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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버리 마켓(Delivery Market) 시대의 도래, '택배'의 경쟁전략은 어디에

by 신승윤 기자

2019년 01월 17일

택배의 미래를 말하다, 김현우 한진 택배기획/운영담당 상무

이제 배송은 ‘서비스’ 아닌 ‘비지니스’, 택배업계에 필요한 변화는 무엇인가

과연 ‘물류 가시성’ 확보는 쿠팡만 가능한가? '초연결' 통한 경쟁전략

 

글. 신승윤 기자

 

 

물류에 있어 소비자 경험은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다. 소비자 경험을 앞세워 시장 가운데 성공을 이룬 사례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아마존은 주문부터 배송까지 장시간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고객을 위해 직접 상품을 보관, 관리, 배송하기 시작해 시장을 장악했으며, 쿠팡은 고객에게 보내는 손편지로 ‘쿠팡맨’ 신드롬을 일으키며 지금의 데카콘급 기업규모의 발판을 마련했다. 배달의민족, 메쉬코리아 등 스타트업들 또한 고객과의 마지막 접점, 라스트마일 배송(Last-mile Delivery) 영역에서의 활발한 도전과 발전을 이어오고 있다.

 

그 가운데 시장의 기존 플레이어들은 어디로 나아가야할까. 그 중에서도 오랜 시간 끊임없이 고객들의 현관문을 두드려왔던 택배 서비스는 말이다. 대기업 중심으로 규모의 경제 및 서비스 표준화를 이뤄 원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이익을 내왔던 기존의 택배사업 방식을 넘어,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려가며 ‘물류를 소비하는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계획. 그 청사진을 김현우 한진 택배기획/운영담당 상무를 만나 들어볼 수 있었다.

 

배송, ‘서비스’에서 ‘비즈니스’로

김 상무는 배송의 영역 자체가 하나의 마켓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이제 치킨을 주문하는데 있어서도 소비자들은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배달료를 지불할 것인가, 직접 픽업할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 딜리버리를 하나의 상품으로서 소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때문에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새로이 등장하고 있다. 줌마, 홈픽 등 집하와 관련된 퍼스트마일(First-mile) 서비스, 스윗트래커 등 택배 관련 정보를 모아 제공하는 세컨드마일(Second-mile) 서비스, 나아가 라스트마일 영역은 원더스의 오늘도착, 메쉬코리아의 오늘드림 등 그 배송품목이 다양해짐은 물론 시간까지 단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김현우 한진 택배기획/운영담당 상무

 

더불어 “이는 물류 패러다임 변화와 일맥상통 하는 부분”이라며 “RDC(Region Distribution Center)에서 FDC(Front Distribution Center)로 변하더니, 이제는 ODC(On Demand Center)로 변화했다. 도심물류의 중요성이 나날이 높아지더니, 이제는 오프라인 로드샵이 현장 판매와 더불어 온라인 판매를 위한 소단위 거점으로 변화한 것이다. 아마존이 홀푸드 인수에 이어 주유소 인수를 준비하고 있는 것도, CJ 올리브영이 메쉬코리아와 손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배송은 더 이상 서비스 영역이 아닌,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택배는?

이러한 변화 가운데 택배시장 현황은 어떠할까. 온라인 시장의 활성화와 함께 택배시장 규모는 매년 1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다만 김 상무는 해당 성장률을 책정함에 있어 배제된 내용이 있다 말한다. 쿠팡과 같은 자사 물량,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 유통사에서 배송하는 물량이 그것이다. 그는 “쿠팡, 위메프, 티몬, 이마트, 롯데마트 등에서 진행하는 자체 배송물량은 분명 택배와 같은 형태의 배송 영역이다. 이 물량 또한 고객 입장에서는 택배 수요와 같다. 이들의 물량까지 합하면 택배시장 성장률은 30~40%에 육박할 것”이라 설명했다.

 

김 상무는 “이처럼 딜리버리 마켓은 막대한 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다만 택배와 같은 기존 업체들은 계속해서 시장을 뺏기는 형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장에 새롭게 뛰어드는 플레이어들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등장할 것이며, 택배업체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기존 택배업체들의 향후 나아갈 방향에 대해 아래와 같이 제시했다.

 

① ‘Big Brother’와 ‘Little Brother’

김 상무는 택배업체들이 새로운 시장 참여자들과 적극 협업하여 서로가 가지지 못한 역량을 보완하는 서비스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초창기 마이크로소프트는 IBM이라는 빅브라더를 만나 성장할 수 있었다. GE(General Electric) 또한 다수의 협력사들을 리틀브라더로 인정하고, 이들과 긴밀한 협업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진택배가 홈픽과 제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익일 택배 배송 인프라와 1 시간 내 집하 서비스가 만나 새로운 서비스가 탄생했다. 스타트업들은 기존 업체들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으며, 기존 업체들은 이들을 통해 조직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예시와 함께 설명했다.

 

②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전환의 영역 또한 택배업체들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다만 김 상무가 말하는 디지털 전환은 화물과 고객 간에 발생하는 단절을 해결하는 방식의 변화이다. 그는 “기존 택배업체들은 고객 부재 시 위탁 배송을 하고 있다. 쿠팡 또한 마찬가지로 위탁 배송을 하지만, 고객은 쿠팡의 서비스에 더 좋은 평가를 내린다. 쿠팡은 위탁 장소와 화물의 사진을 찍어 고객에게 전송하는 등 피드백을 하고 있고, 이는 고객 입장에서 기존 업체로부터 느끼지 못한 새로운 디지털 경험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구매 시 확인할 수 있는 ‘로켓배송’ 로고는 해당 제품이 다음날 도착한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며, 배송완료 후 제공하는 메시지와 사진 등 알람은 고객 만족도를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면, 고객은 이를 차별화된 서비스라 느낀다. 실제 택배 배송에 있어 화물과 고객 간 단절된 구간이 매우 많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정보라고는 배송 출발이나 반품 집하 정도이며, 이 마저도 전체 건의 50% 수준이고, 배송완료의 경우 20% 정도에 머물고 있다. 때문에 배송 출발 이전의 정보, 그리고 배송 출발과 도착 사이의 정보를 고객에게 공유하여 화물의 흐름과 고객 단절을 해결하는, 기존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의  디지털 경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작은 예시 중 하나로, 고객에게 디지털 경험을 선사할 분야는 실제 매우 다양하다. 이를 찾아내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③ 첨단 기술에 대한 투자

기존 택배업체들은 그들이 보유한 자본을 바탕으로 신기술에 적극 투자할 수 있어야한다는 것이 김 상무의 생각이다. 그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은 실제 배송 과정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배송기사에게 인공지능이 배송지 관련 교통정보, 고객 관련 요구사항, 해당 고객의 불만사항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하여 배송 효율을 높임과 동시에 고객 만족도까지 높일 수 있다. 사물인터넷의 경우 비대면 배송 시의 자동알람, 상품보호 등의 기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택배현장에서는 입고, 상차, 분류, 하차, 배송 인계, 출발 등 많은 단계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각 단계별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바코드 스캔도 향후 IoT 등과 접목된 자동 스캔 방식으로 변화될 수 있다.  DHL이나 페덱스(FedEx)처럼 첨단 기술 관련 다양한 활용방안에 대해서도 꾸준히 연구해야할 것”이라 말했다.

 

청사진: 물류 가시성 확보, 쿠팡만 가능한가?

김 상무가 생각하는 아마존과 쿠팡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물류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들이 온라인 스토어 가운데 ‘아마존 프라임’과 ‘로켓배송’ 라벨을 당당히 붙여놓을 수 있는 것은 직접 보유한 물류창고 가운데 재고를 위치, 관리하면서 배송까지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는 소비자로 하여금 주문한 제품이 도착하는 때를 직접 보여줌으로써, 여타 업체들이 가지지 못한 가시성을 확보한 것이 서비스 차별화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김 상무는 향후 독자적 물류 인프라를 가지고 직접 통제하지 않고서도, 이 같은 가시성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 예측했다.

 

그는 “과거 월마트(Walmart)가 응용한 VMI(Vendor Managed Inventory)를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다. 월마트의 VMI는 말 그대로 상품을 제공하는 벤더들을 판매업체에서 직접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무한정 물류센터를 늘릴 수 없었던 월마트는 재고관리에 있어 수많은 벤더들이 가진 재고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했다. 벤더들이 월마트 측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으며, 이에 불참하거나 정보에 오류가 있을 시 패널티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시설증가를 최소화하면서 효과적인 재고관리가 가능했던 것”이라 설명했다.

▲ 월마트가 도입한 VMI(Vendor Managed Inventory) 시스템

 

더불어 “이를 현재의 온라인 쇼핑몰들에 적용해보자. 사실 현재 커머스 업체들이 물류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은 벤더로부터 매번 상품을 제때 넘겨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배송준비중’ 표시에 답답한 것은 고객은 물론, 커머스 업체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해당 상품 재고들을 쿠팡처럼 직접 구매 및 관리하기에도 부담이 크니, 배송에 있어 가시성 확보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때문에 만약 상당량 매출을 확보한 커머스 업체라면 직접 벤더사의 재고 정보를 공유하며 컨트롤 하는 방식으로 가시성을 확보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은 택배업체와의 긴밀한 협업이다. 김 상무는 “커머스 업체가 벤더 컨트롤을 통해 앞전 단계의 가시성을 확보했다면, 다음은 택배사와의 정보공유가 필요하다. 배송지에 대한 택배 기사의 실시간 배송 완료 데이터를 분석하여 라우팅 정보를 구매자의 상품 검색, 결제, 주문 시에 연동시키는 것이다. 커머스는 벤더사로부터 제공되는 재고정보를 공유함으로서 ‘로켓배송’과 같이 배송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다. 나아가 택배사로부터 받은 배송예정 정보가 연동된다면 별도의 물류센터 구축없이도 자가 배송 등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커머스와 택배 간의 협업관계까지 이어진다면, 쿠팡처럼 배송에 걸리는 시간을 고객에게 직접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이는 미국과 달리 면적이 작은 우리나라에서는 99% 익일 배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 가능성 있다. 초연결(hyper-connected)을 통한 새로운 상생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고 말했다.

 

결국 배송은 소비자 경험에서

김 상무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 경험”이라 다시금 강조하며 “이와 관련해 배송 속도경쟁도 중요하지만 먼저 가시성 확보를 통해 고객과 화물의 단절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기존 방식에서 탈피한 새로운 디지털 경험을 제공한다면 기존 업체들도 변화한 환경 속에서 대등한 경쟁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아마존은 인공지능 플랫폼 알렉사(Alexa)를 통해 소비자 수요를 사전에 파악하고, 관련 정보 및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예측 배송’을 시도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또 다른 만족감을 주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기존 택배업체들도 소비자 경험과 고객만족에 집중할 때”라 말했다.

 

소비자들의 온라인 구매에 대한 허들이 갈수록 낮아지면서 딜리버리 마켓은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화주 및 유통업체들은 직접배송에 뛰어들기 시작했고, 신규 진입자들은 저마다의 새로운 방식의 서비스를 들고 나오면서 기존 택배업체들 또한 안팎으로 치열한 배송경쟁을 치루고 있다. 그 가운데 과연 어떤 서비스가 소비자 경험을 통해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새로운 '배송 비즈니스' 플레이어의 등장을 기대해 본다.



신승윤 기자


'물류'라는 연결고리 / 제보 : ssym232@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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