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

‘딜리버리 마켓’ 시대의 도래, 택배는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by 신승윤 기자

2019년 11월 13일

한진 ‧ CJ대한통운 ‧ SF Korea ‧ 우체국, 각각의 택배시장 분석

'딜리버리 르네상스'를 대하는 택배 강자들의 미래 전략은?

 

글. 신승윤 기자

 

이커머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배송을 담당하는 택배 시장도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기존 서비스의 고도화, 디지털 전환, 노동환경 변화와 함께 퍼스트마일 Fisrt-mile 부터 라스트마일 Last-mile 까지 다양한 물류 스타트업이 등장해 서비스 다변화를 이뤄내고 있다. 이 치열한 줄다리기 가운데 과연 승자는 누가될까. 무한 경쟁을 통한 생존이 답일까, 연대와 협업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을 대안 삼아야 할까. 관련해 국내외 주요 택배업체들을 한 자리에 모아 함께 토론했다. ‘로지스타서밋 2019’ <BITTER TUG OF WAR, 팽팽한 줄다리기> SUMMIT STAGE의 두 번째 라운드 ‘택배’를 통해 택배 시장의 미래를 점쳐본다.

 

통합물류협회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택배 시장의 규모는 5.7조 원으로, 택배 박스 수로 치면 25억5000만 건에 이른다. 90년대 초반을 시작으로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전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며 오늘에 이르기까지 매년 성장을 거듭한 택배 시장. 급격한 성장기를 거쳐 이제는 성숙기에 다다른 가운데, 이커머스 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더불어 다시금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단지 ‘택배’라 불리지 않을 뿐, ‘딜리버리 마켓’에 뛰어든 다양한 플레이어들은 각자의 물량을 배송하고 있다. 자체적인 배송 프로세스를 구축하거나, 일반인의 지원을 받아 플랫폼 형태로 배송을 진행하는 등 나날이 다양해지는 배송서비스 가운데 과연 기존의 택배업체들은 어떤 방식으로 미래를 대비해 나갈 것인가. 이를 ‘로지스타서밋 2019’ <BITTER TUG OF WAR, 팽팽한 줄다리기>에서 다룬 국내외 대표 택배업체들의 강연 및 토론을 바탕으로 알아본다.

 

시장분석

 

김현우 한진 택배기획 상무는 ‘유통과 물류의 영역 파괴’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택배 외에 당일배송 중심의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Last-mile Delivery 의 중요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거대 유통사들이 인홈 딜리버리 In-home Delivery* 에 뛰어들어 새로운 서비스 영역 구축에 힘쓰고 있음을 강조했다. 관련해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 1인 가구 비중의 증가, 모바일 중심의 물류 플랫폼, 해외직구·배송(구매) 대행의 성장, O2O(Online to Offline)의 생활화, 옴니채널 기반 IoT 서비스 확대까지 총 6개 키워드를 제시했다.

* 아마존(Amazon), 월마트(Walmart) 등에서 제공하는 배송서비스. 서비스를 신청한 소비자의 거주지 안까지 주문한 제품을 직접 배송해주며, 식료품도 배송 가능 제품에 포함돼 있음.

 

▲ 김현우 한진 택배기획 상무

 

정태영 CJ대한통운 부사장 또한 ‘새로운 경쟁자’들에 주목했다. 유통기업들이 물류 시장 가운데 활발히 진출하고 있고, 라스트마일 배송 관련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기존 택배 및 특송업체들도 풀필먼트 역량을 고도화하여 B2B, B2C 물류의 융합이 이뤄지고 있으며, 디지털 기술 활용이 점차 보편화돼 비용 하락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정태영 CJ대한통운 부사장

 

김병록 SF Express Korea 사장은 중국 택배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더불어, 그 현황을 한국 시장과 연결해 분석했다. 중국 택배 시장에서 압도적인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SF Express는 2018년 매출만 15조4000억 원 이상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택배 시장 전체 규모의 3배에 달하는 수치인데, 이는 중국 택배 시장의 연간 물동량이 한국의 20배인 507억 건임을 감안했을 때 이해할 수 있는 수치다. SF는 중국 택배 시장의 압도적인 물량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커머스에 발생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 본부장은 여전히 유효한 4차 산업혁명과 이에 적극 대응해야 하는 환경에 주목했다. 기술 기반을 강화해 융합신산업을 창출할 경우,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사회문제 해결, 삶의 질 제고의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때라는 설명이다. 이에 맞춰 국가기관 또한 혁신에 친화적으로 규제를 개선할 수 있어야 하고, 중소기업 및 벤처의 성장 동력을 제공해야 하는 때임을 강조했다.

 

택배를 위협하는 요소들

 

한진은 지금의 시대를 ‘딜리버리 마켓의 르네상스’라 정의하고 있다. 김 상무는 퍼스트마일부터 라스트마일까지 배송 시장은 기존 택배업체는 물론 유통사, TV홈쇼핑, 이커머스에 물류 스타트업들까지 가세한 형태라 설명했다. 집하관련 퍼스트마일 서비스에는 홈픽(HOMEPICK)과 홈택배, 큐부(QBoo) 가 있고, 고객과 만나는 라스트마일 서비스에는 와사비, 오늘도착 등이 존재한다. 나아가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필요한 물품을 당일배송 받을 수 있는 오늘드림, 나우픽 등 온디맨드 딜리버리 서비스까지 가세해 기존 택배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한진)

 

이에 더하여 CJ대한통운은 강화된 안전·근로환경 기준에 따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부사장은 과거 안타까운 사고가 있기도 했고, 택배산업이 고도화 되면서 근로 환경에 대한 인식과 제도도 나날이 개선되고 있다. 이에 택배사들은 합리적인 근로환경을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최저 시급 상승, 택배기사 노동조합 출범 등으로 말미암아 기존 노동집약적 서비스 중심에서 다변화된 전략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SF Express는 택배 산업의 사이클에 대하여 ‘완전경쟁’과 ‘경쟁격화’ 시기를 거쳐 ‘독과점 경쟁’ 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다양한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고, 이후 성장속도가 점차 더뎌짐에 따라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점유율 싸움에 돌입한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은 1만여 개 이상의 택배업체 중 중통 등 알리바바의 지분 투자를 받은 연합군 4곳이 전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SF Express, 징동물류가 점유율 경쟁을 치루고 있는데, 이는 한국 택배 시장의 점유율 구조와 유사한 면이 있다.

 

SF Express가 새롭게 한국 책임자를 선임한 것은 위와 같은 시장 예측 때문이다. 여전히 중국 택배 시장은 성장하고 있으나, 성장률 면에서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는 중이다.* 김병록 SF Express Korea 사장은 향후 SF가 적극적인 세계 진출 및 풀필먼트 등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에 최적화된 서비스들을 제공할 것이라 설명했다. 이를 위해 현재 모든 물류서비스에 있어 자사 인프라를 가지고 운영 중인 SF는 수집된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접목하겠다고 밝혔다.

* 2011년 이후 꾸준히 50% 이상 성장률을 보이다 2017년 28.1%, 2018년 26.6%를 기록

 

▲ 김병록 SF Express Korea 사장

 

우정사업본부는 사람 중심의 집배 노동조건 개선을 우선 과제로 삼았다. 강 본부장은 집배 노동 강도 해소를 위해 인력 증원과 함께 서적·소포 구분 작업을 자동화하고 있다. 더불어 배송인력들의 노동 시간에 있어 주 52시간 및 5일제 근무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강성주 우정사업본부 본부장

 

한편 한진은 디지털 전환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사용자 경험의 가치 증대’를 삼았다. 김 상무는 서비스로서의 물류를 강조하며 고객으로 하여금 실시간 배송정보를 제공하고, 비대면 위탁배송에 있어 고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이라 설명했다. 택배서비스에 있어 디지털 경험(Digital Experience)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나아가 다양한 물류 스타트업들을 기존 택배사의 경쟁자로 판단하기보다,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고객 편의를 높이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한진은 스타트업 줌마와 협업하여 적국 주유소 네트워크를 거점으로 한 택배 방문 픽업 서비스 ‘홈픽’을 운영하고 있으며, 원더스와 함께하는 서울 지역 당일 4시간 이내 배송서비스 ‘파발마’, 스윗트래커와 함께 ‘모바일 택배 예약 서비스’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 외에 이커머스 업체와 데이터 연결을 진행해 배송예정 데이터를 제공하는 등 변화를 새로운 솔루션 완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택배사 대표자들과 토론을 나누는 민정웅 로지스타서밋 공동조직위원장(인하대 교수, CLO 편집자문위원)

 

CJ대한통운의 경우 최우선 전략으로 ‘상생문화 형성’을 들었다. 사람 중심의 업무환경을 제공해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설명이다. 정 부사장은 그 방법으로 디지털 전환을 들었다. 사람이 로봇처럼 일하던 시대에서 로봇이 사람처럼 일하는 환경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경험 중심에서 데이터 중심 운영으로, 필요 시 연결하던 배송 데이터를 항시 연결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집배점, 간선사, 도급사, 택배기사 등 각각이 가진 고민을 통합적으로 해결하는 상생문화를 형성하여 지속가능한 택배서비스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CJ대한통운의 해외진출 전략과 관련해 정 부사장은 중국과 베트남에서의 실패를 인정했다. 단 이를 통하여 많은 경험을 축적해 또 다른 해외진출 전략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중심의 고객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현지 고객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해 태국과 말레이시아에서의 비교적 성공적인 택배 사업을 예로 들어, 택배를 프리미엄 서비스 중 하나로 인식해 대면 배송이 원칙인 시장 특성을 설명했다. 이어 향후 디지털 전환과 해외진출 모두 사람, 고객을 우선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신승윤 기자


'물류'라는 연결고리 / 제보 : ssym232@clomag.co.kr




다음 읽을거리
추천 기사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