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외식업체의 한결같은 고민, '수요예측'을 대신하는 ‘마켓앤’
고객 맞춤형 데이터를 바탕으로 발주 최적화, 폐기비용 절감으로
‘적재효율화’부터 ‘비(非)온라인’까지, 마켓앤만의 차별화 전략
글. 임예리 기자
Idea in Brief
국내 B2B 식자재 유통시장은 상당히 복잡하다. 식자재 유통 대기업, 도매시장뿐만 아니라 개인 도매상, 식자재 유통법인까지 2만여 개의 유통업체가 65만 개의 외식업체에 식자재를 납품하고 있다. 외식업체 입장에서 모든 식자재를 항상 같은 수준으로 품질 관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너무 많은 식자재를 주문하여 발생하는 폐기(Loss)도 적게는 5%에서 많게는 30%까지 발생하여 불필요한 비용을 만든다. 마켓앤은 고객별 맞춤 배송시스템과 식재료 데이터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마켓앤의 무기는 정확한 수요예측이다.
A씨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이자 대표다. A씨는 새벽마다 직접 근처 도매시장에 가서 그날 사용할 야채, 고기, 유제품 등 15개 품목의 식재료를 구입한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A씨의 레스토랑을 찾는 손님이 많아졌다. 사용해야 될 식재료가 늘어나면서 재료의 상태를 확인하는 데 이전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됐다.
이제 A씨는 직접 시장에 가지 않는다. 각 식자재 품목을 공급하는 거래처에 전화나 문자로 식재료를 주문한다. 언제부터였나. A씨 레스토랑에 공급되는 양파의 상태가 영 이상했다. 다른 곳에서 파는 양파가 더 싼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A씨가 직접 시장에 가서 식자재 품목을 확인하기에는 일손이 부족했다. A씨의 고민이 깊어져 간다.
▲ 한 외식업체가 거래 중인 식자재 거래처들을 정리한 표. 해당 업체의 경우, 같은 품목(해산물, 한우)이라도 구체적인 거래 물품에 따라 2~3곳의 발주처를 두고 있다.
음식점(외식업체)의 사장님이라면, 혹은 외식 프렌차이즈에서 식자재 발주 업무를 했다면, 누구나 A씨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모든 식재료를 한 거래처에서만 받으면 만사 편해질 것 같다. 그런데 특정 품목에 집중하여 유통하는 B2B 식자재 유통시장 특성상 가게에 필요한 모든 식자재를 구비하고 있는 거래처는 많지 않다.
때문에 외식업체는 일반적으로 유제품, 식용유, 쌀, 해산물, 야채류, 과일, 김치 등 주문하는 식자재 품목별로 최소 5개 이상의 거래처를 둔다. 심지어 같은 품목을 주문하더라도 가격이나 품질을 교차 확인하기 위해 복수 거래처를 두는 일이 흔하다. 품목별로 여러 개의 거래처가 있는 구조로 인해 거래처 관리는 외식업체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혹 다양한 품목을 다루는 유통업체가 있더라도 모든 식자재의 ‘최저가’를 보장하는 것은 어렵다.
▲ 현재 우리나라에는 65만 개의 외식업체가 존재한다. 이들이 식자재를 구매하는 유통업체는 약 2만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자료: 마켓앤)
‘수요예측’을 무기로
마켓앤(Market&)은 외식업체의 거래처 관리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5년 말 식자재 유통시장에 뛰어들었다. 마캣앤의 무기는 ‘수요예측’이다. 고객별로 맞춤형 주문 매뉴얼을 제공하고 자동화 수요예측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외식업체의 발주 담당자가 발주를 하지 않아도 물건이 도착하는 ‘자동발주 시스템’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다.
마켓앤은 시장의 문제점을 수요예측 실패에서 찾았다. 외식업체에게 수요예측 실패, 그러니까 필요 이상의 많은 식자재 발주는 곧 비용으로 이어진다. 식자재의 신선을 유지하기 위한 기한에는 한계가 있기에, 과도하게 많은 식자재 주문은 폐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최시우 마켓앤 대표는 “(외식업체가 주문하는) 식자재 같은 경우 통상 적게는 5%, 많게는 30%까지 폐기(Loss)가 발생할 수 있다”며 “판매될 만큼의 식자재의 수요를 예측하여 재고로 두는 프로세스는 고정비용 증가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연간 계약을 맺는 학교 급식소나 병원이라면 식자재 수요에 큰 변화가 없기에 비교적 수요예측이 쉽지만, 일반 외식업체들은 다르다”며 “마켓앤은 고객마다 제각기 다른 식재료 사용량을 분석, 매뉴얼화하는 동시에 식자재의 보관 특성, 시간에 따른 수요패턴 변화와 같은 요인을 고려해 식자재 재고를 남기지 않는, 최적의 회전율을 만들고자 한다”고 전했다.
수요예측은 ‘고객 맞춤형 데이터’로
마켓앤은 외식업체별로 주문하는 식자재의 양과 주문주기를 데이터화하고 있다. 해당 데이터는 마켓앤이 적정 식자재를 수급하는 데 기반 자료로 이용된다.
예를 들어 매일 버섯을 주문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하나가 있다고 해보자. 버섯 같은 경우 보관 노하우에 따라 통상 짧으면 2일, 길면 1주일까지 보관할 수 있다. 마켓앤은 버섯의 보관 기간인 1주일에 맞춰 최적의 가격과 품질 조건을 만족시키는 버섯을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고객의 수요패턴 데이터에 기반 하여 주 2회, 혹은 주 3회 배송을 제안할 수도 있다. 한 번 주문 시 최대한 많은 버섯을 구매하여 구매력을 만들고, 동시에 많은 버섯을 한 번에 배송하여 배송효율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 마켓앤을 이용하는 한 고객사의 발주 내역을 날짜별로 정리한 자료. 마켓앤은 매일 식재료를 발주하는데, 발주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고 회전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마켓앤이 수요예측을 하는 또 다른 방법은 개별 식자재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최 대표는 “같은 생선이라 할지라도 조리법에 따라 손질 조건이 달라진다”며 “마켓앤이 고객을 대신해 장을 보는 사업을 하는 만큼 고객 상황에 맞는 식자재를 수급하는 것이 신뢰를 형성하는 하나의 촉매가 된다”고 전했다.
▲ 마켓앤의 MD직원이 작성한 고객 상담 내역. 사용하는 식자재의 종류부터 월 사용량, 용도, 원산지, 단가, 손질여부, 샘플 가능 여부를 함께 확인한 것을 알 수 있다. 마켓앤 MD가 수집한 다양한 고객 정보는 마켓앤의 고객관리 시스템에 반영되어 담당자가 바뀌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같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마켓앤은 현재 3~4만 가지 품목의 식자재를 납품하고 있으며, 약 150개의 매입 고객을 두고 있다. 마켓앤에 따르면 외식업체들이 까다로운 납품 기준을 맞출 수 있는 업체를 찾고자 하다보니 거래처가 자연히 늘어났다. 최 대표는 “까다로운 고객의 경우 식자재의 크기나 빛깔을 맞춰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 고객이 원하는 기준을 맞추며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자연스레 매입처가 늘어났다”며 “분산발주를 통해 다양한 업체의 상황을 확인해 하나의 품목을 주문하는 고객이라도 가격과 품질 측면에서 원하는 조건을 만족시키고자 한다”고 전했다.
완전히 맞는 수요예측은 없기에
식자재 수요예측을 변동시키는 요인은 많다. 계절에 따른 온도 변화나 연휴 등 이벤트 발생이 대표적이다. 가령 양배추는 외부 온도에 민감한 식자재 중 하나다. 특히 습도에 민감한 양배추는 여름과 같이 습한 계절에 상온보관을 하면 말 그대로 ‘쪄진 채’ 배송되고,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잎채소 역시 높은 온도에 영향을 받는다. 상온에 오래 노출되면 황색으로 변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피망, 고추, 파프리카 등은 냉해에 취약해 한번 얼면 녹는다 해도 요리에 사용할 수 없다. 이러한 식자재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폐기율이 높아지고, 결국 추가 비용으로 이어진다.
이벤트도 수요예측에 영향을 준다. 마켓앤에 따르면 연휴 직전에는 많은 음식점들이 특수기에 몰릴 주문을 대비해 평소보다 더 많은 식자재를 발주한다. 특히나 설날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의 경우 식자재 공급업체 역시 휴무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외식업체들은 명절 연휴 기간 사용할 식자재를 미리 발주하기도 한다.
물론 그렇게 열심히 예측하더라도 수요예측은 틀린다. 외식업체들이 연휴기간 소진될 것을 예측하여 주문한 식자재를 모두 소진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소진하지 못하는 일도 많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명절 이후에는 외식업체의 발주량이 떨어진다. 최 대표는 “주말보다 긴 연휴가 끝난 뒤에는 발주 물량이나 금액이 평소의 1/3 정도 수준으로 떨어진다”며 “주말에 장사가 더 잘되는 외식업체의 경우, 토요일 발주량이 많고, 월요일은 적은 편”이라 말했다.
업체 특성에 따라 일반적인 수요패턴이 들어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스윗밸런스나 프레시코드와 같은 샐러드 배송 스타트업이 대표적이다. 이 두 업체는 마켓앤을 이용하고 있는데, 발주패턴은 일반 외식업체와 상반된다. 두 업체 모두 직장인을 타깃하고 있기에, 오히려 월요일, 화요일 등 주 초반 발주물량이 주말보다 훨씬 많다는 설명이다.
사실 외식업체의 식재료 소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식재료의 특성이나 요일, 계절 외에도 다양하다. 마켓앤은 이 모든 데이터를 활용하지는 않는다. 몇 가지 핵심 데이터만으로도 유의미한 수요예측 정확도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수요예측에 변동을 줄 수 있는 모든 요인을 기본 데이터(Default Data)로 활용하기엔 결과 값이 과도하게 복잡하게 나올 수 있다”며 “현재 단계에서는 요일, 계절과 같은 데이터만 제대로 반영해도 대략적인 발주량을 효과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현재 마켓앤이 지난 1년 동안 쌓인 데이터를 통해 일부 야채나 버섯에 한정해 자동 발주 시스템을 테스트 중”이라며 “자동 발주 시스템이 안정화되고 난 이후엔 주문 상품과 사용량, 보관기간 등의 데이터 값까지 더해 배송 효율을 높이는 데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배송 효율은 ‘적재’부터
마켓앤은 새벽 시간을 활용한 식자재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 번에 최대한 많은 곳을 들려야 하는 배송기사 입장에서 교통 체증이 없는 새벽 시간이 가장 적절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마켓앤에 따르면, 식자재 배송의 마진율은 매출 대비 20% 내외다. 만약 배송차량 한 대로 배송되는 물동량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월 3,000~5,000만 원 정도다. 때문에 식재료가 손상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짐을 적재하고,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곳에 식재료를 배송할 수 있다면, 외식업체의 마진율은 자연스레 높아질 수 있다.
마켓앤의 배송효율을 만드는 것은 ‘적재’부터 시작된다. 마켓앤은 적재 과정에 있어서도 식자재의 특성을 고려한 방식을 활용한다. 마켓앤이 배송하는 물품은 야채, 과일 등의 식자재는 물론 빵이나 케첩 등 공산품이 포함된다. 박스포장이 가능한 공산품과 달리, 식자재는 배송중 파손의 위험으로 인해 상단 적재가 필수적이다. 마켓앤은 품목별로 크기와 모양이 가지각색인 식자재의 특성에 맞춰 용기를 활용하기도 한다. 주문별로 플라스틱 용기에 나눠 담기에 상단 적재가 가능하고 그에 따라 적재 효율이 늘어난다.
이 때 중요한 것이 ‘사전 테스트’다. 마켓앤이 외식업체와 납품 계약을 체결하고 발주 품목과 수량을 알게 됐다 할지라도, 고객이 주문하는 상품의 품목과 특성, 발주량에 맞는 ‘적재’ 계획을 미리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 대표는 “식자재 배송중 차량의 쏠림에 의한 식자재 파손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마켓앤은 고객사인 외식업체가 다루는 품목에 맞춰 여러 번 적재 및 배송 테스트를 거치는데, 새로운 고객사와 계약을 맺고 안정화까지 걸리는 시간은 길게는 두 달까지 걸린다”고 말했다.
가령 마켓앤이 수제 버거 전문점에 감자 납품 계약을 맺었다고 가정해보자. 마켓앤의 기존 고객사 중에는 ‘감자’를 주문하는 업체가 있었다. 때문에 마켓앤에게 이전보다 더 많은 감자를 차량에 싣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수제 버거 전문점이 감자에 더해 케첩까지 주문했다면? 이때부터 효율적인 적재 방법을 찾기 위한 마켓앤의 고민이 시작된다.
이전 감자만 배송할 때와는 달리, 케첩박스 위에 감자박스를 올리거나, 반대로 감자박스 위에 케첩박스를 올리는 등의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또 다른 식자재가 추가된다면 케첩과 감자박스는 맨 밑에 쌓아두고 다른 식자재를 위에 올리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이렇듯 식자재 적재 방법에 대한 고민과 데이터는 더 많은 고객과 상품군을 다루면서 축적되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적재 효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마켓앤의 입장이다.
데이터를 다루는데 ‘온라인’이 없다고요?
마켓앤은 설립 초기 고객사인 외식업체들에게 웹과 모바일 앱을 통한 발주가 가능하도록 지원했다. 그러나 현재는 웹과 모바일 앱 발주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마켓앤이 현장 니즈를 파악한 결과, 웹과 모바일 앱을 통한 발주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고객이 많은 결과다.
마켓앤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한 외식업체에서 한 번에 발주하는 식자재 품목은 10~15개 정도다. 매일 발주를 넣는 고객이 앱을 사용해 발주를 하자니, 작은 모바일 화면에서 주문 품목을 선택하고 수량까지 기입해야 하기에 오히려 업무 피로도가 올라갔다는 게 마켓앤의 설명이다.
업무 특성상 외식업체에서 식자재 발주를 넣는 사람과 실제로 식자재를 다루는 사람이 다른 게 문제가 되기도 했다. 사장이나 오너 셰프, 혹은 발주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거래 내역과 거래명세서를 메일로 받는 것이 편할 수 있다. 하지만 주방에서 식자재를 확인하는 사람 입장에선 직접 거래명세서를 출력하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는 설명이다. 즉, 현장 업무 수행자와 관리자가 다른 이원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을 때 ‘온라인화’는 무조건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게 마켓앤의 입장이다.
최 대표는 “사용 전환이 시장 전환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IT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데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서비스를 진행하다보니 앱이나 웹을 이용하는 것이 고객 입장에서 꼭 편리한 것은 아니었음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마켓앤은 당분간 현장 담당자가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메일, 문자, 전화, 발주 프로그램 등 고객이 요청하는 모든 수단으로 발주 관련 내역을 알리고 있다. 최 대표는 “발주 담당자의 편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강구하며 발주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작은 외식업체도 마켓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켓앤은 올해 연매출 5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 대표는 “마켓앤은 품질 좋은 식자재를 확보하면서 동시에 고객이 원하는 수준과 상황에 맞춰 식자재를 공급하고자 한다”며 “나아가 용적률을 확인하고, 데이터를 가공함으로 고객이 발주 업무를 신경 쓰지 않고 조리와 매장 영업에 집중하는 것을 돕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