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이재홍의 회계인사이드] 새 주인 맞은 로젠택배, 인수가 3300억이 결정되기까지

by 이재홍

2016년 11월 14일

최초 4000억원에 거래될 것이라 예상된 로젠, 3300억원에 팔린 이유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세 가지 방법 '소득', '시장', '자산'

재무적 투자자와 전략적 투자자의 차이, 사모펀드가 아니었다면

 

로젠택배인수

 

글. 이재홍 KEB하나은행 기업컨설팅센터 회계사 / 편집. 엄지용 기자

 

Idea in Brief

2016년 9월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CVC캐피탈파트너스가 국내 4위 택배업체인 로젠택배(로젠㈜)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과거 1차 매각 당시 글로벌 물류기업인 DHL과 UPS가 참여한다는 소문이 돌아 업계 내외의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모두 본입찰에 불참하여 매각이 무산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던 로젠택배. 로젠택배의 원 소유자인 베어링PEA는 매각 대신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려 했으나, CVC캐피탈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인수 의향 타진으로 7월부터 2차 매각 협상을 재개했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2차 매각 협상 시작후 2개월 만에 로젠택배의 인수 계약이 이루어졌다. 빠르게 계약이 체결된 이유는 무엇보다 거래당사자 간의 가격에 대한 이견이 좁혀졌기 때문일 것이다. 로젠택배의 기업 가치는 어떻게 측정됐을까?

 


가치란 무엇인가? 

 

일물일가(一物一價)의 법칙. 가치 측정과 관련된 가장 유명한 법칙인 일물일가의 법칙은 동일한 상품은 어떤 시장에서든 그 가격이 같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 법칙은 경제와 관련된 많은 분석에 사용되어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해 내기도 한다. 일물일가의 법칙을 사용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사례는 맥도날드 햄버거 가격으로 각국의 물가수준을 비교한 ‘빅맥지수’다. 

 

하지만 모든 법칙에 가정이 존재하듯, 일물일가의 법칙에도 많은 가정이 필요하다. 먼저 제품의 수요자와 공급자가 무수히 많아야 한다. 둘째로 제품의 기술적 특성이나 판매조건 등이 같아야 한다. 셋째로 기업의 시장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장참여자들에게 완전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이러한 엄격한 조건에서 알 수 있듯이 일물일가의 법칙을 현실 세계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일물일가의 법칙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모든 사물은 나름대로의 가치를 가진다”는 문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여기서 힌트는 ‘나름대로’다. 사물의 가치가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 문장은 참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기에 엄격한 조건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다. 어떻게 보면 현실에서 사용되는 가치 측정의 메커니즘이라고도 할 만하다. 이 개념을 기업간 거래에 대입했을 때 거래에서 판매자와 구매자가 생각한 ‘나름대로의 가치’가 일치한다면 그 거래는 성사된다.

 

로젠택배의 가격은?

 

로젠택배 인수 관련 기사에서도 가격의 문제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인베스트조선의 9월 25일 보도에 따르면 CVC캐피탈의 로젠택배 인수 가격은 기업가치 기준 3300억원으로 결정됐다. 당초 베어링PEA에서는 로젠택배 매각 가격을 4000억원 이상으로 제시했지만, 이 가격에 회사를 인수할 후보자가 없어 가격을 낮춘 것으로 분석된다. 

 

로젠택배를 소유하고 있던 베어링PEA는 당초 로젠택배의 가치를 4000억원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나, 매수자측에서 생각한 기업가치와 차이가 크기 때문에 거래가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후 베어링PEA는 거래가격을 3000억원대로 낮췄고, 이는 매수자측이 생각한 기업가치와 유사해져서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가치는 어떻게 측정될 수 있을까?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세 가지 방법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거래하는 많은 재화들 중에는 형태가 있는 유형의 재화와 형태가 없는 무형의 재화가 있다. 이들 각각의 재화는 다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우리는 재화를 적절한 가치 또는 최저가로 구매하기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렇듯 개별 재화의 가치를 탐색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그런데 수많은 유·무형 재화와 인적자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렵다. 기업 가치 평가는 기업내부의 유·무형자산뿐만 아니라 기업활동에 영향을 주는 거시경제, 산업구조와 같은 외부요건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가치평가대상 중에서 ‘기업’, ‘기업의 소유권인 주식’으로 범위를 한정하여 평가하는 것을 ‘기업 가치평가’라 부른다.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소득접근법(Income approach), 시장접근법(Market approach), 마지막으로 자산접근법(Asset approach)이 그것이다. 각각을 조금 더 상세하게 살펴보겠다.  

 

① 소득접근법

 

소득접근법의 기본원리는 “어떤 재화의 가치는 그 재화로부터 기대되는 미래효익을 현재가치로 전환시킨 것(Principle of anticipation)”이라는 개념에 근거를 두고 있다. 즉, 소득접근법은 미래에 예상되는 이익을 적절한 방법을 통해 현재가치로 전환시켜 평가대상의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소득접근법에서는 ‘미래의 소득흐름(Income stream)’과 이를 현재가치로 만드는데 이용되는 ‘할인율(Discount rate)’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기업가치 평가시 가장 많이 사용되는 DCF법(Discount cash flow, 현금흐름할인법)은 소득접근법의 가장 대표적인 방식이다.

 

② 시장접근법

 

시장접근법의 기본원리는 “합리적인 매수자는 특정한 재화를 구입할 때, 동일한 효용을 제공하는 대체적인 재화와 비교하여 구입금액을 결정한다(Principle of comparison)”는 개념에 기초한다. 시장접근법은 이러한 개념에 근거하여 가치 평가액을 평가대상회사와 유사한 비교기준회사로부터 유추해 낸다(*2).

 

이 방법은 비교기준회사의 PER, PBR, PSR, PCR, EV/EBIDA를 이용하여 평가대상회사의 가치를 구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공주의 기업 가치를 평가하기로 하고 PER를 시가배수로 선정하였다. 비교기준회사 ㈜논산의 PER가 10이라고 가정하면, PER는 주가(Price)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계산된다. ㈜공주의 당기순이익이 10억 원이고 주식수는 1백만 주라고 하면 주당순이익은 1000원(10억원/1백만주)이 된다. 위에서 비교기준회사의 PER가 10이라고 했으므로, 주당순이익 1000원에 10을 곱하면 ㈜공주의 주당주식가치는 1만 원이 된다. 따라서 ㈜공주의 기업가치는 100억 원(1만원 * 1백만주)으로 평가된다. 예시에서는 시가배수를 PER로 사용하였지만 실무에서는 회사의 가치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것을 적용하여 기업 가치를 산출한다.

 

③ 자산접근법

 

자산접근법은 “어떤 재화의 경제적 가치는 그 재화와 동등하게 합당한 대체물을 구입하는데 소요되는 원가에 의해 결정된다(Principle of substitution)”는 원리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러한 원리에 따라 자산접근법에서는 모든 자산, 부채가 각각 적정한 시장가치를 나타낼 수 있도록 개별적인 조정을 실시한다. 역사적 가치를 기준으로 작성된 회계상의 장부가액은 시장가치와는 차이가 발생하므로, 개별자산, 부채의 장부가액을 시장가치로 수정한 후 이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전체기업의 가치를 측정한다(*2).

 

자산접근법은 평가기준일 현재의 자산, 부채의 시가평가에 주력할 뿐 기업의 미래초과 수익력의 측정은 하지 않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많이 사용되지는 않는다. 보유자산이 투자주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지주회사, 부동산이 보유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회사 등의 기업가치 평가와 같은 특수한 경우에만 사용된다. 또한 법정관리에 들어간 회사의 청산가치를 측정하는 경우 자산접근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로젠택배 가격이 3300억이 된 이유

 

실무에서 인수합병을 위한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는 소득접근법인 DCF법과 시장접근법을 병행하여 사용한다. 즉 기업 고유의 미래 수익력에 대한 부분을 고려하여 DCF법에 의해 평가를 수행하며, 시장접근법을 통해 유사한 기업의 시장가격을 토대로 평가대상 기업의 가치를 측정한다. 마지막으로 양자의 비교를 통해 기업가치의 적정성 여부를 평가한다.

 

그러나 외부에서 재무제표만을 가지고 DCF법으로 기업가치 평가를 해보면, 실제 거래 당사자들이 측정한 가치와 큰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미래성장에 대한 가정, 원가구조, 미래현금흐름의 추정, 할인율 등에서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부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회사의 영업현금흐름을 이용한 방법이다. 앞에서 살펴본 시장접근법 중 EV/EBITDA 배수를 이용한 기업가치 측정법이다. EBITDA는 EBIT + DA가 합쳐진 단어인데 EBIT은 재무제표상의 영업이익을 말하고 DA는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상각비를 의미한다. 이 EIBTDA를 실무에서는 ‘영업현금흐름’으로 간편하게 부르고 있다. 

 

로젠택배의 영업현금흐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로젠영업현금흐름

 

베어링PEA가 로젠㈜을 인수한 시점이 2013년이고 CVC캐피탈이 인수할 것으로 보도된 시점이 2016년이다. 때문에 회사의 영업현금흐름은 직전년도 재무제표의 공시된 자료를 이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2013년 베어링PEA가 로젠㈜를 1600억 원에 인수하였으므로, 2012년 EBITDA기준으로 약 21배를 지불한 것이 된다. 기간을 좀 넓혀서 인수전 로젠의 3년간의 평균 EBITDA를 산출해도 약 80억 원이므로 약 20배를 지불하여 인수한 것을 알 수 있다.

 

인수 후 베어링 PEA가 2015년에 로젠㈜를 다시 매물로 내놓고 UPS 등과 1차 매각협상을 했을 때 당시 매각가액으로 약 4000억 원 초반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14년도 로젠㈜의 영업현금흐름인 213억 원의 약 20배가 되는 금액이다. 따라서 베어링PEA에서는 최초 인수 시에 적용한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한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매수의사를 밝혔다고 보도된 UPS와 DHL은 입찰도 하지 않는 결과를 낳았다. 높은 매각가액이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 

 

실무에서 대략적으로 인수가격의 적정성을 파악하는 EV/EBITDA배수는 약 10배 정도이다. 보통 10을 기준으로 8배에서 12배 사이면 적정한 인수가격으로 본다. 물론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스타트업이나 사업의 성격에 따라 적용하는 시가 배수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물류기업의 경우 EV/EBITDA배수가 10 근처에서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례로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했던 오릭스PE의 경우 인수가격으로 6500억 원을 지불했는데 인수 당시 현대로지스틱스의 EBITDA는 약 633억이었다. EBITDA의 약 10배가 거래가격으로 책정된 것이다. 따라서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로젠택배도 EV/EBITDA배수를 10배 근처인 약 3300억 원 수준에서 거래가격을 책정하면서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판단된다.

 

재무적 투자자, 사모펀드가 아니었다면

 

기업인수의 주체는 크게 ‘재무적 투자자’와 ‘전략적 투자자’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인수 주체에 따라 기업가치가 다르게 평가되기도 한다. 택배회사를 인수하는 경우, 사모펀드(PEF)와 같은 재무적투자자는 택배업의 시장전망에 따른 해당 택배회사의 미래 수익을 고려하여 기업가치를 산정할 것이다. 백화점 같은 유통회사에서 택배회사를 인수할 경우, 백화점은 전략적 투자자가 될 것이다. 전략적 투자자는 기존 물류체계의 개선으로 물류비용이 감소하는 등의 시너지를 꾀할 수 있다. 이러한 시너지를 고려한다면 전략적 투자자는 재무적 투자자에 비해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할 수도 있다. 

 

시너지를 고려하지 않는 재무적 투자자는 철처히 미래 수익 강화에 매진할 것이다. 사모펀드의 경우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목표기간이 설정되어 있다. 따라서 재무적 투자자가 인수한 회사는 일정기간 후 다시 시장에 매물로 등장할 것이다. 로젠택배도 마찬가지일텐데, 향후 매각가액도 인수주체의 성격과 회사가 창출하는 영업현금흐름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상황에 따른 기업가치

 

상기에서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방법과 로젠택배의 거래가격에 대해 살펴보았다. 외부자가 가장 쉽게 판단해 볼 수 있는 한 가지 기준인 EV/EBITDA를 기준으로 거래가격을 살펴본 것이다. 하지만 실무에서 정해지는 거래가격은 보다 많은 것을 고려해서 결정된다. 회사의 외부환경 요인과 기업내부 요인을 복합적으로 분석하여 나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인수가격 결정과 관련해서 프로야구선수의 FA 계약과 비슷한 면이 많다. 가령 강민호 선수처럼 기량이 출중한 포수가 FA 매물로 나왔다고 하자. 이 상황에서 향후 몇 년간 포수가 FA로 나올 가능성이 없다면, 포수가 취약한 구단의 경우 웃돈을 주고서라도 영입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만약 기존 포수가 강한 구단이라면 강민호 선수의 매력이 많이 떨어질 것이다. 전략적 투자자의 모습이다. 

 

하지만 강민호 선수의 인기나 기대되는 활약이 뛰어날 것을 예상하고 영입전에 뛰어든다면 재무적 투자자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적정한 가치로 판단되는 경우보다 높은 가격이 형성될 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는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결국 기업도 상황에 따라 나름대로의 가치를 가진다.



이재홍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서 회계감사와 재무자문업무를 수행하였으며, 2012년부터 KEB하나은행 기업컨설팅센터에서 중소기업을 돕기 위한 기업전략수립과 회계, 세무자문(가업승계, 상속세 및 증여세)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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