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김희양의 헬스케어 콜드체인] 2020년 헬스케어 콜드체인 사업 전략을 위한 제언

by 김희양

2019년 12월 26일

2020년 헬스케어 콜드체인 사업 전략, 핵심은 '기준'과 '트렌드'

5년 후를 내다보는 방법? 글로벌 선도 기업들의 투자에 주목하라

 

글. 김희양 콜드체인플랫폼(CCP) 대표

 

UPS의 전략에 주목할 것

 

최근 UPS의 CEO 데이빗 애브니(David Abney)는 그의 링크드인에 이런 포스팅을 남겼습니다. “헬스케어·라이프사이언스 분야는 UPS의 프라이어리티 마켓(Priority Market)이다. 때문에 고객 지원 강화를 위하여 최근 일련의 조치를 취했다”며 “2016년 UPS가 인수한 프리미엄 라이프사이언스 물류 기업 마켄(Marken)의 CEO 웨스 휠러(Wes Wheeler)를 UPS ‘헬스케어·라이프사이언스 부문(Healthcare & Life Sciences Unit: HCLS Unit)’을 이끌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는 인사이동 소식을 직접 전했습니다.

(출처: 데이빗 애브니 링크드인 캡처)

 

이에 앞서 UPS는 금년 10월, UPS 산하 114개의 오퍼레이션 및 영업 조직을 하나의 단일팀으로 재정립하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UPS HCLS라는 조직은 이러한 배경 가운데 등장한 것입니다. UPS HCLS는 UPS가 그간 인수한 제약분야에 특화된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자회사들인 Cemelog(2013년 인수), Polar Speed(2014년 인수), Marken(2016년 인수) 등의 네트워크까지 활용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UPS는 일반 화물의 운송은 물론이고, 임상시험부터 커머셜 의약품, 콜드체인, cGMP/cGDP 창고 보관 서비스 등 복잡한 공급사슬이 요구되는 바이오 제약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물류 서비스를 총망라할 것이라는 계획입니다. 또 2020년 초에는 프리시즌 물류(Precision Logistics)라고 불리는 UPS 프리미어(Premier)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환자, 온도, 시간에 민감한 헬스케어 물품(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 개인 맞춤형 의약품, 의료 기기 등 포함)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가시성을 확보하는, 상품 이름처럼 정밀한 물류 서비스 상품입니다.

 

헬스케어에 초점을 맞춘 UPS의 활발한 행보 속에서 이달 초 단행된 UPS HCLS 조직 재정비 및 이 분야에 능통한 리더 선임은 헬스케어 물류에 집중하고 있는 UPS의 도전과 성장을 촉진하는 결정적인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의 대표적인 물류기업들도 속속들이 헬스케어 물류 사업을 추진하고 요즘, 내년도 사업 전략 및 인사이동 계획 시 헬스케어·라이프사이언스 물류에 우선순위를 두는 UPS의 사례를 통해 중요한 메시지를 얻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제약기업 품질 기준 & 콜드체인 트렌드를 반영할 것

 

얼마 전 모 제약회사의 냉장 의약품 수출 운송을 위해 국내 물류 창고를 물색한 적이 있습니다. 의약품 수출 물량 픽업 시 냉장 포장 작업을 냉장창고 내에서 진행해야 했는데, 해당 제약회사가 사용하려는 콜드체인 포장 솔루션 모델인 액티브 RAP 컨테이너(US팔레트 기준 4개 적재 가능)를 반입할 수 있는 냉장창고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냉장 물류 창고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신선식품 용도로 설계돼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제약분야를 대상으로 콜드체인 창고들이 생겨났지만, 콜드체인 설비에만 집중했지 정작 제약기업들이 따라야 하는 품질 요건은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냉장 설비가 뛰어난 반면 제약회사의 품질 기준인 GDP* 규정에 부합하지 않거나, GDP 규정에 부합하면서 컨테이너를 창고에 반입할 수 있는 반면 냉장창고가 아닌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또 냉장창고이면서 GDP 규정에 부합했으나 창고의 문이 작아서 RAP 컨테이너를 반입할 수 없는 난감한 사례 또한 존재했습니다.

* Good Distribution Practice. 국내에는 GDP 규정이 없으므로 KGSP 인증 창고를 의미함

 

위와 같은 사례들은 국내에 콜드체인 창고를 짓거나 확장할 계획을 가진 물류기업들이 사소하지만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포인트가 무엇인지 알게 해줍니다. 의약품 콜드체인 창고 분야는 국내 인프라가 뛰어난 국내 물류기업에게 헬스케어 콜드체인에 대한 기회의 문을 열어줄 수 있는 영역이기에 특히 신경쓸 필요가 있습니다. 콜드체인 의약품 및 원부자재 보관에 대한 수요는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데 공급은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에 제약기업 품질 기준과 함께 콜드체인 트렌드를 잘 반영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5년 후를 미리 내다볼 것

 

지난 11월 UPS는 미국의 약국 체인 CVS Pharmacy와 파트너십을 맺고 처방약을 환자의 집으로 배송하는 드론(Drone) 운송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헬스케어 물류의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프리미엄 물류기업들이 제공해오던 환자 중심의 물류 서비스인 DTP(Direct To Patient)·DFP(Direct From Patient) 서비스에서 보다 진화된 버전입니다.

▲ UPS와 미국의 약국 체인 CVS Pharmacy의 드론 배송 서비스 (출처: UPS홈페이지)

 

우리나라에서도 의약품의 드론 운송에 대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국토교통부 첨단항공과에서 발표한 ‘드론 분야 선제적 규제 혁파 로드맵’에 따르면 2024년까지 드론의 의약품 운송 기반을 마련하고, 2025년부터는 드론을 통한 의약품 운송을 상용화할 것이라는 계획입니다. 물론 원격의료가 아직까지 허용되지 않는 국내 상황에서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 기관이 순차적으로 풀어가야 할 사안들이 있습니다. UPS가 미국에서 제공하는 처방약 의약품 드론 운송과 같은 물류 서비스가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먼 훗날의 일처럼 느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지금부터 염두에 두고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 우리나라 드론 분야 선제적 규제 혁파 전체 로드맵 (출처: 국토교통부첨단항공과보도자료)

 

외국계 글로벌 기업들이 선점한 헬스케어 콜드체인 분야에서 국내 물류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이미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가 아닌, 향후 고객들이 필요로 할 서비스 및 외국계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에서 강점을 가지지 못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관련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물류기업들인 판토스, 롯데글로벌로지스, 현대글로비스, 삼성SDS, CJ대한통운, 한진, 우체국 등의 새로운 활약을 기대해 봅니다.



김희양

글로벌 특송기업 TNT에서 임상시험과 제약물류 서비스를 담당했고, 월드쿠리어에서는 제약(의약품)부문 영업을 담당했다. 마켄(Marken)의 첫 한국지사장을 지냈으며, 현재 콜드체인플랫폼 대표로 제약 콜드체인 물류와 관련된 정보와 교육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숙명여대 중어중문과 졸업, 인하대학교 국제통상물류전문대학원에서 물류경영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공급사슬 관점의 임상시험 물류 솔루션에 관한 연구’와 ‘적게 일하고 크게 어필하고 싶을 때 읽는 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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