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중심 북방물류 육성책, '디지털' 주목해야
글. 김철민 편집장
한반도의 핵문제를 다룬 영화 중 <강철비>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영화에는 두 명의 철우가 등장합니다. 북한의 정예요원 엄철우(배우 정우성)와 남한의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 둘은 이름만큼이나 닮은 운명을 갖고 있는데, 양우석 감독은 영화적 장치를 동원해 관객을 질문 앞으로 데리고 옵니다. 이중 국수집에서의 두명의 철우가 나누는 대화가 인상적입니다.
북쪽 철우 왈 “깽깽이 국수가 참 맛있소.”라고 말하자, 남쪽 철우는 “깽깽이 국수가 뭐야?”라며 되묻습니다. 이때 지켜보던 국수집 할머니는 “저게 깽깽이 국수야!”라고 정리를 합니다. 본질은 같지만 남과 북에서 이름이 달라진 것을 표현한 것인데, 두 명의 철우가 처한 다양한 대치 상황을 적절히 대조합니다.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 이후 정치, 경제 전반에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회로 주목 받고 있는 것중 하나가 ‘북방(北方)’ 입니다. 경제협력과 물류개방 등 북방을 소재로 한 경제 청사진 구상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그때마다 정부와 산업계에서 ‘도돌이표’처럼 회자되는 게 북방물류 확대의 걸림돌로 철도, 항만, 창고 등 하드웨어 인프라를 내세웁니다.
하지만 하드웨어가 구축된다 하더라도 이를 운영할 소프트웨어가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북방물류의 기대효과는 그저 신기루에 불과합니다. 물류생태계를 구성하는 인적구성원들 간의 소통과 협력 측면은 더 어려운 문제일지 모릅니다.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CLO 통권 98호 <신 북방물류 전략은 ‘디지털 퍼스트’> 기고를 통해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기반으로 북방물류 네트워크의 핵심국인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지역 국가들은 전 세계에서 물류경쟁력 지수(LPI, Logistics Performance Index)가 낮은 수준으로 철도, 항만 등 하드웨어 인프라 뿐만 아니라 통관, 물류정보망 등 소프트웨어적 관리 역량 또한 매우 열악한 수준”이라며 “북방물류 개척을 위해서는 이들 국가들과의 협력이 필수인데, 그 기회를 플랫폼, 공유경제, 로봇, 자율주행 등 디지털 기반 물류 혁신에서 찾아야 할 때”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과거 규모의 측면에서 글로벌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상대적 열위에 있었던 한국이 세계 시장을 장악했던 경쟁력은 빠른 스피드와 관리 역량에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력 우위는 우리가 앞으로 더 빠르고, 더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인프라 관리 역량 확보에 나서야만 지속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예부터 좁은 국내 시장으로 인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 육성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북방에서 찾은 기회’는 좀 다른 국면을 의미합니다. 이런 점에서 북방물류 역시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표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앞서 영화 <강철비> 이야기처럼 우리의 정치, 사회는 영화적 상상력을 뛰어 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리얼리즘이 리얼리티를 못이기는 게 요즘의 현실인 듯 합니다. 이번달의 주제는 ‘북쪽에서 찾은 기회’ 입니다. ‘북방’에 대한 독자분들의 관점에 새로운 전환점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