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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창민의 공급망뒤집기] 인천공항 수화물시스템 마비 “문제는 프로세스야, 이 바보야!”

by 설창민

2016년 05월 07일

글. 설창민 SCM 칼럼니스트
 
 

Idea in Brief

 

인천공항 수하물관리시스템 마비, 제주공항 결항사건, 연이어 발생한 밀입국 사건... 최근 항공교통과 관련된 이슈들의 원인을 살펴보자면 ‘프로세스 관리 미흡’이라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프로세스 관리는 최근 경영관리 트렌드를 봤을 때 그렇게 핫(Hot)하지 않다. 이미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이 처음 얘기되던 90년대를 기점으로 유행이 지나도 한참 지났다. 사실은 유행과 상관없이 해야 하는 활동이고, 그 활동에 지속적으로 힘을 실어줘야 하는데 말이다. 세상은 ICT, 온디맨드, 스마트혁신 같은 트렌드를 열심히 따라간다. 그러나 트렌드를 따라가면 뭐할까. 그 트렌드의 가장 기초가 되는 사람의 업무는 예전 그대로다. 결국 문제는 프로세스다.

 
 
 
2016년 벽두부터 항공교통에 대한 소식들이 심상치 않다.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1월 3일에는 인천공항의 수하물관리시스템(BHS)이 먹통이 되었다. 1월 23일에는 제주공항에 내린 폭설로 제주공항을 오가는 항공편 운항이 전면 중단되었다. 1월 21일과 29일에는 인천공항을 통해 각각 중국인 2명, 베트남인 1명이 밀입국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들 모두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프로세스 때문에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국 관광객들은 비정형 수하물을 많이 부친다. 그러나 인천공항의 수하물관리시스템은 중국 관광객이 대거 출입국하는 연휴에 맞춰 수하물관리시스템 운영인력을 증원하지 않았다. 수하물관리시스템이 일시적으로 먹통이 된 이유다.
 
 
제주공항 항공편 운항중단 때는 저가 항공사들의 원칙없는 대응이 문제가 되었다. 천재지변이기 때문에 평소처럼 선착순으로 항공권을 줄 수 없는 상황임에도 일단 공항으로 나오라고 공지했다. 이로 인해 공항에는 대혼란이 발생했고, 항공권을 받지 못한 승객들은 거세게 항의할 수밖에 없었다.
 
 
밀입국 같은 경우 공사를 하는 것처럼 위장하고 출입문을 태연히 뜯고 있는 모습에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자동출입국심사대를 강제로 열고 통과했는데도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은 보안절차가 문제가 된 것이다.
 
 
수하물관리시스템 운영요원, 저가항공사 지상직 발권 담당자, 공항 보안요원들이 단순히 일을 게을리 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러면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당사자를 해고하면 된다. 주변 사람들은 긴장하게 되고, 긴장하면 당분간은 나태하게 일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하다. 사람들이 나태하게 일하지 않는다고 해서 제한된 숫자의 수하물관리시스템 운영요원들이 대량의 비정형 화물을 처리할 수 있을까? 발권 담당자들에게 나태하게 일하지 말라고 주문했다고 공항에 모여든 승객이 항의를 덜 할까? 보안요원이 나태하게 일하지 않기 위해 여기 저기 살피는 사이 또 다른 형태로 밀입국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결국 우리가 1월 한 달 동안 본 일련의 항공운송 문제들은 모두가 프로세스의 문제였다. 프로세스를 만들고, 그것이 실행 가능한 지를 꾸준히 점검하지 않으면 문제는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점검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면 그것을 없애기 위해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게 된다. 이른바 PDCA다. 계획하고(Plan), 실행하고(Do), 점검하고(Check), 개선한다(Action).
 
 
이렇듯 많은 문제가 프로세스와 연결되어 있지만, 기업 안에서 프로세스를 혁신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혁신적인 프로세스는 회의석상에서, 또는 보고를 하면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구성원들이 흡연장에서 담배 피우면서 서로 자기 주변의 모순된 일들을 얘기하고, 그것에 대해서 “이렇게만 하면 잘 될 텐데”라고 말하는 것 그 자체가 혁신적인 프로세스다. 프로세스 혁신에 대한 의지가 있는 기업은 그러한 흡연장 대화를 회의실로 가지고 들어온다. 경영진이 힘을 실어주고, 주변 이해 당사자들에게 프로세스 혁신 담당자들을 반드시 통할 것을 주문한다. 프로세스 혁신에 대한 열의가 있고, 프로세스를 많이 알고 있으며, 직급으로도 그리 크게 밀리지 않을 만한 사람들을 고르게 뽑아 온다.
 
 
의지가 없으면 혁신적인 프로세스는 흡연장에서, 술자리에서만 이야기되고, 정작 회의석상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프로세스를 잘 모르는 사원급, 대리급들을 혁신 담당자로 죄 뽑아 놓고 그들에게 자신들보다 훨씬 높은 직급의 실무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혁신 과제를 정해서 개선 활동할 것을 주문한다. 개선활동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은 스스로 풀어야지 왜 안 풀고 있냐고 채근한다. 보고는 경영진까지 하기도 힘들다. 혁신적인 프로세스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결국 이해관계다. 교과서야 당연히 이해관계를 잘 조정해야 프로세스 혁신이 성공한다고 쉽게 말하겠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정말 쉽지 않다.
 
 
게다가 이 프로세스 혁신은 경영관리의 트렌드를 볼 때 별로 핫(Hot)하지 않다. 현재의 트렌드는 누가 뭐래도 스마트 혁명, ICT 기술, O2O 비즈니스 등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혁신활동은 이미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이 처음 얘기되던 90년대를 기점으로 유행이 지나도 한참 지났다. 사실은 유행과 상관없이 해야 하는 활동이고, 그 활동에 지속적으로 힘을 실어줘야 하는데 말이다. 결국 프로세스 혁신에 힘을 실어주지 않음으로써 나타난 결과가 앞에서 말한 그런 말도 안 되는 사건들이다. 그러나 세상은 트렌드를 열심히 따라간다. 트렌드를 따라가면 뭐할까. 그 트렌드의 가장 기초가 되는 사람의 업무는 예전 그대로인데.
 
 
미국 대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는 이 때, 92년 대선에서 빌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가 내세운 선거구호가 생각난다.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 그 덕분이었을까. 빌 클린턴 후보는 공화당 후보이자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그냥 쉽게 아버지 부시)를 이기고 42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클린턴 재임 중 미국은 야후, 넷스케이프,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앞세워 인터넷 혁명을 주도했고, 이를 토대로 장기간의 경제 호황을 누렸다. 오늘날 혁신기업의 대명사 구글도 이 시기에 창업했고(1996년), 스티브 잡스도 이 시기, 아이맥으로 적자에 허덕이던 애플을 살려냈다(1998년).
 
 
필자는 이렇게 말해 보련다. “문제는 프로세스야, 이 바보야!”


설창민

군 복무 전 우연히 하게 된 창고 알바를 계기로 물류에 입문, 아직 초심을 안 버리고 물류하고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해서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dcscully)를 운영하고 있고, 다양한 실무 경험으로 물류업계 종사자들의 삶과 애환을 독특한 시각과 필체로 써내려가는 것이 삶의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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