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조직이라면 복지보다 '성장'에서 찾아야
'성과와 비전의 연결', '명확한 평가와 보상체계', '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동료의 성장에 대한 관심'
글. 박찬재 두손컴퍼니 대표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모든 기업에게 인사관리는 어려운 과제다. 물론 높은 급여와 복지 수준을 마다할 직원은 없다. 다만,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에 입사한 이들이라면 좀 다르다. 스타트업에 입사한 직원들이 단순히 더 좋은 복지와 많은 연봉 때문에 스타트업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스타트업의 한정된 자원으로 인해 그만큼 좋은 복지와 많은 연봉을 주는 것도 어렵다. 때문에 스타트업 복지의 중심에는 ‘성장’이 있어야 한다. 어떻게 성장을 만들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해보자.
누구에게나 ‘복지’는 어렵다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 것. 이는 물류스타트업뿐 아니라 모든 기업이 가진 공통적인 고민 중 하나다. 생각해보자. 비즈니스 모델이나 업무 프로세스, 그리고 본인의 전문성 확보에 관심이 없는 직원이 회사에 들어와서 8시간 동안 오직 퇴근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 옆에 앉은 직원은 웹서핑을 위해 알트탭(Alt+tab)을 수시로 누르고 있다. 대표나 관리자 입장에서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한 두 명이 결국 열정적인 다른 직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 분위기가 회사의 일반적인 모습으로 전염된다면, 그 회사는 예외 없이 짧은 시간 안에 망한다. 특히나 물류업은 팀원 한 명, 한 명의 전문성에 크게 영향을 받는 업종이기에 그 영향을 더욱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일할 맛 나는 물류팀 어딨나요?
그렇다면 기업에서 할 수 있는 단 한가지다. 팀원들에게 ‘일할 맛 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환경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먼저 복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물류센터는 대부분 서울 외곽에 위치해 있다. 당연히 주변 환경이 역삼동 테헤란로나 성수동 서울숲길의 그것과는 다르다. 복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은 열심히 일하고 있는 팀원들에 대한 기본적인 의무다. 독자 중 ‘이미 우리 회사는 복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오늘 당장 직원과 면담을 나누어 보시라. 직원과 대표의 입장은 다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또 하나의 의문에 부딪히게 된다. 과연 물류스타트업에서 복지나 급여를 향상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단순히 ‘편한 회사, 다니기 좋은 회사’는 겉보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열정적인 팀원들이 성장하기에 무른 토양이 되기도 한다. 대기업이 아니라 스타트업을 선택한 이유가 단순히 좋은 복지나 높은 급여 때문은 아닐 것이다.
또한, 회사 입장에서는 나름 어렵게 결정한 복지 정책에 대해 팀원들은 감흥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자연스레 복지에 대해 금방 싫증을 느끼므로 그 수요는 결코 낮아지지 않고, 높아지게 된다. 특히 아직 이익률을 높여가고 있는 중소 물류업체라면 생존에 대한 고민 없이 계속 복지만 늘릴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팀원들은 오히려 복지비용으로 사람을 더 채용해서 업무 강도를 낮춰주길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 말마따나 ‘편한 회사’와 ‘일하기 좋은 회사’를 엄밀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특히나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위대한 성과를 내야하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라면 더더욱 ‘일’이 조직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스타트업의 복지는 ‘성장’과 맞물려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일하기 좋은 회사가 될 수 있을까? 필자 역시 아직 이 부분에 대해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방법론’이라는 이름으로 답안을 제시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다만, 필자가 겪어왔던 고민과 그 해결방법을 찾아가는 와중에 도움이 됐던 팁들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부디 독자들이 부담 없이 편하게 읽어주셨으면 한다.
첫 번째, 팀원이 낸 성과가 어떠한 ‘사명(Mission)’으로 연결되는지 이야기해야 한다. 일의 본질은 인간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물질적인 보상에 의한 삶의 질 향상도 포함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나의 일이 어떻게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꿔 가는지에 대한 성찰, 즉 ‘자아실현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근로의 생명력이 반감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물류스타트업이기 이전에 사회적 기업이다. 때문에 우리의 일을 통해 더 많은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우리의 일을 통해 중소 이커머스 업체들의 성장을 돕는 것을 가장 큰 미션으로 삼고 있다.
두 번째는 각 팀원이 만들어내는 성과에 대한 명확한 평가와 보상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이건 필자에게도 쉽지 않았다. 풀필먼트 센터의 경우 업무 프로세스별로 하는 일들이 달라서, 팀별 혹은 개인별로 평가기준을 다르게 설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또한 대부분의 업무들이 상호 연결되어 있으므로 성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그것에 대한 기여도를 나누어 적용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특히 이커머스 물류 특성상 제품별로 물류의 형태가 너무나 다양하여 일괄적인 기준의 성과 평가를 하는 것이 어렵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세 번째는 각 팀원이 ‘각자의 성장’에 집중하도록 돕는 것이다. ‘성과’에 집중하는 조직은 짧은 호흡의 결과물(매출, 물동량)을 만들지만, ‘성장’에 집중하는 조직은 긴 호흡의 결과물(서비스 품질, 고객 만족)을 내놓는다.
특히 최근에 이커머스와 물류업이 융합되면서 만들어진 ‘풀필먼트’의 경우,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정말 많다. ‘물류 프로세스 설계 전문가’, ‘센터장급 오퍼레이터’,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B2B 세일즈 스페셜리스트’, ‘WMS 개발자’ 등 물류스타트업에서 근무하면 어마어마한 종류의 경험치를 쌓을 수 있다.
때문에 ‘성장’에 목마른 팀원들에게는 훌륭한 기회의 장이 된다. 신세계와 롯데가 조 단위의 투자로 풀필먼트 센터 설립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마존이 풀필먼트를 통해 39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듯, 앞으로 한국에서도 물류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네 번째는 옆 사람의 ‘성장’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최고의 복지는 최고의 동료들과 일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스타트업이 구글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것이 아니다. 최고의 인재에 대한 정의도 각기 다르다보니 현실적으로 물류스타트업들은 대다수의 주니어와 소수의 경력자(혹은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막 입사한 주니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가 그 회사의 성장 속도와 직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나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성장에도 관심을 갖도록 독려하고 즐거움을 느끼게 해야 한다.
인사에 대한 고민은 비단 물류업, 스타트업 할 것 없이 모든 회사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것을 ‘해결’의 개념으로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회사가 백 년을 가더라도 인사에 대한 고민은 없어지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스타트업이라면, 성장과 인사문제를 동일선상에서 볼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의 혁신과 큰 한 걸음이 백 가지의 내부문제를 치유하는 약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균관대학교에서 무역 및 외국어를 전공하였으며, 2012년부터 두손컴퍼니의 대표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2015년 풀필먼트 서비스 '품고(poomgo)'를 런칭하여, 지금까지 100곳 이상의 이커머스 셀러들, 15,000종 이상의 제품들에 대한 물류를 수행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