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만 존재하는 '타이어 전문점', 왜 그리고 어떻게 생겨났나
전통적 도‧소매 구조 갖춘 타이어 시장, 채널 다양성이 균열 일으키다
이커머스 도입과 함께 찾아온 '가시성', 플랫폼이 가격균형 맞출까
글. 신승윤 기자
한국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전문점이 있다. 바로 ‘타이어 전문점’이다. 오직 타이어의 구매 및 교체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타이어 전문점은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사업구조다. 보통은 카센터 등 차량용품점이나 수리점에서 타이어 판매 및 교체를 함께 진행하는데, 국내 시장 또한 카센터 중심으로 소비자 대상 타이어 판매가 활발했다가 이것이 전문점 형태로 독립하게 된다.
게다가 최근에는 타이어 시장에도 전자상거래 바람이 불어 온라인 전용 타이어 판매업체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에 맞춰 온라인에서 구매한 타이어의 교체만을 담당하는 ‘장착점’이 등장하기도 했다. 더불어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타이어 제조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타이어 전문점 또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로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단, 아이러니하게도 소비자 입장에서 적정가의 타이어를 찾아내기는 여전히 불편하다. 이는 같은 타이어여도 ‘부르는 게 값’인 타이어 시장의 물류‧유통적 특성 때문이다.
시장 구조가 만든 불투명성
물론 타이어 자체는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존재일지 몰라도, 타이어 구매와 교체는 마냥 일상적이지 않다. 버스나 화물차 등 물류업에 종사하지 않은 일반 자가용 차량 운전자에게 타이어는 보통 3~4년 주기로 교체하는 소비재다. 이처럼 다소 긴 교체주기 때문에 가격이나 성능 비교에 있어 상대적으로 덜 예민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소비자 입장에서 타이어 구매 및 교체 비용을 일일이 확인하고 비교하려 해도 결코 쉽지 않은데, 이는 업체별 가격편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 타이어 판매 및 교체만을 전문적으로 행하는 전문점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구매하는 타이어 가격이 천차만별인 데에는 타이어 시장의 물류‧유통 구조가 큰 영향을 끼친다. 기본적으로 권장소비자가격이 존재하지 않는 타이어는 [제조사 → 큰 도매(전국) → 지역 도매 → 소매 → 소비자]의 유통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조사는 도매사의 타이어 구매 규모가 클수록 작게는 5%에서 크게는 20%까지 할인율을 적용해준다. 큰 도매에서 지역 도매, 그리고 소매에 이르기까지도 각각의 구매 규모에 따라 할인율이 적용된다. 결국 최종 소비자 판매가는 소매점의 역량과 재량에 따라 자체적으로 책정되는 것이다. 때문에 소비자는 소매점이 책정한 가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다만 카센터, 타이어 전문점, 온라인 판매점과 장착점 등 최근 구매 채널이 보다 다양해지면서 시장 구조와 소비자들의 선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채널 다양성이 불러온 변화
그렇다면 국내 타이어 시장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소매 단계의 타이어 전문점은 어떻게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일까? 한 타이어 판매업 종사자는 “무엇보다도 타이어 판매 및 교체 사업이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비록 교체 주기가 길다 할지라도 계절과 날씨, 그리고 지형에 따라 꾸준히 구매가 필요한 것이 타이어다. 때문에 카센터 내 다양한 영역 가운데 타이어만을 분리해 별도의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타이어는 4개를 한 번에 교체하기에 건당 수익도 높은 편”이라 설명했다.
또 다른 종사자는 “타이어를 포함한 차량 관리와 관련해 우리나라와 타국 간의 문화적 차이 또한 국내 타이어 전문점 운영을 가능케 한 부분”이라며 “가장 큰 타이어 시장 중 하나인 미국은 차고(garage)문화가 발달해 구매한 타이어를 직접 교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해외의 경우 차량정비사를 마스터, 메카닉 등 전문 기술자로 분류해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높다. 반면 국내는 비교적 정비사 인건비가 낮게 책정되는 편이며, 타이어 교체는 별도의 기술자격이 필요한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낮다.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타이어 전문점 형태로 발전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해외 커뮤니티에 공유된 차고 타이어 보관 방법(출처: ACURAZINE)
이 같은 타이어 전문점의 등장은 기존 타이어 유통 구조의 균열을 불러일으켰다. 오직 타이어 판매 및 교체에만 집중함으로써 업무 간소화 및 효율화를 이룸과 동시에 기존 카센터 이상의 구매력을 확보한 것이다. 이에 따라 ‘타이어뱅크’와 같은 전문 판매 및 교체 양판점 브랜드가 등장하는 등 전국적으로 타이어 전문점 숫자는 빠르게 증가했다.
더불어 판매 수익 구조 개선에 주목하던 타이어 제조사들이 직접 타이어 전문점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한국타이어의 ‘T스테이션’, 금호타이어의 ‘타이어프로’, 넥센타이어의 ‘타이어테크’가 등장해 제조사가 직접 소비자 대상 판매에 뛰어든 것이다. 자체 물류 역량을 강화하면서 유통구조 간소화에 힘쓴 제조사들이 도매 단계 물량을 줄이고, 제조사가 보유한 전문점 브랜드를 통해 직접 소매 역할까지 수행하면서 물류‧유통 단계가 확연히 간소화 된다.
▲ 타이어 전문 양판점 브랜드 타이어뱅크
그렇다면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보다 싼 가격에 타이어를 살 수 있었을까? 또는 특정 가격 기준을 가지고 판매처별 타이어 가격을 비교할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았다. 개개인의 소비자가 셀 수 없이 많은 타이어 판매처의 가격정보를 일일이 수집하고 비교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타이어 시장에 또 다른 균열을 일으킨 존재가 있으니, 바로 온라인 판매채널이다.
타이어도 이커머스 시대
이커머스 시장의 급속 성장은 존재하는 대부분의 상품을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타이어도 예외는 아니었다. ‘123타이어’와 같은 타이어 전문 온라인 쇼핑몰이 등장하는 한편, 지마켓이나 11번가 등에 입점한 타이어 판매점들이 네이버쇼핑에까지 노출되기 시작하면서 판매점별 가격비교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타이어 가격은 오프라인 판매 가격보다 저렴하며, 구매 후 가까운 장착점을 선택하거나, 구매자가 원하는 곳으로 방문장착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편리함을 강조했다.
▲ 네이버쇼핑을 통해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는 타이어(출처: 네이버쇼핑 캡처)
온라인 판매의 장점은 매장 운영, 재고 보관과 관리 등에 들어가는 고정비가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타이어는 부피가 크고, 온도와 습도 등 품질관리에도 신경써야하기 때문에 공간 및 설비에 필요한 비용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수리, 교체 관련 설비까지 갖추려면 비용은 더 증가한다. 온라인 판매는 이 모든 비용을 생략해 타이어 판매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또한 특정 지역으로 고정된 운영 거점의 특성상 전국-지역으로 이어지는 도매 단계가 불필요하기에 지역 도매 업체를 통해 곧장 타이어 물량을 받아 판매한다. 전국 단위 큰 도매 단계를 생략해 그 만큼의 비용절감 효과를 얻어 보다 저렴한 판매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 타이어 판매 및 조건에 따른 무료 장착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매장(출처: 타이어몽)
상황이 이렇다보니 오프라인 판매점 입장에서 온라인 판매점은 강력한 경쟁자이자, 그동안 없었던 ‘가격 기준’을 제시하는 위협적인 채널이 됐다. 때문에 카센터, 타이어 전문점 등은 물론이고 제조사에서 자체적으로 출시한 전문점 브랜드로부터 불만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도매 및 소매점들, 그리고 제조사의 전문점 브랜드가 온라인 판매점을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제조사를 통해 가격압박 등을 가하면 온라인 판매점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플랫폼이 해결책 될까
온‧오프라인 판매점들이 경쟁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기존에 없었던 독특한 포지션의 타이어 판매 중개 플랫폼이 있다. 2016년 설립한 스타트업 ‘타이어비즈(TIREBIDS)’는 오프라인 타이어 전문점의 판매 가격을 수집해 정보화하고, 이를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소비자에게 조건별 최저가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서비스한다.
▲ 오프라인 타이어 매장을 비교해 볼 수 있는 모바일 앱 ‘타이어비즈’
타이어비즈는 타이어 전문점과 고객들을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취하는 구조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이는 오프라인 기반 중개 판매 모델로, 직접 판매를 진행하는 T스테이션이나 타이어뱅크와 다르며, 온라인 기반 직접 판매를 진행하는 123타이어나 ABC타이어와도 차이를 보인다. 또한 중개판매라 할지라도 네이버, 쿠팡, 11번가 등은 온라인 판매를 기반으로 하기에 타이어비즈와는 성격이 다르다.
송봉균 타이어비즈 대표는 “자동차 관련 판매, 유통업에 종사하며 ‘타이어 가격이 왜 비싼지, 타 업체와 왜 가격이 다른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실제 타이어비즈 내부 데이터에 따르면 서울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1.53배의 가격차가 존재하며, 소비자들의 60.2%가 타이어 가격이 적정하지 않다고 답한 바 있다.* 때문에 가격차를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원하는 가격과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송 대표는 “타이어비즈는 국내 수많은 오프라인 판매점들이 모바일을 통해 타이어를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 포지션”이라며 “초기 타이어비즈의 오프라인 가맹점을 모으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가격 공개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업체가 많았기 때문이다. 허나 가맹점을 100곳 정도 모으니 이후에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앱을 통한 판매량이 늘어나자 업체로부터 먼저 가맹문의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오프라인 판매점들이 타이어비즈를 온라인 진출용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 결과 전국 500개 이상의 가맹점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 타이어비즈 앱을 통해 차종 및 원하는 타이어를 선택하면 매장별 가격 등을 비교할 수 있다.
타이어비즈는 앱 사용자가 차종, 지역, 원하는 타이어를 선택하면 곧바로 지역 내 판매점들 간 가격비교가 가능하다. 최저가 검색이 가능하며, 판매 업체 정보 또한 추가로 확인할 수 있다. 이후 구매 의사가 있다면 터치를 통해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예약을 진행하면 된다. 판매점과의 유선, 채팅 상담 등이 가능하기에 세부 일정 또한 거래 당사자 간에 조정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과연 플랫폼의 역량은 어디까지?
현재 타이어 판매의 온/오프라인 비율은 1:9 수준으로 여전히 오프라인 판매량이 압도적이다. 그 가운데 타이어비즈는 전국 1500여 개 타이어 전문점(카센터 등 종합매장 제외) 중 500여 개의 가맹점을 확보한 상태로, 그 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송 대표는 “온라인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위협을 느낀 오프라인 전문점들이 다수 합류하고 있으며, 앱을 통한 온라인 고객 유치 및 마케팅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고 피드백하고 있다”면서도 “향후 플랫폼이 확장성을 가지려면 단순히 가맹점을 끌어 모으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판단했다. 타이어 가격정보와 더불어 성능과 사용 후기 등 종합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계획 중이며, 매장별 타이어 교체 기술 등 세부 정보까지 제공할 계획이다. 더불어 중국산 타이어 브랜드 ‘프링스청산(Prinx Chengshan)’과의 MOU를 통해 플랫폼 입점 판매를 기획하고 있다. 타이어 시장 내 플랫폼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 볼 것”이라 말했다.
IT 도입으로 인해 여러 산업과 시장 가운데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지금, 타이어 시장 역시 효율적인 방식으로 시장구조를 개편해 나가고 있다. 모든 시장과 플랫폼이 그러하듯 고객 중심 관점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는 타이어 시장 가운데 향후 불투명성의 해소가 소비자들에게 어떤 효과를 가져다줄 것인지, 새롭게 등장할 시장 참가자 및 서비스는 어떤 것이 있을지 주목해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