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 비자금 수사가 CEO 소환까지 번져
사상 최대 실적 목전에서 사기 꺾여선 안돼
사람의 일생에 9년 주기로 돌아온다는 삼재(三災)가 대한통운에도 찾아왔다. 우연인지 대한통운은 2000년 법정관리 돌입 이후 딱 9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대한통운 마산, 부산지사의 비자금 조성 혐의를 수사하던 검찰은 지난 24일 서울 본사와 이국동 사장의 자택까지 압수수색을 벌였다. 같은 날 검찰은 이국동 사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고, 이 사장은 오늘(25일) 자진 출두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통운은 아시아나공항개발과 아스공항, 한국복합물류 지분 인수 그리고 최근 금호터미널 지분을 전량 인수해 금호그룹 물류 사업 일원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악재를 맞았다.
대한통운은 2000년대 초 모기업이었던 동아그룹이 부도났을 당시 검찰 수사를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회사를 직접 겨냥한 수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통운은 수장의 부재가 회사 경영에 큰 타격이 될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임원 및 사장의 연이은 소환 결정으로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된 것은 물론, 사상 최대를 달리던 실적도 한풀 꺾일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한통운 측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계열사인 대한통운의 비리의혹이 그룹에까지 여파를 미치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비자금이 그룹에 흘러갔을 수 있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룹 측은 "이번 사건은 그룹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물류업계는 이번 사태를 안타깝게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빨리 이번 사태가 마무리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 사장은 1969년 대한통운에 입사한 이후 40여 년간 물류 분야에서만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2005년 취임 후 대한통운의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해엔 창립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올해는 화물연대 파업과 금호그룹 유동성 위기도 무사히 넘기고, 지난해 실적 돌파를 기대하고 있었다. 이는 무리 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하지만 웃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