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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이 직접 산다’ 중고나라가 우리 집으로?

by 김태영 기자

2018년 07월 11일

중고물품도 직매입 시대? 중고나라 ‘주마’ 서비스 훑어보기

방문부터 검수, 가격책정, 매입까지... 직접 만나본 주마 물류

매입형 중고매매의 핵심은 ‘재판매 가능성’, 숙제 풀 수 있을까

 

글. 김태영 / 임예리 기자

 

Idea in Brief

 

국내 최대 중고거래 커뮤니티 중고나라가 중고 ‘직매입’ 시장에 뛰어들었다. 1년간 베타 서비스를 거친 ‘주마’ 서비스를 정식 론칭한 것이다. 플랫폼이 직접 물품을 사고 판매하는 방식을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거래 복잡도를 낮추고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물론 원활한 서비스를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직매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류 비효율과 가격 변동성은 이전부터 중고물품 직매입 서비스의 가장 큰 숙제로 꼽혀왔다. 과연 주마는 그 어려움을 극복한 첫 번째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

 

중고거래하면 떠오르는 풍경 중 하나가 바로 유럽의 플리마켓(Flea Market)이다. 주말이 되면 아이부터 어른까지 자신에게는 더 이상 필요 없지만 누군가에게 필요할 수 있는 물건을 챙겨 공원에 모인다. 가격을 직접 정하고 돗자리 위에 팔 물건을 올려둔다. 물건을 구경하는 사람과 수다를 떨거나 가격을 흥정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자유롭고 편한 플리마켓 특유의 분위기로 인해 여행객들의 관광지로 애용되기도 한다.

 

최근 한국에도 정기적으로 열리는 플리마켓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국내 중고물품 거래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더 활발한 편이다. 현재 국내 중고매매 사이트 중에서 가장 크다고 알려진 ‘중고나라’의 경우, 회원 수는 지난 5월 기준 1,640만 명 정도다. 중고나라 측에 따르면, 카페의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500만 명으로, 중고 거래 플랫폼이 아닌 커뮤니티로서도 상당한 규모다.

 

온라인에서 중고물품을 거래할 때, 현재까진 개인과 개인이 직접 거래를 하는 직거래 방식이 가장 활발하다. 물품 인도의 경우,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만나거나 택배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중고물품 판매자는 일반적으로 온라인 판매 사업자가 가지는 통신판매업자 신고 의무, 정보제공 의무, 구매안전서비스 제공 의무에 대한 법적 구속을 받지 않는다. 즉, 판매자가 고의로 소비자를 속여도 아직까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적어 사기거래에 대한 규제나 단속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인터넷 사기 피해 정보공유 사이트 ‘더치트’의 통계에 의하면, 2016년 3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중고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총 피해사례 수는 29만 7,599건, 피해금액은 989억 원을 넘어섰다.

 

플랫폼이 직접 ‘찾고, 치우고, 사기’까지

 

중고나라의 운영사 큐딜리온이 운영하는 중고물품 직매입 서비스 ‘주마’는 이런 배경 속에서 탄생했다. 간단히 말하면, 중고물품 판매자와 구매자를 이어주는 플랫폼이 직접 판매자로부터 상품을 매입해 구매자에게 다시 판매하는 모델이다. 플랫폼이 물품을 매입하면서 상품을 검수하고 가격을 매기기 때문에 구매자는 사기거래에 대한 우려 없이 가격 및 품질 면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물품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주마 서비스 이용방법은 다음과 같다. 고객이 중고나라 홈페이지를 통해 방문매입 서비스를 신청하면, 회사 측은 직접 고객과의 통화를 통해 매입 물품에 대한 간단한 정보와 방문일정을 확인한다. 이후 정해진 시간에 맞춰 주마의 직원이 고객의 집을 방문해 중고물품에 대한 검수과정을 거쳐 매입을 결정한다. 매입된 중고물품은 중고나라 네이버 카페 및 어플리케이션에서 판매된다.

 

사실 주마 서비스는 폐가전, 헌옷, 헌책 등 재활용 쓰레기를 매입하는 서비스에서 시작됐다. 작년 4월 재활용품 방문매입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월 2,000건의 거래가 일어났다. 그리고 올해 4월, 기존의 재활용 매입 서비스에 패션잡화, 대형가전 등 일반 중고품목까지 더해 정식으로 주마 서비스가 론칭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마의 방문매입 수는 6,890건이었다.

 

큐딜리온의 파트너사이자 주마 서비스를 총괄하는 김태용 로지틱스히어로 대표는 “주마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재활용(폐품)으로 팔기는 아깝지만 직거래를 하기엔 번거로운 물품들을 시장 거래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입해주길 원했다”고 전했다.

 

판매자 입장에서, 주마의 가장 큰 장점은 다수의 예비 구매자들과 가격을 흥정하거나 직거래를 위해 구매자와 별도의 시간을 정하는 등의 번거로움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중고 가전제품을 직매입하는 또 다른 플랫폼의 경우, 자신이 팔고 싶은 상품을 직접 촬영해 검수를 받고, 매입이 결정되면 상품을 포장해 택배로 보내야한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주마는 직원이 고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실제로 주마 서비스를 자주 이용한다는 한 고객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값 나가는 가전제품을 팔 때는 중고 가전제품 직매입을 하는 타 플랫폼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값이 많이 나가지 않아도 폐가전으로 처분하기에는 아까운 물품은 주마를 활용해 거래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자가 직접 본 ‘주마 서비스’

 

주마 서비스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되는지 살펴보기 위해 기자가 하루 동안 주마 서비스 직원과 동행했다. 당일 만난 고객 중 한 명인 이지선(가명) 씨는 고양시에 거주하며 신생아와 다리가 불편한 노모를 보살피고 있는 주부다. 이 씨는 이전까지 재활용 주마 서비스만 두 번 정도 이용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녀는 주마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 “아이와 노모를 돌보느라 물건을 버리는 것이 힘든데, 인터넷으로 신청만 하면 주마의 직원이 직접 방문하여 재활용품과 중고물품을 수거해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씨는 사전에 이불과 신발, 냄비 등은 재활용 서비스 대상으로, 스팀다리미, 청소기, 가습기 등을 주마 직매입 서비스 대상으로 등록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사전에 신청하지 않은 자전거나 오븐 등도 즉석에서 거래 대상이 됐다. 이 씨는 “생각해보니 신청한 물품 외에도 집에 안 쓰는 물건이 많았고 이 기회에 모두 처분할 생각”이라 말했다.

 

현재 주마 재활용 혹은 방문매입 서비스의 최소 주문단위는 한 개 이상이다. 한 가지 상품만 신청해도 방문매입은 진행되며, 주마 서비스 직원이 재활용이나 매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더 판매하고 싶은 물건이 생긴다면 그 자리에서 신청하면 된다. 현장에서 검수가 이루어지고 그에 따른 적정가에 바로 정해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씨가 신청한 물품 중 이불과 신발 냄비 등은 재활용 주마로 판매됐다. 주마 직원은 가방에 들어있던 전자저울을 꺼내 상품의 무게를 측정하여 kg당 정해진 가격으로 매입한다. 헌옷은 1kg 당 300원, 고철은 400원 정도다. 타 업체와 비교했을 때 헌옷은 50원, 고철은 100원 가량 비싸다는 설명이다.

 

매입의 경우, 주마의 직원은 중고물품의 모델명과 상품 정보를 확인하고, 미리 축적되어 있는 노하우와 데이터를 통해 매입가격이 결정된다. 매입가격은 기본적으로 중고나라의 거래가를 기반으로 한다. 직원은 현장에서 고객의 물품 제대로 작동하는지, 외관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확인한다. 현재까진 현장에서 추가로 물품을 더 거래한다고 하더라도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주마 서비스 직원이 직접 현장에서 물품의 상태를 확인한다. 이처럼 현장 투입되어 재활용 주마와 직매입 주마 서비스 제공하는 이들을 ‘전문 상품기획자’라고 부른다. 현재 로지틱스히어로 소속의 전문 상품기획자는 12명이며, 모두 정직원이다. 기자가 동행한 전문 상품기획자가 이 씨의 집에서 나온 물품을 모두 검수하는데 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현장에서 추가된 물품까지 포함해 이 씨가 거래한 물품은 총 12개였고, 주마 서비스에서 매입한 가격은 총 10만 8,000원이었다. 헌옷과 고철이 8,000원, 자전거 2만 원, 스팀다리미 5,000원, 스팀청소기 1만 5,000원, 오븐 1만 원 등에 매입됐다.

 

이 씨는 “한 번도 안 쓴 새 상품도 있는데 중고로 매입되니 가격이 낮게 측정된 것 같아 서운하지만 한 번에 10가지가 넘는 가전제품을 처리해서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주마의 직원이 거래한 물건을 차량에 정리하고 있다. 이동이 많고, 다시 판매될 수 있는 상품이 포함되어 있어 파손 가능성을 최소화하여 짐을 싣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물류효율과 안정적 판매, 두 마리 토끼 잡아야

 

현재 주마 서비스의 방문매입은 서울과 서울 근교에서 실시되고 있으며, 10대 가량의 차량이 투입되고 있다. 숙제는 물류 효율이다. 직매입의 특성상, 택배 배송처럼 일정하게 좁은 지역에서 많은 물품을 배송, 회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한 번에 최대한 많은 고객을 방문해 물품을 매입해야 효율이 올라간다. 하지만, 중고물품 거래 특성상 언제, 어디서, 몇 건의 주문이 일어날지 예측이 힘들다. 이에 대해 김태용 대표는 “물류 운영의 효율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향후 물량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고객 밀집도 역시 높아질 것이므로,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마 서비스에 사용되는 차량

 

매입 가격의 안정화 역시 주마 서비스의 또 다른 숙제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현재 주마 서비스의 매입가격은 중고나라의 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중고나라 측은 방대한 중고나라의 자료를 전문가들이 분석해 데이터화 시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인 간 거래가 대부분인 중고나라의 거래 특성상 실제 거래 가격을 정확하게 통계내는 것은 어렵다.

 

또한, 큰 맥락에서 보면, 중고나라의 거래 역시 물품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거래 가격이 변하는 편이다. 시기에 따라 물품의 매입가와 판매가 사이의 폭이 변하게 된다. 즉, 물류비와 인건비가 고정적으로 소요되는 상황에서 거래가격이 불안정한 물품을 다루면서 최대한 많은 이윤을 내야 하는 어려움이 생긴다.

 

실제로 기자가 주마 서비스 직원과 동행했을 당시, 중고나라 사이트에서는 팔리지 않았던 물품을 주마 서비스가 매입하는 일이 있었다. 위례 신도시에 거주하는 주부 A씨가 중고나라 거래를 4차례 시도했으나 팔리지 않았던 가스레인지였다. 이사할 때, 새 집에 전기레인지(인덕션)가 설치되어 있었고, 자연스레 이전의 가스레인지는 부피만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되었다. 파는 것을 포기하려던 차에 주마 서비스가 방문매입 서비스를 론칭했다는 소식을 들은 A씨는 원하는 가격에 거래하지 못해도 집에서 처분하자는 생각으로 주마 서비스를 신청했다.

 

주마 서비스 직원이 책정한 가스레인지의 가격은 2만 원이었다. A씨가 원했던 2~3만 원과 비교하면 최저가였지만 A씨는 만족하는 반응이었다. A씨는 “중고나라 사이트를 살펴보니 가스레인지는 많이 판매 등록되는 물품이긴 하지만 실제 거래는 잘 일어나지 않는 것을 확인했었다”며 “낮은 매입가격이지만 처리가 어려운 가스레인지를 손쉽게 처분했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A씨의 만족스러운 경험은 향후 주마 서비스의 재이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비교적 고무적이다. 하지만 위 사례처럼 안정적인 거래대상이 없는 상황은 직매입 서비스에게 하나의 리스크가 된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거래될 수 있는 재활용 물품과 달리 직매입 서비스는 사실 매입보다 판매가 관건이다. 이런 경우에 주마 서비스의 가장 큰 경쟁자는 중고나라 사이트가 될 수도 있다. 중고거래 수요가 많아 ‘팔릴’만한 물품은 중고나라 사이트를 통해서도 쉽게 거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중고나라 측은 ‘상품 재구성’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낸다는 전략이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직매입 서비스의 가격 변동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물건을 판매할 때 한 가지 상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여러 상품을 묶어 ‘자취생 세트’ 등 테마를 가지고 판매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마는 현재 서울에서만 실시하는 방문매입 서비스를 인큐베이팅 시스템으로 전국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김태용 대표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통해 자원의 선순환을 만든다고 생각한다”며 “더 많은 주마의 전문 상품기획자를 교육하여 채용, 지점을 내 사업자로 양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승훈 큐딜리온 미디어전략실장은 “중고나라 방문매입 서비스는 숨어있던 공간도 찾아줘 주거 가치를 높여준다”며 “향후 사업장 정리 및 리모델링 창업 시 발생하는 중고제품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기업용 서비스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

물류를 통해 사람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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