

 

▲ 크라이요포트는 드라이쉬퍼 케이스를 종이박스로 제작해 제공한다.

 

환자 맞춤형 의약품을 위한 운송 서비스 

 

CAR-T를 비롯한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의 성장은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 물류(Cell and Gene Therapy Logistics)’ 서비스 정착과 투자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퀴네 나겔(Kuehne+Nagel)의 자회사인 퀵(Quick)이 미국 시카고에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 물류 센터(Cell and Gene Therapy Logistics Facility)를 오픈했다는 소식도 들리고, UPS의 자회사인 마켄(Marken)이 자사 네트워크 중 전략적 위치 9곳에 드라이쉬퍼 냉매제인 질소 충전을 위한 초저온 서비스 스테이션(Cryogenic Service Station)을 구축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한편,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가 초저온 또는 냉장으로 운송되므로 크라이요포트는 자사의 냉장 포장재를 론칭하며 콜드체인의 업무 범위를 초저온에서 냉장으로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대량 생산이 아닌 환자 맞춤형 의약품을 개별 운송하는 세포 유전자 치료제 물류에서 실시간 온도 모니터링과 위치 추적은 더 말할 나위 없이 중요합니다. 섬세한 고객 서비스는 물류 회사의 보이지 않는 강력한 경쟁력입니다. 운송에 관여하는 모든 이들의 협업, 소통, 업무 투명성, 비용 절감, 환자 중심의 서비스는 헬스케어 콜드체인에서 절대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체감하기 다소 어려우나, 미국과 유럽에서는 세포 유전자 치료제 콜드체인 물류가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노바티스의 CAR-T 세포 치료제 킴리아는 현재 한국 식약처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허가가 완료되면 CAR-T 세포치료제 운송이 국내에서도 시작될 것입니다. 또한 한국을 비롯한 많은 제약기업들이 세포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전념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앞으로 새롭게 주목해야 할 운송품목과 콜드체인 포장 솔루션이 무엇인지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미래는 닥쳐서가 아닌, 준비하는 자의 것입니다.



김희양

글로벌 특송기업 TNT에서 임상시험과 제약물류 서비스를 담당했고, 월드쿠리어에서는 제약(의약품)부문 영업을 담당했다. 마켄(Marken)의 첫 한국지사장을 지냈으며, 현재 콜드체인플랫폼 대표로 제약 콜드체인 물류와 관련된 정보와 교육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숙명여대 중어중문과 졸업, 인하대학교 국제통상물류전문대학원에서 물류경영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공급사슬 관점의 임상시험 물류 솔루션에 관한 연구’와 ‘적게 일하고 크게 어필하고 싶을 때 읽는 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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