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 불똥 튈까 '전전긍긍' (2)
이국동 사장 발언 일파만파, 해운업계 '긴장'
해운?하역사, “이미지 악화 우려” 예의주시
OOCL, NYK 등 외국 선사 자금 유입 확인 중
대한통운 이국동 사장이 부산지사장 시절 비자금 조성으로 검찰에 전격 소환됐다.
현재 대한통운 임원진들은 출근도 하지 않은 채 외부와의 모든 연락을 끊은 것으로 파악됐으며 회사 측도 취재에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이 사장이 부산 지사장으로 재직했던 지난 2001에서 2005년 사이 해운회사에 주는 물류비를 부풀려 지급한 뒤 돌려받는 방법으로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나섰다.
협력업체나 하청업체에 물량을 주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은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 89억원은 이미 구속된 마산지사장 유모씨가 주식투자 대금으로 쓰거나 이 사장과 이 사장의 부인 계좌 등에 320회에 걸쳐 입금한 것으로 파악되었다고 검찰은 공개했다.
이국동 사장은 이로 인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장은 소환에 나서면서 “회사가 2001년 6월부터 작년 3월까지 법정관리를 받는 바람에 판촉비 등이 없어 관례적으로 조성된 자금을 영업비와 경조사비 등 전부 회사를 위해 썼다”고 주장했다.
이 사장이 부산지사장으로 있던 2000년대 초반은 부산지사가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던 시기이다.
이 사장은 2000년에 부산지사장에 부임해 당시 일본과 중국에 기항하던 세계 1위 컨테이너선사 머스크라인과 MSC 정기 선대를 부산항으로 유치하는 성과를 거둬 항만물류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어 부산 대한통운 컨테이너 부두의 선적 당 처리량을 97만 TEU까지 끌어올려 세계 1위 항만인 싱가포르항을 추월하는 기록을 남겼다.
기자와 통화를 가진 업계 관계자는 “정상적인 업무과정을 통해 업무가 진행됐다면 단순히 한 두 사람만이 연관됐을 리 없다며 관련 해운선사 오너들과의 비공식적인 직접접촉을 통해서 직접 리베이트가 이뤄졌을 가능성과 조직적인 회계부정이 있었을 가능성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며 이번 일이 단순히 한 사람의 책임으로 귀결되지 않을 것 같다는 전망을 밝혔다.
▣ 이미지 쇄신 이번 사건으로 도루묵
해운항만업계에서 리베이트는 고질병이라 할 정도로 오랫동안 이어진 음성적인 구습이었다.
화물 유치 경쟁이 치한 탓에 화물주 및 기항하는 선사들을 대상으로 음성적인 리베이트가 오고 가는 것이 은밀하게 이어졌다.
최근 들어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업계 자체적인 자정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리베이트 관행을 따르지 않기로 대내외에 공표해온 KSS 해운의 사례나, 글로벌 해운선사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윤리경영을 선포하고 지속적인 직원교육에 힘써온 한진해운 등 주요 선사들의 리베이트 관행을 타파 움직임이 수년전부터 가시화되고 있었다.
올 초부터는 한국예선업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예인선 업계가 스스로 음성적 리베이트를 차단하기 위해 '예선서비스에 관한 예선업분야 공정거래규약’ 을 출범하는 등 해운항만 분야를 둘러싼 비리를 차단하기 위한 업계 스스로의 적지 않은 노력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해운 항만업계 관계자들은 업계자체의 자정노력이 한 방에 물거품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소환전 이 사장이 모 경제지와 전화통화에서 이번 사건이 물류업계의 오랜 관행 때문이라 운운한 것을 두고 자기가 살기 위해 전체 물류업계 종사자들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냐며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가장 충격에 빠진 이들은 한국통합물류협회 등 물류산업인들, 그중에서 항만하역과 관련 있는 기업인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큰 충격과 관심을 나타냈다.
현재까지 한국통합물류협회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내부에선 이번 사태가 가져올 파장에 대해서 적잖이 걱정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아직 혐의가 재판을 통해 명확히 입증된 것도 아니라며 혐의사실을 미리 언론에 흘리고 있는 검찰 측의 수사태도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 업계 긴장 속 사태파악 분주
이번 사건에 대해 관련 업계는 검찰의 수사 방향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이다.
직접 연관되지 않은 항만하역업체 관계자들과 터미널 운영사들은 일간지 및 방송언론매체들의 보도에 귀를 기울이면서 상황의 변화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해운선사들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놓고 여러 가지 전망과 의견들이 오고갔다. 자사와 관련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했지만 동종 업계 종사자로서의 우려는 공통적으로 느껴졌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업체 관계자는 “대한통운의 경우를 자사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물동량과 운임이 공식적이지는 않기에 계약관계에서부터 어느 정도 교감이 오고가지 않았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90억원에 가까운 금액에 대해서도 업계 관계자 사이에선 말들이 많다. 일단 그렇게 많은 금액을 유용했다는 것에 대해 놀라는 눈치이다.
한 관계자는 “일반 중소업체로써는 엄두도 나지 않는 금액이지만 대한통운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대한통운이 자체 터미널이 위치한 부산항을 통해 처리하는 거의 100만 TEU에 달할 정도로 그 물동량이 상당한 만큼 이를 확보해야 하는 유관 하청업체들의 숫자만을 고려해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수사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대체적으로 수사시기에 대한 말들이었다.
검찰 수뇌부 교체로 인한 보여주기 수사가 아니냐는 의견에서부터 리베이트나 비자금 조성이 옳다는 말은 아니지만 이런 음성적인 관행이 하루 이틀 이어진 것도 아닌데 업계의 자정노력을 기다리지 않고 왜 하필 지금 이런 조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지 의문이라는 것까지 수사와 관련된 의견들은 다양하다.
대상이 대한통운으로 한정되어 있지만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궁금해 하는 업체도 적지 않았다.
해운업계와 항만하역업계 및 물류기업들은 이번 일로 전체적인 위신 하락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관련 연구기관 관계자는 가뜩이나 과거 일부 물류기업 사례로 이미지가 좋지 않은데 대표적인 기업의 사례로 물류기업 전체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가 씌워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사태가 관련 업계에 미칠 후유증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통합물류협회 관계자도 이번 일로 인해 선의의 피해가 발생할 것 같다며 우려 섞인 입장을 나타냈다. 현재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은 아니지만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협회 측도 이번 사태로 인한 후유증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해운선사까지 조사대상 되나
대한통운의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수사는 현재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파악한 뒤 돈의 흐름을 추적하는 중이다. 경우에 따라서 또 다른 뇌관을 건드릴 수도 있다.
검찰은 대한통운이 이 비자금을 활용, 해운선사의 수입화물을 자사가 운영하는 항만터미널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로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 마산지사장 등 임직원 3명을 상대로 관련 혐의를 추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주변에서는 2006년 1월 부산 신항만이 개장하면서 수출입 물량이 신항 터미널로 몰려들자, 기존 부산항에 자체 터미널을 보유중인 대한통운이 물량 축소를 만회하기 위해 해운선사에 로비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부산항 최대 터미널인 부산컨테이너터미널(옛 신선대터미널)의 지분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D사는 동양고속훼리로 알려졌으며 현재 이 회사와 두세 개 업체들이 연루된 것으로 밝혀져 검찰이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고속훼리 측에 본지가 이번 사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묻자 이 회사 담당자는 불쾌하다는 듯한 어조로 언론에는 해 줄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번 수사의 단서는 해운회사인 동양고속페리가 노무현 정부 시절 강무현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건넨 뇌물에서 나왔다. 검찰 조사 결과, 이 뇌물이 대한통운에서 조성한 비자금과 연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강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검찰에 구속됐다.
한편 검찰은 대한통운 부산터미널을 이용하고 있는 OOCL, NYK, Hapag-Lloyd, MISC, APL등 외국 대형 해운선사들에 대해 비자금이 들어갔는지 여부를 확인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