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젠택배, UPS로 주인 바뀌나…매각 서두르는 베어링PEA 속내는
글. 임예리 기자
로젠택배의 새 주인으로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물류기업 UPS(United Parcel Service)가 점쳐지고 있다. 로젠택배는 지난 2007년 유진기업에 340억 원에 인수된 이후, 10년 동안 총 세 번의 주인이 바뀌었다.
25일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미국 UPS가 로젠택배 지분 100%를 인수하기 위해 홍콩 사모펀드 베어링 프라이빗 에쿼티 아시아(베어링PEA)와 단독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로젠택배의 매각가는 2011년 588억 원(미래에셋운용PEF), 2013년 1,580억 원(베어링PEA) 수준으로, 2007년 유진기업에 인수되던 당시의 매각가가 340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매각가가 상당히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이번에 추진될 매각건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당초 베어링PEA는 4,000억 원 정도의 매각가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매각대금은 2,700억 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IB(Investment Bank)업계는 전했다.
UPS의 로젠택배 인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UPS는 2008년 합작법인인 UPS-대한통운을 청산한 지 10년 만에 국내 토종기업과 다시 손을 잡게 되는 것이다.
UPS는 왜 로젠택배 인수를 재검토하게 됐을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질문과 분석을 바탕으로 그 이유를 살펴봤다.
Q1. 왜 로젠택배(로젠)인가
지난해 로젠 인수를 검토했다 철회한 UPS가 올해 로젠의 재인수를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택배 및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택배 시장의 성장세와 이를 견인하는 이커머스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2011년 3조 2,924억 원이던 국내 택배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4조 7547억 원으로 5년 만에 44%가 불어났다.
Q2. 택배 순위 지각변동은 '글쎄'
UPS가 로젠을 인수한다면 국내 택배시장의 지각 변동이 일어날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아니다’로 요약된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로젠의 국내 택배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7.3%이며, 여기에 UPS가 보유한 국제특송 물량을 결합하면 현 CJ대한통운 독주체제가 흔들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대형 택배사 임원은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국내 택배사들이 국제특송 사업을 따로 영위하고 있다”며 “국제특송 물량은 국내택배 물동량 집계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어 택배시장 순위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UPS가 국내로 유입되는 아마존 물량을 처리하고 있지만, 이 물동량이 월 5톤 화물차 2대 밖에 되지 않아 현재로선 로젠과의 사업 시너지가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Q3. 최첨단 운송기법, 국내에 먹힐까
“UPS 차량은 좌회전을 하지 않는다.” 선진화된 운송기법을 자랑하는 UPS의 운송 시스템이 국내 택배사들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평가도 검증이 필요하다. 한 택배사 관계자는 “UPS의 운송시스템이 전체 배송지를 파악하고, 차량의 동선을 분석해 최적화된 라우팅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이 또한 미국 현지에 최적화된 것일 뿐, 한국의 도로 사정과 아파트 중심의 주거 환경을 감안할 때, 시스템 도입이나 운전 교육만으로 택배 가동률을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국내 택배사들도 이미 GPS와 GIS를 활용한 라우팅 시스템을 적용 중에 있다”고 말했다.
Q4. 대리점별 소사장제 구조 극복해야
로젠은 터미널과 자가 차량 등 자체 물류 인프라가 거의 없다. 게다가 로젠은 각 지역별 대리점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왔기 때문에, 프랜차이즈라기보다는 개인사업자 연합체에 가깝다. 결국 지역 대리점들이 각자의 네트워크와 차량을 관리하는 구조여서 본사 중심의 일관적인 서비스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취급점조차도 철저하게 직영체제로 운영하는 UPS가 수수료 체계로 운영되는 로젠의 사업 구조를 수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택배시장의 85% 이상이 B2C에서 발생되고 있는데, 대리점 소사장제 중심의 로젠이 본사 위주의 대형 화주 물량을 유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Q5. 4,000억 원→2,700억 원, 곤두박질 친 매각가
현재 로젠의 주인은 홍콩계 사모펀드 베어링PEA다. 베어링PEA의 희망 매각가는 당초 4,000억 원 선이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의 연이은 매각 불발과 올해 초 CVC캐피탈과의 송사 등으로 인해 매각가는 3,100억 원에서 2,700억 원 선까지 곤두박질쳤다. 1년 새 매각가가 이렇게 급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베어링PEA가 로젠 매각을 서두르고 있는 속내가 따로 있다는 게 IB업계의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고용노동부의 택배업무 근로환경 개선 권고조치 등의 조업 이슈로 택배업체가 연간 100억 원대의 비용을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즉, 로젠 매각이 물류센터 등에서 이뤄지는 불법 파견과 최저임금 미지급 등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인한 택배사업 리스크를 털어내기 위한 베어링PEA의 ‘전략적 접근’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택배업체 관계자는 “로젠의 경우, 택배터미널 등 근로 개선을 이유로 연간 70억 원 정도의 비용이 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보통 기업가치는 영업이익의 10~15배 정도인데, 조업 이슈가 터질 경우 로젠의 가치가 현재보다 약 800억 원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로 2016년 로젠의 영업이익은 240억 원이며, 로젠의 기업가치는 이의 12.5배를 적용한 3,000억 원 정도라는 게 IB업계의 설명이다.
한편, UPS는 다음 달 로젠에 대한 실사 등을 거친 후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인 것으로 업계는 전했다.
<참고기사>
한국경제 - 미국 UPS, 로젠택배 2700억원에 인수…국제특송 결합 땐 택배업계 2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