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권정욱의 화주의道] 참을 수밖에 없는 을(乙)의 가벼움

by 권정욱

2015년 12월 29일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5호(1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참을 수밖에 없는 을(乙)의 가벼움
글. 권정욱 콜멘코리아 SCM팀장

 

Idea in Brief

나에게 중요하고, 소중한 것은 남에게도 중요하고, 소중하다. 중요한 것과 소중한 것은 나의 위치나 상황에 따라서 변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필자도 속칭 ‘갑’이라는 ‘화주사’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지금도 ‘화주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래서 더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데, ‘갑’의 대우를 받고 싶다면, 정말 ‘갑’답게 행동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본인이 속한 조직이 갖고 있는 힘과 자신의 개인 능력을 혼동한다. 당신의 능력이 출중해서 머리 숙이고 ‘예’라고 대답한다는 착각을 버려라. 착각을 버리면, ‘갑’다운 길이 보이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진정 ‘갑’다운 길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요즘 잊혀질만한 하면 뉴스에 단골 소재를 등장하는 단어인 ‘갑질’. 네이버 트렌드 사전에 따르면 ‘갑질’이란 ‘갑을(甲乙)관계’에서의 ‘갑(甲)’에 어떤 행동을 뜻하는 접미사인 ‘질’을 붙여 만든 말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사실 ‘갑질’이 과거에는 없었다가 최근에 갑자기 등장한 것도 아니고, 일련의 사건들에서 회자되었던, 특정 세력 혹은 특정 직업에서만 소유할 수 있는 특권도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다른 사람보다 우위를 차지하려는 욕망이 있고, 남들과 비교해서 보다 좋은 대우를 받기를 원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 욕망을 조절하지 못하면, 바로 당신도 ‘갑질’하는 진상이 되는 것이고, 어쩌면 우리는 업무 진행하면서 나 자신도 모르게 수많은 ‘갑질’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얼마 전에 물류전문회사에 근무하는 친한 후배가 거래관계에서 ‘갑’의 위치에 있는 화주사 팀장과 약속을 하고, 사무실로 찾아갔다고 한다. 약속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아무 말도 없고, 본인이 바쁘다는 핑계로 다른 직원 시켜서 회의실에서 무작정 2시간을 기다리게 했다고 한다. “미리 전화해서 약속 시간을 미뤘으면, 시간도 낭비하지 않고, 기분도 나쁘지 않았을 텐데” 하면서 나한테 넋두리를 했다. ‘을’의 입장에서 영업하다 보면, 1~2시간은 비일비재하고, 허탕을 치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한다 .


사실 이 이야기를 듣고, 3년전 수입 맥주사에 근무할 때 ‘갑질의 추억(?)’이 떠올라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당시에 내가 근무하던 수입 맥주사와는 거래가 없었던 물류전문기업인 D사의 영업 담당이 성실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한 번 만나게 되었다. 그것을 인연으로 D사 외국인 임원하고,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고 부탁을 해서 흔쾌히 약속을 잡았다. 필자는 약속 당일 세관에서 갑작스런 문제가 터져서 양산으로 급하게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약속을 새까맣게 잊고 있었고, 담당 영업이 우리 사무실에 도착했다고 전화했을 때, 약속이 떠올랐다. 전화로 사과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중에 출장에서 사무실 돌아와 영업 담당, 담당의 팀장 및 임원한테도 사과 메일을 보낸 기억이 있다.


나에게 중요하고, 소중한 것은 남에게도 중요하고, 소중하다. 중요한 것과 소중한 것은 나의 위치나 상황에 따라서 변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필자도 속칭 ‘갑’이라는 ‘화주사’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지금도 ‘화주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래서 더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데, ‘갑’의 대우를 받고 싶다면, 정말 ‘갑’답게 행동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본인이 속한 조직이 갖고 있는 힘과 자신의 개인 능력을 혼동한다. 당신의 능력이 출중해서 머리 숙이고, ‘예’라고 대답한다는 착각을 버려라. 착각을 버리면, ‘갑’다운 길이 보이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진정 ‘갑’다운 길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예의를 지켜라. 어릴 적 부모님으로부터, 그리고 초등학교 교육과정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예의’를 지키자. 예의만 잘 지키면 문제의 대부분을 막을 수 있다. ‘갑’의 위치에 있다고, 손윗사람한테 반발하고,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고 막대하지 마라. 그들은 당신의 업무 파트너이고, 동료이다. 예의를 지켜가면서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


둘째, 계약서를 벗어난, 업무와 무관한, 무리한 요구를 하지 마라. 계약서라는 것이 모든 것을 정의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계약에서 벗어난 일인지, 업무와 관련된 내용인지는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판단할 수 있다. 계약에도 없는 내용을 ‘갑’이라고 강요하여 시키지 말고, 계약서에는 없지만, 설령 업무적으로 필요한 내용이라서 요청했으면 그에 대한 상응하는 대가는 꼭 지불해야 한다.


셋째, 업무 관계를 통해서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지 마라. 계약 관계를 맺고, 업무를 진행하면서, ‘갑’의 위치에 있는 담당자들이 흔히 저지르게 되는 실수가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업무는 업무일 뿐이다. 개인의 이득과는 무관한 것이다. 업무 관계와 개인 관계를 혼동하다가는 정말 자신의 자리가 위험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여러 번 강조해도 무리가 없다. 업무 관계를 업무 관계를 끝을 맺어라.


넷째, 개인적인 잘못을 ‘을’에게 떠넘기지 마라. 회사에서 업무를 진행하다가 실수를 저지르게 될 경우, 가장 손쉽게 잘못을 숨기는 것이 남에게 잘못을 떠넘기는 것이다. 직접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 주변에서 그렇게 해오는 것을 많이 봐왔고, 그렇게 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을’이 몰라서, 바보라서 손해 입으면서 받아주는 것 아니다. 절대 ‘갑’의 위치를 이용해서, ‘을’을 희생시키지 마라.


마지막으로 관계를 지칭하는 용어부터 변경하자. ‘갑을’ 혹은 ‘갑, 을, 병, 정’등의 무엇인가 상하 혹은 우선순위를 의미하는 것 같은 구시대적인 용어를 버리자. 외래어이기는 하지만, 업무 관계에 있어서 서로 협력한다는 의미에서 ‘파트너(Partner)’라는 단어를 사용하자. ‘파트너(Partner)’라는 단어는 상하 혹은 우선순위에 대한 위치를 느낄 수도 없고, 영어 사전에 찾아보면, ‘동반자, 애인, 동업자’ 등의 뜻이 있다. 업무 관계에 있어서 상대방을 ‘파트너(동반자, 애인, 동업자)’라고 생각하면, 예의에 벗어나는 행동도 하지 않을 것이고, 무리한 요구도 하지 않을 것이고, 개인적인 이득도 취할 일도 없고, 내 잘못을 상대방에게 떠넘길 일도 없을 것이다. 자! 이제 사랑스런 파트너 만나러 갈 시간입니다.


Better SCM Forward 旭



권정욱

식품, 타이어, 자동차, 반도체, 주류회사 등에서 다양한 물류를 경험한 현장 전문가. 현재는 콜맨코리아에서 SCM팀장직을 맡으며 ‘다품종소량’ 물류 업무를 주로 수행하고 있다. ‘물류가 세상을 바꾼다’는 신념을 갖고 언젠가는 CLO가 CEO가 되는 시대가 오길 바라며 보다 나은 SCM(Better SCM forward)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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