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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차로 기흥까지’, 어느 간선운송 기사의 하루

by 김지훈 기자

2017년 04월 26일

택배 기사

 

글. 김지훈 기자

 

화물운송업계는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다. 위탁, 지입, 그리고 특고직. 이 낯선 단어들은 화물운송업계의 그러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류비를 낮춘다는 명목 아래 고구마줄기처럼 엉켜있는 이 관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위탁과 특고직

 

“뭐 거의 100% 외주죠, 운송은”

 

A택배사와 직접 계약을 맺는 화물기사가 있냐는 질문에 A사 관계자가 내놓은 답변이다. 그에 따르면 기사들은 A사와 직접 계약하지 않고 ‘운송주선업체’와 계약을 맺는다. 그러면 주선업체가 다시 A사와 계약을 맺는 식이다. 이때 기사와 기사의 차량은 주선업체가 관리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주선업체 역시 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것은 아니다. 기사를 고용하면 그들을 관리하는 데에 인건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사는 노동자로서 고용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사업자의 자격으로 주선업체와 계약을 맺는다. 이러한 계약 형태를 ‘위수탁’이라고 한다. 즉 위수탁은 외주를 낀 ‘특수고용형태(특고직)’이다.

 

과거 A사에 직접 고용됐던 기사들도 현재는 ‘A사-운송주선업체-화물기사’식으로, 중간에 주선업체를 끼고 위수탁 계약을 맺어 일을 하고 있다. 태영, 다코넷 등이 대표적인 주선업체다.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한 간선기사 B씨는 “얘네(주선업체)가 차량 번호판 떼어주는 애들이 아니고…얘네는 알선만 해준다”며 “중간에서 화물기사와 A사를 연결해준다”고 말했다.

 

B씨의 말에 따르면 화물기사의 실적은 한 달에 한 번씩 본사(A사)로 올라간다. 그걸 확인하고 본사가 주선업체 관리자에게 돈을 지불하면 관리자가 그 중 일부를 관리비 명목으로 뗀 뒤 기사들에게 다시 지급한다. 관리비 명목으로 떼는 수수료는 3~5.5% 정도이다.

 

한편 A사는 자체 '위수탁’ 관리인을 두고 있는데, 이는 일반 운송주선업체와 비슷한 역할을 하며 A사와 화물기사를 잇는다. B씨 역시 이 위수탁과 연결돼 있었다.

 

“나는 위수탁이여…. 이 차 넘버가 위수탁 넘버. 명의가 A사로 되어있어. 만약에 A사가 부도가 난다 그러면 내 차도 꼼짝없이 몰수당하는 거여. 그래도 그럴 일이 없을 테니까…. 뭐, 완전히 0%는 아니지만, 설마 택배가 망하겠어?”

 

B씨는 A사가 부도날 일은 없다고 했지만, 이런 형태의 계약은 그 자체로 불안정하다. 86년부터 A사에서 일해 온 B씨는 “당시엔 완전 정규직이어서 월급도 꼬박꼬박 나오고 자식들 4년제 대학 보낼 학자금도 나왔다”고 했다. 하지만 1997년 A사가 직접고용형태를 버리고 ‘위탁관리’로 돌아서면서 기사에 대한 대우도 달라졌다. B씨는 “갑자기 차 한 대씩 내어주면서 나가라고 했다. 처음에는 안 나간다고 뻗대고 그랬는데 그래도 별 도리가 없어 결국 차 사가지고 나갔다”고 밝혔다.

 

 

지입, 계약된 사장님

 

화물 운송기사를 특수고용형태로 계약하는 것은 물류비를 낮추기 위해 오래 전부터 이 바닥에서 이어져 온 관행이다. 물류비를 낮추기 위해 물류를 외주에 맡기다보니 결과적으로 수많은 특수고용직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 기이한 형태 중 하나가 바로 ‘지입’이다. 지입제에 의해 화물기사는 ‘회사의 업무’를 ‘본인의 차량’으로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화물기사는 고용된 노동자가 아니라 ‘계약된 사장님’의 어정쩡한 신분으로 있게 되는 셈이다.

 

지입이란 쉽게 말하면 운수회사를 통해 번호판을 빌리는 대신, 차를 회사 명의로 등록하고 영업을 하는 것이다. 번호판은 운수회사에서 빌릴 경우 2천만 원에 달 수 있지만, 개인영업용으로 구매하면 5천만 원이 든다. 한편 A사 위수탁의 경우 A사에 고용됐던 기사가 나가면서 차를 구매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번호판을 다는 데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B씨는 “운수회사라는 곳들도 큰 곳이 아니라 끽해야 넘버 30장? 고작, 수십 장 가지고 그거 빌려주면서 먹고사는 놈들인데, 이놈들 중에 악질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 넘버로 바꿔주겠다면서 번호판 좀 달라고 하고 그냥 가져가버린다는 것이다. 그는 “번호판 주면 절대 안된다”며, “내 친구들도 이런 식으로 여럿 당했다”고 전했다.

 

운임-기름값-할부금=?

 

B씨는 지난해 사고가 나서 차를 새로 구매했다. B씨는 개인사업자 신분이기 때문에 회사 차원의 보험처리는 없었다. 새로 구매한 차의 가격은 2억 원 정도. 20년 넘게 일하며 모은 돈 1억 원에 나머지 금액은 할인을 받아 3년 할부로 결제했다. 지금도 매달 300만 원이 할부로 빠져나가고 있다.

 

개인사업자인 B씨에게는 당연히 4대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애초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최저임금과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제약도 B씨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한편 일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모두 B씨 본인이 부담한다. 업무에 필요한 차를 구매하는 것부터 운송을 하며 사용하는 기름값을 내는 것까지 모두 그렇다. 때문에 기사에게 남는 돈은 적다. 택배 간선기사의 경우 운임 자체가 낮기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나마 운임에서도 ‘사라지는’ 부분이 크다는 것이다.

 

간선의 경우 구로에서 대전까지의 왕복 운임이 29만 5천 원이다. 그 가운에 비용으로 지출되는 게 절반가량이다. B씨는 “개인사업자라 기름값도 다 내가 낸다. 한 번에 130리터 정도 나간다”며, “요즘 리터당 1,300원이 넘는데 복지카드로 380원 지원 받는다 쳐도 기름값으로 한 번에 13만원씩 나가는 셈”이라고 밝혔다. 거기에 2만원이 조금 안 되는 도로비도 자비로 내야한다. 식비와 운송주선업체에서 떼어가는 수수료를 포함하면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더욱 줄어든다.

 

원래 들어와야 할 돈은 월 기준 760만 원 정도. 하지만 여기에서 기름값 130만 원, 차 할부금 300만 원, 타이어 교체 등의 관리비 십여만 원, 컨테이너 대여료 20만 원, 수수료 5%가 빠진다. B씨에 따르면 1억이 넘는 차를 빚내서 사는 기사들 중 상당수는 월수입으로 할부금도 못 채우는 상황이라고 한다.

 

할부가 끝나도 끝이 아니다. 차는 쓰면 쓸수록 관리하는 데 많은 돈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가령 B씨가 운전하는 트랙터(차의 앞머리와 컨테이너를 분리할 수 있는 차량) 타이어는 한 쪽에 50만 원씩인데, 2년에 한 번씩 갈아주어야 한다.

컨테이너, 기사님

▲ 컨테이너를 트랙터에서 분리하는 기사님. 오후 8시 30분.

 

개처럼 일해야 산다

 

“대전 가는 거는 내 소속이라 하루 한 번 무조건 가야하고. 나머지는 추가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데. 대전만 ‘와리가리’해서는 먹고 살기 힘들지…. 그래서 오늘은 기흥 꼭 가야돼. 4시에 출발하면 7시나 8시쯤 돌아올 거야. 그럼 아침 먹고 자는 거지.”

 

하루에 한 번만 운행을 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돌아온 B씨의 답변이다. B씨를 비롯한 동료들은 보통 하루 6시간씩 운전을 한다. 오후 3~4시에 일어나서 식사를 하고 6시에 출발한다. 12시 반쯤 왕복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한다. 하차까지 마무리하면 2시 정도에 잠들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본인이 소속된 곳(B씨는 대전)만 가는 경우다. B씨의 사례처럼 이것만 가지고는 생활비가 충당되지 않는다. 결국 유일한 수입이 운임인 배송기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자주, 더 많이 운전하는 수밖에 없다.

 

더욱이 원칙적으로는 공휴일 전날은 쉬어야 하지만, 물량이 몰리면 근무를 할 수밖에 없다. 이번 설 연휴에 B씨는 2번 연속으로 대전에 다녀왔다. 설은 법정공휴일이지만 성수기라 운송 요청이 많았다고 한다. 2번 왕복이면 12시간을 운전해야 한다. B씨의 말을 빌리면, “진짜 죽을 맛”이다. 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개처럼 일할 밖에.

 

유일한 쉼터, 차

 

B씨는 차에서 쪽잠을 자면서 일을 한다.

 

“이거는 그래도 새 차야. 보일러도 달려있고 난방이 잘 되지. 지난번 거는…. 다른 분들 차도 난방 안 되는 게 많아. 이불 펴고 꽁꽁 싸매고 자도 아주 얼음장이야. 2002년에 샀던 볼보는 보일러랑 장판이 없었지. 그게 참…. 그렇다고 터미널에 쉴 곳도 없고.”

 

B씨는 기사들이 쉴 곳이 마땅치 않은 것도 문제라고 했다. 구로터미널에는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쉼터가 있긴 하지만 운송기사들이 잠을 잘 만한 공간은 없다. 결국 새벽운송이 있을 때는 차 안에 웅크리고 쪽잠을 잘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식사도 거의 차 안에서 해결한다. 그마저도 거의 편의점 음식이다. B씨는 “휴게소 음식이 너무 비싸다”며 “새벽에는 라면 말고는 하는 것도 없어서 힘들다”고 말했다. B씨는 이러한 생활이 하도 오래 돼서 이제는 배고픈지도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A사 관계자는 “기사의 복지 및 처우 관리는 해당 업체(주선업체)에서 하기 때문에 우리가 제공하는 것은 없다”며 “다만 차량 도색비용은 기업 홍보와 연관돼 있기 때문에 50%를 지원한다”고 전했다.

 

풀리지 않는 숙제, 운임

 

“7~8년 전만 해도 대전까지 34만원이었어. 지금은 29만 5천원. 5만원이 줄었지. 아니, 기름값이랑 물가가 그새 얼마나 올랐는데. 회사에는 말도 못해…. 말하면 그냥 좋은 데로 가래. 어쩔 수 없이 기흥도 가고, 더 열심히 일해야지. 먹고 살아야지….”

 

B씨의 말대로 문제는 먹고사는 것이다. 하지만 배송기사의 낮은 운임은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있다. 운임은 어떻게 책정되는 것일까?

 

남계원 국토교통부 물류산업과 사무관은 “컨테이너나 견인차는 신고운임제에 따라 운임이 책정되지만 나머지는 자율”이라고 말했다. 즉 운임이 전적으로 시장의 수요공급 원칙에 따라 책정된다는 것이다. 남 사무관은 신고운임제에 대해서도 “운임의 상한을 정한 정도”라며, “물류비를 낮추기 위해 그 이하로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주인식 한국교통연구원 물류연구본부 연구원은 “신고운임제는 무의미한 제도”라며 “실제 시장에서 이를 준용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주 연구원은 “화물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여 기사들의 평균 운임을 측정해서 통계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물류비 절감이라는 명목 아래 기사들에게 유일한 수입원인 운임을 낮춘다면 기사들은 더 많이 쉬고 덜 쉬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물류비 절감을 이유로 엉기성기 뒤엉킨 계약관계, 불안정한 고용과 열악한 복지후생, 먹고 살기에도 버거운 낮은 운임. 이 숙제들은 언제쯤 해결될 수 있을까? 아직 요원해 보인다.



김지훈 기자

CLO 옆동네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인권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왠지모를 까리한 느낌을 받아 CLO에 불쑥 합류했는데, 합류 첫달 까대기 현장에 보내더군요.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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